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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5

토도사 0 575 0

밀회5

밀회5




          밀회 11장 


   인간의 선과악의 차이는 백지 한장 차이다는 말이있다. 선한사람이 악한이 될 수 
   있는 것도 악한이 선한사람이 될 수 있는것도 그 만큼 쉬운일이라는 표현이겠지
   만 한가지 예외인 경우가 남녀간의 애정이요, 특히 성에 대한 문제다. 
   성인군자도 이 성에 대해서만은 예외인 경우가 많으며 가장 빠져들기 쉬운 것이 
   또한 성문제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족이 많이 살고 있지만 그중에는 미계인에서부터 문화수
   준이 높은 종족도 허다하다. 
   그러나 어떤종족이든 그들의 내면을 파고들면 성적인 범죄가 가장 많으며 사제
   간 친족간 윤간이나 강간따위가 수많은 성적범죄를 때로는 사랑이란 말로 미화
   시키고 때로는 남의 눈을 피해 도피하는자들이 있는가하면 누구도 그것을 들추
   려하지 않고 당사자들 역시 끝까지 비밀로 간직하려 한다. 

   가다기리는 시간이 갈수록 욕정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가장
   이요 순수한 셀러리맨이었지만 마미를 만나고부터 점저 자기 중심을 일어가고 
   있었으며 그들의 모녀에서부터 자기 부인까지 모두가 순수한 사랑이 아닌 욕망
   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루의 일과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서 나머지는 모두가 욕정으로 얼룩진 상
   상과 실재로 그들과 어울려 자신의 정욕을 발산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언제나 풋풋하고 싱싱한 마미의 아름다운 여체와 요염한고 뜨
   거운 유리의 환상이 그리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시즈에의 육체가 순간적으로 
   교착될 뿐이다. 계절은 벌써 뜨거운 여름철이 되었으며 시즈에는 동경에서 2시
   간거리에 있는 하계별장으로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떠나고 집에는 가다기리와 
   마미뿐이였다. 시즈에가 가있는 별장은 학교에서 마련한 별장 비슷한 수련원이
   었으며 그녀는 2주일간 그곳에서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며 생활윤리와 독서 수영
   등 여러가지를 지도하게 되있었다. 

   남편인 가다기리와 같이 갈 수도 없지만 가다리기 자신이 가고 싶어하지도 않았
   다. 다만 남편의 직장에서 여름휴가를 받으면 두사람이 몇일동안 여름휴가를 떠
   나는 것이 그들의 예였다.
   시즈에는 자신의 옷가지와 준비물들을 챙기면서 남편에게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띠었다. 

   "2주일 동안 헤어져 있어야 겠군요?" 
   "할 수 없지!" 
   "중간에 집에 한번 올까요?" 
   "응? ... 뭐 그럴필요없어!" 
   "그래도 당신?" 

   그녀의 표정은 어느때보다도 애정이 깃들어 있었으며 따스한 눈길이었다. 

   "식사문제는 마미가 거들어 줄까?" 
   "걱정할 것 없어. 마미가 거들어 줄거니까!" 
   "그래요. 제가 마미에게 부탁해 놀께요." 

   시즈에는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하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으며 남편의 품속
   을 파고 들었다. 좀처럼 없었던 일이며 시즈에 자신이 가다기리에게 이런 애정의 
   표시를 진하게 한 적은 드문일이었다. 

   "여보......." 

   가다기리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있다는 듯이 시즈에의 입에 키스를 하였다. 
   실지로 시즈에만한 여자도 드물다는 생각을 가다기리도 하고있었으며 아마 마미
   가 이집에 오지 않았으면 아니 마미와 그런 관계가 없었다면 누가 보아도 부럽기
   만한 부부가 되었을 것이다. 

   등하불명이라고 시즈에 만한 여자를 마누라로 갖게 된것은 가다기리로써는 다소 
   과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빼어난 미모에다 아름다운 몸매며 교양과 지성미가 넘
   치는 그녀는 마음씨도 남달리 고운편이였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미모와 
   아름다운 여체가 퇴색해가는 것은 마미로 인한 반사작용이였으며 아직 어린 소
   녀에게서만 느낄수 있는 청순함과 싱싱하고 애교 만점인 마미의 뜨거운 체취는 
   차츰 가다기리를 포로로 사로잡고 있었다. 

   가다기리는 시즈에가 떠난 다음 마미와의 뜨거운 정사를 머리속에 그리다가 어
   쩔수 없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 안았다. 

   "여보, 당신 나 없을때 다른 짓하면 안돼요?" 
   "무슨 소리...." 
   "혹시 알아요. 다른 여자와 만날는지!" 
   "새삼스럽게 그게 무슨소리요?" 

   시즈에는 어느때보다도 남편의 흡인력에 자신의 모든것을 내맡기면서 모처럼 
   뜨거운 자신의 육체를 해소시키고 있었다. 가다기리 역시 마미에게서 느낄수 없
   는 또다른 맛을 그녀에게서 느꼈으며 무르익은 여체에서 풍기는 요염한 맛을 흠
   뻑 체험하였다. 

   이른 아침 시즈에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간단한 샤워를 끝내
   고 화장을 한 다음 아직도 잠들어 있는 남편곁을 빠져나와 2층 마미의 방을 노크
   하였다. 그러나 아부 대답이 없어 두번째 노크를 하였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살그머니 문을 밀치고 방으로 들어서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계절이 한여름이여서인지 마미는 아무것도 덥지않고 전신이 거의 드러나 있는 
   잠옷하나만을 걸치고 잠이들어 있었으며 들어난 허벅지와 불룩솟아 있는 유방이
   며 깜찍하리만치 작은 분홍색의 팬티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자인 자신이 보아도 매혹적이였으며 지금까지 어린소녀로만 여겨왔던 그녀는 
   새삼스럽게 마미가 성숙한 여자로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질투심이 생겼으며 언제 저렇게 성숙하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시즈에는 곤히 잠들어 있는 마미를 깨울 생각도 없이 물그러미 내려다 
   보고 있었으며 순간적으로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저렇게 매혹적인 마미와 가다기리 두 사람을 남겨q고 떠나는것이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그 방을 
   빠져나왔다. 

   "설마......." 

   시즈에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며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학교에 도착
   하여 버스에 몸을 실을때까지 조금전 마미의 아름다운 여체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실로 그녀가 오늘 마미의 방을 찾은것은 자신이 없는 동안 남편의 식사문제와 
   모든 생활의 도움을 청하려는 뜻에서 였지만 예상밖으로 그녀의 잠든 모습에서 
   엉뚱한 불안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 모습을 남편이 보게 된다면......" 

   그녀는 아직도 머리속이 멍할정도로 어지러웠으며 정신이 산만하였다. 
   그러나 시즈에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의심을 부정하고 있었으며 차창밖으로 
   밀려드는 전원의 풍경에 차츰 마음이 상쾌해졌으며 지난날 남편과 처음 만나 연
   애하던 추억들이 순간 순간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마디로 남편인 가다기리는 어느 한곳도 특출하지 못한 평범한 남자였다. 
   그런대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써 별다른 풍파없이 학교를 다녔고 그리고 어느 
   중간회사의 셀러리맨이였으며 자신은 그런 가다기리를 만나 별하자없이 지금까
   지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처녀시절 그러니까 가다기리를 만나기전 열열히 사랑한 남자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하다라는 남자다. 하다는 성격이 쾌활하고 
   누구보다 저돌적이며 남자다운 면모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막 교사자격증을 딴 풋내기 선생님이였으며 거이 같은날 이 학교
   에 부임하였기에 더구나 친할 수 밖에 없었다. 

   시즈에는 하다와 매일같이 만나 서로의 애정을 표시하였으며 사랑을 주고 받았
   다. 언제인가 그날은 몹씨 추운 겨울 이었는데 두사람은 같이 여행을 떠났다. 
   주말이였고 행선지는 머지않은 온천이였는데 불행히도 교통사고가 나고 말았다. 
   하다가 운전을 하였는데 어쩐일인지 그는 중상을당하였고 시즈에는 간단한 찰과
   상만 입었다. 그후 하다는 3개월동안 병원에 입원을 하였으며 시즈에는 열심히 
   문병을 다녔다. 

   그때까지 두사람은 서로가 사랑하고 있었으며 결혼까지도 약속한 사이였다. 그
   러나 어느날 문병을 갔던 시즈에는 그의 병실문을 열고 들어서다 마치 석고상같
   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하다는 자신을 돌보고 있는 간호원과 뜨겁게 키스를 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목격
   한 시즈에는 모든 희망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는 좌절감을 느끼면서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비열하고 더러운 남자......." 

   그녀는 오열을 삼키면서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았으며 모든 남자를 불신하게 되
   었다. 하다는 그 후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며 몇번이고 시즈에를 찾아왔지만 끝내 
   그녀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고 결국 성실하고 착하기만한 가다기리와 결혼하고 
   말았다. 하다는 아직도 미혼이였으며 시즈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부터는 그
   의 성격과 모든 행동이 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자신은 일생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어떤때는 폭음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몇일씩 학교에 나오지 않고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였으며 시즈에와 마주칠때면 
   언제나 한에 사무친 표정이였으니 그런 모든 점에서 볼때 아직도 그녀를 무척 사
   랑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것 같았다. 아니 사랑과 한이 맺힌 자학의 상태인것 같
   았다. 

   시즈에도 처음 그 장면을 목격하고서 모든 세상이 허무하고 믿을 것이란 아무것
   도 없어보였으며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때로는 자신이 너
   무했나하는 후회도 하였지만 당시는 그를 다시 만날 용기도 없었고 밉기만 하였
   다.

   그러나 지금의 가다기리를 만나고부터 그의 성실성과 진실한 남자라는 것을 알
   게 되었으며 그와 결혼을 하고서는 언제나 하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한 시즈에 자신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미안하
   였지만 지금의 가다기리가 그 모든것을 해소 시켜주고 있었다. 

   자신이 결혼하던 날 여러 동료들과 예식장에 찾아온 하다의 표정은 너무나 슬퍼
   보였으며 하객들 사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서있는 그의 얼굴 표정은 시즈에만
   이 알 수 있는 깊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때는 그를 너무나 사랑하였고 그리고 자신의 처녀성을 그에게 바치기까지 하
   였던 시즈에였다. 그의 우람한 품안에 안겼을 때의 시즈에는 너무나 뜨겁고 행복
   하였으며 사랑하는 남자였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순결을 최초로 바친 남자를 영원히 잊지 못하는 
   것은 모든 여자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결국 헤어진 다음에서야 후회스러웠고 지난날의 추억들이 가슴을 여미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두사람의 운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지금의 남편인 가다기리가 조금만 섭섭히 자신을 대했다면 모든것을 뿌리
   치고 하다의 품에 다시 안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와 마주칠 때마다 시즈에의 가슴은 뛰고 있었으며 사랑과 미움과 후회의 번민
   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시즈에의 솔직한 심정이였다. 
   첫사랑의 추억을 안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시즈에나 너무나 회한에 찬 한을 
   품고 오늘까지 결혼하지 않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하다라는 사람이나 모
   두가 지난날이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즈에는 지금 차창밖에 펼쳐지고 있는 전원의 풍경에 지난날의 추억들이 주마
   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하다 역시 지금 시즈에가 타고있는 열차에 같이 타
   고 있다. 약 500명의 학생들이 여름학교에 가게되니 선생님들도 자그마치 12명이 
   인솔하고 있었으며 그중에는 하다도 같이가고 있었다. 

   시즈에는 창밖의 시선에서 실내로 옮겼으며 다소 몸이 피곤함을 느꼈다. 
   어젯밤 남편과의 정사가 너무나 지나쳤는지 아니면 날씨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기차에 오를때만하여도 쾌청하였는데 목적지에 가까워올수록 하늘에는 구름이 
   짖게 드리우고 날씨는 바람한 점이 없이 푹푹찌고 있었다. 

   학년별로 정리하여 각각 침실로 안내되었고 모두가 여장을 푸느라 법석들이였
   으며 선생님들은 별도의 방에 짐을 내려놓았을 때 기어코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에서 푸념이 튀어나왔다. 

   시즈에의 방은 서쪽 맨끝에 위치하였으며 작년에도 그방에서 보냈다. 욕실과 함
   께 침대가 하나 있었으며 바다쪽으로는 조그마한 발코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언
   제나 그 발코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1장 끝, 12장에 계속...... *****





           밀회 12장 



   시즈에는 밤늦게까지 학생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서 10시가 지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으며 아직도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도착한 날부터 비가오고 있으니 학생들의 불만이 대단하였으며 선생님들은 결국 
   교양강좌로 시간을 매울수 밖에 없었다. 욕실에 들려 간단히 샤워를 한 그녀는 잠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환경이 바뀐탓도 있겠지만 밖에서는 지금까지 들어보지못한 파도소리가 
   출렁이고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 때문에 잠이오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집에 남아있는 남편 생각이 났으며 떠나올때 보았던 마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으며 그 불안감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몇번이고 전화를 하여 보고 싶었지만 전화를 하려면 수위실 근처까
   지 가야하는 번거러움과 전화를 한다고 해서 그 불안감이 없어질것 같지도 않았
   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인 가다기리를 믿고 싶었으며 그의 평소 진실성
   으로 보아 그럴것 같지도 않았다. 
   더구나 그렇게 믿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결혼생활을 할수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나 남편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도 역시 비는 계속 되고 있었으며 그렇다보니 성급한 애들 몇을 제외하고
   는 모두가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시즈에는 그날밤도 불면증에 
   걸린 사람인양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으며 자꾸만 남편인 가다기리와 마미
   의 사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 농도가 짙어져가고 있
   었다. 

   그녀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였으며 내일은 잠깐 다녀와야만 하겠다고 결심하였다. 
   평소 그런 의심을 한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이번만은 그러치가 못했다. 
   자꾸만 부정하면서도 한편은 의심이 점점 깊어만가고 있었으니 자신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화를 할까도 하였지만 그러나 전화를 한다고해서 그 의심이 풀어질리는 만무 
   하였다. 그녀는 다음날 오후까지 제자들과 시간을 보내고서 오후늦게 동료 선생
   님에게 말하고서 기차에 올랐다. 

   어제까지도 계속오던 비가 멎었으며 일곱시가 지났을때도 아직 해가 지지 않고 
   있었다. 시즈에가 집에 도착한것은 밤 10시가 지나서였으며 그녀는 저녁도 아직 
   먹지 못하였다. 시즈에가 집에 도착해 보고서 처음으로 이상한점을 느낀것은 전
   혀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잠을 잘리는 없는데 집안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상한 느낌을 하면서 열쇠로 문을 열고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들
   어선 시즈에는 남편이 외출하고 없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으며 부엌문을 열고 
   들여다 본 그녀는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얼마전에 저녁식사를 하였는지 아직도 모든 그릇들이 그대로 식탁위에 어
   지럽게 놓여있었으며 마미것으로 보이는 앞치마가 탁자위에 놓여있었다. 

   그녀는 부엌문을 나와 2층에 있는 마미의 방문을 열어 보고서 또다시 충격을 받
   았다.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인 가다기리의 잠옷이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해석하여 보아도 남편의 잠옷이 마미의 방에 있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시즈에는 즉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밖으로 나와 정원이 있
   는 곳에 섰다. 어지러운 머리도 식힐겸 뭔가 이상한 두사람의 행동을 숨어서 지켜
   보기로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밖에서 차소리가 나고 곧바로 남편인 가다기리와 마미가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즈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아찔함을 느끼면
   서도 제발 아무일이 없기만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손을 마주 잡고서 현관문을 밀치고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며 불빛에 
   비친 마미의 모습은 지난날 어린소녀의 모습이 아닌 성숙한 여자였으며 너무나 
   다정한 그들의 행동이 심상치 안아 보였다. 시즈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났다. 곧이어 욕실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서 시즈에는 숨소리를 죽이면서 그들
   의 뒤를 따라 현관문 한쪽에 자신을 숨기고서 그들의 동정을 살폈다. 

   욕실안에서 샤워의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으며 두사람의 목소리가 선명
   하게 들렸다. 

   "마미, 오늘밤은 정말 예뻐보이는군!" 
   "아이 아저씨도 ........." 
   "아니 정말이야." 
   "시즈에 선생님과도 그곳에 많이 가 보았어요?" 
   "으응, 몇번 가 보았지." 
   "그때 기분과 지금은 어때요?" 
   "너무 대조적이야 마미!" 
   "대조적이라구요? 언제가 그렇다는 건가요?" 
   "물론 오늘밤이지, 그보다 이쪽으로 돌아서 마미 ......" 
   "아 .....앙, 부끄러워요." 
   "부끄럽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그래도......" 
   "자, 이곳을 만져줄까?" 
   "아......아, 안돼요. 그곳은......" 
   "괜찮아, 더 조금 으......응." 
   "아저씨?" 
   "으.....응." 
   "시즈에 선생님과도 욕실에서 이렇게 해요?" 
   "아니야 한번도." 
   "정말이요?" 
   "저번에는 시즈에 선생님과 이렇게 하지 않았어요?" 
   "으....응, 그때는 그랬나. 하지만 그때는 침실에서였지." 
   "시즈에 선생님도 대단하시던데요?" 
   "무엇이?" 
   "평소에는 그렇게 근엄하신분이 그때 아저씨와 침실에서 보니까 너무나 요염한 
   행동을 하시던데요?" 
   "그건 여자는 다 마찬가지야!" 

   시즈에는 여기까지 듣고서 자신의 귀를 두손으로 막아버렸으며 전신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너무나 분하고 억울했으며 배신감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철썩같
   이 믿었던 남편도, 그러치만 불쌍히 여겨서 동정을 베픈 자신에게 마미가 이럴줄
   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어느새 두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세상천지가 무너져 내
   리는 기분이었으며 어떻게도 자신의 중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냉정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이미 업지러진 물이 되었으며 
   어떻게도 지난날로 되돌아갈수는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설수는 없었으며 좀더 그들의 모든것을 확인하여둘 필요가 
   있었다. 아니 그점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지행동을 
   확인하고픈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살며시 욕실문을 밀치고서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수증기가 자욱했으
   며 이제 유리문 하나만 밀치면 그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그녀는 크게 호흡을 들이 마신뒤 살며시 유리문을 열었다. 삼분의 일쯤 열린 유
   리문 사이로 남편인 가다기리와 마미의 나신이 시야에 들어 왔으며 그들은 뜨겁
   게 끌어안고서 이제 마지막 고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도 남편인 가다
   기리는 마미의 싱싱한 히프를 끌어당기고서 마치 짐승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뒤에서 거친 호흡을 내 품고 있었다. 

   시즈에는 하마트면 기절할 뻔 하였다. 그들의 관계는 어제 오늘이 아니였으며 이
   제는 완전히 달연이 되있는 상태였다. 시즈에는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
   키고서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게 어느덧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뜨
   거운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으며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그녀의 발길은 정처없이 
   헤매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속은 텅비어있었으며 순간적으로 의식이 돌아 올때마다 모든 삶이 
   귀찮아졌고 허무하기만 하였다. 
   어떻게 찾아왔는지 시즈에는 몇시간 후 여름별장에 있는 자신의 침대위에 쓰러
   져 있었다. 머리에는 열이 대단하였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한이나고 한기
   도 느끼고 있을때 가장 친한 동료친구가 그녀의 머리맡에 뜨거운 차를 끓여왔다. 

   "어떻게 된거야, 시즈에?"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시즈에는 만 이틀동안 밖에 나오지를 않았으며 방안에서 죽지못해 살고 있는 자
   신의 처지를 비난만 하고 있었다. 
   
   제자들이 찾아오고 동료교사들이 수시로 문병을 왔으며 의사선생님까지 다녀갔
   다. 시즈에가 정신을 차린것은 삼일째되던 날이였으며 그때서야 가까스로 죽을 
   조금 들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그들의 배신에 몸서리쳤으며 어떻게도 자신을 감당할 수
   가 없었다. 조금 정신이든 그녀가 모처럼 발코니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
   었으며 멀리 낙조를 바라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붉게 물든 태양이 마지막 그 빛을 발산하면서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으며 아득히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로 돛단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여
   겨졌으며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시즈에....." 

   그때 바로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깜짝놀랐다. 실로 몇년만에 들어
   본 목소리였으며 마치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였다. 시즈에는 깜짝 놀라서 시선을 
   돌이켜 보니 그곳에는 다름아닌 하다가 서 있었다. 

   "어마....." 
   "벌써 찾아오고 싶었지만....." 

   시즈에는 순간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눈길을 주면서 하마트면 쓰러질뻔 
   하였다. 

   "여기 앉으세요." 
   "그렇게 많이 아프면 입원을 하는게 어떨까?" 
   "네 이제좀 나아졌어요." 
   "혹시 무슨일이 있었어요." 
   "아니예요. 아무일도."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았으며 실로 몇년만의 일이였다. 더구나 시즈에의 지금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고 착잡하였으며 억울하지만 상대
   가 하다이고 보니 그의 앞에서 자신의 불행한면을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고마워요, 이렇게 문병까지." 
   "아이들 눈도 있고 또 간단히 낮는 병인줄만 알았는데." 
   "이제 다 나은 기분이에요." 
   "다행이군." 

   두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을 뿐 대화가 어어지지 않았다. 

   "시즈에, 한가지 물어도 될까?" 
   "네, 말씀하세요." 

   그는 주저하면서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표정이다. 그는 멀거니 낙
   조의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낸 다음, 

   "행복해 시즈에?" 
   "네.....?" 

   그녀는 깜짝놀랐다. 
   예상밖의 질문인데다 하필이면 이때 그런 질문을 받고 보니 그녀의 가슴은 마치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기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즈에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간신히 대답하였다. 

   "네 행복해요." 
   "다행이군." 

   하다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그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살아왔다는 그런 그의 표정은 말할 수 없이 서글퍼 보였으며 시즈에
   의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하다씨?" 

   그는 순간적으로 시즈에를 바라본다. 

   "왜 결혼 안하세요?" 
   "글쎄....." 

   너무나 자조적인 그의 대답이다. 

   "제발 결혼하세요." 

   그는 천천히 발길을 옮기면서 허공에다 대고 대답한다. 

   "하지, 결혼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 상대는 어떤 영혼과 하게될꺼야........" 

   시즈에는 멀어져가는 하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생각하여 
   보면 자신의 지난날 행동이 너무나 지나쳤으며 더구나 남편인 가다기리의 이번 사건은 
   지난날 하다와 간호원과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여보면 지난날 하다의 행동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순간적인 실수일 
   뿐이다. 그런 그를 단번에 절교하면서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였으
   며 더구나 그는 그후 무척 사과도 하였고 하소연도 하였으며 아직도 결혼하지 않고 있
   는것은 순전히 자신 때문이였다. 

   얼마나가슴에 맺힌 상처가 컸으면 저렇게까지 될까? 그녀의 가슴을 할퀴고 있었다. 
   하다씨의 입장에서보면 그녀는 그를 배신한거나 마찬가지다. 
   죽도록 사랑하였던 두사람이 순간적인 실수 하나 때문에 그의 품을 벗어나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으니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는 것을 이제야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 점은 
   자신이 직접 남편임 가다기리의 부정을 보고서야 실감할 수가 있었다. 

   더구나 남편인 가다기리는 평소 너무나 착하고 진실한 남자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렇
   게 되고보니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기만 하였다. 
   시즈에는 멀어져가는 그의 등뒤에 대고 부르짖었다. 

   "하다씨, 저의 잘못을 용서하세요." 

   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백사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시즈에는 또다시 열이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몇일동안 꼼짝안고
   서 누워만 있었으며 결국 학교에다 휴학계를 제출하였다. 몇일동안 끙끙앓고 있던 시즈
   에는 어느날 말도없이 그곳을 빠져나와 도쿄를 향하였다.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시간 집으로 찾아들었으며 그날따라 마미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
   의 짐을 전부 챙긴다음 간단한 편지를 남겨놓고서 집을 나섰다. 
   그것이 시즈에와 가다기리의 마지막이었으며 영원한 이별이였다. 

   시즈에는 가장친한 친구를 찾아갔으며 당분간 그곳에 머무를 작정이었다. 
   친구인 유유끼는 무척 반가워했으며 모든 전후사정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나 여기좀 있어도 되겠니?" 
   "물론 괜찮아 얼마든지 있어도 돼." 
   "고맙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니?" 
   "응, 조금 머리를 식힌 다음 생각해 볼꺼야." 
   "그래 너 좋은데로 하려무나." 

   유유끼는 너무나 절친한 사이였으며 두사람 사이는 어떤 간격도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미혼이였으며 그녀의 사고방식은 결혼같은것을 별로 중요시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생동안 결혼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자신과의 성격이 대조적이였다. 
   그녀는 미모의 스튜어디스로써 지금은 중남미를 취항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기에 
   한달이면 반정도 기내생활을 하는 형편이다. 

   활달한 성격에 빼어난 미모를 갖춘 유유끼는 주위에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유혹하고 있
   지만 결혼같은 것은 관심밖이다. 
   국민학교때부터 대학까지 동기생으로 두사람의 우정은 남다르지만 시즈에가 결혼한 다
   음 서로 만날 기회가 별로없었던 것이다. 
   유유끼는 시즈에의 사건전모를 들은 다음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며 당장 남편과 이혼 
   하라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시즈에?" 
   "머리도 식힐겸 외국에 한번 나가지 않을래." 
   "글쎄....." 
   "이번에 브라질행에 같이 가자 응." 
   "언제 가는데?" 
   "이틀후." 
   "생각해 볼께." 
   "꼭 가는거야?" 
   "알았어, 그런데 너는 결혼 안하니?" 
   "애는, 너같이 그런 지옥같은 결혼을 왜하니?" 
   "하긴 그렇구나." 
   "그보다 시즈에. 학교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좀더 생각한 다음 결정할꺼야." 
   "아이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구나." 

   시즈에는 대답이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은 
   모양이였다. 

   "내가 좋은 남자 소개해줄까?" 
   "애는 미쳤니?" 
   "미치다니, 너야말로 그런 배신을 당하고서 아직도 미련이 있니?" 
   "미련 같은 것은 없어!" 
   "그럼 뭐가 두려우니 깨끗이 잊어버려." 
   "유유끼 너는 사귀는 남자없니?" 
   "호......호......" 
   "좋은 남자가 있는 모양이구나." 
   "좋을데로 상상해." 
   "사랑하니?" 
   "생각중이야." 
   "생각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선택을 해야하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애는 욕심도 많구나." 
   "그렇게 됐어, 하나는 국산이고 하나는 외국인이거든." 
   "뭐, 외국인?" 
   "응...." 

   유유끼는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갑자기 안색을 바꾸고서 시즈에를 바라본다. 

   "너 그중 한 사람 소개해줄까?" 
   "뭐야, 애가 미쳤니?" 
   "미치다니, 정말 멋있는 남자들이거든." 
   "그렇게 멋있는 남자라면 유유끼 너나 차지하렴." 
   "어떻게 두 남자를 가질수 있니?" 
   "하긴 그렇구나." 
   "아무소리 말고 이번에 같이 가는거야?" 
   "그래 니가 좋다면 따라갈께." 

   그들은 모처럼 외출을 하여 외식을 하였고 여러곳을 구경 하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
   내고 있었다. 유유끼는 어떻게든 친구인 시즈에의 기분을 맞추려 노력 하였고 그녀의 
   괴로운 마음을 달래주려 애쓰는 모습이였다. 

   시즈에는 고마웠으며 사실 지금까지 학교와 가정에만 파묻혀 살아온 그녀로써는 어떤 
   억압과 한정된 공간에서 탈출한 기분이였다. 인간의 삶이 가정이나 직장생활만이 전부
   가 아닌 다른곳에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조금은 머리가 정리된 
   것 같았다. 

   이틀후 시즈에는 브라질행 특등석에 몸을 실었고 비행기가 이룩하자 아득히 하네다공
   항을 뒤로하고 태평양 상공에 자신이 떠있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유유끼는 수시로 그녀를 찾아왔고 친구를 소개하였으며 기내식과 고급 양주까지 가지
   고 와서 그녀에게 권하였다. 깨끗하고 품위있는 수튜어디스복을 입은 유유끼의 모습이 
   힌결 아름다웠으며 매력적이었다. 

   맑은 날씨에 뭉게구름을 타고 끝없는 창공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시즈에는 
   멀어져가는 일본땅이 시야에서 사라질때 순간적으로 서글품을 느꼈다. 마치 추방된 
   인간처럼 서러움이 복받쳐올랐고 지구상에서 ?겨난것같은 느낌이였으며 다시는 돌
   아오지 못할것 같은 기분이였다. 

   문득 남편인 가다기리의 모습이 떠올랐으며 지금쯤은 그의 모습이 어떨까하고 생각이 
   되었다. 아마 자신이 남겨놓은 편지를 보고서 그도 사람이라면 일말의 죄의식속에 번
   민하겠지 생각되었다. 
  
   시즈에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수많은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사라져갔으며 모두가 괴로
   운 추억들이였다. 그중에는 하다의 처량하고 서글픈 모습도 어른거렸으며 그때마다 그
   녀는 미안하고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하여 후회의 아픔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12장 끝, 13장에 계속.....***** 



         밀회 13장 



   가다기리는 그날 회사에서 퇴근한 다음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하여 택시를 탔다. 
   그가 집에 도착하여 보니 마미는 어디를 갔는지 집에 없었다. 
   그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쥬스를 꺼내 마신 다음 자신의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는 무료
   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다시 일어나 거실로 발길을 옮기다가 문득 아내인 시즈에의 화
   장대위에 놓여있는 편지봉투를 발견하였다. 

   그는 편지를 읽는 동안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가다기리는 완전히 넋을 잃
   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 철썩주저 앉아버렸다. 

   "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지금까지 그는 마미에게만 정신이 팔려있어 아내인 시즈에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였으
   며 이제서야 자세히 눈여겨보니 아내의 화장품이며 장속의 옷가지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있었으며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지만 모든것이 끝
   난후였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하였지만 그속에는 자신을 인간이 아닌 개새끼나 들짐승에 비유한 
   너무나 격렬한 문구로 이어졌으며 일생을 두고 그일을 잊지않을 것이며 원망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모든것이 끝났으며 어떻게도 수습할 수가 없는 절망적인 상때였다. 때늦은 후회를 하
   였지만 아내인 시즈에가 돌아올리 없으며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할지가 걱정이였다. 
   그는 아내를 찾아나설 용기도 없었으며 모든것이 끝나버린 상태에서 절만감만 쌓이고 
   있었다. 밤늦게 마미가 돌아왔으나 자기 방문을 걸어잠그고 만나 주지를 않았으며 속도 
   모르는 마미는 어떤 영문인지 알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튿날 그는 마미에게 모든짐을 정리하여 이집을 나가도록 조치하였으며 다시는 찾지
   못하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마미는 어느정도 눈치를 챘는지 아무말도없이 자신의 짐을 
   정리하여 울면서 집을 나갔다. 

   때늦은 후회요, 사후 약방문이지만 가다기리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는 회사도 출근하지 않고서 집에 쳐박혀 있는 가다기리를 마미의 어머니 유리가 
   찾아왔다. 그녀는 가다기리를 보자 첫마디부터 따지고 들었다. 

   "가다기리상 당신도 인간입니까?" 
   "네? 유리씨...."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람이 아닌 동물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당신은 도대체 어떤 책
   임을 져야 할까요?" 
   "그게 무슨말입니까?"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의식을 깨닫지 못하고있군." 

   순간 가다기리는 눈을 지긋히 감고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회상하듯 하였다. 이미 모
   든것이 탄로난 상태에서 더이상 변명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다. 
   유리는 전날의 그녀가 아니였으며 표독하고 무서운 여자로 변해있었다. 

   "어린것을 유혹하고 그리고 나까지........" 
   "아........." 
   "더러운 인간 두고보라지." 

   그녀는 그말을 남겨놓고 휙하니 나가버렸다. 
   유리가 모든내용을 알게된 것은 딸인 마미에게서가 아니라 한장의 편지였다. 그 편지는 
   시즈에의 것이였으며 어린 마미를 원망하지는 않고 있었으며 오히려 딸의 장래를 위하 
   여 하루 빨리 그집에서 나오도록 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즈에는 아직도 엄청난 비밀하나를 모르고 있었으니 그것은 가다기리와 유리
   와의 관계였다. 

   그 편지를 받은 유리는 가다기리가 자신의 딸인 마미를 유혹하여 음탕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되었으며 성의 노리개요 변태적인 그의 행동에 기가막혔다. 
   마미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찾을 수가 없었으며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다. 

   가다기리의 방황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으며 중심을 잃어가고 결국은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으며 매일같이 술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그집을 팔아 유리에게 보상아닌 보상으로 간신히 매듭을 짖게된것만도 천만다행
   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며 아직도 아버지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가다기리는 시즈에를 찾아 어차피 지난날로 돌아갈수 없다면 위자료라도 두둑히 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만날 면목이 없었다. 그는 매일같이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며 자
   기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모든것이 끝난 상태였다. 

   어느날 그는 만취상태에서 밤늦게 귀가길에 올랐다. 그가 골목길을 막 접어들었을때 
   그의 앞에는 어디서 많이 보았던 여자가 서 있었다. 너무나 취해있는 가다기리는 어떤 
   사물을 판단하려 하지도 않았지만 무든게 귀찮고 세상이 원망스러울뿐 매사에 흥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선생님, 가다기리 선생님...." 

   가다기리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꿈속에서 부르는 듯 아득하게 멀리만 느껴
   졌다. 

   "어...... 마미." 
   "네, 저 마미예요." 
   "어떻게 이곳에 오게됐니?" 
   "죄송해요, 선생님 저 때문에 이렇게......." 

   마미는 말문이 막히고 울먹이면서 가다기리를 물그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가다기리는 순간적으로 술기운이 확깨는 느낌이었으며 마미가 무척 반가웠다. 사실 지
   난날을 생각하여 보면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지 이렇게 순진하고 아직도 소녀티가 나
   는 마미에게는 아무죄가 없는 것이다. 

   오직 그녀는 이유야 어디있든 가다기리의 유혹을 받아들였다는 것밖에 아무죄가 없으
   며 더구나 가다기리가 첫경험의 남자이고보면 상태가 어떻든 그녀로서는 애뜻한 첫사
   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무척 보고 싶었어요." 
   "아...... 마미." 

   가다기리는 마미를 끌어안고 말았다. 

   "내곁에는 오직 마미가 있을 뿐이구나." 

   그는 어느때보다 마미가 반가웠고 사랑스러웠다. 
   이유야 어찌됐든 모두가 자기를 버리고 떠났으며 수없이 주위의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
   아왔던 가다기리로서는 마미와 만남으로 더 이상 기쁠수가 없었다. 
   그는 한없이 마미를 끌어안고서 절규하고 있었다. 

   "가자.......마미, 오늘밤은 우리 꼬박 밤을 세워가면서 이야기 하자꾸나." 
   "네, 그래요 선생님." 

   두사람은 가까운 호텔을 찾아들었다. 어두운 곳에서는 미쳐 발견하지 못했지만 밝은
   불빛에서 보니 마미의 얼굴도 전과 같지 않았으며 핼쑥한 상태였다. 

   "그래 그간 어디에 있었니?" 
   "여기저기 친구집에 있었어요." 
   "엄마는 만났어?" 
   "엄마말은 하지마세요." 
   "왜?" 
   "선생님이 우리 엄마때문에 무척 괴로움을 겪었다는 것 알고 있어요." 
   "어떻게 그것을 알았지?" 
   "저는 앞으로 절대 엄마를 만나지 않을꺼예요." 
   "그보다 선생님" 
   "몹시 얼굴이 수척해보이는 구나." 
   "선생님 직장도 그만두셨다면서요?" 
   "으 ㅡ 음 그만뒀어, 마미는 학교에 잘다니고 있니?" 
   "지금은 여름방학중이라 학교에 가지 않지만 그만 둘레요." 
   "아 ..... 모두가 내잘못이지." 
   "그렇지 않아요. 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요." 

   가다기리는 문득 마미를 끌어않았다. 오늘밤따라 마미가 어느때보다도 사랑스런 생각이 
   들며 마치 구세주를 만난것 같은 느낌이 들게된것은 여러가지 주위환경 때문에 있겠지만 
   자기는 한때의 유혹으로 관계했지만 마미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까지 자기를 버리지않고 찾아준 마미가 너무나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그는 마미의 입술에 뜨겁게 키스하였다. 

   "아.... 마미, 사랑해." 
   "저두요. 선생님." 

   그들은 뜨겁게 끌어안고서 키스를 하였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두사람은 지금까지 긴장과 후회가 가슴을 찌르는 죄의식 속에서 완전히 좌절된 생활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그들은 뜨겁게 서로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거리낄것이 
   없다는 듯이 서로를 뜨겁게 흡인하기 시작하였다. 

   "아....... 마미....." 
   "네...... 선생님." 
   "이 지구상에는 우리 둘뿐이야." 
   "그래요. 선생님." 
   "누가 뭐래도 이제는 헤어질수 없어." 
   "저도 그래요." 
   "정말이야?" 
   "약속해요......" 
   "아..... 고마워." 
   "우리 동경을 벗어나 멀리가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으ㅡ음 사랑해요." 
   "나도 마미...." 
   "아무도 아는 사람이없는 먼곳으로 가요." 
   "좋아, 그렇게 하자꾸나." 
   "과거는 모두 잊어버려요." 
   "그래 마미 말대로 모두 잊어버릴꺼야." 

   그들은 모처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뜨겁게 끌어 안았다. 사실 지난날 가다기리
   가 마미를 대할때와 오늘밤과는 전혀달랐다. 

   지난날에는 결혼을 한 자신의 입장에서 한때의 외도였고 더구나 상대는 싱싱하고 발랄하며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풋풋한 소녀의 체취에 반하여 남자들의 흔히 느끼수 있는 성적인 호
   기심과 욕망의 대상어였을뿐 사랑이니 진실이니하는 따위의 거추장스런 감정은 조금도 없
   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되면 곧잘 익숙해지기 마련이며 어떤 절망의 구렁에 빠졌을때는 
   실오라기라도 붙잡으려 한다. 
   그간 두사람은 완전히 진구렁속에 빠져 폐인 직전의 상태였으나 오늘 두 사람이 만나고 보니 
   또다른 느낌이요 감정이다. 어느누구나 그들을 반겨주지 않는 상태에서 두사람은 서로를 의
   지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비록 그들의 죄가 무겁고 용서받을수는 없지만 그러나 누구도 두사람을 떼어놓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다기리는 모처럼 마미의 깊은곳에 자신의 모든것을 불사르고 전신에 피곤함을 느꼈다. 
   어느때보다도 심신의 피로가 겹쳐있었으며 취한상태에서 너무나 추격적인 무리가 피곤함을 
   느끼게 하였다. 

   마미는 뿌듯하고 빳빳한 가다기리의 비밀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아직 그녀의 사고는 단순할 뿐 어떤 깊이있는 판단이란 불가능한 나이였다. 
   무조건 그를 사랑하였고 무든것을 바쳤으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절망의 상태에서 그녀는 어
   느때보다도 뜨거운 사랑과 육체의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마미는 이제서야 사랑이 무엇이고 남녀간의 육체의 비밀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것같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불우하게 자랐으며 따뜻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하였다. 찌들은 가
   난에 생활환경마져 열악한 상태에서 자라다보니 언제나 외롭고 우울했다. 
   타고난 쾌활한 성격이 아니였드라면 아마 정신질환을 겪었을 지도 몰랐다. 가정이나 사회에
   서 따뜻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마미는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것을 바친 
   가다기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지금의 이시간이 행복하였다. 
   
   누가 뭐라고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한다해도 가다기리라는 남자를 너무나 사랑하였다. 
   마미는 다시 가다기리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선생님." 
   "음, 마미." 
   "너무 사랑해요." 
   "그래. 나도 마미를 사랑해." 
   "한가지 물어도 돼요?" 
   "뭔대. 물어봐." 
   "사모님과는 어떻게 하실래요?" 
   "음......... 음." 
   "그후로 만나보셨어요?" 
   "아직 한번도." 
   "만나실거예요?" 
   "글쎄, 내가 원한다 해도 그쪽에서 만나주지 않을꺼야." 
   "그럼 어떻게 하실거예요?" 
   "모두가 끝난일인데 만나서 무얼하겠어." 
   "그럼 이혼을 하신단 말이예요?" 
   "결국 그렇게 되겠지!" 
   "만약 사모님이 무든것을 용서한다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그럴리가 없어." 
   "선생님?" 
   "으ㅡ음" 
   "만약 그렇게된다면 저한테는 신경쓸 필요없어요." 
   "뭐?" 
   "저는 두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어요." 
   "고마워 하지만 그렇게 될리가 없어." 
   "역시 선생님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시는 군요?" 
   "사실이야. 그건 인간의 도리니까." 
   "맞아요. 선생님의 마음." 
   "마미?" 
   "네....." 
   "고마워." 
   "뭐가요?" 
   "마미의 마음씨가 그렇게 고운줄 몰랐어." 
   "아니예요. 저역시 그것이 올바른 길인것 같아요." 
   "아.......... 마미." 

   가다기리는 마미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선생님." 
   "말해봐." 
   "사모님이 아닌 다른 여자라면 절대 양보할 수 없어요." 
   "그래 알았어." 

   두사람은 또다시 뜨겁게 포옹하였다. 가다기리는 다소 안정된 기분으로 마미의 싱싱하고 
   아름다운 여체를 애무하였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자신의 분신을 그녀의 깊은곳에 삽입시켰
   다. 

   다음날 두사람은 도쿄의 변두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으며 새출발을 시작하였다. 
   가다기리는 그날부터 시즈에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어차피 모든것이 끝나버린 상태에서 
   그녀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그녀가 원한다면 법적인 수속도 해줄수 있으며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도 치를 생각이었다. 가다기리는 그녀의 친정집에 가서 살펴보았지만 전혀 모르
   고 있었으며 무슨일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가다기리는 학교에도 들려보았지만 그후 휴학계를 내놓고서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며 주위의 친구들에게 수소문을 하여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가다기리가 시즈에의 절친한 친구 유유키의 직장을 찾아 간것은 그로부터 3일이 지나서였다. 
   유유키는 가다기리를 보자 상대조차 하려들지 않았으며 한마디로 인간적인 모멸을 하고 
   있었다. 

   "무슨일로 오셨어요?" 
   "시즈에의 행방을 알고싶습니다." 
   "시즈에를 왜 찾습니까?" 

   조금은 귀가막혔다. 

   "사과하고 정리할께 있습니다." 
   "그런일이라면 저에게 말하세요." 
   "아닙니다. 본인을 만나야 합니다." 
   "뻔뻔하시군요." 
   "달게 받겠읍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가 또 있습니까?" 
   "저의 죄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쪽이 원하는데로." 
   "시즈에가 무엇을 원할것 같애요?" 
   "위자료 문제와 법적인 수속이겠지요."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시군요?" 
   "꼭 그런건 아니지만." 
   "비열하군요." 
   "네?" 
   "한여자의 행복을 돈으로 해결하겠단 말이예요?" 
   "미안합니다." 
   "모든것은 가다기리씨가 알아서 처리하세요." 
   "네?" 
   "이혼수속도 위자료 문제도 말이예요." 
   "그럼 도저히 만날수는 없겠군요."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알겠읍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를 찾지마세요." 

   유유키는 마치 얼음장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다기리는 멍하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후회의 아픔을 되씹으며 그것을 빠져나왔다. 

   "아아..... 모든게 끝이로구나......." 

   가다기리는 그날로 법적수속을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유유키를 만나 서류와 함께 남은 위자
   료를 건내주기로 하였다. 그는 허탈한 심정으로 집에 도착하였으며 이제는 모든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시간이 갈수록 가다기리는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였고 시즈에가 그리웠으며 그때
   마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더구나 그 원인이 마미에게 있다고 생각될때마다 두사람의 사이는 차츰 멀어져만 가는 느낌
   이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죄가 어찌 마미에게 있는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서 그는 
   세월이 갈수록 폭음을하게 되었으며 점점 폐인이 되고 있었다. 

   낮에는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되면 마미에게 상상도 할수 없는 변태적인 행동을 서슴없
   이 자행하였다. 그는 알콜중독자가 그렇듯이 폭음을 하였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독한술을 
   찾았다. 곁에 있는 마미가 아무리 말려도 그는 듣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폭행까지도 하였고 
   그렇다보니 두사람의 사이는 극한상황에 이르렀다. 
   때로는 울부짖으며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는가하면 닥치는대로 집안의 살림을 두들겨 붓기
   까지 하였다.    
   
   벌써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낙엽이 휘날리는 가을이였다. 하루는 마미가 외출에서 돌아와보
   니 가다기리가 안보였다. 근래에 없었던 일이며 도무지 외출을 하지 않았던 그가 보이지 않
   으니 이상스럽게 여겨졌다. 
   이제나 저제나하고 가다렸지만 밤이 늦도록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다음날 마미는 어
   디를 찾아가볼곳도 없었으며 그저 이때나 저때나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3일이 지나고서 하루는 경찰관이 찾아왔다. 

   "이 집에 마미라는 분이 계신가요?" 
   "네 전데요." 
   "아....... 그러세요." 
   "무슨일로 오셨읍니까?" 
   "네, 빨리 이병원으로 가보세요." 
   "네?" 
   "가다리기라는 분과 어떤사이입니까?" 
   
   그녀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였다. 

   "네, 이집 주인인데요." 
   "그분이 교통사고로 중상입니다." 
   "네?" 
   "이만 실례합니다." 

   마미는 정신이 아찔하였으며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불이낳게 택시를 타고 병원
   에 도착하여 가다기리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중환자실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
   태였으며 면회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담당의사를 찾아가 자초지정을 물어본 마미는 정신이 아찔하였다. 
   만취상태에서 차에치여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중상이며 설령 생명을 건진다하여도 정상인
   이 될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미는 갑자기 설음이 복받쳐 올랐으며 어떻게 하여야할지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우선 가다기리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였으며 어떻게하면 
   그의 목숨을 건질수 있을까하고 걱정할 뿐이였다. 

   몇일있다 일차수술을 마쳤으며 세번째 수술이 끝나고서도 상당기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병원에 입원한지 1개월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회복실로 옮겨질수 있었지만 마미가 만나본 가다
   기리는 이미 지난날의 그가 아니였다. 두눈은 실명상태였고 뇌까지 파손되었으며 간신히 호흡
   만하고 있을뿐 살았다고 할수도 없을 정도로 중상이였다. 

   그의 부모들은 그제서야 가다기리가 이혼을 하게 되었으며 실직상태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고 
   어떤 이유에서 가정파탄이 오게됐는지 아직도 깜깜한 상태였다. 
   마미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였다. 

   어떤 고통도 감수하려 하였는데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비참할 정도였다. 가다기리에게 걸었던 
   기대와 애정이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으며 자신이 타고난 운명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로 만나 사랑을 한남자,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잘못이 있다하여도 자신만은 모두 용서하
   고 받아들일 생각이었으며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고통도 이겨낼수 있을것 같았던 마미는 이제 
   너무나 허탈하고 괴로운 심정이였다. 

   마미는 오늘도 병원에 들려 가다기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다. 
   처참하게 이그러진 그의 얼굴, 두눈은 아직도 하얀 붕대로 칭칭감겨 있었으며 간신히 숨소리만 
   내쉬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처량하게 여겨졌다. 대화도 할 수없는 그의 파리한 손을 붙잡
   고서 마미는 한없이 울고있었으며 때로는 지난날의 회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녀는 자신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불행을 격게된 가다기리에게 한없이 미안하였고 죄스러웠다. 
   만약 자신이 그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불행을 당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도 마미는 가다기리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과 가족들의 태도로 
   보아 자기가 이곳에 더이상 머무를 수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마미는 마지막으로 그날밤을 가다기리의 곁에서 지냈다. 차츰 여명이 밝아올때 그녀는 마지막
   으로 가다기리에게 다시는 만날수 없는 이별의 키스를 하였다. 
   불행한 남자, 세상에 태어나 누구보다 시련을 겪지않고 살아온 그가 자신과 시즈에와의 악연때
   문에 저렇게 불행한 처지가 되었으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였다. 
   
   그녀는 자꾸만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옮기면서 다시는 보지못할 가다기리에게 머리숙여 속죄하
   면서 병원문을 나섰다. 
   마미는 갈곳이 없었다. 
   이제와서 학교를 다닐수도 없었으며 만약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시즈에 선생님을 무슨 낯으로 
   대할수 있으며 많은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무슨수로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엄마를 찾아갈 수도 없었다. 비록 자신을 낳아 준 엄마이지만 완전히 세태에 물들어버
   린 엄마가 자신을 반겨줄리도 없을 뿐더러 주위에 서성거리는 수많은 남성들과의 추태를 더이
   상 보고싶지가 않았다. 

   몇일이 지난 다음 마미는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취직이 되었다. 말이 취직이지 한마디로 고급 
   접대부에 불과했으며 어울리지않은 나이에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우선 먹고살아야 했으며 의지할곳이 필요했다. 

   세상은 요지경속이라 그곳에서의 마미는 시간이 갈수록 인기절정에 이르렀다. 모든 남성들은 
   아직 때묻지 않았고 어린소녀인 마미를 수없이 유혹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남자들의 유혹을 받으면서 때로는 이곳에온 것을 후회도하여 보았지만 그러나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길이 이곳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심을 단단히 하였다. 기왕 들어선 몸 어떻게하던지 돈을 모아야했고 언제인가는 이런
   류의 업계에 군림하고 싶은 욕망도 생겼다. 
   그곳에도 인간미가 있고 남다른 애정도 있었다. 같은 나이의 동료들중에는 자신보다 너무나 비
   참한 생활을 한 친구도 많았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가 사랑에 실패하였고 유혹에 넘어
   가 배신당한 여자들이 대부분이였다. 

   여자의 운명이란 알수가 없는 것이다. 겨울이가고 어느덧 봄이 다가오고 있을때 평소 마미를 무
   척 귀여워하던 사십대 중년 남자가 자리를 같이했다.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그남자는 언어나 행동이 품위가 있었고 언제나 마미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대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짖궂은 짓을 하지않았다. 
   항상 후한팁과 깨끗한 매너의 그 남자는 오늘따라 약간 취한 상태였다. 

   "마미양." 
   "네. 요시다 사장님." 
   "지금 몇살이지?" 
   "열일곱이요." 
   "으ㅡ음. 아직어린 나이군." 
   "손님이 이곳에 있는 아가씨들의 과거를 묻는다면 다들 싫어하겠지?" 
   "어떻게 그렇게 잘아세요?" 
   "하지만 사장님은 예외일수도 있어요." 
   "신뢰한다는 뜻인가." 
   "네, 그래요." 
   "그럼 과거가 아닌 미래의 이야기는 어떻게 새각하나?" 
   "호.....호 사장님도." 
   "왜, 내말이 우스운가?" 
   "우습지 안구요. 미래는 말 그대로 미래인데 무슨 이야기의 대상이되죠?" 
   "하....하. 그건 마미양이 잘모르는 소리야." 
   "그래 무슨말씀인데요?" 
   "나는 한번 약속하면 절대 어기지 않는 사람이지." 
   "그건 잘알고 있습니자." 
   "잘알고 있다구?" 
   "네, 사장님." 
   "그럼 부담없이 내말을 들어볼꺼야?" 
   "좋습니다. 요시다 사장님." 
   "나는 평소 이집에 자주오면서 마미양을 유심히 눈여겨 보았지." 
   "어떤 뜻으로 말입니까?" 
   "흔히 말하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뜻이 아닌 다른 점으로 말이야." 
   "궁금하군요!" 
   "마미양?" 
   "네, 사장님." 
   "언제인가 이런 사업을 할 생각은 없나?" 
   "네?" 
   "놀랄것 없어, 동경에서도 제일가는 레스토랑을 해볼 야망이 없느냐 말이지." 
   "전혀 예상못한 뜻밖의 질문이군요." 
   "마미양은 나이보다 상당히 세련되고 침착한 편이야." 
   "고맙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 
   "그럴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물론 내가 투자를 할 수 있지." 
   "이상하군요." 
   "뭐가?" 
   "왜 하필이면 나같은 어린여자에게 그런 관심을 가지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어떤 인연이겠지." 
   "그 이상은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저로서는 선뜻 이해가 안되는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깊이 생각해서 나한테 말해줘." 
   "좋아요. 사장님의 제안을 생각해보죠." 
   "그런데 사장님?" 
   "뭔가?" 
   "만약 제가 사장님의 의사대로 따른다면 사장님이 저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것인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했는데......." 
   "단순히 동정심인가요?" 
   "글쎄 동정심 하나로 그런 큰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럼 돈인가요?" 
   "돈을 벌려면 굳이 마미양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이 있단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멋대로 상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사장님의 근본뜻을 알기 전에는 영원히 대답할 수가 없을것 같은데요." 
   "솔직해서 좋구먼." 

   요시다 사장은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짖더니 이내 마미를 바라본다. 
 
   "내게는 마미양 같은 나이의 딸이 하나있지." 
   "좋으시겠네요, 물론 예쁘겠지요?" 
   "아무렴, 너무나 귀엽고 예쁘지." 
   "그럼 고등학생이겠네요?" 
   "그렇겠지." 
   "좋겠다. 사장님은 그렇게 어여쁜 딸이 있으니 집에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미양?" 
   "네, 사장님." 
   "그런데 말이야. 불행히도 작년에 사고로 잃었어." 
   "네........" 
   "작년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그만." 
   "어마나, 사장님." 

   갑자기 침울한 표정의 요시다 사장은 짙은 갈색의 위스키를 쭉들이킨다. 

   "여기 한잔 더 따라주겠나?" 

   마미는 그후 요시다 사장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으며 때로는 그의 차에 동승하고 
   드라이브도 하였다. 



     ***** 13장 끝, 14장에 계속...... ***** 





          밀회 14장 



   "시즈에 인사해." 
   "저 하라다 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건강한 체격에 준수한 용모를 갖췄으며 얼른 보아도 순수 일본인은 아닌듯 하였다. 
   날씨 탓인지 반팔에 체크무늬의 바지를 입은 그는 서글서글한 눈매로 시즈에를 바라본다. 

   "정말 미인이십니다." 
   "별말씀을, 저 시즈에예요." 
   "잊지않겠습니다. 그 이름." 

   나이는 30대 전후로 보였으며 짙은 눈썹이 너무나 인상적 이었다. 

   "우리 기장님이셔." 
   "아ㅡ 그렇니." 
   "시즈에. 너 고맙다고 말씀안드려?" 
   "응? 아 ㅡ 고맙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도착하게 된것을."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비행기를 타주셔셔 제가 고맙습니다." 

   세 사람이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타임이 됐을때 유유키는 잠깐 호텔에 내려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시즈에는 낯선 이국땅에와서 하라다라는 남자와 마주 앉아있고보니 묘한 기분이
   였다. 깨끗한 외모에 남자다운 언어와 행동이 별로 싫지않았으며 더욱 이국의 아름다운 야경이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하고 남음이 있었다. 

   "유유키에게 들었습니다." 
   "무엇을요?" 
   "시즈에씨의 근황을." 
   "부끄러워요. 타고난 운명으로 생각합니다." 
   "기분을 전환하십시요. 여기온 목적도 그런뜻이 아닙니까?" 
   "노력하고 있어요. 하라다씨." 
   "자, 춤한번 추실까요?" 
   "어마, 저 춤을 잘못추는데." 

   그때 마침 이곳 쌈바에 맞춰 디스코 음악이 혼합되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수 없이 하라다의 손을 잡고 홀 중앙으로 나갔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동경에서 
   춤을 추기는 하였지만 어쩐지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붉어진다. 수많은 인파가 이리저리 선율에 
   따라 움직였으며 그 사이를 시즈에와 하라다도 즐겁게 뒤쫓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공연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진심입니다. " 

   하라다는 시즈에의 아름다운 용모와 빼어난 몸매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갑자기 음악이 디
   스코에서 조용한 부르스곡으로 바뀌자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서 유유히 홀 중앙을 빠져
   나와 한가한 쪽으로 리드를 한다. 
   그들은 몇번의 곡이 바뀌고서야 자리로 돌아왔다. 

   "정말 춤을 잘추시는데요." 
   "감사합니다. 시즈에씨도 잘추시는데요." 
   "언제 동경으로 가나요?" 
   "3일후에 여기서 떠납니다." 
   "그럼 한달이면 외국에 계시는 시간이 많으시겠네요?" 
   "반반 정도입니다." 
   "그럼 부인께서 별로 좋아하시지 않겠는데요." 
   "하......하, 부인이라구요!" 
   "네, 왜 그렇게 웃으세요?" 
   "그렇게 보이십니까..... ?" 
   "제가 잘못 보았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부인이란 여자는 없습니다." 
   "아.... 그러세요. 제가 실례했군요. 아직 미혼이신데." 
   "그것도 잘못보셨는데요." 
   "네?" 
   "미혼도 아닙니다." 
   "그럼......" 
   "유유끼양이 말하지 않던가요?" 
   "전혀 못들었는데요." 
   "어차피 알게될텐데 말씀드리죠. 사별했습니다." 
   "어마, 어떻게 그런일이." 
   "불치의 병이였죠." 
   "정말 안됐군요." 
   "결혼한지 1년도 안돼서 그렇게 됐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떤 숙명인지 두 사람 모두에게 가슴아픈 과거가 있다는 점이 서로의 침묵을 강요하였는지 모
   를 일이다. 아니면 유유끼의 남다른 배려에서 서로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데이트를 하게 만들
   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밤 유유끼와 시즈에는 밤늦게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유유끼의 말을 들어보니 하라다라는 
   남자를 조금 알것 같았다. 그는 혼혈아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미국사람 
   이었다. 성격이 쾌활하고 남자다우며 동료들간에도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하였으며 아직도 일본
   에는 자기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2년전 결혼하였는데 부인은 일본의 명문대를 나와 어느 어학연구소에 근무하다 하라다를 만나 
   결혼하였으며 주위사람들의 부러움을 살정도로 행복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병이 생겨 
   미국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작년봄에 죽고 말았으며 그후 하라다는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 첫 인상이 어떻니?" 
   "글쎄." 
   "별로 마음에 들지않는 모양이구나." 
   "아니, 그렇지 않아. 쾌활하고 매력적이야." 
   "다행이다. 그 사람과 교제할 생각없니?" 
   "애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 
   "모두 잊어버려. 그리고 시야를 다른데로 돌려봐." 
   "노력할께." 
   "하라다 정말 좋은 남자야." 
   "그런것 같애." 
   "아마 너라면 물불가리지 않을꺼야." 
   "설마 그럴리가." 
   "정말이야. 눈빛 하나만 봐도 알수있어." 
   "미쳤니 나같은 과부에게." 
   "그 남자는 총각이니? 다같은 입장이지."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잖아." 
   "지금까지 수없는 유혹에도 꺼떡않았는데 너만은 예외인가봐." 
   "정말 주위에는 예쁜여자들이 많겠구나." 
   "그건 사실이야. 같은 스튜디어스들 말고도 회사에 얼마든지 있지." 
   "그런데 나같은 여자를." 
   "넌 매사에 그렇게 자신이 없니?" 
   "사실인걸, 어떻게 부인해." 
   "그렇지 않아, 남녀간의 애정은." 
   "아까 하라다가 헤어지면서 뭐라고 한줄 아니?" 
   "뭐라고 했는데." 
   "고맙대. 그런 미인을 소개해줘서." 
   "거짓말." 
   "정말이야. 더구나 내일 다시 만날수 없느냐고 말했어." 
   "그래서?" 
   "한턱낸다면 가능하다고 말했지." 

   유유끼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다음날 일찍이 하라다가 찾아왔다. 
   세 사람이 모닝 커피를 하렸고 차로 시내구경을 나섰다. 
   유유끼는 몇번이고 그들만의 시간을 갖게하기 위하여 자리를 피하려 하였지만 시즈에가 허락
   하지를 않았다.세 사람은 남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상파울로의 이곳저곳과 유명한 곳을 돌아
   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어서야 유유끼는 그들만 남겨놓은채 자기 시간을 갖을수 있었다. 
   시즈에와 하라다는 마치 연인들처럼 이곳의 명소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며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고서 어제밤 그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였다. 

   오늘따라 주말이여서인지 홀안에는 수많은 인파가 밀여들었고 그 중에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두번째 곡에 맞춰 두 사람은 춤을 추기 시작하였으며 아름다운 선율과 조금은 흥분된 상태에서 
   시즈에의 손길은 그의 목으로 손이 올라갔다. 
   하라다 역시 처음과는 달리 마음이 진정된 상태에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 안았으며 어제보
   다는 조금 더 그녀를 끌어당겼다. 
   뜨거운 호흡이 교차되고 서로의 눈길이 마주칠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당겼다. 

   시즈에는 마치 꿈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였으며 그의 믿음직한 가슴을 파고 들었다.  
   감겨있는 실눈은 몽롱한 상태였으며 하라다의 오른손이 자신의 허리를 끌어당길때마다 알수없
   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마치 우물안 개구리가 모처럼 세상에 튀어나와 보니 지금까지 
   갗혀있었던 우물안의 생활이 얼마나 지루했고 무의미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기분이였
   다. 

   지난날의 아픈 추억에 괴로워만하였던 그녀는 하라다라는 남자를 만나고부터 점점 망각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 정도로 하라다는 남성적이였으며 매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점이 큰 위안이 되고 있었다.  

   그의 세련된 매너와 어디에가도 빠지지않는 준수한 용모, 그리고 어쩐지 그의 품에 안겼을때의 
   짜릿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젖어있는 시즈에의 귀에 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면서 속삭였다. 

   "시즈에." 
   "네ㅡ, 하라다씨." 
   "사랑합니다." 
   "어머나......." 
   "진정입니다." 

   다소 거칠어진 하라다의 입김이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때 시즈에는 마치 천국의 계단을 밟고있
   는 기분이었다. 시즈에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덜미를 더욱 끌어안았다. 
   그들이 3일동안 브라질에서 보내고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때 날씨는 벌써 서늘한 가을이 
   다가왔다.


   시즈에는 다시 학교에 나가기로 결심을 하였으며 2학기 수업준비에 바쁜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인편을 통해서 가다기리의 소식을 들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쓰라렸다. 그러나 
   그의 곁에 마미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 그녀는 연민의 정을 느끼지 못했다. 영원히 자신을 버린 
   남자로 생각되었으며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 이제 그녀는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새출발하기
   로 결심하였다. 

   시즈에는 유유끼의 소개로 만난 하라다와 첫사랑의 하다라는 남자가 있다. 
   하라다는 최근에 만난 남자이지만 너무나 그의 환경이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한대서 오는 동질
   감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완전 사로잡고 있었다. 

   이국적인 풍모에 믿음직한 체격과 어쩐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의 사교술에 시즈에는 황홀감
   마져 느낄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의 그와의 3일은 영영 잊을수가 없었으며 그의 애정의 표시 
   또한 시즈에의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반대로 하다는 그와 대조적이었다. 
   물론 그도 남자다운 매력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하였으며 말보다는 실천
   을 중시하였고 언제나 사색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시즈에의 입장에서는 하다라는 남자의 비중 또한 무시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마찬가지 
   겠지만 첫사랑의 남자란 여자의 일생동안 기억에 남아있게 마련인데 더구나 그는 자신때문에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고 있었으며 저번 하계별장에서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간 말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때리고 있었다. 

   첫사랑의 하다. 그는 앞으로 영원히 결혼을 하지 않을는지도 모르며 일생동안 독신으로 보낼지 
   알수가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모든 원인은 자신때문이며 그것은 인간의 비극일뿐이
   다. 그녀로써는 너무나 가슴 아픈 부담일 수 밖에 없으며 어떻게 사죄해야될지 구분이 가지 않
   았다. 

   그도 시즈에 자신이 남편과 이혼하였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겠지만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
   름없이 대할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있는 순수한 애정
   의 표시로 일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같으면 핑계삼아 만나자고 하였을 것이고 마음이 아프겠다고 위로도 하였을 것이고 
   이제는 홀가분하니 무었하나 거리낄것이 있느냐는 표현도 하련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시즈에는 그런 그가 더욱 부담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지구상에서 가장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는 하다일지도 무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는 다른 남자들과 같이 용기있고 저돌적이며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형이 아닌 조용하고 
   품위있으며 육체보다는 진실된 마음으로 시즈에를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녀를 먼곳에 놓아두고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며 받는것보다 상대방에게 주는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그렇기에 지난날 여름별장에서 그는 '영혼과 결혼하게 될꺼야'
   라는 말을 남겼는지 모른다. 
   늦가을도 지나고 이제는 제법 추워지는 초겨울에 들어선 어느날 학교에서 퇴근한 시즈에는 저
   멀리 하다가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도 역시 퇴근길이었으며 회색 바바리 코트가 초겨울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시즈에는 몇번 망설임끝에 걸음을 빨리하여 따라갔다. 

   "하다씨...." 
   "음, 아ㅡ 시즈에." 
   "퇴근하세요?" 

   시즈에도 반가웠지만 하다 무척 반가운 표정이었다. 

   "모처럼 만났는데 차나 한잔 할까?" 
   "좋아요." 

   두 사람이 찻집에 들어섰을때는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어?" 
   "보다시피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하다씨는?" 
   "나야 언제나 마찬가지지." 
   "아직도 집은 거기사시나요?" 
   "물론이지 시즈에는?" 
   "전 당분간 친구집에 있어요." 
   "이제 금주가 지나면 방학이겠지." 
   "정말 세월이 빠르네요." 

   시즈에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지난날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으며 오늘 따라 이발을 하지 않아서인지 얼굴에 수염이 많이 자라 
   있었다. 사실 오늘 하다를 만나고자 한것은 그를 만나게되면 자연히 자신의 가정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한마디의 위로와 서로가 뻔히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남편과 이혼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인데 전혀 그의 입에서 자신의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어떤면에서는 그의 입을 통하여 위로 아닌 위로라도 받고싶은 것이 여자인 시증의 솔직한 심정
   이었다. 자신의 순결을 최초로 바친 남자에게 그런말을 듣는다는것이 괴롭고 가슴아픈 일이겠
   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여자의 공통적인 심리일 수도 있다. 

   "저 이혼했어요." 
   "소문에 들었지." 

   시즈에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별 동요도 없는 담담한 표정 그대로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어떤점이?" 
   "저의 비참한 꼴을 즐기고 계세요?" 
   "그렇게 보여?"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말할수 있어요!" 
   "나는 시즈에의 불행을 우리들의 순수한 사랑에 연관시키고 싶지 않아." 

   시즈에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사실 다른 남자라면 모르지만 하다는 그게 사실이다. 이 남자는 너무나 진실하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시즈에?" 
   "네......." 
   "재혼하지 않을꺼야?" 
   "네?"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며 하다의 본심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새 출발하는 것이 어때?" 
   "하지만 아직...." 
   "그렇겠지, 좀더 시간이 필요할꺼야." 
   "재혼하기를 바라세요?" 
   "당연하지, 그리고 나에게는 신경쓸 필요없어." 
   "아...... 어쩌면." 

   그녀는 자연히 머리를 숙였다. 

   "하다씨도 결혼하세요."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꺼야." 
   "저때문이라면 바보같은 짖이예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뭐예요?" 
   "나는 시즈에가 행복하면 만족할 뿐이야." 
   "그건 잘못된 판단이예요."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같이 있었다. 
   지금까지 서로가 간직하고 있었던 모든것들을 주고 받았다. 
   시즈에는 속이 후련하였으며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이 세상에 자기만을 죽도록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의 애정은 
   끝까지 변치 않으리라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하다씨?" 
   "으음."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대 말해봐요." 
   "이번 겨울 방학때 저와 같이 여행을 떠나요." 
   "뭐, 여행을." 
   "그래요.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원한다면 약속하지." 
   "고마워요. 하다씨." 

   시즈에는 그날밤 한숨도 이루지를 못했으며 한가지 굳세게 결심하였다. 
   어차피 자신은 이혼을 하였고 하다씨의 말대로 재혼을 하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을 끝
   까지 사랑하고 결혼조차 하지 않고 있는 그에게 자기의 모든것을 바치고 싶었고 그것이 마지막 
   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길인것 같았다. 그녀는 여행코스를 짜기 시작하였으며 되도록이면 한적
   한 산사나 전원풍이 풍기는 곳이 그의 취향에 맞을것 같았다. 

   그날은 마지막 수업이였다. 
   이제부터 긴 겨울방학이 시작되며 오늘따라 학생들의 기분도 들떠있는것 같았다. 시즈에는 교
   무실로 돌아와 간단한 쪽지를 써서 하다씨의 책상위에 놓고서 퇴근하였다. 

   두 사람이 다음날 만난것은 기차역 대합실이였으며 동경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이었다. 
   그곳에는 온천이 있었고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맛볼수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두 사람이 여장을 푼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조그마한 여관이였으며 뒤로는 수려한 산이 있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아ㅡ 정말 좋구먼. 모처럼 이런곳에 와보니 무척 기분이 상쾌한데." 

   두 사람은 호수가를 산책하면서 서로가 지난날의 감회에 젖어들고 있었다. 

   "하다씨?" 

   그녀는 조금 앞서가며 그를 불렀다. 

   "하다씨가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것이 있을가요?" 
   "글쎄, 그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어." 
   "저는 이혼한 여자에요." 
   "새삼스럽게." 
   "저는 하다씨와 결합할 수는 없어요." 
   "무슨 뜻이지?" 
   "여자로써 순결하지 못하다는 뜻이죠." 
   "그런건 문제가 될수 없어." 
   "그건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무심히 호수위를 바라보았다. 

   "하다씨." 
   "말해요. 시즈에."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3일이 되게 해주세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데."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수 없으며 영원한 이별이 된다는 뜻이예요." 
   "시즈에의 결심이 확고하다면 받아들여야지." 
   "그러니 저의 진심을 받아주세요." 
   "진심이라니?" 
   "이곳을 떠나면 하다씨도 결혼하세요." 

   그러나 역시 하다는 대답이 없다. 
   두 사람은 노을진 들녁을 바라보면서 호수 주위를 한바퀴 돈 다음 여관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저녁을 마치고 시즈에가 잠깐 나갔다 다시 바으로 돌아왔다. 두사람의 오늘이 있기
   까지는 어디까지나 시즈에의 제안 때문이며 그녀의 결심은 굳은편이다. 더구나 시즈에는 결혼 
   생활을 한 여자이고 하다는 아직도 총각인 셈이다. 
   밖에서는 첫눈이라도 오려는지 매섭게 바람소리가 들렸으며 주위는 조용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끌어 안았다. 

   "아..... 하다씨..." 
   "사랑해 시즈에."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오랜 세월을 기다렸지." 
   "저두요. 당신의 진심에 무척 괴로웠어요." 
   "이제는 여한이 없을 것 같애." 
   "사랑해요..." 

   하다는예상밖의 흥분상태였으며 그녀의 무르익은 여체를 끝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아.....  황홀해..." 

   첫번째의 화산이 폭발할 즈음 하다의 절규가 터져나오고 있었으며 역시 그는 총각이여서인지 
   무척 급하였고 조금은 서두르는 편이었다. 

   시즈에는 지난날 22년간 간직한 순결을 그에게 바쳤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곳은 해변가 모래사장의 끝에 있는 송림사이에서였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할때 두 사람
   은 서늘한 해풍을 맞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을 주고 받았었다. 
   그때는 얼마나 부끄러웠고 그리고 서로가 사랑을 맹세 했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의 품에 
   안겨있을때가 무척 행복하였다고 기억된다. 

   그녀는 하다의 모든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때의 추억들과 지나간 모든 과거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조금은 지친듯 숨소리가 고르지못한 하다의 얼굴에 뜨겁게 키스하며 
   그의 품속을 파고든 시즈에는 잠시동안 그의 휴식이 무척 길게만 느껴졌다. 
   그녀의 표정은 상기되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전신이 쯔거워지고 있었다. 

   "피곤해요?" 
   "아니, 피곤하지 않아." 
   "2년만이군요." 
   "내가 많이 변해 보이죠?" 
   "조금은 그런 느낌이야." 
   "죄송해요." 
   "미안해할 것은 없어. 그게 인생이니까." 
   "그간에 어떻게 보내셨어요?" 
   "무슨 뜻이지?" 
   "2년동안이나 생리적인 면에서 말이예요." 
   "으ㅡ 음. 때로는 외도를 한적도 있지." 
   "사랑하는 여자 있어요?" 
   "너무나 잘알면서 새삼스럽게." 
   "그래요, 당신은 내가 너무 잘알아요." 
   "조금은 싱겁게 생각되지?" 
   "뭐가요?" 
   "남자로서의 구실이." 

   그녀는 얼굴이 어졌다. 

   "괜찮아요. 당연한거죠 뭐." 
   "어떻게 하면 시즈에도 만족할 수 있을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사실 그는 육체적인 면에서는 아직 어린애였으며 경험부족을 자인하고 있었다. 
   시즈에는 그런 면에서 하다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하기 위하여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하다씨?" 
   "으ㅡ 음." 
   "부탁이 있어요." 

   조금 부끄러운 부탁이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말했으려 그것은 하다가 미안해 하고 있는점을 
   해소하기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한번만 만질 수 있게 해줘요." 

   하다는시즈에의 물음에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이내 그녀의 가는 허리를 꽉 끌어안았
   다.

   "얼마든지 좋아." 

   그때부터 하다는 또다시 뜨거운 열기를 내품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시즈에의 아름다운 여체를 
   탐하기 시작하였다. 두번 세번 시간이 갈수록 그는 끝없는 정력을 시즈에의 깊은곳에 퍼붓고 
   있었으며 시즈에 역시 오랫만에 육체의 갈증에서 헤어난 느낌이었다. 

   너무나 뜨겁고 요염한 시즈에는 그 모든 것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처럼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었다. 그들 두사람은 삼일동안을 같이 보내면서 끝없는 꿈속을 헤매다가도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밤이 되었으며 이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행복을 누릴수 없으며 이런 밤을 지낼수 없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힌 그들은 거이 밤
   을 새우다시피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삼일동안 서로를 뜨겁게 불사르고 난 그들이 동경에 도착 하였을 때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 14장 끝,  15장에 계속...... ***** 




              밀회 15장 (완결)


   시즈에의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웠으며 이별의 아픔이 남아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하다씨
   에게 어느정도 부담을 덜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일만에 유유끼가 외국에서 돌아왔다. 

   "잘있었니?" 
   "응. 몇시에 도착했니?" 
   " 일기불순으로 조금 늦었어." 
   "애, 하라다가 꼭좀 만나자고 전해달라던데." 
   "그래, 언제?" 
   "오늘 전화한다고 자리에 있어 달랬어." 

   유유끼는 약속이 있는지 옷을 갈아 입으면서 자꾸만 시계를 바라본다. 

   "너 어디 나갈거니?" 
   "응. 약속이 있어." 
   "애인?" 
   "좋을대로 상상해." 
   "좋겠구나." 
   "너야말로 좋을것 같은데." 

   유유끼는 화장을 고치고서 집을 나서며 시즈에를 바라보면서 한마디 남기고 훌쩍 나가버린다. 

   "나 오늘 못돌아올꺼야." 

   그녀가 간지 10분도 안돼서 전화벨이 울리고 하라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한시간 후 만나 시외로 드라이브길에 나섰다. 오늘따라 하라다는 빨간색의 스포츠카
   를 몰고 나왔으며 그녀를 태운 차는 다소 빠른속도로 교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잘 다녀오셨어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시즈에씨가 없다보니 외로웠습니다." 
   "하라다씨는 하늘에서나 지상에서나 빠른 것을 좋아하시나봐요?" 
   "아ㅡ 하. 속력을 줄이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는거예요?" 
   "왜 두렵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저를 믿습니까?" 
   "물론이지요.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만나겠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죠?" 
   "하하하..... 시즈에씨에게는 거짓이 통하지 않는군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돌아본다. 

   "드라이브겸 저녁식사도하고 복잡한 도시를 탈출하려고 합니다." 

   밖은 몹시 추웠지만 실내는 따스한 스팀때문에 아늑한 기분이였으며 빠른 속도로 비켜가는 시
   골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시즈에씨?" 
   "네ㅡ." 
   "전 이번 여행길에서 한가지 느낀게 있습니다." 
   "뭔대요?" 
   "저번 시즈에씨와 헤어진 후 혼자있고 보니 시즈에씨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라다는 차의 속력을 줄이면서 잠시 옆길에 세운다. 
   그는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뭔가 결심한 듯 옆에있는 시즈에의 손을 쥐어보며, 

   "사랑합니다. 시즈에씨." 

   끝없이 펼쳐진 강변길은 인적이 드물었고 짧은 겨울해가 이제 막 서산을 넘고 있었다. 
   하라다는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바른 손으로 그의 숙인 얼굴을 들고있었으며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에 이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아ㅡㅡ 하라다씨." 
   "시즈에........" 

   그들의 길고 뜨거운 키스는 끝이 없었으며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겨울 휴양지였다. 
   스키장이 있고 온천이 있었으며 동경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고급휴양지였다. 
   
   시즈에의 마음은 방황하고 있었다. 과연 하라다에게 자기의 일생을 맡겨도 되는지 또한 두 사람
   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그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않고 있었다. 
   과연 두 사람이 결합하여 행복을 이룰수 있을지 다소의 의문이 남기도 하였다. 

   두 사람이 야간 스키장에서 내려온것은 밤 9시가 지나서 였으며 간단한 샤워를 한다음 그들은 
   스카이라운지로 갔다. 하라다는 양주를 시켜 시즈에를 향하여 한잔 권한다. 

   "우리들의 만남을 축하합시다." 
   "그래요. 부라보." 

   시즈에는 전혀 술을 못하였지만 그날따라 조금은 취할정도였다. 
   잠시 후 그들은 춤을 추웠으며 서로가 뜨겁게 키스를 하였다. 

   "시즈에. 정말 사랑합니다." 
   "저도 그래요. 하라다씨를 사랑해요." 
   "우리 결혼합시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립시다." 
   "하라다씨, 조금은 시간을 주세요." 
   "왜 두렵습니까?" 
   "아니예요.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하여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좋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시즈에의 마음은 무척 흥분된 상태였으며 무한한 행복감에 도취되었다. 
   다만 얼마전 남편과 헤어진 충격이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으며 몇일전 만났던 첫사
   랑의 하다씨와의 사건들이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하라다와 결혼을 하게되면 다시는 과거와같은 불행을 겪고 싶지가 않았으며 그러기 위해
   서는 모든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오로지 제2의 출발을 위해서 모든것을 바칠 각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라다의 우람하고 넓은 가슴에 안겨 끝없는 행복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어떻
   게 생각하면 이남자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음악은 일본 특유의 트롯트에서 부르스로 바뀌고 있었으며 실내의 조명은 조는듯 깜박이고 
   있었다. 

   "시즈에.." 
   "네....." 
   "고개를 들어봐요." 

   하라다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더욱 끌어안으면서 살며시 입술을 포개온다.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시즈에는 하라다의 키스를 뜨겁게 받아들이면서 그의 목을 더욱 끌어안았다. 

   "하라다씨. 정말 사랑해요." 

   그녀의 몸은 다소 중심을 잃은 듯 휘청거렸으며 그때마다 하라다는 그녀의 요염한 여체를 
   끌어 당기고 있었다. 

   "시즈에ㅡ." 
   "우리 자리를 옮길까?" 
   "그래요." 
   "오늘밤은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겨줘. 시즈에." 
   "두려워요." 
   "두려울것 하나 없어요.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요. 진심으로 사랑해요." 

   두 사람은 자리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한잔을 나누고서 일어섰다. 
   시즈에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가 이끄는대로 따라갔으며 엘리베이터가 정지되고 그의 손을 붙
   잡고 들어선 곳은 너무나 호화스러운 방이였다. 하라다는 방에 들어서자 그녀를 끌어안고 뜨거
   운 키스를 퍼부었으며 시즈에 또한 그의 입술을 끝없이 빨아들였다. 

   "아ㅡ 시즈에." 
   "하라다씨, 사랑해요." 

   시즈에는 그의 뜨거운 키스세례에 정신이 아늑하였으며 하라다의 손길은 그녀의 옷가지를 하나
   씩 벗겨나가고 있었다. 
   불같이 달아오른 하라다의 육체가 시즈에의 마지막 남은 팬티를 내리고 있을때 그녀는 정신이 
   아득함을 느꼈다. 

   "아ㅡ 사랑해." 
   "으ㅡ음 하라다."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으ㅡ음. 부끄러워요." 
   "시즈에. 정말 아름다워." 
   "사랑해요." 

   하라다의 입술은 그녀의 얼굴에서부터 유방을 거쳐 점점 밑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즈
   에의 입에서는 긴 한숨과 함께 끝없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ㅡ 그만, 그만해요." 
   "으ㅡ음 시즈에 사랑해." 

   두 사람은 다같이 성을 알고 있으며 한참 무르익어가고 있는 나이다. 
   어느새 하라다의 분신을 그녀는 뿌듯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하라다 역시 뜨거운 분화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었다. 

   시즈에는 시간이 갈수록 마치 열병을 앓고 있는 듯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격어보지 못한 너무나 충격적이고 황홀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라다의 끝없는 정력이 그랬고 혼혈태생인 그의 우람한 분신이 너무나 그녀를 자극하였기
   때문에 시즈에는 순간 순간 아찔한 절정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아직도 하라다는 끝없이 출렁이고 있었으며 시즈에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고 스를 감긴 그녀
   의 눈동자와 벌려진 입에서는 알수없는 신음이 터지고 있는것을 내려다 보면서 계속 율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윽ㅡ 하라다....." 
   "시즈에......." 

   어느 순간 시즈에는 구름위에 떠있는 기분이었고 오색무지게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듯한 절정의 
   순간을 맞이했으며 그녀의 전신이 부르르 떨리는듯 하더니 하라다의 허리를 죽도록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ㅡ아.... 하라다." 

   하라다 역시 시즈에의 절정에 감염이라도 됐는지 갑자기 몸을 솟구치며 천길만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신음소리와 함께 조용히 쓰러지고 있었다. 

   "아ㅡ 하라다." 
   "으ㅡ음 시즈에." 
   "정말 사랑해요." 
   "시즈에,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입술을 겹쳤다. 

   "시즈에?" 
   "네. 하라다씨." 
   "지금 기분이 어때?" 
   "만족해요. 그리고 황홀했어요." 
   "그렇게 좋았어?" 
   "네. 정말 좋았어요. 하라다씨는 어때요?" 
   "너무 좋았어. 시즈에는 너무 아름다워." 
   "정말이요?" 
   "정말이야. 이렇게 아름답고 요염한 몸매는 처음이야." 

   시즈에는 하라다의 이마에 땀을 씻어주며 다시 한번 그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녀는 너무나 황홀했다. 
   아직까지 시즈에는 오늘밤과 같은 만족감을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남편인 가다기리는 언제나 공식적이였으며 언제나 똑같은 자세의 반복이요 하나의 의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마미를 만나고부터는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저 의무감때문에 가끔 자신의 
   정력을 분산시켰을 뿐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하다는 이야기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아직 총각이였으며 그에게서 어떤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하라다는 전혀 달랐다. 
   우선 신체적인 조건이 달랐으며 그의 끝없는 스태미너와 여자를 마지막까지 애무로 이끌다가 
   어느 절정의 순간에 이르러 그의 우람한 분신을 맞아들였을때 그녀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쾌감을 느낄수 있었다. 뿌듯하다 못해 빡빡할 정도의 그의 분신은 시즈에의 전신을 황홀하게 
   만들었으며 정신을 차릴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만족하게 하여주었다. 

   하라다는 길게 담배연기를 내품었다. 그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너무나 뜨겁고 요염한 시즈에의 여체에 넋을 잃고 있었으며 더구나 남자의 경험이 풍부한 
   그녀의 모션은 하라다의 모든것을 빨아들이는듯 하였다. 유난히 많은 짙은 숲과 풍부한 가슴, 
   그리고 끝없이 움직이는 매혹적인 하체가 하라다의 숨결을 끊어놓고 있었다. 
   지난날 자기 부인은 지나놓고보니 석녀와 다를 바가 없었으며 그간 접촉한 어느 여자도 지금 
   시즈에만한 여자를 접촉해보지 못했다. 

   과연 시즈에는 뜨거운 여자였다. 
   아직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미완의 상태에서 처음으로 하라다라는 남자를 맞이한 시즈에의 
   요염한 여체는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끝없이 출렁이고 뜨거운 분화구로 변하고 있었다. 
   아직도 두 사람은 여운을 달래고 있었으며 너무나 격렬하였기에 휴식도 그만큼 길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날밤 너무나 서로를 탐닉하였으며 새벽이 되어서야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
   다.
   
   시즈에가 집에 도착해보니 유유끼가 먼저 와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고 하였으니 기가 막히는구나." 

   시즈에는 순간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 얼마나 재미가 있었으면 저렇게 얼굴이 홍당무가 될까?" 
   "재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럼 내말이 틀렸단 말이니?" 
   "전혀 틀리지는 않았어." 
   "이제야 실토를 하시는군." 
   "너는 어땠니? " 
   "자꾸만 화재를 돌리지말구 내말에 대답이나 해." 
   "무엇을 말하라는거니?" 
   "애가 딴전피고 있어." 
   "아무일도 없었어." 
   "물론 아무일도 없었겠지, 무슨 전쟁이 터진것은 아니니까." 
   "그냥 같이 있었어." 
   "밤새 마주보고 있었단 말이지?" 
   "짖궂기는....." 
   "내가 짖궂은거니, 네가 거짓말을 하는거니?" 
   "그래. 사실대로 말할께." 
   "이제야 실토를 하시는군." 
   "드라이브를 갔어." 
   "그리고?" 
   "스키장에도 갔구." 
   "또?" 
   "그렇게 보냈어." 
   "그것뿐이란 말이지?" 
   "정말이야." 
   "좋아. 그럼 내가 하라다씨에게 전화해보지." 
   "애는, 뭘 그렇게까지 하려고 그러니." 
   "네가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니까." 
   "그 사람이 청혼을 했어." 
   "뭐? 청혼을?" 
   "응." 
   "그래서?" 
   "조금 시간을 달라고 했어." 
   "알만하다, 청혼까지할 정도라면." 

   유유끼와 시즈에는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유유끼 너는 즐겁게 보냈니?" 
   "우리들은 시내에 있었어." 
   "그래서 어땠어?" 
   "나이트크럽에서 춤췄지 뭐." 
   "그리고는?" 
   "애는 별걸다 묻니?" 
   "궁금하니까." 
   "그보다도 너 그사람과 결혼할꺼니?" 
   "그렇게 될것 같아." 
   "정말?" 
   "으ㅡ 응."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인 유유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하였으며 사실 하라다를 만나게 
   된것도 유유끼때문이였다. 

   "어맛, 그렇게 좋았니?" 

   유유끼는 시즈에의 솔직한 고백에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처음이야, 이렇게 행복하기는." 
   "요 깜찍한게 얼마나 요염을 떨었을까." 

   그 해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두고 하라다와 시즈에는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재혼이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커플이었다. 
   두 사람은 식을 마치고 처음 데이트를 하였던 브라질의 상파울로에 신혼여행을 떠났다. 

   한편 마미는 일주일이면 한번씩 가다기리를 찾아 병문안을 했다. 
   오늘도 그녀는 점심을 먹고서 병원을 찾아갔지만 가다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측에 물어보니 또다시 악화가되어 수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비록 식물인간이 되어있지만 가다기리를 잊지않았고 잊을수도 없었다. 
   그러나 결국 가다기리는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영원히 먼길을 떠나고 말았다. 

   년말을 몇일 앞두고 병원에 찾아간 마미는 이틀전에 죽은 가다기리의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 
   자신으로써는 이유야 어디에 있던 첫사랑의 남자였지만 당사자인 가다기리는 모두가 자기 때
   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렀으니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하였다. 

   마미는 병원에서 돌아와 몇일을 누워있었다. 
   전신에 열이나고 머리가 빙빙돌았으며 정신이 아물거렸다. 그 사이 요시다 사장이 몇번 다녀
   갔으며 그의 정성은 대단하였다. 의사를 그곳까지 보내지를 않나 간병인까지 마미를 위해 보내
   주었다. 

   새해들어 마미는 차츰 회복되었으며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가다기리의 죽음에 대하여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를 잊을수가 없었다. 
   마미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가다기리의 유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둘이서 남긴 사진이며 옷가지들, 그리고 살림도구까지 모두를 정리하여 불태워 버렸으며 
   하루라도 빨리 그의 상념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였다. 

   비록 그를 무척 사랑했고 같이 동거도 했지만 이제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만날수 없는 사람이요 
   어차피 처음부터 이룰수 없는 불장난이였다면 하루 빨리 그 늪속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의 유품들을 정리한 그날밤 공교롭게도 요시다 사장이 찾아왔다. 
   마미는 흠뻑 취하고 싶었다. 

   "사장님, 저 술한잔 사주시겠어요?" 
   "허허 마미가 왠일이지?" 

   그녀는 요시다 사장이 주는대로 받아마셨으며 어느 정도 취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대?" 
   "잃어버렸어요. 잃어버려요." 

   그녀는 취해있었다. 

   "잃어버리다니 무엇을?" 
   "사랑이요. 사랑..." 
   "사랑을 잃어버리다니." 
   "가버렸단 말이예요. 영원히 먼곳으로." 

   요시다 사장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갔지만 더 이상 묻지도 않았으며 끝까지 마미의 마음을 달래려 
   노력하였다. 

   그로부터 1년후 마미는 요시다 사장의 아이를 가졌으며 그녀는 어엿한 부인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경에서 첫째가는 유흥업계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었으며 
   자신의 평소꿈을 성취시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요시다 사장과 식사를 하고 막 차에 오르고 있었다. 
   때마침 빨간 스포츠카 한대가 그앞에 멎었으며 아름다운 부부 한쌍이 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먼저 차에서 내리다 말고 요시다 사장을 발견하자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마미는 차에 오르다 말고 너무나 미남형인 그 남자가 요시다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자 잠시 그를 
   주시하였다. 
   뒤이어 그 남자의 부인이 차에서 내리다말고 마미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아ㅡ 시즈에 선생님." 
   "어ㅡ 마미." 

   하마트면 두 사람 똑같이 서로의 이름을 부를뻔 하였다. 
   마치 굳어버린 석고상처럼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다말고 마미가 먼저 차속으로 몸을 실었다. 

   "저사람 누구예요?" 
   "으음. 우리회사 회장님." 
   "네? 당신 회사 회장님이라구요?"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지?" 
   "그 여자는요?" 
   "잘은 모르지만 2호 부인이라고 들었어." 
   "2호 부인이요?" 
   "응. 본 부인이 딸하나 밖에 없었는데 얼마전에 죽었다는군." 
   "그래요......" 
   "아는 사람인가?" 
   "아니요, 그저 물어보았어요." 

   시즈에는 너무나 놀랐으며 마미가 자기 남편 회사의 회장님과 그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 
   밖이였다. 

   한편 마미는 마미대로 궁금하였다. 

   "저 남자 누구지요?" 
   "응 우리 비행기 회사 기장이지." 
   "그래요?" 
   "아는 사람인가?" 
   "아니예요. 그의 부인을 어디서 많이 본것 같아서요." 

   마미 역시 모든것을 숨기고 있었지만 시즈에 선생님이 어느새 그렇게 변모해 있었는가에 놀라
   울 따름이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으며 남편인 그 남자의 인상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해도 다갈 무렵 회사에서 송년파티가 있었는데 시즈에도 남편과함께 참석했으며 마미역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러나 끝까지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서로가 외면할 뿐이였다.

   여자의 운명이란 참으로 알수가 없었으며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숙명적인 만남에서 너무나 큰 비극을 
   맞이했던 두 여자는 또 다른 입장에서 마주치게 되었으니 이것 역시 그들의 운명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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