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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걸1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볍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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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증기로 인해 엷게 흐려져 있었다.욕실 문이 약간 열려져 있었던 것이다.
베티는 몸에 맺혀 있는 물방울을 다 닦아내자 네글리제만 걸쳤다.그리고 몸을 닦은 타월로 희미하게 흐려진 거울을 깨끗하게 닦았다.
베티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맨얼굴의 피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싱싱하며 탄력이 있었다.2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의 섬세하고 고운 살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시원스럽게 쌍꺼풀진 눈과 적당하게 몸에 붙은 살,그리고 매력적인 입술이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결혼한 지 2년째인 그녀의 남편 제니스 크라이튼은 일류기업인 하퍼 포니터 사에 다니고 있다.그는 실력있는 정치가의 차남으로 사내에서는 타인의 존경과 인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엘리트 사원이었다.
거울속의 베티의 표정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엘리트 사원인 남편도 침대속에서는 귀여운 응석꾸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나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응석꾸러기인 남편을 달래거나 나무라기도 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그럴 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달콤하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더 바랄 나위없는 생활이야'
베티는 거울속의 자신에게 미소를 띄우다가 머리를 감싸고 있던 타월을 풀었다.그리고 젖은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기 시작했다.
긴 머리가 브러시 끝에서 드라이어 바람에 흩날렸다.그 머리카락이 발가벗은 크라이튼의 가슴을 미끄러질 때마다 만족스러워하던 남편의 얼굴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때 베티의 손 움직임이 문득 멈추었다.드라이어 모터 소리에 뒤섞여 거실에 있는 전화벨 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그리고 드라이어를 멈추었다.울리고 있던 전화벨 소리가 멈추는 것이 확실히 귀에 들어왔다.이어 크라이튼의 목소리가 났다.전화를 받은 모양이었다.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곧 끊겼다.
"누구 전화였어요?"
베티는 세면장에서 얼굴을 내밀고 크라이튼에게 말을 건넸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봐.아무 말도 않고 그냥 끊어 버렸어. 누구인지 굉장히 무례하군."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왔다.
이윽고 머리손질을 끝낸 베티은 침실로 갔다.크라이튼은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바짝 붙이고 온더록을 마시고 있었다.
"마실 거야? 베티?"
"조금 마실까요?"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금요일 밤이라구.마셔,마셔.만들어 올 테니까"
크라이튼은 그라스를 옆 테이블에 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볍게 키스했다.이윽고 그의 손이 베티의 허리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네글리제 밑으로 파고들더니 그녀의 하복부 우거진 숲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녀는 몸을 비틀며 웃었다
"장난꾸러기"
베티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누굴까? 이 시간에 전화라니---"
베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크라이튼이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뗐다.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다가 함께 침실을 나왔다.베티는 전화를 받기 위해 거실로 향했고 크라이튼은 거실 입구의 옆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여보세요.카트린 베티입니다."
베티는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그러나 상대방은 아무 말이 없었다.부엌에서 크라이튼이 냉장고를 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여보세요"
베티는 또 수화기에 대고 상대방을 불렀다.역시 아무 대답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수화기를 놓으려고 했다.그 때 나지막하게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네 카트린 베티인데요."
"제니스 크라이튼의 부인 카트린 베티인가?"
탁한 느낌의 낮은 목소리였다.난폭한 말투가 그녀를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
"그런데요,누구시죠?"그녀는 말꼬리에 힘을 세게 주었다.
"크라이튼의 부인 카트린 베티.예전에는 켄사스에서 젠이라 불리기도 하고 루시라고 불리기도 하고.그래그래 엘리자베스 같은 이름을 쓸 때도 있었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베티는 숨을 죽였다.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아이스 박스에 얼음을 넣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다.이윽고 수화기속의 남자 웃음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전화가 끊긴 것이다.베티는 수화기를 살며시 놓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혔다.올려놓은 수화기에 그대로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부엌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그녀는 막혀 있던 숨을 그제야 내뿜었다.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직접 귀에 울려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 전화였어?"
크라이튼이 궁금한 듯 물었다.
베티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벽의 스위치를 눌러 거실 불을 껐다.
"술주정뱅이에요.비슷한 이름인지 아무래도 잘못 건 것 같아요.횡설수설해요.이야기가---"
베티는 어둠 속에서 크라이튼쪽을 향해 말했다.
"아무리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이름이 비슷하면 이야기가 까다로와지겠지."크라이튼은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재안에 올려놓은 그라스와 술병과 아이스박스를 침실로 가져갔다.
베티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용변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굳어진 얼굴을 자신으로서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안에서 그녀는 선 채 심호흡을 되풀이했다.
'진정하자'
베티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캔사스,젠,루시,엘리자베스'
남자가 내뱉은 말들이 귀에서 맴돌았다.그런데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하고도 싶지 않은 그녀 자신의 과거를 누군가가 손톱으로 벗기려고 덤벼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언제까지나 화장실에 있을 수가 없었고 그 일을 감쪽같이 숨겨 넘기지 않으면 안되었다.그녀는 숙이고 있던 머리를 쳐들고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머릿속에 퍼져가기 시작하고 있던 꺼림칙한 과거의 기억을 떨쳐 버리려고 애썼다.그리고 기분 나쁜 전화가 걸려온 것을 남편에게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그것을 남편이 안다는 것은 남편에게 캔사스에서 있었던 과거를 들키게 되는 것이다.그것은 바꿔 말하면 현재의 만족한 생활을 잃는 것이기도 했다.
이윽고 그녀는 두 손으로 굳어진 볼을 비비며 침실로 되돌아와 다.크라이튼은 오디오앞에서 레코드를 고르고 있었다.베티를 돌아본 그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도 웃음지어 보였다.그리고 멋지게 웃어 넘겼다고 생각했다.
베티는 기분을 새롭게 다지며 침대로 올라갔다.헤드보드에 등을 바작 붙이고 온더록 글라스를 입에 갖다 댔다.곧이어 크라이튼이 침대로 돌아왔다.폴 모리아의 낮고 부드러운 선율이 침실로 흘러왔다.
크라이튼은 베티와 나란히 침대에 다리를 죽 펴고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그리고 입을 맞추며 머금고 있던 술을 그녀의 입속에 약간씩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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