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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1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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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마이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앤더슨의 집에서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작자가 있다니!본능적으로 주먹을 날린 마이클은 오늘 저녁들어 두 번째로 놀랐다.그 작은 사내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움직였던 것이다. 단단히 버릇을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마이클의 주먹이 중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강철막대같은 것이 손목을 때렸던 것이다.그는 곧 한발짝 뒤로 떠밀렸다.그리고는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커다란 안락의자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쪽이 우리의 신입 생도이군."

그때 식당 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클은 고개를 돌리고 이 집의 여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엉거주춤 일어섰다.얼굴로 피가 몰리더니 다시 하얗게 질렸다.그는 숨을 고르기 위해 입을 벌리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앤더슨........... 저는............"

"마이클 라가르디아지.알고 있다. 내가 잘모르는 것은 내 집안에서 내 허락도 없이 무분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가 뭔지이다."

앤더슨은 키가 컸으며, 부드러운데라곤 한 군데도 없어 보였다.허리까지 닿는 검은 머리를 목덜미 근처에서 묶고 있었는데 드문드문 은빛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다.마치 드센 여자 기수처럼 보이는게.캔사스의 먼지 날리는 평원이나 아리조나의 언덕에 있어야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았다.목소리는 낮았고 허스키했으며, 말투는 강하고 직선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이클이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좀더 늙었다는 점만 빼면.음.나이를 꽤 먹었겠는데.앤더슨은 쉰다섯 정도로 보였다.마이클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존경심이 담긴 간단한 목례를 보냈다.

"미즈 앤더슨, 죄송합니다.저 자식이 저한테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그래?"

앤더슨은 문지기를 슬쩍 돌아보았다.그 작은 사내는 재킷 소매의 주름을 펴느라 여념이 없었다.마이클은 두 사람이 무표정하게 시선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몹시 야릇한 기분이 되었다.

이윽고 앤더슨이 입을 열었다.

"흠, 라가르디아 선생.이런 식으로 집에 들어오는 건 아주 좋은 방식은 아니야.일단, 서로 인사를 시켜주는게 좋겠군. 자, 훈련코스에 들어온 조련사 마이클 라가르디아군, 크리스 파커선생에게 인사하게.파커 선생은 조련사이다.마켓플레이스에 들어온 것은 라가르디아군보다 좀 오래 됐지.그러니까 파커 선생은 자네보다 선배야."

마이클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이번에는 정말로 쳐다보았다.그는 다시 주저앉고 싶어졌다.초면에 이런 꼴을 보이다니 정말 보기좋군!마이클은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적당한 말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아, 파커씨.제가 정말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제 행동 때문에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크리스의 험악한 눈빛을 보고, 그리고 앤더슨이 조그맣게 '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듣고 마이클은 현기증을 느꼈다.내가 뭘 어떻게 한거지?마이클은 처참한 심경이 되었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마이클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집에서는 오직 노예들만이 실수를 반복한다."

앤더슨의 엄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앞으로 자네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그뿐이다.그리고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이 집에서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알겠나?"

"예"

"그럼 가방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가도록.조안이 방을 안내해줄 거다.파커와 나는 지금부터 자네 기록을 검토해 볼 것이다.좀쉬고 나서 내 사무실로 와라."

그말과 함께 앤더슨은 몸을 돌려서 문을 나갔다.파커가 그 뒤를 따랐다.하녀가 방을 안내해주기 위해 가방 옆에 서있었다.어깨에 찬바람이 감도는 느낌이었다.마이클은 부지중 몸을 떨었다.안좋은 정말 안좋은 대면이었다.마이클은 이 집에 두명의 조련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그리고 이토록 엉망으로 첫대면을 한 건 평생 처음이었다.앞으로는 좀더 잘 할 거야.마이클은 마음을 추스리며 다짐했다.그리고 가방을 집어들고 하녀의 뒤를 따랐다.

"마이클 사비어 라가르디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자람.버클리대 통신학과졸업.어때.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나?"

"녀석은 건방지고 안하무인격인 애송이에요.유치원을 겨우 졸업한 수준이죠.어떻게 저런 녀석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크리스 파커는 아직도 재킷 소매에서 있지도 않은 먼지를 탈탈 털고 있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테이블 위의 서류철에 힐끗 눈길을 주었다.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또하나 지적했다.

"그리고 놈은 겨우 3년차 훈련생입니다!내가 3년차일 때 저한테 말도 안 거셨잖아요!"

앤더슨을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리고 보일 듯 말 듯 눈을 빛내며 주름진 눈가에 미소를 담았다.그러나 굳게 다문 입술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이 친구야, 자넨 달랐어. 난 자네가 어떻게 해나가는가를 보고 싶었어.하지만 지금은.....지난 2년동안 눈에 들어오는 후보조련사를 본적 있나?"

"아뇨,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저는 오래된 하우스들하고만 친분이 있었으니까요. 왜요?그 작자들이 전부 무식한 스물댓 살짜리들이었낭요?"

조련사의 조련사는 자리에 앉았다.폭넓은 검은 스커트가 꼭 비단으로 된 무릎덮개처럼 다리를 감쌌다.

"아니, 전부가 다 그런건 아니었네.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미국인 지원자들 중에서 재능이 있는 사람은 꼭 둘을 보았을 뿐이야.그리고 그 둘 중 조련사로 남아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건 자네 한명 뿐이네."

"제가 사멸해 가는 자들 속에 속해있다는 겁니까?"

크리스는 입 귀튕이를 비틀며 웃었다.그리고 곁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금발머리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서류를 분류하며 두사람의 대화에 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크리스의 손이 어깨를 쓰다듬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그의 손에 키스했다.하지만 손놀림을 멈추지는 않았다.

"아,거 재밌는 얘기군.아니,내가 말하는 건 그런게 아니었네.하지만 내 위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난 해마다 한 명씩 새 조련사를 마켓플레이스에 공급해야 돼.그리고 방금 온 마이클이란 녀석은 그쪽에서 넘겨준 명단에 들어있는 아이들 중에서 최고로 보였어."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입니다.녀석은 아주 예쁘더군요.기분 전환용으로 쓸 만하겠어요."

크리스는 옆에 있는 노예의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손이 여자의 목뒤에 닿자 약한 경련이 느껴졌다.

"그래? 난 몰랐는데."

애던슨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냉혹한 눈이 테이블 위에서 크리스의 눈과 만났다.

"아 물론 그러셨을 겁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그리고 심각하게 서로를 응시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그 톤과 높낮이가 비슷했다.

"원하신다면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크리스가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그리고 갑자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에 흥미가 끌린다는 듯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에겐 갈 곳이 또 있습니다."

"일이 끝날 때까지 여기 있도록 해.여기가 싫지 않다면 말야."

앤더슨은 말했다.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타라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이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늘 그렇듯이 그는 만족스러웠다. 머리카락이 약간 흐트러진 듯 보였으므로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넘겼다.머리카락이 이마 위에 부드럽게 흘러내렸다.얼굴은 깨끗이 면도했고 마음에 들만큼 짙게는 아니지만 고르게 선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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