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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2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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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은 앉아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여긴 분위기가 아주 딱딱하군요!선생님이 방을 나갈 때 일어서는 거하며,이름을 안 부르고 무슨 무슨 선생이라고 부르는 거하며,도대체 언제 긴장을 푸시나요?"

"난 지금 긴장을 풀고 있네."

크리스가 얼굴빛 하나 안 바꾸고 아주 쉽게 그 말을 했기 때문에 마이클은 뭐라고 말을 이을지 몰라 머뭇거렸다.다행히도 복도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앤더슨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이번에는 두 남자가 일어섰다.앤더슨이 마이클의 곁을 스쳐가며 말했다.

"지금이 분명,일할 시간이지,마이키,마이키 맞지?자네를 우리집 사람들에게 소개해주지."

마이클은 입 속에 든 빵을 우물거리며 주스를 벌컥벌컥 마셨다.그리고 앤더슨의 뒤를 따랐다.

만나야 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아침식사를 가져다준 금발 여인은 타라였다.

"타라는 나랑 넉 달을 같이 보냈네.얼마 전 4년 계약을 맺었고 올해가 계약 첫해이지.주인이 타라를 여기로 보냈네.미리 알아서 챙기는 기술을 좀더 다듬도록 말이지.그리고 타라는 많이 발전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

앤더슨의 말에 타라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눈에 거슬릴 정도로 자랑스러워하거나 하진 않았다.마이클은 타라를 재빨리 훑어보았다.현대적인 하녀 제복을 입혀서 분위기를 많이 죽인 느낌이었다.목에는 실버 체인을 걸고 있었는데 그것은 드레스의 목선 아래까지 닿았다.그것은 목줄임에 틀림없었다.녹색 눈이 특이하게 깊고 어두웠다.그리고 유혹적이었다.앤더슨은 말을 이었다.

"타라는 조안이 자리잡도록 도와줄 걸세.그리고 나서 한 달쯤 있다가 여길 떠날거야.조안이 자네 담당이지.두 달동안 우리가 함께 가르쳤는데 조안의 훈련을 마무리하는 일은 자네에게 맡기겠네.자네가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야."

"예.할 수 있습니다!"

"그러길 바라네."

물론 조안은 전날 밤에 본 예쁘장한 계집 노예였다.마이클은 고프가 가르쳐 준대로 그녀의 육체를 다시 감정해보면서 그녀가 어떤 감정을 보이는지 살폈다.경험이 풍부한 금발 머리 여인 옆에서,조안은 평범하고 통통해 보였다.눈은 짙은 갈색이었고 머리는 단풍색이었다.그리고 뺨에는 살짝 홍조가 물들어 있었고,서있는 자세는 타라에 비해 훨씬 뻣뻣했다.그것은 훈련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옷을 전부 갖춰 입는 노예를 검사하는 일은 이상하게 느껴졌다.고프는 훈련중인 노예들이 옷을 입고 있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그는 노예들의 벌거벗은 몸에 온갖 장식을 주렁주렁 다는 걸 좋아했다.그리고 노예가 뚱뚱해지는 걸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앤더슨이 조안에게 다이어트를 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쪽은 마이클,새로 온 후보 조련사이다."

앤더슨의 소개에 타라는, 처음 뵙겠습니다.선생님.하며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말투에선 오로지 성실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하녀 제복은 단조로운 검정색이었고,부엌에서 두르고 있던 에이프런은 벗어놓고 있었다.마이클은 손을 내밀어 타라와 악수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눌렀다.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대신 마이클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는 조안일세.새로 들어온 훈련생이지.조안은 1년동안 일본에 가있었네.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여기서 마무리 훈련을 받고 10년 계약한 주인에게 돌아간다네."

"우와!10년이요?"

마이클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앤더슨은 그가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놀란 빛도 불쾌한 빛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네.조안이 설명하겠지만 조안은 가문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거야."

"그게 무슨 얘긴지 정말 궁금하군."

마이클은 조안을 보고 웃었다.조안 또한 그를 마주보고 미소지었는데 입술이 달콤한 곡선을 그리자 얼굴 전체가 밝아졌다.타라가 조안에 비해 더 예쁘긴 하지만 조안이 훨씬 지미있게 보인다고 마이클은 결론을 내렸다.조안의 엉덩이가 어떻게 생겼을지,그녀가 침대에서도 웃음을 터뜨릴지 마이클은 궁금해졌다.10년이라!얼마난 긴 계약 기간인가!딴 생각 안 하고 앤더슨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 좀 어려워졌다.

"자네는 조안의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걸세.난 자네가 자세하게 기록해두길 바라네.그리고 훈련의 진전 상태에 대해 매주 보고서르 제출해주게.그리고 노예를 사용하고 조련하는 일을 참관하도록 하게.하지만......"

앤더슨은 엄숙한 표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처음 한 달 동안 내가 짠 스케줄에 들어있지 않은 어떤 행위를 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나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네.알겠나?"

"알겠습니다."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여기 조안의 서류가 있네."

앤더슨은 조안의 서류를 건네 주었다.그것은 꽤 묵직해 보였다.

"오늘 오후에 조련사로서 조안을 면담하도록 하게.그리고 면담과정은 반드시 녹음해 두고 테이프는 라벨을 붙여서 보관하게."

마이클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한시라도 빨리 서류를 보고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빈센트가 할 일이 너무 많을 때는 먼저 나한테 얘기할 걸세.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어서 빈센트가 직접 도움을 청한다면 자넨 빈센트가 부탁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주어야 하네.그 밖에는 자네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하게.난 자네가 잘 배우기를 바라네."

"제가 여기 와있는 이유가 그거 아닙니까?"

"좋아,타라 나랑 같이 가자.조안,너는 하던 일을 계속 해라.그리고 마이클 자넨 서류를 검토하게.난 오전에는 계속 바쁠 거다.조안은 오후 두 시쯤에는 한가해질 테니까 그때 면담을 하면 되겠지."

그 말고 함께 앤더슨은 팔찌를 찰랑거리며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를 남긴 채 방을 나갓다.머리채가 검은 베일처럼 뒤에서 펄럭거렸다.타라가 우아하게 그 뒤를 따랐고 조안은 무릎을 살짝 구부려 마이클에게 인사를 한 뒤 바삐 이층으로 올라갔다.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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