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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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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12

꼭꼭묶어라 1 563 0
사내들이 말을 뒤에서 듣고있던 창민은 골목안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사내들을 불러세웠다

"말씀좀 묻겠습니다"

사내들은 창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더니 뭐하는놈인가 싶은 표정으로 창민을 쳐다보았다

"왜그러시죠?"

보통 사투리가 튀어나와야하지만 창민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공손한 말투를 내비친 마른사내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의 입에서 나올 말투가 아닌것이다.

체격좋고 그저 잘생긴 사내일뿐인데 마른사내는 왠지모를 위압감에 자신의 말투가 달라지는걸 느끼고는 머리를 긁적인것이다
이해못할일이나 거짓말을 할때 만 나오는 버릇인데 지금 그 버릇이 나온것이다

"좀전에 정식이라고 하신분이 혹 홍정식을 말씀하시는거 아닙니까?"

창민은 혹시나 하는기대를 가지고 조심스레 물어보았고 이내 자신이 찾는 예전의 그 홍정식이 맞다는걸 알아차렸다.
사내들은 창민의 입에서 홍정식이라는 이름 석자가 나오자 갑자가 경계의 빛을 내비쳤던 것이다

"누구신데 우리 형님이름을?"

근육질사내가 마른사내 옆으로 오더니 의아한 얼굴로 창민을 쳐다보았다.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였지만 창민의 얼굴에 번지는 희미한 웃음을 보고는 악의를 가진 사내가 아니라는것을 눈치채고는
이내 몸에 힘을 풀었다.

"정식이 지금 어디있습니까?"

"우리 형님을 아십니까?"

마른사내는 창민의 물음에 대꾸없이 다시 되물었다

창민은 사내의 되물음에 사람좋은 미소를 흘렸다.
의외로 쉽게 정식을 찾았다는 생각에 창민은 오랫만에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기분좋은 쾌감에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릴때 친구란 이런것이다.

아무런 조건없이 이해없이 그저 얼굴본다는생각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기분좋게 만드는것이다.

사내들은 그냥 말없이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는 창민을 보고는 혹 약간 맛이 간놈아닌가싶어 그냥 창민의 행동을 곁에서 바라만보고있었다.

"혹 지금 정식이한테 연락할수있습니까?"

"연락이야 가능하지만...."

"그럼 까까머리친구 창민이 찾는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창민의 입에서 창민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마른사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창민이라고 하셨습니까?"

눈이 휘둥그래져서 되물어오는 마른사내를 쳐다보며 창민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워메..워메..이것이 뭔일이다냐"

"왜그러는데?"

근육질사내가 물어보자 마른사내의 입에서 대번 욕설이 터져나왔다

"왜그러긴 잡넘아 바로 이분이 정식이 형님께서 수시로 야그하시던 그형님 아니냐"

".................."

"아직도 생각이 안나냐 이 닭대가리야?"

마른사내의 채근질에 기억을 해낸것일까 근육질 사내역시 마른사내처럼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같이 폴짝 폴짝 뛰었다

사내들이 행동에 오히려 창민이 당황해했다.
자신의 이름을 아는것도 이상하지만 덩치가 산만한 사내들이 골목에서 폴짝 폴짝 뛰어대니 안이상하면 그것이 더 이상한것이다

"야 부싯돌?"

마른사내가 뒷쪽에 서있는 사내를 불렀다.

"예 형님"

"너 지금 좃빠지게 사무실로 뛰어가 정식이 형님한테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고 빨리 전화 혀라 "

"그렇게만 전하면 됩니까?"

"그려 잡넘아 아직도 안가고 뭐하고 자빠졌냐?..빨리뛰어가라니까"

마른사내가 다리를 들어 걷어차는 자세를 취하자 부싯돌이라고 불리운사내는 걸음아 나살려라 골목끝쪽으로 달려갔다

"저기 창민이 형님이라고 하셨죠?"

"아..예..."

"아따 말씀낮추십시요..정식이형님 친구분이면 저희들 형님도 되시니까 "

"그래도 초면에 ...."

창민의 말에 근육질 사내가 마른사내를 자신의 뒤로 잡아당겨 밀치더니 창민에게 허리를 꾸벅숙였다

"말씀 놓으시구요..저 영등포 삼손 이성수 라고 합니다...잘부탁드리겠습니다..형님"

이성수의 손에 밀린 마른사내는 기가막힌듯 뒤통수를 쳐다보더니 손바닥으로 이성수의 뒷통수를 냅다 갈겨버렸다.
곰탱이같은놈이 이럴때는 행동이 빠른것이다.


사무실이라는 소리에 좀 번듯한 곳인줄 알았던 창민은 똥치골목을 끼고 허름한 철공소 골목쪽으로 들어가는 이성수와
마른사내의 뒤를 쳐다보고는 다시금 골목의 건물들을 쳐다보았다.
저쪽 신세계와 경방필쪽과는 비교할수없이 허름한곳에 사무실이 위치했던것이다

목조로 된 이층계단 삐걱거리며 올라가자 외관과는 틀리게 제법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원룸식으로 내부구조가 되있지만 칸막이로 구분을 지어놓아서 일반회사 사무실 분위기가 묻어나왔다.

체력단련장까지 겸하는지 이층 여기저기에 운동기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칸막이 쳐져있는곳만 그래도 청소를한듯
깨끗했지만 매일 여자들 화장품냄새속에서 살던 창민의 코에 홀아비냄새가 짙게 들어왔다.

이성수의 안내로 쇼파에 앉으려고 할무렵 계단쪽에서 쿵쾅거리는소리가 들리더니 덜렁거리는 사무실문짝이 그대로 떨어져나가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정식의 모습이 창민의 두눈에 들어왔다.
정식역시 짧은순간 창민을 쳐다보더니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그대로창민을 향해 달려왔다.

사내들의 포옹이 이처럼 아름다울수있을까?
이성수와 마른사내는 자신들의 형님인 정식의 두눈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는 콧등이찡해지는걸 느꼈다.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없는 자신들의 우상이 창민이라는 사내를 안고서 우는것이다.
그냥 서로 얼싸안은체 서로의등을 두손으로 탁탁 치면서 눈물만 흘리는 두사내에게서 설명할수없는 진한 우정이 느껴졌다

창민과 정식은 다시한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말없이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백마디말이 뭐가 필요한것이가..
이렇게 서로 건강한 모습을 확인했으면 그걸로 족한거지 또 뭐가 필요하단말인가..

한참을 서로의 등만 두들기던 창민과 정식은 사무실한켠에 마련돼있는 쇼파로 걸음을 옮겼다
걷는동안에도 정식이 창민의 손을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창민의 팔목에 힘줄이 돋아 올랐다.
예전에도 그랬다.
정이라는걸 모르고 자란 정식은 자신이 손을 꼭잡는걸로 창민에게 우정을 표시했었는데 아직도 그버릇은 여전하다는
생각에 창민도 손을 맞잡아 주었다

"어떻게 지냈냐"?

정식이 전화기옆 담배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물고는 한개피 불을 붙여 창민에게 내밀며 입을열었다

"보다시피"

짤막한 창민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어보인 정식은 뒤에서있는 이성수를 불렀다

"예 형님"

"당장 애들 다 들어오라고 연락하고 김마담에게 차좀 가지고 오라고하고.."

"예 형님"

이성수는 정식의 말이 떨어지자 커다란 덩치를 쿵쿵거리며 계단쪽으로 뛰어갔다

"임마야 살아있으면 소식이나 전하고 살지..무심한자식"

정식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서운하다는듯이 창민을 바라보았다

"임마..무소식이 희소식아니냐.."

"그래도 이눔아야 내가 시상천지에 너말고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어딨다고 그렇게 갑자기 연락을끊노 끊긴.."

몰멘소리가 정식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내심 창민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여기저기 ..그렇게 살았다"

자세히 살아온 얘기를 안해도 이해해줄 친구기에 창민도 더이상의 깊은말은 하지않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냐?..사무실은 또 뭐고 동생들은?"

창민은 정식의 얼굴을 쳐다보며 궁금한 얼굴을 했다

"아?..이거?...우째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

정식은 약간 쑥쓰러운듯 창민을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직이냐?"

"내가 조직이다 임마야"

창민의 물음에 정식은 쇼파뒤에 등을 깊게 묻고는 다리를 테이블위에 얹어놓았다

"어떠냐? 이만하면 내도 영화에서 나오는 조직의 보스같냐?"

짖궂은 미소를 흘리며 창민을 쳐다보는 정식의 얼굴에 장난기가 서려있는것을 눈치챈 창민도 한마디했다

"임마야 니가 조직의 보스면 나는 이나라 대통령이다"

동시에 창민과 정식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이만 먹었지 예전과 같은 행동 같은말투에 창민과 정식은 어릴때로 되돌아간느낌에 기분이 좋아진것이다

정식은 엄밀히 말해 조직과는 무관했다.

운동을좋아했던정식은 그냥 자신이 좋아 쫒아다니는 동생들을 거두고 자신의 어머니가 영업하던 똥치골목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면서

자의반타의반 똥치골목 보안관이라는소리를 듣게됐고 자신의어머니가운영하던 가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를하던
건달들과의 시비끝에 똥치골목에서 기생하던 건달들을 쫒아내게됐고 매달 상당한돈을 갈취당하던 업주들이 십시일반
자의로 경비를 각출해서 지금의 이사무실도얻어주고 다달이 애들 월급과 운영비를 조달해줘 조직아닌 조직처럼
돼버린것이다.

영등포 바닥이 그런지라 정상적인 사고로 생각할수없는 양아치근성을 가진 인간들이 많아 매일 사소한 문제가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정식이 나서서 처리를 한탓인지 영등포경찰서에서도 이제는 정식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됐고 그 때문인지 두성파에서도 대놓고 똥치골목에 간섭을 하지않았다.

그러나 점점 운동하면서 알게된 동생들의 소개로 자꾸 인원이 불어나자 두성파와 태식이 파에서도 내색은 안하지만
정식을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그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고 있는것이다

창민은 대략적인 정식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이기를 좋아하는 자신과는 틀리게 정식은 사람과 뭉쳐있는걸 좋아했다.
어릴때 정에 굶주려서 그렇다지만 실상은 자기 옆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에 정식 자신이 견딜수가 없어서
특히나 운동하는 동생들이 자기한테 온다고하면 성격상 거절을 못할테니 자연히 동생들이 늘어날수밖에 없는것이다

어느조직이든 부피가 커지면 활동 범위도 늘어나야하는것이 정상인데 똥치골목 하나만 보고 많은 인원들을 먹여
살리자니 정식역시 요즘 머리가 아프다며 창민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똥치골목에서 나오는 경비는 한정돼있고 힘넘치는 동생들은 아예 영등포바닥을 접수하자고 난리를 치니
그때마다 정식이 호되게 깡패짓 하려는 놈들은 고향으로 내려가라고 소리를 치며 무마했지만 혈기넘치는 나이의
동생들생각은 정식과 틀렸던것이다

그러나 어디 사람마음대로 뜻대로 세상이 흘러간적이 있던가
때가되면 그 때에맞추어서 일을해야하고 일을 하고싶다고 해도 때가 아니면 그만두어야하는것이 세상이치인데
그것을 아는 정식도 요즘들어 부쩍 신경써야하는일이 많아져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할지경인데 때마침 창민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것이다.

뭐하며 살아왔는지 모를 녀석이지만 창민과 자신 둘이라면 서울 중심부를 장악하고있는 신대륙파 라고 해도
무섭지 않을 정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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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2.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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