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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33

누들누들 1 70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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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은 창민과 정식을 바라보는 홍회장의 안색이 어두웠다

"조금전에 김창용이라는 사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입을연 홍회장은 혈압이 오르는지 자신의 뒷목을 누르더니 입술을 잘근 씹으며 눈을 부릅떴다

"아주 저질적인 인간이더구만 ..총이라도 있으면 얼굴에 한방 갈기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능글맞던 김창용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말을 꺼낸 홍회장이 다시 이를 악물었다

"창민군이 말한 일주일보다 삼일많은 열흘의 말미를 달라고했네.."

말을꺼낸 홍회장이 다시 화를 삭히는듯 입을 벌려 숨을 몰아 내쉬고는

"열흘의 시간을 준다고하면서 그러더군..돈도좋지만 가족의 평화를 생각해야하지않겠냐고"

상체를 곧게 세운 홍회장이 창민과 정식을 바라보며 잇사이로 말을 뱉어냈다

"일이 틀어져도 상관없네..단 ..내게 이런수모를 준 김창용이라는 시러배같은 놈은 용서를 할수가없어"

"고생하셨습니다"

창민은 눈에 핏발이 선 홍회장을 얼굴을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 홍회장이 느끼는 분노의 수위를 알수있을것 같았지만 단순한 말 몇마디로 섣부르게 위로하는 말대신

고개를 숙여보인것이다

"이제부터는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요"

"실망시키드리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처리하겠습니다"

정식이 창민의 말을 받으며 홍회장에게 창민이 했던것처럼 고개를 깊숙히 숙여보였다

이제부터 진짜로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해결을 볼수없는 전쟁터로 빠져드는것이다

"내가 따로 도와줄일은 없는가?"

두사내의 진심이 담긴 목례를 받고 홍회장의 안색이 조금 풀어졌다

"이제 부터는 저희들 계획대로 움직일테니 회장님은 아무것도 모르는것처럼 행동해주시면 됩니다"

"알겠네..내 자네들 시키는대로 함세"

고개를 끄덕이던 홍회장이 몸을일으키다 창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참 김치복인가?..오늘날짜로 전산실 발령을 냈네..장부장에게 지시했으니 그리알고..사무실에

출근할필요는 없어..개인적으로 내가 시키는일이있다고했으니..전산실에는 아무때나 출입해도

상관없고..그리고 보안요원 모집 광고도 좀전에 벼룩신문에 조그맣게 나오도록 지시했으니

나머지는 자네들이 알아서들 하시게나"

"잠시만 이것좀 읽어보시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서는 홍회장을 향해 창민이 준비해놓은 자료를 내밀었다

창민과 정식이 머리를 맞대고 세운 태성백화점과 관련한 준비상황이 간략하게 정리되어있는 자료를

홍회장에게 내밀었고 창민에게서 건네받은 자료를 검토하던 홍회장은 자료속에 자신의 부인이름이

나오자 잠시 멈칫 거리더니 이내 창민에게 되돌려주고는 시청에 일이있어 들어갔다온다며 회장실을

빠져나갔고 회장실을 빠져나가는 홍회장의 뒷모습에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지금부터 전쟁터에 나간다고 생각해라"

지하실 벽면에 부딪쳐 울려퍼지는 정식의 목소리에 동생들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눈을 부릅뜨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내가 너희들을 하나하나 챙겨줄수가 없다..이시간부로 자기몸은

자기가 지킨다...알았나?"

"네 형님..알겠습니다.."

일제히 사내들의 입에서 우렁찬 대답이 터져나오자 일순간 귓속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함께

지하실은 잠시 정적에 파묻혀 버렸다

"일단 사무실로 다같이 올라가자"

정식의 어깨를 툭치며 창민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형..잠깐만"

정식에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창민을 홍성태가 불러세웠다

"어 성태구나..왜?"

"잠깐만 이쪽으로 .."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홍성태의 표정을 바라보던 창민은

"왜?..무슨일있냐?"

말을하며 사무실로 먼저 들어가는 홍성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거.."

창민에게 손을 내밀어 보이는 홍성태의 손에 조그만 녹음기가 들려있었다

"뭐냐?..이게?"

"전철수 오피스텔에서 가지고 온건데.."

"전철수집에서?"

"일단 형이 들어보라고..테잎들이 다 그렇고 그래서 지나쳤다가 우연하게 들었는데.."

창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홍성태는 말끝을 흐렸다

"짜식..뭔데 말을 버벅거려 임마"

홍성태의 손에서 녹음기를 집어든 창민은 위에 볼록 튀어나온 재생버튼을 꾹 눌렀다

"하학..우리 영감좀 처리해줘"

녹음기에서 느닷없이 여자의 신음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창민은 이내 그것이 홍회장부인

정영숙의 목소리인것을 눈치채고는 녹음기 볼륨을 작게하고는 귀에 대고 흘러나오는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조금전에야 나도 들었는데..어이가 없어서.."

홍성태는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창민을 쳐다보며 말을꺼냈다

"개같은년"

어느새 창민의 입에서도 거친 욕설이 터져나왔다

여자가 바람을 피면 몇십년 살 맞대고 산 자신의 남편보다 상대남자에게 정신을뺏겨 모든것을

다준다는것은 알고있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의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상대방남자에게 애원하는

여자는 드문것인데 홍회장부인은 섹스를 하는도중에도 남자에게 홍회장의처리를 몇번이고

부탁을 했던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자신이 갖게될 엄청난유산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인간으로 차마 할수없는 짓을

홍회장 부인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저지르려 하는것이다

이를 악다문 창민은 녹음기에서 테잎을 꺼내들어 손바닥위에 얹어놓고 이내 힘을주어 부숴버렸다

홍회장이 만약 이사실을 안다면 분노와 실망감에 빠져 어떤일을 벌일지 모르기때문에 일단

비밀에 붙이기로한것이다

"아주 쌍년이다..이년은..최소한의 인륜도 저버린아주 쌍년이다.."

낮은소리로 욕설을 내뱉은 창민은 곁에 있는 홍성태를 쳐다보았다

"일단 모르는척해라"

창민의 뜻을 눈치로 알아차린 홍성태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가 맡기로했던 김인식이라는 사내의 조사보다 파이낸스쪽이 급하니 그쪽을 조사하고

성태는 김유철과 민복철을 데리고 인천 연안부두 용창파와 관계있는모든것을 하나도 빠짐

없이 알아두고 철승이는 여기 경리부 장부장하고 비서실여직원들에 관해 눈치채지 않게

조사해라..그리고 난 따로 할일이있으니 정식이는 여기 남아서 태성백화점쪽 애들 배치에

신경쓰고 치복이 너는 전산실에서 태성백화점 사원들 인적사항부터 계좌추적까지 빠짐없이

체크하고 니가 할수있는 조사는 다 해보도록해..할수있으면 경찰청서버를 해킹해서라도 "

숨한번 몰아쉬지 않고 말을 하던 창민이 잠시 멈짓하더니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는 사내들에게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목숨을 걸어라..그러나 반드시 살아남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창민의 눈빛에서 자신들을 걱정하는 느낌을 받은 사내들은 울컥 가슴을 치밀어 오르게하는 무언가에

저마다 어금니를 꽉 물었다

단순한 말한마디에 울컥 눈물이 나오려 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스 사무실 안쪽 대출 창고에는 사람들이 번호표를 끊고 줄지어 대기하고있었다

은행에서 조차 대출받기를 거절당한 사람들의 마지막 종점이라고할수있는 이곳에 어떻게든 대출을

받으려하는 사람들로 사무실 안은 북적거렸다

"형님 밖에서 보는거와는 틀린데요?"

민수옆에 앉아 파이낸스 사무실 곳곳을 살피던 경수가 사무실 규모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티나게 행동하지말고 가만히 앉아있어"

경수의 행동이 혹 파인낸스 사내들의 시선을 끌어 문제가 일어나지않을까 싶은 노파심에 옆구리를

손으로 툭 치며 말을꺼낸 민수는 이내 걱정을 접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자신들을 눈여겨 볼사람들이 없기때문이다

제비들의 버릇때문인지 전철수의 오피스텔에는 파이낸스명함이외에 처음 자신에게 오더를 준 사내의

사진도 몇장 들어있었다

망원렌즈로 찍었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들어난 사내의 옆모습에서 민수는 날카로운 기운이 풍기는

사내에게 왠지모를 서늘한 느낌을 받았던것이다

손아귀에 작게 움켜쥔 사진을 쳐다보며 사무실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는 사내들중에 사진과 동일인물을

찾던 민수의 눈에 뒷모습을보이며 구석진곳에서 건장한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말을 하며 잠시 고개를 돌리는 사내의 옆모습을 보던 민수가 급히 자신의 손에 있는 사진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사내인것이다.

전철수에게 처음 접근해서 홍회장 부인을 지금 이지경까지 만들도록 지시한 사내였다

각 창구에 넥타이를 매고 업무를 보는 사람들과 틀리게 사진속의 사내에게 무언가 지시를 받는

사내들은 하나같이 체구가 건장했다

일반 사무직 직원들이 아닌것이다

사진속 사내에게 고개를 숙여보인 양복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은 이내 사무실 옆쪽 직원들 전용 출입구를 통해

사무실에서 모습을 감췄다

"잠깐 앉아있어라.."

멀뚱이 앉아있는 경수의 어깨를 툭치며 민수가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파이낸스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비상계단으로 사라지는 사내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비상문을 열자 어디선가 거친욕설들이 들려왔다

지하 주차장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인걸 이내 알아차리고는 난간을 잡고 빠른걸음으로 서너계단씩

건너뛰며 지하 2층까지 내려온 민수는 반쯤 닫혀있는 철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차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주차장은 매케한 매연냄새로 가득차있었고 민수가있는곳과 대각선방향에

봉고차 한대와 그앞에 아까 사무실에서 본듯한 사내들과 또다른 사내들이 모여있었고 간간이 민수가

조금전에 들었던 욕설들이 사내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시버럴넘아 그러길래 왜 갚지도 못할 돈을 빌려..쌍녀르새끼야"

"제발 ..선..선생님..조금만 시간을 더..주시면.."

"이런 개새끼가.."

멧돼지를 연상시키는 사내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하는 안경낀 사내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뱉어냈다

"윽."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차장에 머리를 쳐박은 안경낀사내는 신음을 터트리며 꿈틀거렸다

"얼레..이새끼가..어디서?"

멧돼지가 다시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내를 발로 걷어차며 거친 욕설을 해댔다

"우덜이 땅파서 니놈들 뒷치닥꺼리 하는줄 아냐..이 시버럴새끼야"

"죄..죄송합니다..선생님."

"내가 어째 니 선생이냐..호로새끼야"

안경낀 사내에게 욕을 해대던 멧돼지가 다시한번 발을 들어 뒷굽으로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 하는 안경낀 사내의 뒷통수를 내리쳤다

"퍽"

안경낀 사내의 앞머리가 그대로 주차장 바닥에 부딪치며 안경이 박살나며 이마가 금새 피로 물들어버렸다

"너그같은 호로새끼들 땜시 성님한테 우덜만 개박살 나는겨"

말을하며 열이 받는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내를 향해 다시 다가가려하자 이내 옆에있는사내들이

멧돼지를 말렸다

"워째?..내일까지 갚을껴? "

"갚겠습니다..틀림없이"

"그려..갚어야지..안그럼 니 안식구 개벌창만들어서 사창가에 쳐넣어버릴테니"

멧돼지 앞에 무릅을 꿇고앉은 안경낀사내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을생각도 못한체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뒤에서 이런 사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민수는 두손을 움켜쥐며 이를 꽉 물었다

지금이라도 달려들어 사내들을 주차장 바닥에 패대기치고싶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된다는생각에 가만히 사내들의 행동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뭐여?..당신?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일견 보기에도 건달같은 사내둘이 민수를 쳐다보고있었다

"아무것도..차..차를 찾으려고..주차한곳이 헷깔려서요"

"여기있다가 괜히 욕보지말고 빨리가슈"

무서운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는 민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사내둘이 민수를 지나쳐 봉고차쪽으로

건들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파이낸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민수는 대기 의자에 앉아있는 경수의 어깨를 툭치며 입을열었다

"경수야 잠깐 나가자"

"예?."

자신의 어깨를 툭 치는 민수를 쳐다보던 경호는 민수의 표정이 굳어있는것을 보고는 슬며시 일어나

민수뒤를 따라 파이낸스건물을 빠져나왔다

"경수야"

"네 형님"

"강남쪽에서 흥신소 운영하고있는 친구 있었다고했지?"

"예..형님..고등학교동창놈인데..역삼동 부근에 사무실이 있긴한데.."

"그 친구에게 연락좀해라..잠깐 보자고"

"지금이요?"

"그래..지금"

말을하며 파이낸스건물을 쳐다보고있는 민수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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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2.0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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