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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香氣) - 12부|성인야설-토도사 검증 사이트

종교무교 1 839 0
 
 
 
 
 
사정이 생겨 12부를 다시 올립니다. 그냥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야기가 상당히 꼬이는 탓에 약간의 스토리
 
변경을 가해 좀더 쓰기 쉽고 괜찮은 방향으로 고쳐서 올립니다.
 
더 나은 글을 위해서 이니 번거롭다 생각하시지 마시고 재밌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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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통학길의 지하철은 지옥철이라고 불리울 만큼 끔찍하고 징그러운 곳이다. 두서없이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과 그 밀려듬에 대항하여 견뎌보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껴서 빵사이에 낀 햄 마냥 샌드위치가 되어 찌부러져 가는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 치는 곳이 이 아침 시간의 지하철의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기도 한 지하철..밀고 미쳐지고 짜부라지고 자신만의 공간과 편의를 위해 발버둥 치는 그 모습..가히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사람들 틈에 껴서 아둥바둥 대고 있는 나 역시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간신히 손을 뻗어 의자의 철봉을 잡고 있는 나는 동서남북 사방으로는 빈틈 없이 밀려들어오는 여러 사람들에게 밀착 되어 있어 옴삭달싹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사방에서 느껴져오는 압박감에 나는 나지막히 한숨을 흘리며 호흡을 골라갔다.


젠장..난 정말 지하철이 싫어..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누나의 차를 타고 편하게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편하게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나의 운전기사인 누나가 아침 일찍 미팅이 잡혀있다는 이유로 꼭두새볔 부터 나가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는 이곳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어쨌든 학교는 가야 했으니까..근데..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정말 적응 안된다.


이리저리 부벼대며 온몸으로 압박을 가해오는 사람들과 가끔씩 그 옛날 자주하던 돈까스 게임처럼 이리저리 발을 지긋이 밟아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열기에 한껏 더욱 달아올라가는 열차 안의 뜨거움에 나는 폐의 한구멍에 돌멩이가 얹힌건 아닐까하는 정도의 답답함을 느끼며 이리저리 채이는 여린 내 몸을 간신히 두 다리로 지탱하고 있었다.


언제 맺혔는지 내 이마에는 송글 이슬처럼 땀이 맺혀 있었다. 여름이면 은행,버스,다음으로 가장 시원하다는 지하철이였다. 그런 지하철 안에서 땀이라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느낄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대론 안되...어딘가...몸을 피할 곳을.. 휴식이 필요했다. 아니..적어도 어딘가 기대어 쉴만한 공간이라도..이대로 가다간 압사당해 죽고 말거란는 위기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어딘가 몸을 기댈만한 공간을 찾아갔다.


저기다.. 출입구 쪽에 남아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방에서 밀려오는 이 가운데 자리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아..간신히 밀림을 헤치는 타잔처럼 사람들의 숲을 헤치고 나온 나는 목적지에 도착해 숨을 몰아쉬었다. 자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좌석에서 이어져 나오는 철봉에 살며시 몸을 기댈 수도 있었고 웬일인지 이쪽엔 아까 그곳 보다 훨씬 여유가 있었다. 간간히 옆에서 밀쳐오긴 하지만 그것은 아까의 압사 직전의 상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약간의 여유를 찾은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조금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는 길게 이어져있는 한강과 저기 멋있게 늘어서있는 빌딩들..그리고 냉장고의 비엔나 소세지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는 차들이..... 보일 리가 없잖아!!


여긴 지하철이라고...보이는 것은 뭔지 모를 깜깜한 어둠에 어슴프레 비치는 터널뿐...

그래..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운치(?)있는 광경이겠지..


그렇게 몸을 기대고 아침의 터널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던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내 바로 왼쪽 앞에 있는 한명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밝은 느낌의 분홍색의 끈 나시와 그에 맞춰 입은 듯 멋진 조화를 이루는 미니스커트식의 짧은 청치마를 입은 여성은 언뜻 뒷 모습만 보기에는 상당히 상위 클래스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적당히 균형이 잡혀 알맞게 벌어진 어깨와 그에 따라 내려오는 구리 빛 피부의 팔뚝은 그렇게 가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적당한 살집이 건강미를 뽐내며 사뭇 다른 여성스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거기다 가슴께에서부터 멋진 산의 능선처럼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알맞게 들어간 잘록한 허리와 그와 이어지는 밑에서 무언가가 떠받히 듯 보기 좋게 솟아오른 풍만한 느낌의 힙은 웬지 모를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미니라고 할 수있는 짧은 청치마 사이로 뻗어있는 구리 빛의 매끈한 다리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만큼 뭔가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앞의 여성 몸 곳곳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요즘들어 누나와 선생님과의 관계로 여자에 관해서 상당이 눈이 높아져서인지 여자에 관해 고급 감정사(?)가 되어 웬만한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안주던 나였지만 눈앞의 여성은 그 두사람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뭐.. 누나는 누나대로 선생님은 선생님 대로 각자의 매력이 있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되긴 하지만 지금 보이는 분위기와 그와 같이 풍기는 묘한 매력만으로 봤을 때는 어쩌면 앞의 여자가 그 두 사람보다 약간 났다는 느낌까지 들정도로 앞의 여자는 매력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이쁘다...뒷 모습은...근데...이렇게 뒷모습이 멋진 여자치고 페이스가 멀쩡한 여자를 나는 본적이 없다. 모두들 겪어 봤을 것이다. 전지현 뺨치는 몸매를 가진 여성의 뒷모습에 반해 말을 걸었는데 얼굴을 돌리니 전지현은 커녕 K-1의 최홍만 얼굴을 한 여자가 좋다고 웃는 경우를.. 정말 그때 온몸을 덮쳐오는 배신감은 그 얼굴에 냅다 하이킥을 먹여버리고 싶을만큼 큰것이리라.. 뭐..나도 몇 번 겪어 봤고..


그럴때마다 느끼는게 있다면 신은 공평하다는 것.. 하나를 가지면 하나가 모자른다..하나가 있으면 하나는 없다 등의 그런 법칙은 누구에게나 어느 사람에게나 적용되는 법이다. 한마디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어디가 이쁘면 어디가 결점이 있고 또 어디가 문제점이 있고...뭐 가끔씩 우리 누나나 선생님처럼 잘 빠진 100만불짜리 몸에다가 전혀 꿇리지 않는 외모를 주는 등의 그런 실수를 저지르기는 하지만 보통은 아주 보통은 공평하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경우겠지..뭐..그래도 조금 궁금하긴 하다..혹시나 아나 신이 또 한번 실수를 해서 저런 죽이는 몸매에 죽이는 얼굴까지 줬을지...그렇게 내가 눈앞의 여자를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급하게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갔다. 하지만 급작스런 그녀의 움직임에 좀 당황해서 였을까.. 어설프게 시선을 돌린 나를 보았는지 앞의 여자가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나지막히 말을 걸어왔다.


<학생인 것 같으니까 이번 한번은 봐주겠어요...하지만 한번 더 그러면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아요..>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우고 있던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영문도 모른채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한번은 봐주겠다니?? 뭘?? 쳐다본걸 봐주겠다는 건가??

이상함에 고개를 다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앞을 본채 묵묵히 서있었다. 쓰읍...이상하네...그냥 살짝 보기만 했는데...그게 그렇게 기분 나빴나?? 그래도 그렇지 초면에 그렇게 화내듯 말할 건 없잖아..그래 안본다 안봐..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겨갔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얼굴이 어떨지..방금전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볼 기회가 있었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에 나 역시도 급하게 고개를 돌렸기에 자세히 볼 겨를은 없었다. 아..아쉽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앞에 서있는 그녀의 몸이 잠시 움찔거리듯 움직이더니 뭔가를 참고 있는 듯 부르르 떨리다가 순간 나를 향해 홱하고 돌려져왔다. 갑작스레 몸을 돌린 그녀의 모습에 나 역시도 고개를 돌려 잠시 당황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정말...>


뭔가 나에게 화나는 일이 있는 듯 길게 말아 올린 가는 속눈썹을 부들부들 떨며 매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저 영문도 모른채 서있을 뿐이었다. 왜 이러지?? 이 여자?? 이번엔 안봤는데.. 이런 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마주선 그녀를 바라보던 중 순간 그녀의 몸이 살짝 움직이자 순간 뭔가가 홱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내 귀가에 울리며 동시에 따악하는 소리가 지하철 내에 크게 울려 퍼졌다.


뭐..뭐냐...지금 뭐가 지나갔냐?? 갑작스레 터져나온 타격음과 함께 동시에 돌아간 내 얼굴..너무나 빠르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나는 뒤늦게 왼쪽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내 뺨을 때린 눈앞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뭐예요!! 갑자기!!>

<뭐냐니?? 지금 몰라서 묻는 건가요??>


되려 나에게 되물으며 보기 좋게 뻗어있는 짙은 눈썹을 치켜뜨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자기가 뺨을 맞은 것 처럼 화나 있어 보였다. 뭐야 이 여자...진짜..지가 승질을 내네..그 모습에 나는 그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벌어진 지금의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이 마른 오징어처럼 매달려 몸을 다죽어가는 표정으로 서있던 승객들이 갑자기 눈의 생기를 띄어가며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갑자기 쪽팔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이...


<모르니까 묻죠!!>


쪽팔림에 약간 언성을 높여가며 그녀에게 따져갔다.


<하아..참...정말 당신이라는 사람 안되겠군요..>


자신 역시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나를 노려보는 그녀. 그 표정에서는 가득 경멸의 빛이 묻어 나온다. 나는 조금씩 그 모습에 화가 치솟아갔다. 진짜...열받게 하네..


<정말 당신이야 말로 뭐죠?? 왜 갑자기 남의 뺨을 때리는 거죠?? 아무런 이유없이!!>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참..나..알았어요 그렇게 이유가 듣고 싶다면 알려 드리죠..이 변태 치한 놈아!!>


안에 있는 승객들 전원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얼빠진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뭔 소리야 지금...누..누가 변태 치한이라는 거야?? 나?? 차내를 가득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그녀의 발언은 마치 다 꺼져 가는 불씨에 기름을 붙는 것 처럼 차내의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더욱 크게 만들어 갔다.


<누..누가 치한 이라는 거예요??!!>

<누구긴 누구 겠어요..바로 당신이지!!>

<그니까 내가 왜요!!>

<변태 치한이 왜 변태 치한이겠어요..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이런 비좁은 공간에서 실수를 가장해서 내 엉덩이를 만지고 몸을 비볐으니까 그렇죠!!>


당신이 뭐가 연약해!! 뺨때린거 보니까 완전 천하 장사 더만..아직도 얼얼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무슨 소리야..이게.. 다시 한번 큰소리로 나에게 외쳐대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나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 보았다. 까맣고 큰 눈을 잔뜩 부라리며 무섭게 나를 째려보는 그녀의 시선을 보아하니 적어도 그녀가 일부러 나를 골탕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긴 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장난칠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아니라고!!


<왜?? 말이 없죠?? 들키고 나니까 할말이 없나요??>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와서 그런다!!


<제..제가 언제..>

<당신 제 뒤에 있었죠??>

<네..그렇죠..하지만...>

<제 뒤에서 누군가가 제 엉덩이를 만졌어요...제 뒤에는 당신이 있었고요 이보다 더 정확한 증거가 또 있나요??>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듯이 당당한 얼굴을 하고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 모든 승리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젠장..조금씩 말발이 밀리는 걸 느낀다. 반박을 할려고 해도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해도 이 여자는 들을것 같지도 않고.. 어느덧 주위의 승객들은 반 이상이 여자의 말에 넘어가 나를 벌레보듯 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꽤 보였다.


<그리고..아까 당신 제가 쳐다 봤을때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죠??>

<그..그건...>


그냥 쳐다 보다가 민망해서 돌린거구!!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확인하 듯 물어오는 그녀. 나는 미쳐 거짓말을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을 꺼냈다.


<그..그러긴 했죠..하지만...>

<자 봐요...당신 맞잖아요...>


그냥 쳐다 본것 뿐이라는 뒤의 말을 끊어 버린채 거 보라는 듯이 다시 한번 나를 지목하는 그녀는 날씬한 허리께에 손을 올리며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웬지 나 엄청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뭔가 말을 꺼낼데 마다 저 여자가 말을 막아버리는게 내가 할말을 못하게 한다. 아니 얘기도 꺼낼수 없게 나를 몰아붙이는게 더 맞을 것이다. 소리라도 지르며 화를 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주위의 여론이 더 나빠져 상황까지 악화 될까 그럴수 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한테 차마 손찌검을 하거나 욕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진짜 쓰레기나 하는 짓이니까..그래도 뭔가 좀 억울하다...완전 구석에 몰린 쥐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제가 그때 경고 했었죠...한번 더 하면 저도 못 참는다고..자..이제 어쩔거죠 변태씨??> 


이제는 아예 확정을 한듯 말끝마다 변태씨를 붙여가며 나를 조롱하듯 말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복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아...진짜..답답하다...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봐도 전혀 들어줄 기색이 아니다 눈앞의 여자든 주위의 승객들도..


<무슨일이래...>

<아니..저 남자애가 저 여자 엉덩이를 만졌다나봐...>


안만졌어!!


<어머..진짜??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 그런데..>

<멀쩡하게 생기긴..딱 봐도 변태 끼가 있어 보이는데..>


누가!! 나한테 끼자 라곤 삼시 세끼밖에 없어!!


<진짜 그렇네..어머...어린 학생이 왜 저런데..진짜..>

<아직도 저런 놈이 있나..하연튼 저런 놈들은 다 잡아서 거시기를 잘라야돼!!>


니꺼나 뜯어!! 내꺼 뜯으면 넌 아주 맞아죽을 꺼다..우리 누나한테..


나를 쏟아져 내리는 승객들의 야유와 매서운 눈초리가 내 몸 구석구석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이제는 완전히 승객들의 대부분이 내가 이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사실을 100퍼센트 인정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진짜 저 아니라니까요!!>


다시 한번 절규하듯 소리치는 나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그녀는 콧방귀를 끼며 냉정한 웃음을 띄어갔다.


<그럼 도둑놈이 자기가 도둑놈이라고 그래요?? 미쳤다고??>


하아..진짜...이 여자 아주 작정 했구나...


<어이구...학생..이런데서 그러면 안되지..아무리 여성분이 이뻐도 그렇지 그렇게 하면 쓰나??>


내 옆에서 있던 한 남자가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옆에서 거들어 온다. 뭐가 재밌는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재수없게 쫙 찢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이렇다할 변명도 하지 못한채 얼굴을 억울함에 얼굴을 일그러 뜨릴수밖에 없었다. 젠장..이러다간 진짜 변태로 찍히겠다..


<잠깐만요...그 학생은 아니예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뜻밖의 구원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소리가 들려온 그곳에는 올곧은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서있는 장신의 미녀가 우리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시원한 파란색 계통의 반팔 블라우스를 걸치고 있는 그녀는 굵은 느낌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날카로운 얼굴선과 잘 어울려 멋진 인텔리 여성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슨..소리죠?? 그게??>

<말 그대로예요..저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는 얘기죠..>


언제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의 주인공인 그녀와 나를 중심으로 생긴 원의 공간으로 들어온 그녀는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내 옆쪽으로 다가왔다. 약간 떨어져서 봤을때는 몰랐지만 옆에 다가온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더 키가 컸다. 옆에선 나보다 한 뼘정도 키가 컷으니까.. 힐을 신고 있어서 그런 것이 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감안 하더라도 여자인걸을 생각하면 정말 장신이라고 불리울 만큼 긴 몸이었다. 그렇다고 길기만 한건 아니었다. 큰 키에 맞춘듯한 적당한 어깨와 길고 블라우스 소매로 빠져나온 가늘고 긴 팔은 최적의 비율을 맞춰 그녀의 긴 몸을 균형감 있게 만들었고 약간 마른듯 하면서도 적당히 살집이 붙어 알맞게 부풀어 올라있는 엉덩이를 타이트하게 감싸고 있는 감색의 스커트 사이로 빠져나오는 긴 다리는 그녀의 긴 몸을 더욱더 부각시키며 늘씬하게 보이게 했다. 차분한 느낌으로 조용히 내 옆에선 그녀는 마주 서있는 내 앞에 서있는 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저 사람은 제 뒤에서..>


내 옆에선 그녀의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나를 향해 죽일 듯이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진정된 목소리로 조심스레 되물어 갔다. 사람 차별하냐?? 나한테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더니..참...


<예..맞아요..이 학생은 그쪽 뒤에 있었죠..하지만 그게 다예요..이 학생은 그냥 뒤에서 당신만 힐끗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그건 제가 봤구요..>


그녀의 대답에 눈 앞의 여성은 조금씩 흔들려가는 표정을 짓는다. 저렇게 알리바이까지 증언해주는 증인이 나타났으니 더 이상 나에게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나한테는 죄가 없다는 소리였다. 나를 향해 표독스럽게 노려보던 매서운 눈빛은 어느새 거둬 진지 오래였고 조금씩 그녀의 얼굴엔 낭패의 기색이 떠올랐다. 거봐...나 아니라고 했잖아...말 안듣더니만..


<그럼 누가..제 뒤에는 이사람 밖에 없었다고요..>


글쎄 난 아니라니까!! 다시 한번 손가락을 나에게로 가르 키며 바라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까와 같은 확신과 힘은 없었다. 아마도 자신 역시 조금씩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 맞아요.. 당신 뒤에는 이사람 밖에 없었죠...하지만 그 뒤에는 다른 한명이 더 있었어요..바로...>


잠깐 뜸을 들이듯 말끝을 흐리던 장신의 미녀는 이내 손가락을 들어 한명을 지목해갔다.


<바로 당신이예요.>


마치 만화책에 나오는 탐정처럼 멋지게 누군가를 지목한 그녀의 손가락 끝은 아까 여자 옆에서 연신 거들며 내가 치한 취급을 받는데 일조를 한 그 재수없는 남자를 가르키고 있었다.


<뭐..뭐야...무..무슨 말이야..내가 범인 이라니...>


갑작스레 자신을 가르키며 범인임을 지목하는 장신의 미녀의 모습에 그 재수없는 남자는 말까지 더듬어가며 당황한 표정을 지어갔다.


<말 그대로에요..당신은 저 학생 뒤에 서서 몰래 손을 뻗어 저 여자분의 엉덩이를 만졌어요.. 워낙 비좁은 공간이었기게 저 여자분은 누구 손인지 몰랐을테고 저 학생도 고개를 아래로 내를 정신이 없었으니 당신의 손이 넘어 오는 지도 몰랐겠죠..>


그랬어?? 어쩐지...아까부터 나 몰릴때 옆에서 깐주작 깐주작 거리더니... 나한테 뒤집어 씌울라고 했던 거였구나.. 못된 놈이네 아주..


하나하나 요모조모 따져가며 조리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의 표정을 지어갔다. 더군다나 저기 보이는 남자는 딱 보기에도 뭔가 질이 안 좋아 보였다. 촌스럽게 보이는 꽃 남방에 딱 달라붙는 면바지, 거기다 기름기가 잘잘 흐를 정도로 젤을 바른 머리는 딱 보기에도 양.아.치.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점점 자신에게 불리해 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것일까?? 그가 사뭇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그 미녀를 노려 보았다.


<당신..어떻게 확신하지?? 내가 범인 이라는 걸?? 봤냐고 당신이!!>

<네..봤어요.>


양아치 놈의 험악한 위협에도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그의 표정이 점점 더 구겨져갔다. 할말 없겠다..저놈..


<그..그걸 어떻게 믿어!! 즈...증거!! 증거를 대보라고!! 당신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몰아치는 게 어떤 짓인지 알아?? 명예 회손죄로 고발할수도 있어!!>


어이구..명예회손씩이나?? 그전에 니가 먼저 성추행 죄로 고소 당할껄??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채 그를 그의 시선을 받아갔다.


<없지?? 없잖아..증거..그러니까..난..>

<있어요.>

<엥??>

<증거 있다고요...여기..>


보란 듯이 손안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보이는 그녀.


<여기 카메라에 찍혀 있어요..아까 당신이 두 번째로 만졌을때 혹시나 몰라서 찍어 놔거든요..>


결정타에 가까운 그녀의 공격에 마지막 배짱을 부리고 있던 그의 이제는 완전히 똥닦은 휴치처럼 구겨져 있었다. 다시한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야유와 비난의 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저 진짜 변태 놈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난 그것보다 저 여자가 더 신기하다..언제 찍었데..그걸...그 찰나에 시간에...준비성이 철저한건지..아님 치밀한건지.. 날 구해준 은인이긴 하지만 은근히 무섭다..


<뭘 봐!! 이 새끼들아!!>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 것일까?? 거칠게 소리를 지르며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리는 그는 사람들을 위협하듯 거친 욕설을 내 뱉어갔다.


<그래..내가 그랬다..이 썅년아..하하..저 년 봐...저렇게 자기 좀 따먹어 달라고 잔득 꼴리는 차림새로 있어서 원하는 데로 좀 만져 준것 뿐인데 그게 뭐 잘못된건가??>


이제 완전히 자포자기 한 듯 징그러운 웃음을 띄우며 음탕하고 저속한 말을 내뱉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의 인상이 일그러져 갔다. 연신 내 앞의 여자와 자신의 범행을 밝힌 장신의 미녀를 향해 욕과 음담패설을 늘어 놓고 있는 그를 향해 불쾌한듯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래도 불량해보이는 것 모습과 몸에서 풍겨나오는 저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그런것이리라...잘못 나섰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손해나는 것은 자신일 테니까..


<어이..거기 좇 꼴리게 이쁜 아가씨..나랑 한판 뜰까?? 차림새 보니까 아주 쌕쓰는 소리도 잘쓰게 생겼는데...이래 뵈도 내가 아주 죽여준다고..흐흐 어때??>


말 대로 섹시한 자태를 풍기는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뱀 눈처럼 훑던 재수없는 진짜 변태 놈은 더러운 농을 그녀에게 지껄여 갔다. 저거 진짜 변태 새끼네..근데..저 여자 왜 가만히 있냐?? 정작 변태 놈의 농을 받고 있는 여자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워서 그러나?? 설마..아까 나한테 그렇게 치고 나온 걸 보면 남자한테 덜덜 떨 타입으로 보이진 않았다. 아님 내가 만만해서 그런 거였을 수도 있고..하하..


이제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드러난 그녀의 고운 어깨에 투박한 손까지 얹어가는 그. 그런 그의 행동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무 저항도 하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서워하기는 커녕 살며시 미소까지 지어보이는 여유까지 보여왔다.


<그러셔?? 그렇게 죽여줘??>

<흐흐..당근이지...내가 한번 박으면 좋다고 난리 치는 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한번 확인해볼까??>

<이야.. 아가씨 정말 성격 화끈한데..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내가 했다고 할걸 그랬어..

그럼 다음 역에서 내릴까??>

<아니...그럴 필요 없어..지금 확인 해보면 되니까..>

<지금?? 지금 여기서 어떻..악..>


하던 말을 잇지 못하고 갑자기 인상을 구기는 그. 아까처럼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아니라 마치 몹시 아픈 듯 입까지 벌려가며 얼굴을 일그러 뜨려가는 그의 눈가에는 물기까지 맺혀 반짝이고 있었다.


스르륵..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무너지 듯 주저않는 그는 아랫도리를 쥐어 잡으며 뭔지 모를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허리를 웅크려 갔다. 마주보고 있던 그녀가 그의 낭심을 정확하게 무릎으로 가격한 것이었다.


<뭐야..크다메...무슨 감촉도 없구만...>


그런걸로..알수 있어?? 실망했다는 듯 깔보는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 보는 그녀는 웬지 모르게 잔인해 보이기까지 하다. 진짜..무섭다..저 여자..저 놈이 범인이라는게 안밝혀졌으면 내가 저꼴을 당했을꺼아냐? 워...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린다..끔찍해...


그렇게 한순간 졸지에 전철 치한으로 몰릴 뻔 했던 사건은 일단의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옥에 빠졌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기분을 느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역에서 내렸다. 에고..힘들다...잠깐의 일이었지만 온몸의 힘이 빠진것 같은게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일을 겪어서 그런가..웬지 기분이 좀 그렇다..


<저기요!! 잠깐 만요!!>


문득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 내 등뒤로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서는 언제 내렸는지 아까 나를 치한이라고 몰아붙이던 문제의 여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스커트 사이로 훤히 드러난 구리빛 허벅다리리가 햋빛 아래 멋지게 빛나며 상당히 건강함을 풍기고 있는 그녀는 꽤나 멀리서부터 뛰어 온듯 내 앞에 오더니 잠시 숨을 돌리며 아무 말 없이 숨을 몰아 쉬어갔다. 뭐야..이여잔 왜 온거야??


<뭐죠??>


아까의 일도 하고 나한테 뺨을 날린 것도 있어서인지 나는 상당히 퉁명 스럽게 그녀에게 용건을 물었다.


<저..그게...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겸연쩍은듯 귀엽게 미소 지으며 나에게 사과를 해오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남자의 가슴을 들뜨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마냥 따라 웃을 수는 없었다.


<그거라면 됐어요..이미 끝난 일이니까..>


전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끝낸 나는 더 이상 마주보고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갔다.


<저기요 잠깐 만요..>


다시 한번 나를 부르며 그녀가 내 팔목을 붙잡아 내를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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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3.0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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