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白雲俠 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5 **  
 

제 5 장.  빙굴(氷窟)속의 기연(奇緣) 2.

수린(秀璘)의 몸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한참의 시간이 경과한 후..!

기암빙굴(奇巖氷窟)속의 허공을 빙글빙글 돌고 있던 연무(煙霧)가 무지개처럼 일곱 색깔의
띠를 만들어 한 가닥 한 가닥씩 소녀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 번쩍..!

잠자듯 누워있던 소녀가 눈을 떴다.
그 눈 속에서 맑고 투명한 두 줄기 안광이 섬광(閃光)처럼 뻗어 나와 빙굴을 환하게 밝히고는
스르르 다시 눈동자 속으로 되돌아가 갈무리 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섬광(閃光)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어느 듯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로 변해 있었다.

그 창백하리만치 투명하고 푸른빛을 띠던 소녀가 깨어나 이제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소녀가
되어 동굴의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소녀의 눈앞에 앉아 있던 왜소한 체구를 한 중년여인이 기쁨에 들뜬 눈빛을 하며 앉아 있었다.

「 아앗.. 여기가 어디지..? 어머니.. 아버지..! 」

소녀는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동굴 속을 이리저리 살피며 부모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 소녀의 귀에 중년여인이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오.. 깨어났느냐..? 」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일어나 바라보고 있는 소녀에게 중년여인이 다시 물었다.

「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

「 소녀는 수린(秀璘)이라고 합니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소녀의 부모님들은..? 」

수린(秀璘)은 자신이 왜 이 동굴에 들어와 있는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 중년여인이 누구
인지, 그리고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 아무 것도 알 길이 없었다. 아니 그 모든
일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다만 언제나 자신을 품속에 안고 다니던 부모님은 어찌 되었
는지 그 생사(生死)가 궁금할 뿐이었다.

「 으음.. 나중에 이야기를 해 주마. 너의 몸에 많은 변화가 있으니 우선은 좀 쉬거라..! 」

변화..?
언제 생명이 끝날지 모르는 자신이 아닌가..! 변화라니..? 혹시..?

「 찾았습니까..? 부모님께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영과(靈果)를 찾았습니까..? 정말 다행입
니다. 이제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저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으셔도 되겠구나..! 그럼 저의 부모
님께서는 그 영과(靈果)를 가지러 가셨습니까..? 」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재잘거리고 있는 수린(秀璘)의 밝은 얼굴은 기쁨에 들떠 있었다. 수린
(秀璘)의 마음은 자신의 몸의 변화보다 부모가 이제는 자신때문에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는 그 사실을 더욱 기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수린(秀璘)의 모습을 바라보는 삼봉아(三封兒)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 휴우.. 영과(靈果)의 덕으로 너의 천음절맥(天陰絶脈)은 모두 치료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아직은 너의 원기(元氣)가 부족하니 우선은 좀 쉬거라..! 너의 부모님에 관해 궁금한 것들은
나중에 얘기 하도록 하자..! 」
 
 * * * * * * * * * *

하루를 꼬박 잠속에 빠져 있던 수린(秀璘)이 잠에서 깨어나 맑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오 깨어났느냐..? 이제는 기력(氣力)을 모두 회복한 듯 하구나..! 」

마주 앉아 있는 중년여인이 온화하고 다감한 어조로 말을 하며 수린(秀璘)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화사하게 윤기가 흐르는 수린(秀璘)의 얼굴..! 천년설과(千年雪果)의 영험한 효력을 받아 들여
단숨에 모든 기능을 회복한 만고기재(萬古奇才)의 선체(仙體)가 틀림이 없었다.

「 예.. 어르신..! 」

「 그래.. 움직여 보아라..! 」

몸의 움직임이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언제나 누워서만 생활을 해왔던 자신의 몸이 이렇듯 가볍게 느껴진 적은 지금껏 단한 번도 없
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하늘로 둥둥 날아오를 것만 같이 전신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것이었다.

「 어르신 덕분에 저의 지병이 모두 회복된 듯합니다.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저의
부모님께서는..? 」

「 너의 부모님은.. 흠.. 그래 너도 알아야겠지..! 네가 이 빙굴에 들어오고 난 직후 나는 동
굴의 입구로 나가 보았다. 그곳에는 남녀 무림인 한쌍의 시신이 있었다. 그 두 시신이 너의 부
모님인지는 자세히 모르나, 나의 짐작에 위급한 상황을 맞아 너만은 살리기 위해 너를 동굴에
던져 넣은 후 살해를 당한 것 같았다. 내가 그 시신을 잘 보살펴 저 설봉 높은 곳에 잘 안치를
해 두었다. 」

「 억.. 으윽..! 」

그 말을 듣는 순간 수린(秀璘)은 혼절을 할 듯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었다.

「 앗차.. 충격을 받았구나..! 」

삼봉아(三封兒)는 얼른 수린(秀璘)의 등 뒤로 다가가 등을 토닥거려 주고 있었다.

「 큭.. 크윽.. 쿨럭..! 」

수린(秀璘)의 목에서 시커먼 덩어리가 튀어 나왔다. 등을 두드리던 삼봉아(三封兒)의 손에 의
해 가슴에 뭉쳐있던 어혈(瘀血)이 풀어지며 혈(穴)을 막고 있던 마지막 응혈(凝血)이 사라지는
순간 이었다.

「 다행이구나..! 이제 너의 몸에는 단 한줌의 나쁜 기운도 남아있지 않은 완벽한 절세(絶世)
의 선체(仙體)를 이루었다. 너의 부모님은 그 시신까지도 너의 몸을 보살피는 구나..! 부모님
의 뜻을 깊이 명심하거라. 나는 삼봉아(三封兒)라고 한다. 그래.. 네가 이 빙굴에 들어오기 전
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

수린(秀璘)은 부모와 함께 그동안 강호(江湖)를 떠돌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삼봉아(三封兒)에게
소상히 들려주었다.

「 쯧쯧.. 그랬었구나.. 어린 네가 그 고생을 하다니..! 」

「 그런데 저의 지병이 어떻게 하여 모두 치료가 되었는지..? 」

부모님께서 영과(靈果)를 찾아내 자신에게 먹인 것도 아니다.
또한 부모님의 등에 업혀 천하 구석구석 신의(神醫), 기인(奇人) 어느 한사람 찾아보지 않은
인물이 있었던가..!
그 어느 누구도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외면을 했던 천음절맥(天陰絶脈)이
어찌 이렇게 수월히 치료가 되었는가..?
궁금하기가 그지없어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었다.

「 호호호.. 이 빙굴에 천년설과(千年雪果)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단다. 나는 나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이백 년 가까이 이 빙굴에 머물며 설과(雪果)가 열매를 맺기를 기다려 왔었다.
그러나 길고 긴 세월을 이미 보낸 내가, 나이 든 지금에 와서 내 몸을 고쳐 본들 무엇을 하겠
느냐..? 마침 하늘이 도와 나보다 더욱 뛰어난 재질(才質)을 가진 너를 나에게 보내준 것이 아
니겠느냐..! 네가 나보다 강호(江湖)에 헌신할 기간이 훨씬 오래일 것이다. 해서 너의 입속에
그 설과를 넣어 주었단다..! 」    

「 헉..! 이백 년이라.. 그럼 이곳에서 이백 년을 기다려 오셨단 말씀입니까..? 그 오랜 세월
노심초사(勞心焦思) 기다려온 영과(靈果)를 포기하시고 저에게 주셨단 말씀입니까..? 」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중년여인이 무려 이백 살이 넘게 살아온 기인(奇人)이었단 말인가..? 수린(秀璘)은 그 놀라
움을 감추지 못하고 삼봉아(三封兒)를 바라보았다.

「 어르신..! 이백년의 긴 세월을 기다려온 설과(雪果)를 저에게 주셨으니 제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올지..! 」

삼봉아(三封兒)의 앞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 호호.. 네가 내 제자가 되어 나보다도 더 강호 헌신을 하여, 내가 못다한 일들을 이루면
될 것이니라..! 나도 너를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 비록 너는 부모님을 잃는 큰 불행
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을 잊고 수련에 진력(盡力)을 다해야 할 것이니라..! 」

「 예, 사부님..! 」

수린(秀璘)의 얼른 일어나 삼봉아(三封兒)에게 큰 절로 스승을 맞는 예(禮)를 올렸다. 그러나
수린(秀璘)의 표정에는 비명횡사한 부모님의 생각으로 슬픔이 가득차 있는 것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 얘야.. 린(璘)아..! 비록 너의 천음절맥은 모두 치료 되어 사라졌지만 무공의 성취는 지금
부터 너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이 사부가 너에게 가르칠 무공(武功)은 강호(江湖)의 모든
방파(邦派)들이 익히고 닦아 면면이 이어온 비전의 무공과는 달리 이 빙굴(氷窟)에 은둔(隱遁)
해 이백 년 오랜 세월동안 나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무공(武功)의 깊이와 오묘함
은 강호의 어느 누구, 어느 방파도 따르지 못할 것이라 자부를 하고 있다. 다행이 너는 천하기
재의 선체(仙體)를 타고 났으므로 모두를 익히면 나를 능가 하리라 믿으며 완벽히 터득한 후에
는 고금(古今)의 어느 강호인도 너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

「 예 사부님, 각고(刻苦)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

「 그리고 나는 스스로 무공을 창안하고 터득을 했으나 이백년 세월동안 이 빙굴을 벗어나지를
않았기에 누구에게도 나의 무공을 펼쳐 보인 적이 없다. 때문에 네가 터득할 나의 무공이 어떤
위력을 발휘 할지는 강호의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다. 아니.. 무공을 창안한 나조차도 어느 누
구와도 상대를 해 보지 않아 나자신도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없는 절세의 무공이다. 」

드디어 당금 강호(江湖)에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새로운 무공(武功)이 창안되어 한 기원(起原)
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 * * * * * * * * *

햇살이 따뜻이 내려쬐는 오후..
천산설봉(天山雪峰)의 하얀 눈밭을 수린(秀璘)이 뛰어 오르고 있었다.

어엇..!
한자가 넘게 쌓여 있는 눈길을 수린(秀璘)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초절한 내공이 있어야만 시전 할 수 있는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공이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설봉(雪峰)을 넘어 달려간 그곳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었고 연못의 황색물은
수증기를 내 뿜으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쪼르르 달려간 수린(秀璘)은 허리아래의 옷은 속옷까지 모두 벗어 던지고 덤벙..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냥 뛰어 들어 가만히 뜨거운 물속에 잠겨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으로 음부를 만지며 뜨거운 연못의 물을 음문 속으로 쳐 올려 넣고 있었다.

「 벌써 삼년을 한결 같이 이렇게 하고 있건만 어찌 아직도 열리지 않는 걸까..! 」

연신 손바닥으로 뜨거운 연못물을 음문 속으로 쳐 올리며 중얼거렸다.
물을 쳐 올리고 손바닥으로 음부를 비벼대며 쫙 벌린 허벅지 사이에 힘을 주고 손가락 하나를
음문속이 밀어 넣었다.

「 어엇..! 」

갑자기 음문속이 스물 스물.. 꿈틀 거리다 아랫배에 묵직하게 막혀있던 것이 터져 나오며 음문
이 활짝 열려 그 속에서 끈끈한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 끈적한 액체가 황색의 연못물
을 벌겋게 물들인다.
 
드디어 꽉 막혔던 초경(初經)의 홍연혈(紅鉛血)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열 두세 살이 되면 있
어야 할 막혀있던 경혈(經血)이 열여덟이 된 지금에야 겨우 터진 것이었다.

「 으아아아아.. 열렸다..! 드디어 뚫렸다. 사부님..! 삼봉아(三封兒) 사부님..! 드디어 막혀
있던 한 곳이 뚫렸습니다..! 」

수린(秀璘)은 기쁨에 들떠 나는 듯이 설원(雪原)을 달려 내려와 기암빙굴(奇巖氷窟)속으로
뛰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