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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토도사 야설

대추나무사람걸렸네 1 467 0
 過猶不及 -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 보다 못 할 수 도 있다.

창묘궁의 수위무사(首位武士) 이정주가 시장을 지나갈 때였다. 시장 한 귀퉁이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 한 명이 좌판을 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데, 앞에 놓인 물건들이 한 눈에 봐도 잡동사니뿐이라 거들떠 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정주도 그냥 지나치려 하였으나, 왠지 노인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것이, 조실부모한 이정주를 홀로 키우느라 고생하셨던 돌아가신 조부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정주가 물건 하나라도 팔아줘야겠다는 생각에 좌판 앞으로 다가가니 노인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는데 물건을 팔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지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다가 한 마디 던진다.

“너도 참 징하게도 여복이 없는 상이로구나.”
“예?”

이제 그의 나이 스물넷. 일반 양가의 인물이었다면 이미 자식 서넛을 거느렸을 나이이다. 게다가 삼 년 전 조부가 돌아가실 적에, 손주며느리가 보고 싶다고 애타게 말씀하신 적도 있어서, 혼인할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이전에는 연줄 없는 일반무사에 불과하여 매파가 들어오지를 않았고, 3개월 전에야 수위무사로 승급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경비조장을 맞게 되어 반년은 궁 내에서 숙식을 계속해야 하니, 혼담이 오고 갈 시간이 없는 터였다. 이러저러한 터에 노인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이정주는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노인은 그 사이 잡동사니 속을 뒤적이더니 낡은 비단 주머니 하나를 찾아 이정주의 발치에 툭 던졌다.

“옜다. 은전 한 닢이다.”
이정주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아, 그 조그만 주머니를 주워보니 묵직하고 흔들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나는 구슬주머니였다. 게다가 먼지가 껴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고운 자수가 새겨진 것이 싸구려는 아닌 듯 보였다.

이정주가 방울주머니를 주워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으려니 노인이 호통을 친다.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얼른 도로 내놔라!”

단호한 그 모습에 이정주는 대꾸도 못하고, 이왕 팔아주기로 생각하였으니, 품에서 은전 한 닢을 꺼내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 소매 품에 넣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돌아 앉아 근처 추녀를 바라 본다.

탈속한 듯한 그 분위기에 이정주는 우물쭈물 거리다 말도 붙여 보지 못하고 좌판 앞을 떠났다. 잠깐 걸어다가 생각해 보니 불쾌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뒤를 돌아다 보았는데, 노인이 있던 자리는 휑하니 비어있어, 원래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놀랍고 귀신에 홀린 듯하여, 이정주는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서 손안의 구슬주머니만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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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편 소백지

창묘궁주 소정방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는데 첫째 딸 소려군은 성격이 온후하여, 인망이 두터운 반면, 둘째 딸 소백지는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한 성격이었다.

얼핏 보면 소백지는 참 순하게 생겼다. 끝이 전혀 올라가지 않은 눈은 크고 맑았으며 앙증맞도록 작은 입도 청순하고 귀여웠다. 발그레한 볼에 보조개를 만들며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있어서 인상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항상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번뜩였으며, 그 앙증맞은 입은 투정과 질투와 비난의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심심하면 지나가던 무사를 붙잡고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하니 창묘궁의 많은 무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며 싫어하는 상대였다. 설혹 소백지보다 무공이 강하다 하더라도, 궁주의 딸인 그녀를 어찌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황혼이 질 무렵, 이정주가 외당의 일반무사 둘을 데리고 순찰을 돌 때였다. 오문(午門)에서 봉천전(奉天澱)으로 향하는 길에서 개 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가니, 소백지가 경비무사들을 데리고 패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볼이 발그레하고 주향(酒香)이 몸에서 진동을 하는 것이 어디서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온 모양이었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니 눈치가 빠르고 직위가 높은 이들은 다들 소백지의 주정을 피해 어디로 숨었는지, 맞고 있는 것은 전부 일반 무사들이어서, 수위무사인 자신이 제일 상급자가 아닌가?

이정주도 모른 척 달아나고 싶었지만 상황을 모르고 다급하게 달려온 탓에, 주변의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아직은 수위무사에 불과한 그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서 도망가버리면, 주변에 숨어서 소백지의 주정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을 상관들이 가만 둘 리가 없다. 지금 맞고 있는 일반무사들도 그래서 달아나지 못하고 때리는 데로 맞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정주는 속으로 부처님께 자비를 기원하며, 소백지가 무사들을 패고 있는 곳으로 갔다.

“둘째 아가씨!”
“엉? 넌 뭐야? 너도 맞고 싶냐?”

소백지는 이정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도 무사들을 패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성격이 개차반이긴 해도, 아버지인 창묘궁주에게 직접 무공을 배웠기에 술에 취해 때리는 손놀림에 초식이 섞여있었다.

“취하신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쉬시지요.”
“어쭈. 너도 내가 술 마셨다고 무시하는 거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단지..”
“단지?”
“에.. 수.. 술을 드시고, 찬 바람을 쐬시면, 몸을 상하실 우려도 있으니..”

이정주는 고민해서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소백지의 성질을 건드린 듯 하다.

“뭣! 이정도 날씨에 내가 몸이 상한다고? 역시 나를 얕보는 거로군. 말이 필요 없어. 이리 와. 너도 같이 맞자.”

이정주는 최선을 다해 변명을 했다.

“다.. 다.. 당치도 않습니다. 소인의 말은 그러니까…… 찬 바람을 쐬시면 둘째 아가씨의 고운 피부가 거칠어 지실 수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정주는 당장 혀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궁주의 딸이라고는 하나, 한참 어린 계집애한테 이렇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다니, 하지만 일반무사들 앞에서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백배 나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말이 먹힌 듯, 소백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때리던 손을 멈추었다.

“호오. 그러고 보니 네 말도 옳군.”
“예. 그렇습니다. 둘째 아가씨처럼 고우신 분의 피부가 상한다는 건 전 무림의 크나큰 손실이 아니겠습니까?”
“오호호호. 너는 참 말을 잘하는 구나. 이름과 직급이 뭐지?”

(젠장!)
어떤 의미에서건 소백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을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위무사 이정주라고 합니다.”
“오호호. 좋아. 기억하겠어. 그럼 수고해 이조장.”

소백지는 입술을 가리고 오만하게 고개를 젖히며 웃더니, 휘적휘적 자리를 떠났다. 이정주에게 이조장이라고 한 이유는 창묘궁의 수위무사란 다르게 말하면 일반무사 열명을 지휘하는 조장의 직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백지가 술이 깨면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기를 기대하면서, 등뒤에 대고 인사를 하고 있던 이정주는, 그녀가 전각 뒷편으로 사라지자 슬쩍 고개를 들어, 맞고 있던 일반무사들을 살폈다.

“괜찮으시오?”

일단 그렇게 묻기는 했지만, 온몸이 울긋불긋 한 것이 아무리 봐도 괜찮은 상태가 아니었다. 진맥을 해보니 다행히 내공을 써서 때린 것은 아니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두달은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정주는 일단 자신과 같이 온 일반무사들을 시켜 그들을 의당(醫堂)으로 운반하게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슬금슬금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오문(午門)의 수위장(守衛將)인 엄경도 있었기에, 이정주는 울컥 분노를 느꼈다.
(자기 수하들이 이렇게 맞고 있는데, 자기만 곤란을 피하자고 숨어 있다니.)

하지만 엄경은 이정주보다 높은 진위무사(眞位武士)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은 할 수 없었다. 일단은 엄경도 이정주의 안색을 살피며,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아하하 자네도 정말 대단하군. 말 몇 마디로 저 말괄량이 아가씨를 물러나게 하다니.”
“뭐…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자신이 했던 말을 생각하니, 정말 별것도 아닌 말이었다. 보통의 소백지라면 그런 말 한마디에 물러났을 리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수위무사 주제에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며, 죽도록 맞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무사들을 때리면서 화가 풀렸었나 보지.)
이정주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사이 엄경이 말을 계속했다.

“정말 상대하기 힘든 아가씨라니까. 오늘도 초저녁부터 술이나 마시고.”
“네. 정말… 자기 언니의 반만 닮아도 좋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 헉.”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엄경의 입에서 헛바람이 튀어나왔다. 이정주는 갑작스레 당황하는 엄경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등 뒤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나무 뒤 그늘에서 연녹빛 취의를 입은 열여섯 살의 소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이정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소백지였다.

“두.. 둘째 아가씨.”

소백지는 놀라서 말을 더듬거리는 이정주를 씹어 삼킬듯 이를 갈며 말했다.

“내가 언니보다 뭐가 못하다는 거지?”

“아뇨.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귀머거리인 줄 알아!”

이정주는 당황했다. 소백지는 그가 한 말을 전부 들은 것이 틀림없다. 뭐라고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데, 소백지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언니보다 뭐가 못하지? 내가 무공이 떨어지나?”
“아닙니다……”
“머리가 나빠?”
“아닙니다.”
“얼굴이 안 예뻐?”
“아닙니다.”
“몸매가 빠져?”

점점 소백지의 눈에 차가운 빛이 더해짐에 따라 이정주는 대답할 의욕도 잃었다.

“…….”
(그러니까 성격이 나쁘잖아!)
이정주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무엇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냥 소백지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인다.

“흐응. 그런 건가. 좋아. 내가 여기서 또 너에게 벌을 주면, 뒤에서 험담을 하겠지. 내가 언니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해 주겠어. 따라 와!”
“헉!”

이미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그녀를 따라갈지 말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데, 엄경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이정주는 전음을 보냈다.

‘아니 수위장님, 같이 가셔야죠.’
‘무… 무슨 소린가. 자네만 불렀잖아. 나는 바빠서 이만.’

(같이 이야기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자기는 아닌 척하다니!)
이정주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뿐, 그렇다고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정주는 자신이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던가 생각하며, 터덜터덜 소백지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앞서 걷는 소백지의 긴 머리카락이 등허리를 스쳐 옆으로 나부낄 때마다 그녀의 예쁜 뒷모습이 한층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정주도 잠깐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그녀의 발길이 닿은 곳은 나무가 무성한 곳이었다. 게다가 한쪽은 전각에 가려있고, 반대쪽은 큰 연못이어서 살인이 일어나도 다른 사람은 알아차리기 힘든 곳이었다.

(나를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정주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근처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 소백지가 몸을 휙 돌려 이정주를 마주 보았다. 소백지는 술기운으로 발그스레한 얼굴로 정체불명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아. 여기서 내 몸매가 언니보다 좋다는 것을 증명해 주겠어.”
“네?”
“흥. 내가 언니보다 몸매가 빠지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안 했었잖아!”
“그…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시끄러. 다들 내 앞에서만 설설 기고, 뒤에서는 언니만 칭송해대잖아. 그렇다고 내 백옥 같은 몸매를 아무한테나 보여줄 수는 없고, 이번 기회에 특별히 너한테만 보여주지, 잘 보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란 말야. 내 몸매가 더 좋다고!”

소백지는 잡아뜯듯이 앞섬을 풀어 헤쳤다. 그러자 탐스러운 복숭아를 몇 배로 부풀려 놓은 듯한 탐스러운 젖가슴이 물결치듯 튕겨져 나왔다.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폭발적인 탄력감이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 분홍빛 작은 젖꼭지는 너무나도 작았다. 소백지는 과시하듯 탱탱한 두 젖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무 무슨!”

황망간의 일이라 미처 제지를 못하고 당황한 이정주 앞에 하얀 두 살덩이가 고개를 들이밀자 그의 시선이 못박힌 듯 고정되었다. 열여섯의 설익은 육체에 어떻게 이런 탐스러운 유방이 감춰져 있었던 것일까? 이정주가 몽롱하게 자신의 유방을 쳐다보면서 넋을 잃자 기가 오른 소백지는 치마까지 훌렁 벗어 던졌다.

아무리 개망나니 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해도, 소백지는 창묘궁주 소정방의 금지옥엽이었다. 그녀의 청백지신을 보았다는 것이 알려지는 날에는 목숨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정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백지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고의까지 땅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드러나는 소백지의 보지. 가뭇한 윤기 나는 음모 사이로 살짝 내비치는 연붉은 속살의 유혹에 이정주의 눈이 빨려 들었다.

(제… 젠장 달아나든가, 눈을 감든가 해야 하는데!)
다급한 이성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정주는 청초한 소백지의 몸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앙증맞은 배꼽아래 풍성한 엉덩이. 하얀 두 기둥이 곧게 아래로 뻗어 있고 그 사이에 태고의 신비가 흐른다. 보송보송하게 덮여 있는 자잘한 털은 약간의 숨결에도 휘날릴 것만 같았다. 그 아래엔 통통하게 솟은 둔덕이 갈라진 사이로 붉은 꽃잎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소백지는 이정주가 정신을 잃고 자신의 보지를 바라보자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취기인지 성적 흥분인지 소백지의 하얀 나신이 붉게 물들어 요염하게 빛나자 이정주는 불끈 하체가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잔뜩 성날 대로 성이 난 아랫도리가 금새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듯 했다.

“호호호. 어때? 내가 더 낫지?”

이정주가 그녀의 언니 소려군의 나체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비교를 하겠는가? 사실 아무리 그녀가 언니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평범한 수위무사에게 나체를 드러낸 다는 것 자체가 술기운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니, 이 상황에서 논리를 찾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슴이 이정주의 앞에서 흔들거렸다. 소백지가 팔로 자신의 젖가슴을 받들고는 쑤욱 내밀어 이정주의 눈 가까이까지 밀어붙인 까닭이었다. 이정주는 어느 덧 소백지에게서 풍기는 음란한 향취에 취해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잊을 만큼 이성이 혼미해져 있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을 유혹하는 데 참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으랴. 이정주는 꿀꺽 침을 삼키며 홀린 듯이 눈앞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안돼. 보기만 하란 말이야.”

소백지가 새침한 눈으로 이정주를 노려보며 그의 손등을 때렸다.

“하지만 아가씨.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감촉을 느껴봐야……”
(헉!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이정주는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놀라 입을 막고는 슬그머니, 소백지의 눈치를 살폈다.
(제발…… 내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이쯤에서 끝내줬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소백지에게서는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흠. 내 말도 일리가 있군.”

(일리가 있기는 개뿔이 있냐!)

“하지만 이건 불공평해. 내 몸을 만질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나도 네 것을 만져야겠어.”
“제… 제것이라뇨?”
“그거 말이야. 그거.”
소백지는 그렇게 말하며 힐끔힐끔 이정주의 사타구니 사이를 쳐다본다. 정말 갈수록 태산이다.
(에라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 계집애도 자기의 명예를 지키려거든, 지금의 일을 비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서,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이 것은 공평함을 기하기 위해서야, 특별히 내가 네 것을 보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아냐.”

소백지의 말에는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정주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허리끈을 끄르고, 바지와 속곳을 내렸다. 근육질로 된 이정주의 강건한 허벅지 사이에는 이미 커다란 몽둥이가 무성한 수풀 사이에 우람하게 솟구쳐 있었다.

“지… 징그러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소백지의 말투에 혐오감은 섞여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정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살그머니 그의 자지에 새하얀 옥수를 내밀었다.
“우욱!...”

순간 이정주가 신음소리를 내며, 자지에 힘이 들어가자,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맥동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아아 너무 뜨거워… 어머, 어머, 이것 좀 봐, 꼭 살아 있는 것 같아, 아아 뭐가 이렇게 딱딱해 정말!)
뜨겁게 달아 오른 자지의 열기가 손바닥에 전해지며, 소백지를 순간 움찔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손 바닥이 이정주에 단단한 자지에 달라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소백지는 이정주의 자지를 잡고, 위 아래로 움직여 보았다. 이정주의 자지가 자신의 손안에서 심장의 박동에 맞춰, 맥동하는 것이 전해진다.


“뭐야. 끈적끈적한 게 내 손을 더럽히잖아. 됐어. 이제 네 차례야.”

이정주의 자지를 홀린 듯 바라보며 숨결이 거칠어 지는 듯 하던 그녀가 벌떡 일어섰다.

“예…… 옛!”

이정주는 소리를 내며 침을 삼키곤 그녀의 탐스런 유방을 두 손으로 가득 움켜쥐었다. 그의 손으로도 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유방은 컸다. 아직은 다 자라지 않은 소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을 터뜨릴 듯 움켜쥐자 유방의 살집이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튀어나왔다. 유방의 끝에 매달린 작은 젖꼭지는 비명을 지르며 솟구쳐 올랐다.
 “아흥… 아파… 무슨 짓이야.”

소백지의 자그마한 붉은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더운 숨결이 이정주를 취하게 하는 듯 했다. 이제 갈 때까지 간 상황이라, 이정주는 그녀의 말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젖가슴을 쥔 손에 점점 그 힘을 더해갔다. 젖가슴이 일그러졌다. 이정주는 한참 동안 유방을 주무르며 가지고 놀았다. 유방 속으로 깊숙히 파묻히는 자신의 손가락, 손바닥안의 풍만함과 부드러움. 게다가 쥐고 있던 손을 놓으면, 바로 부르르르 흔들리면서 본래의 아름다운 유방으로 되돌아갔다. 손에 달라붙는 듯한 피부의 느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아, 아, 아, 아흐응… 이제… 충분해?”
“아닙니다. 아직이에요.”

이정주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마음껏 소백지의 유방을 주물렀다. 그의 손이 한번씩 움직일 때마다, 저 오만한 미녀가 달콤한 한숨을 흘리며 몸을 떤다. 이정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손을 거칠게 움직이면서,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리는 풍만한 유방을 뜯어낼 듯이 주물렀다. 밀가루를 반죽하 듯 잡아당겼다가 찌부러트렸다.

“꺄∼앙, 아응, 아아아아……”
눈을 감고 자신의 유방에서 시작되는 쾌감을 음미하는 소백지. 이정주는 황홀한 눈빛으로 자신의 손 안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갸름한 턱을 따라 흘러 내리고 있는 땀방울, 계속해서 달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앵두 같은 입술, 단정하고 오똑하게 서있는 콧날.

언제나 나찰처럼 두려워하던 오만한 소녀가 스스로 나신을 드러내고 이정주의 손에 자신의 육체를 맡기고 있다.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끝없이 욕망이 솟아올랐다.

이정주는 획 소백지를 끌어 당겨 쓰러뜨렸다. 파릇한 풀 잎이 그녀의 몸에 뭉개졌다. 이정주의 두터운 입술이 소백지의 유방을 덮었다. 입으로 덮기에는 너무나 큰 가슴이었지만 그는 전부 삼켜 버릴 듯이 유방을 빨아대었다. 그러다 혀를 내밀어 유방 주위를 핥다가 다시금 빨고 이빨로 그 위에 파르르 떨고 있는 유실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손은 어느새 밑으로 내려가서 소백지의 탐스러운 둔부를 꽉 움켜쥐고는 마음대로 주물럭거렸다. 그럼에도 소백지에게서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남색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여기는 강호막강세력 창묘궁의 한 구석, 무성한 나무들에 가려진 공터에서는 밤 벌레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다. 평범한 초가을 저녁의 풍경이었다. 그러나,문제는 그 공터 안의 인물들에게 있었다. 최소한 남자 밑에 여자가 깔려 있어야 할 장소는 이런 공터가 아니라 은밀한 침실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진짜 큰 문제는 바로 두 사람의 신분이었다. 일단 위에서 여자를 덮치고 젖가슴을 농락하고 있는 인물은 이곳 창묘궁의 평범한 수위무사(首位武士) 이정주였지만, 그의 아래 깔려 있는 여인은 창묘궁주 소정방의 금지옥엽인 올해 열여섯 살의 소백지인 것이다.

어스름한 별빛만으로도 이정주는 소백지의 발가벗은 나신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사슴(鹿)처럼 우아한 그녀의 목덜미와 뽀얗고 동그란 어깨의 곡선. 우아하게 뻗어 내린 종아리의 각선미(脚線美)는 가히 일품이고, 허벅지의 팽팽함은 역시 탐스럽다. 피부는 수정(水晶)처럼 맑았으며, 푸른 실핏줄마저 보일 정도로 투명(透明)하기 이를 데 없다. 야리야리한 듯하면서도 튀어나올 곳은 탐스럽게 나오고, 들어갈 곳은 잘록하게 들어가 완벽한 몸의 균형미를 보여준다.

그런 그녀의 우아한 목덜미의 곡선을 따라 탄력 있게 솟아오른 두 젖가슴은 이미 이정주의 타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뿐 만이 아니라 그녀의 신비로운 비처, 보드라운 체모 사이 빼 꼼이 솟은 꽃잎들이 수줍은 고개를 내민 곳에서는 맑은 물이 울컥울컥 솟아나고 있었다.

또한 고운 봉목이 남자를 유혹하듯 젖어 있고, 살짝 벌어진 입술과 하얀 치아 사이로 끊임없이 달뜬 기운이 새어 나오는 모습은 평소 마녀와도 같은 소백지가 아니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생각이 깊은 자라면 고민을 해볼 법도 하지만, 오만하고 제멋대로였던 소백지가 자신의 손길대로 신음하는 모습에 흥분에 사로잡힌 이정주에게 그럴 정신이 있을 리 없다.

전신을 이정주에게 맡긴 소백지는 오로지 쾌감에 몸을 떨 뿐 다른 행동을 취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본능인지 아니면 천성의 색기에 지배를 받는 건지 그녀는 이정주의 손길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그가 좀 더 쉽게 자신의 몸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정주는 어느 새 아래로 내려가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엉덩이를 덥석 한 입 배어 물고는, 그것을 주무르면서 혀로 핥고 있었다.

“아응, 아아… 아아아아”

소백지는 멍한 표정으로 이정주에게 엉덩이를 맡기고 있었다. 이정주는 풍만한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리고는, 소백지의 비처에 입을 대고는 한 방울의 애액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강하게 빨았다.

“아윽 아아아아…… 좋아, 좋아요 우우우우우”

소백지는 보지에서부터 머릿속까지 번개가 몸을 가르는 듯한 충격에 몸을 경련했다. 한 참을 그렇게 소백지의 아래에 있던 이정주는 몸을 일으키더니 커질 대로 커진 양물을 소백지의 비처 부근으로 가져갔다. 한참 쾌락에 들떠있던 소백지는 자신의 가장 민감한 살점에 닿는 뜨거운 사내의 흉기를 느끼고는 깜짝 놀라 강하게 거부하며 몸을 뒤틀었다.

“아악. 뭐 하는 거야!”

이제서야 소백지가 제 정신을 차린 것일까? 그렇다면 이정주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다.

“내 몸매만 확인하기로 해놓고는 무슨 짓이야! 안돼!”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청백이 하찮은 수위무사에 의해 깨질지도 모르는 상황의 반응치고는 너무나 약하다. 이정주 역시 이 상황까지 와서 이 정도의 저항에 행위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아가씨. 원래 여자는 겉보다 속이 중요한 법입니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대사였다.

“그……. 그래도, 안돼!”

소백지가 허벅지를 경직시키며 딱 붙였지만 이정주의 잔뜩 성나있는 육봉은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비집고 들어가 도톰한 계곡에 파묻혔다.

“하악… 으음…아… 아…”

소백지의 은밀한 계곡은 이정주의 애무를 통해 묘한 열기를 내뿜으며 흠뻑 젖어있었고 이정주가 빳빳한 육봉을 위로 쳐올리며 몸을 일렁이자 어느 순간 귀두가 그녀의 비좁은 질 입구를 파고 들었다.

“아아…… 그러면 안돼… 하지마… 흐윽……”

소백지는 뜨거운 살덩어리가 자신의 여린 살점을 가르고 은밀한 질구까지 열어젖히며 파고들자 애원하는 목소리로 저항했지만 이정주는 도저히 멈출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소백지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보지는 이미 맑고 미끈한 물로 젖어서 질퍽거리며 자지의 진입을 돕고 있었다.

이정주는 소백지의 풍만한 젖가슴을 더욱 쥐어짜며 엉덩이를 최대한 밀착했고 귀두에 느껴지는 소백지의 뜨거운 늪지 때문에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소백지의 풍성한 젖가슴을 더욱 거칠게 주무르며 한쪽 무릎을 매끈하게 뻗어 내린 다리 사이로 비집고 넣어서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틈이 생기자 두 무릎을 넣고는 힘을 주어 소백지의 양 다리를 밀어 제치고 자신의 하체를 강하게 밀어 붙였다. 순식간에 이정주의 남근이 소백지의 비처를 깊게 뚫고 소백지의 속살 속으로 뿌리까지 삽입되었다. 소백지는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는 아래쪽에서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에 부르르 나신을 떨었다.

“아학!! 악… 빼, 빼란말야! 으흑!”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꿰뚫고 들어온 낯선 남자의 살덩이, 소백지는 고통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생살을 찢는 아픔이 밀려왔다. 자위를 할 때에도 손가락을 넣어본 적이 없는 좁은 길에 거의 자신의 팔뚝 만한 살덩이가 들어오면서 전신이 둘로 나뉘어지는 듯 뜨겁게 달구어진 칼로 반을 쪼개듯 하체가 갈라지는 고통에 소백지는 거의 혼절할 지경이었다.

이정주는 소백지의 몸 속에 자신을 넣은 채로 잠시 가만히 남근을 통하여 전하여 지는 소백지의 속살의 떨림과 조임을 즐겼다. 고통이 큰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소백지의 떨림이 이정주에게는 더욱 자극적인 쾌락을 주었다. 이정주가 천천히 육봉을 빼내었다. 그 육봉에 묻혀 딸려 나오는 소백지의 속살, 더불어 아픈지 소백지의 허리가 이정주를 좇아 위로 올라왔다. 얼만 큼 빠졌나 싶더니 이정주가 허리를 다시 내려 소백지의 하체에 자신을 밀착시켰다.

“아흑! 아아아.”

이정주는 서서히 허리의 운동을 시작하였다. 빠르지 않게 결코 서두름 없이 천천히 진퇴운동을 반복하였다. 이정주의 자지가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할 때마다 소백지에게선 신음이 터져 나왔다. 두 손의 손가락은 이정주의 등을 파고 들어갈 듯 이정주는 꽉 끌어 안은 채로 그의 등에 손톱자국을 내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소백지의 신음성의 달라졌다. 차츰 고통이 가시며 쾌락이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흥… 그… 그만해… 아…하아하아."

여전히 거부의 말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조금씩 달뜬 숨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육봉이 찔러 드는 각도에 맞춰 슬며시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아아…… 하지마… 아빠한테… 이를 거야… 아흐윽…… 하아아아……"

어설픈 협박, 오히려 귀엽기만 하다. 평소 오만하기 그지없던 소백지의 처녀를 가졌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정복욕에 온 몸이 뜨거워진다.

더욱 흥분한 이정주는 바닥을 짚은 두 팔로 체중을 지탱하며 격정적으로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끈적끈적한 열풍 속에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질퍽한 소리가 풀벌레 울음 소리와 함께 밤하늘로 퍼져간다.

“하아악…… 아… 하아흑… 아하아… 하아흑… 그만해... 그만…”

이정주의 자지가 여체 속을 드나들 때마다 여체는 퍼득이며 경련을 하였다. 좁디 좁은 질이 사방에서 이정주의 자지를 조이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이윽고 이정주가 한계에 가까워졌는지 허리를 더욱 격렬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앙…… 하으으윽”

아무것도 모르는 소백지와는 달리 그녀의 육체는 이정주의 끝을 느끼곤 본능적으로 사내의 씨앗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궁을 개방하고 있었다.

잠시 후 자신의 하체를 소백지의 그 곳에 최대한 밀착시킨 채로 이정주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정액이 소백지의 몸 속으로 뿌려졌다. 아무에게도 더럽혀진 적이 없던 소녀의 자궁 안에 이정주의 정액이 쏟아 부어진 것이다.

격렬한 사정의 순간이 끝나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몽롱해져서 이정주는 소백지의 희디흰 뒷목덜미에 얼굴을 박은 채 숨을 고르며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한동안 소백지와 이정주는 아무 말 없이 그 자세로 있었다. 이정주와 소백지의 첫 정사가 그렇게 끝이 났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이정주가 천천히 소백지의 위 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양물이 소백지의 비부에서 뽑혀나오며 희끄무레한 액체가 꽃잎 안에서 흘러나왔다. 이정주는 한동안 정신을 잃은 듯 미동도 하지 않는 소백지의 아름다운 육체를 만족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소백지의 다리 사이 음탕한 액체 사이에 피어난 붉은 꽃이 보였다.

“!!!”
그것을 보자 쾌락으로 달아올라 있던 이정주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려운 기색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무슨 짓이긴 무슨 짓인가, 자신은 방금 전에 주군의 딸을 강간하지 않았는가. 소백지 쪽에서 먼저 유혹을 했었다는 변명 따위는 소용없다. 게다가 소백지는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닌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중에 쓸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계집애는 정말로 내 인생의 재앙신(災殃神)이로구나.)
이정주는 일단 하의를 입고 소백지의 몸을 닦아내기 위해 자신의 윗도리를 주워 들었다. 그러자 옷섶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전에 이상한 노인에게 강매 당한 구슬주머니였다. 이정주는 그것을 대충 바지춤에 챙겨 넣고는, 옷으로 소백지에게 묻은 정사의 흔적을 닦아냈다. 그러나 그가 빨고 깨문 흔적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암담하다. 두렵다. 소백지란 계집이 죽일 듯이 미워진다. 아까까지의 쾌락이 마치 거짓말 같다.

한참을 그렇게 번뇌하던 이정주는 소백지의 벌거벗은 몸에 얼기설기 옷을 씌워놓고는 무책임하게도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소백지가 술이 깨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를 빌면서... 물론 자신도 가망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이정주는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기이하게도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마치 폭풍전의 고요처럼 느껴져 더욱 그를 괴롭게 했다. 그러던 사흘째 되는 날 밤 소백지가 그의 방으로 찾아왔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혼자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떠는 이정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 순결을 잃었다는 비밀만 지켜 주면…… 무, 무엇이든… 네가 시키는 대로 할께."

그리고 꽤 오랫동안…… 이정주의 방안은 사내의 거친 호흡소리와, 여인의 뜨거운 신음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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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6개월전.. 연작옴니버스로 쓸 예정이었지만 능력 부족으로 포기한 단편입니다.
 
초반에 등장한 늙은이는 요괴 용홀대로, 그냥 대충 만들어본 창작요괴(?)입니다. 60년에 한번씩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 세상을 살피다가 운이 부족한 한 사람을 골라 부족한 운을 나누어주는데 그가 나누어 주는 운은 지나치게 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정이지요. 용홀대라는 이름은 박씨부인전에 나오는 청나라 적장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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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3.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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