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10-12- 토도사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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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 둘이 여자를 범하고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누운 여자의 한껏 벌려진 두 다리가 모인 곳에 추
한 남자의 허리가 몇 번이고 거칠게 부딪히고 그때마다 여자는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며 끙끙 울고 있었다.
일그러지고 땀에 젖은 여자의 얼굴에 다른 남자가 늠름하게 선
성난 물건을 찔렀다. 여자는 가늘게 뜬 눈동자를 움직여 그 성
난 물건을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여자는 목을 움직여 불편한
자세로 간신히 남자의 물건을 쏙 삼켰다.
도노 아키코는 화면 속 광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애처로움을 느
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른 여자 아이가 출연한 어덜트 비디오
를 보고 있으면 종종 그런 기분이 되었다. 눈앞에 들이민 남자
의 페니스를 보자마자 조건반사처럼 그것을 입에 무는 여자 아
이들. 마치 훈련된 개처럼. 물론 화면 속 세계는 전부 허구이다.
여자가 강간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거친 말투로 여자에게 더러
운 욕을 하고 있는 남자들도 촬영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여자와 담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반쯤 몽롱한 얼굴로 남자의 페니스를 반사적으로
물고 있는 여자의 표정에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리얼함이 있
어서 아키코의 기분을 어둡게 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가 없다.
------나도 한 마리 개이기 때문일까.
가슴속에서 자조하면서 아키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키코
는 AV 제작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이 S 기획의 전속 [여배우]
인 것이다.
[에? 아키코 씨, 금연이라고 그러지 않으셨어요?]
화면을 보면서 제품 체크를 하고 있던 오카무라가 돌아 보았
다. 오카무라는 S 기획 스태프 중에서 가장 젊었다. 젊었지만
길게 헝클어진 머리는 제대로 씻질 않은 건지 기름이 잔뜩 끼
어 있었고 눈 밑에는 항상 불건강해 보이는 기미가 있었다.
그래서 나이보다 상당히 늙어 보인다.
[어제까지는 그랬지.]
[금연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아키코 씨한테 들은 게 어제인 걸
요.]
농담을 너무 잘하신다니까, 하고 껄걸 웃으며 오카무라는 다음
달 발매되는 비디오의 검사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도 오카무라 군이 이렇게 구석구석 뚫어
지게 살피면서 정성을 다해 체크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촬영이
하고 싶어지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빈정거림이 통하지 않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 업계에는 방심할
수 없는, 빈틈 없는 무리들이 많다. 그래서 어딘가 나사가 빠
진 듯한 오카무라는 아키코가 마음 편히 대하는, 얼마 되지 않
는 남자였다.
[어서 검사를 끝내 줘. 점심 시간 다 끝나겠다.]
[잠깐만요.]
[점심은 오카무라 군이 사는 거야. ------그런데 아카미네가
안 보이네?]
[그러네요. 오늘은 못 봤어요.]
오카무라는 화면을 보던 눈을 힐끔 아키코에게 돌리면서 대답
했다.
이 S 기획의 사원 중에 아카미네를 함부로 부르는 게 가능한
사람은 한없이 적다. 여자 중엔 아키코 혼자일 것이다. 그런데
도 아키코가 아카미네의 이름을 부르면 모두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자학과 반항이 1대1의 비율로 섞여 있는 듯한 성격의 아키코
는 그런 순간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여자를 범하고 있던 남자가 일어나 거칠
게 여자 입을 쑤시고 있던 남자와 위치를 바꾸었다. 남자의 손
이 자신의 페니스를 흔들었다. 다음 순간 남자의 성기에서 희
뿌연 것이 날라와 여자의 얼굴을 끈적하게 더럽혔다. 기계로 찍
어낸 것처럼 틀에 박힌 안사 피니시. 그것이 끝나기 전인지 후
인지 다른 남자가 또 여자를 범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키코 씨가 아카미네 씨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 역시 사실인
가요?]
오카무라가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갑자기 뭐야? 사귀고 있을 리가 있나. 가끔 같이 놀 뿐이야.]
적어도 아카미네 쪽은 그럴 것이다.
아카미네와 처음 만난 것은 아키코가 아직 평범한 회사에서
OL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이 S 기획에서
[여자배우]를 하고 있다.
아카미네는 S 기획에서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그는 일단 프
로듀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론 만능 맨에 가까웠
다. [여자배우]의 캐스팅부터 촬영 지휘, 이 업계에 항상 붙어
다니게 마련인 [검은] 조직 사람들과의 교섭까지도.
아키코는 아카미네에 의해 스카우트된 여자 중의 한 사람이었
다.
[지금도 가끔 같이 놀아. 이번엔 오카무라 군도 불러줄까? 셋
이서 3P라도 한다든지?]
[정말 농담만 하신다니까. 원하지도 않거니와 전 그 자리에서
물건을 세울 자신도 없어요.]
[어쭈. 나 같은 아줌마면 이제 서지도 않는다는 얘기?]
[그럴 리가요! 아카미네 씨와 함께 있으면 무서워서 할 마음이
안 날 거라는 이야기예요.]
[왜?]
[왜라뇨. 아카미네 씬 평소엔 농담만 하시지만 잘 보면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눈으로 쳐다 보면
무서워서 물건이 죽어버린다고요. 아카미네 씨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듯하지만 안기는 여자 아이들은 용케 벌벌 떨지
않는구나 싶은 걸요.]
[그런 위험한 느낌이 좋다고 하는 아이들도 이 세상에는 잔뜩
있거든. 실제로 아카미네는 사디스트기도 하고 말이야.]
[역시. … 잠깐만요. 그렇다는 얘기는, 아키코 씨도 아카미네 씨
에게 꽁꽁 묶인다거나 채찍으로 맞는다거나 촛농을 떨어트린다
거나 하는 일을 당한다는 건가요?]
갑자기 눈을 반짝이는 오카무라의 머리에 아키코는 알밤을 먹
였다. [아얏]하고 입술을 삐죽거리면서도 오카무라는 여전히 즐
거운 표정이었다.
그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하지만… 전 아카미네 씨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정말 심
하게 긴장이 돼요. 뭐라고 해야 할지. 그 사람, 아우라 같은 게
보통이 아니어서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는 곳도 태연하게 악셀을 밟아버릴 듯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아카미네 씰 보게 되면 전 개구리나 마찬가진 걸요.]
[뱀과 눈을 마주친 개구리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거예요. 개구리. 그 사람, 사생활은 어때요? 건실한 친구는
있나요?]
[------있어. 나도 만나 본 적이 있는 걸.]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벌써 이 년 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
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 만남이 아키코에게도 강렬
한 체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카미네가 [친구]를 처음 소개했을 때는 놀랐다. 그 남자에게
버젓한 친구가 있을 줄이야.
[친구]라는 그는 아카미네와 또 다른 의미에서 어딘가 그늘이
있는 남자였다. 아카미네의 그늘은 아까 오카무라가 표현한 대
로 [아우라]처럼 굉장한 것이었지만 그의 경우는 그와 같은 구
석은 전혀 없었고 언뜻 보기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남자로 왜
아카미네 같은 남자와 긴 교류를 계속하고 있는지 아키코는 처
음엔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나중에 그의 다른 일면에 접하고 아
키코는 그 이유의 일부를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욱 놀란 것은 아카미네가 그 [친구]의 부인에게 강렬한 관심
을 표했던 것이다. 여자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고 셀 수 없이
염문을 흘리고 있지만, 아키코가 아는 한, 아카미네는 여자에
빠지는 남자가 아니었다.
아카미네와 [친구]와 아키코, 셋이 술을 마실 때 아카미네는 몇
번이고 그 부인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때마다 그 [친구]가 침착
함을 잃고 아카미네를 바라보던 게 인상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좋은 여자예요? 그 부인.
바에서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아키코는 아카미네에게 물어 보
았다.
------내 취향의 여자야. 평범한 주부로 놔두기에는 아까워서.
최고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데, 라고 아카미네가 중얼거렸다.
------소질이라뇨?
------여자 중에도 갖가지 여자가 있잖아. 아키코도 얼마 전
까진 평범한 OL이었지. 평범한 인생을 살고 평범한 생활을 하
고 있어도 계기만 되면 요염하게 개화하는 여자도 있고, 물 장
사에 빠져 있어도 실제론 형편없는 여자도 있지. 난 소질이 있
는 여성을 활짝 꽃 피게 하고 서서히 변해 가는 그 모습을 기록
하는 게 좋아.
혼잣말처럼 말하고서 아카미네는 빙그레 웃었다.
------아키코가 개화하는 모습도 내가 제대로 영상으로 남겨
놓았잖아.
------뭐야. 변태 같아요. 아무튼 당신이 자기 일에 그렇게
정열을 가지고 있었다니 처음 알았네요.
------취미가 일이 되었다고나 할까.
마지막엔 농담처럼 얼버무리는 것이 아카미네의 버릇이었다.
그때는 그걸로 이야기가 끝나고 아키코도 금세 잊어버렸지만
------
얼마 후 아카미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키코는 예의 [친구]
부부와의 스와핑에 참가하지 않겠냐고 권유를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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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러니까 아카미네 씨의 그 친구가 자기 부인을 아카미네
씨에게 안기려고 그런 스와핑을 계획했다고요?]
조금 늦은 점심 시간, 단골 식당에서 항상 먹는 정식을 먹으면
서 오카무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도대체 왜요?]
[세상에는 [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어!] [아아, 흥분
된다!]라는 남자도 있으니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야. 예를 들어 눈 앞에서 오
카무라 군이 다른 여자 아이를 안고 있다고 해도 나는 아무렇
지도 않을 거거든. 오카무라 군은 내 애인이 아니니 예로 부적
당할지 모르겠지만.]
아키코의 말에 오카무라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굳이 절 예로 드는 건 뭡니까. 정말이지. 그건 그렇고 그 부
인은 남편의 그런 성벽을 알고 있었나요?]
[아니, 몰랐지. 여행 중에 아카미네에게 안겨 주려고 한다는 건
전혀 모르고 단지 남편과 둘이서 여행을 갈 생각으로 온 거였
지.]
[우와. 잔혹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나쁜 일을 저지른 거 같아.]
아키코가 처음 그녀를 본 것은 이 년 전 여름 히다의 쇼쿄토
타카야마 거리에서였다.
아카미네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어도 사람의 눈을 잡아 끄는
엄청난 미인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눈 앞에 나타난 그녀
는 수수한 느낌으로 도시의 인파 속에서라면 순식간에 묻혀 버
릴 듯한 가냘픈 여성이었다.
[미즈키라고 합니다.]
조심스런 목소리로 그녀는 아키코와 아카미네에게 인사를 하고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아키코는 머리를 든 미즈키를 다시 한 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몸은 작고 날씬했고 얼굴도 굉장히 작았다. 결코 화려한 용모는
아니었지만 단정한 용모를 하고 있었고 특히 큰 눈동자의 맑은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아키코가 평소에 S 기획과 거리에서 보게 되는 여자들은 이목
구비를 강조하는 서양식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옷도 자신들
의 신체 라인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을 입었다. 미즈키는 화
장기가 거의 없었고 옷차림도 수수했지만 세필로 섬세하고 연하
게 그려진 수묵화 같은 맑은 느낌이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키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키코의 조금은 노골적인 시선을 의식했는지 미즈키는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미즈키의 남편과 아카미네는 지금 우연히 만난 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즈키는 남편과 아카미
네가 짠 흉계 따위는 전혀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갑자기 나
타난 아키코와 아카미네에게 당혹해 하고 있었다. 이따금 남편
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의 아키코라면 그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미즈키를 가
엾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아키코의 마음은 조금 황폐
해 있었다. 원해서 들어온 물장사의 세계였지만 떳떳한 사회에
서 전락해 버렸다는 불안도 안고 있었다. 그 불안은 때로는 양
지에서 착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왔다.
------불쌍해라. 당신은 이제 곧 믿고 있던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거든요.
아키코는 속으로 빈정거리면서 미즈키를 쳐다 보았다. 그 심정
에는 아카미네가 집착하는 여자에 대한 질투가 있었을지도 모
른다.
이 년 전에는 지금처럼 객관적으로 아카미네라는 남자를 생각
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결국 여관에 간 후 아카미네 씨는 그 부인을 안았나
요?]
[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엔.]
[그래서 어땠나요?]
[뭐가?]
정신을 차리고 오카무라를 보자 오카무라의 입술 끝이 [우히
히] 하고 웃을 때처럼 올라가 있었다.
[뻔하잖아요. 안겼을 때 부인의 반응 말이에요.]
퍽 소리와 함께 아키코의 주먹이 세로로 오카무라의 미간에 꽂
혔다.
[아프잖아요. 왜 그러세요. 남자라면 당연히 궁금해 할 문제인
데.]
[그 징그러운 얼굴이 기분 나쁘거든.]
아키코는 흥 하고 코를 울리고 담배를 물었다.
남자라면------인가.
아키코는 약간 괴로운 기분으로 오카무라의 말을 반추했다.
오쿠히다에서 보낸 삼 일째의 밤을 떠올린다. 그날 밤 아키코
는 여자라는 존재의 애처로움을 보았다.
다다미 냄새가 풍기는 일본식 방에서 미즈키는 아카미네에게
안겼다.
안겨서------흐트러졌다.
남편의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미즈키는 광란했다. 그 모습은 여자인 아키
코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요염하고 처절했다.
미즈키에겐 최고의 소질이 있다고 아카미네는 말하고 있었다.
아카미네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도, 아마 미즈키 본인조차
도 몰랐던 그녀 몸의 비밀을.
미즈키는 청초한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관능에 아주 약한 몸
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불
타오를 수밖에 없는 듯한.
그것이 한 여성에게 행복한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 아키코는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인 그는 그날 밤 그녀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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