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년 동안은 거의 절연 상태였지만, 나의 결혼을 기회로 나와 아버지의 부모와 자식 관계는 점점 수복 되고 있었다.

이전 정도로 강경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또 다시 아버지는 나에게 자신의 뒤를 이을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과연 아버지도 나이를 먹어 상당히 누그러지셨다.

단지 나는 지금의 일과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뭐, 샐러리맨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뒤를 이으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풍족한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타인이 준비한 인생을 참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딱 질색이다.

작은 아파트라도 내가 누구로부터의 도움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장만한것이다.

뭐, 아직 몇 십년정도 대출금이 남아 있지만.

그렇지만 아내는 달랐다.

나에게 가끔 아버지의 회사를 잇는 것을 권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평범한 생활에 싫증이 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장 부인으로서 큰 집에 살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브랜드의 고가 명품으로 가정을 이루는 인생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르다.

그러나,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로는 병적으로 결벽했던 아내와 2개월전에 내가 본 굉장히 더러워진 방의 참상들.

모르겠다.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건지. 이젠 나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순한 카메라맨과의 불륜 만이 아닌것 같다.

내가 대출금을 계속 지불하고 있는 그 아파트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것인지 그 모두를 추적해서 전부 만천하에 공개할 생각이다.

만일 내일 밤에 나의 아파트에서 남자가 나의 아내와 부부 놀이나 변태 플레이를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현장을 덥치진 않는다.

모든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는...



나는 내일 아침 이곳을 출발해서 나와 아내의 아파트로 향한다.

다만,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토요일의 오후이다.

그 사이 나의 아파트를 쭉 계속 감시하고 있을 생각이다.

만약 아내가 나가면 그 사이에 집에 침입하여 집의 모습을 조사하는 것과 동시에 미리 구입해둔 녹음기를 설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는 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아마도 다양한 증거가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은 2개월전과는 달리 나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증거를 가능한 아내에게 알려지지 않고서 확보하고 싶다.

물론 디지탈 카메라도 준비 되어 있고, 감시용의 고배율 쌍안경도 준비되어 있다.



갑자기 일전의 흥신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밤에도 역시 아내와 불륜 상대의 남자는 나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당연하게 부부처럼 같이 보낼 생각인 모양이다.

밤 9시가 지나 두명이 돌아온듯 거실에 불이 커졌다가, 약 2시간 정도 전기가 켜지더니 이윽고 침실의 전기조차도 사라져 갔다는 연락이다.

나는 내일 아침의 결전을 위해 익숙해진 파견지를 뒤로 하고 친가로 향한다.

이미 충분히 모든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심한 현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반드시 모든 사실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 이혼할 것이다.

더이상 조금의 미련조차도 나에게 남아 있지 않다.

가족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일해 온 남편을 배반하고 철저히 가정을 부셔버릴 권리는 이 세상의 어떤 인간에게도 없다.

내일 이후 나는 정보 수집을 위한 감정이 없는 기계로 철저히 변신할 생각이다.

자세한 것은 내일 쓰겠다.

지금은 모든 준비가 갖추어져 있고 나의 출발만을 기다릴 뿐이다.



9월 18일



AM 11시25분

ktx를 타고 간신히 도착,

근처의 렌트카 대여점에서 차를 빌림.



PM 12시30분

근처 편의점에서 점심 식사를 한뒤, 아파트의 출입구를 확인할 수 있는 포지션에 도착후 감시 개시

아파트의 남쪽 베란다를 쌍안경으로 확인하자, 다수의 세탁물이 널려 있고, 안에는 남성용의 속옷도 다수 발견했다.

물론, 나의 속옷은 아니다.

커텐은 열려 있어 안에 사람의 기척이 있다.

아무래도 아내 혼자가 아닌 모양.

역시 흥신소의 보고 대로 반 동거 상태 같다.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



PM 15시42분

아파트 현관으로부터 아내와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향하는 것을 확인.

두 명은 그대로 주차장으로 가서 나와 아내의 차로 어딘가로 나갔다.

나는 렌트카의 차 트렁크 로부터 서둘러 카메라등이 들어있는 배냥을 꺼내 구보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어쨌든 그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PM 15시48분

집에 진입.

수색 개시.

2개월전의 그 날과는 달리 이번에는 몇개의 창문이 열려 있어 악취는 나지 않았다.

먼저 가까운 남쪽의 거실부터 수색 개시.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방금전 밖에서 확인한 남성용 속옷류 등은 확실하게 촬영해 두었다.

아내는 1년 전부터 나의 속옷과 자신의 속옷을 일부러 따로 빨고, 역시 따로 말리고 있는데 남자의 속옷은 자신의 속옷과 함께 널려 있었다.

쓰레기통도 수색을 했다.

부엌의 사이드 테이불 위에 처방약 봉투를 발견.

근처의 산부인과의 상호가 쓰여 있는 약국 봉투이다,

안에는 정제용의 필인 것인가?

거실의 응접 세트의 목제 테이블의 뒤편에 첫번째의 녹음기를 강력한 양면 테이프로 설치.

약 30시간은 녹음 가능.

계속 해서 침실을 수색.

우선 깨달은 것은 나의 물건이 아닌 남성용의 파자마.

침대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이 방의 창문도 열려 있어 썩는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침대 옆의 쓰레기통에는 분명하게 정교의 뒤처리에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티슈의 산더미를 발견.

옆 테이블에는 예의 바이브레이터,그리고 진동 안마기, 그리고 방의 구석에 놓여져 있는 가방 안에는, 끈이든지 가죽 재질의 채찍이라든지, 여러가지 사이즈의 바이브레이터들. 수갑같은 구속도구에 눈 가림용 안대등등.

나는 일전의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인터넷의 어덜트 숍에서 여러가지를 확인한 뒤라 어느 정도는 그러한 도구의 명칭이나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의 귀가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이러한 음란한 도구들을 일단 정리하여 아파트에서 치울 생각인것 같았다.

단지 전날에 사용한 것만은 아직도 정리할 수 없었겠지.

침대 옆 테이블 뒤편에 2번째의 녹음기를 역시 강력한 양면 테이프로 설치 완료.

옷장속에 있는 아내의 속옷을 꼼꼼히 채크 했다.

1년이란 긴 시간이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없는 동안에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속옷을 몸에 입고 있었던 것에 솔직하게 마음 속으로 놀랐다.

마지막으로 욕실을 수색.

빨래 바구니에는 벌써 세탁한 뒤인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선반에는 나의 물건이 아닌 전기 면도기와 칫솔이 놓여져 있던것 외에는 역시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욕조안에서 수상한것을 발견.

저건 에널용 딜도라고 하던가.

그 옆에는 흡반이 붙은 남성기 모양의 실리콘제 딜도.

"쌍년."

내가 사는 나의 집 욕실에서 도대체 무슨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상상을 하는 그순간 구토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이러한 모두 증거들을 디지탈 카메라로 촬영하고, 이제 슬슬 집을 뒤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현관의 신발대 위에 놓여진 케이스에 들어 있는 캐논의 디지탈 카메라를 발견했다.

나는 그순간 하늘높이 뛰어 오르고 싶을 정도로 흥분했다.

지금까지는 모두 간접적인 증거 밖에 몰랐지만, 처음으로 무슨일이 벌여졌는지 직접 이 두 눈으로 확인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재빨리 가져온 배냥 안으로부터 애용하는 모바일 PC와 카드 리더기를 꺼내어 남자의 디지탈 카메라의 카드를 PC로 읽어들였다.

데이터양은 그다지 많지 않은것 같았다.

그렇지만 직접 처음으로 확보한 큰 증거물이다,

오늘 밤 천천히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의 노트북 PC도 거실의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지만 락이 걸려 있었다.

짐작이 가는 패스워드는 몇개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후일 천천히 해제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두사람이 돌아와버리면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 버리므로 나는 서둘러 집을 나가기로 했다.



PM 16시55분

서둘러 집을 뒤로 하고 다시 감시 체제로 돌아온다



PM 19시07분

주차장에 아내의 차가 돌아왔다

식재료 같은 슈퍼의 봉투와 와인이라고 생각되는 병들을 가졌다

남자와 아내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아파트 입구로 사라져갔다.

집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 후 남쪽 베란다 창문이 보이는 장소로 이동.

반드시 오늘 밤은 반 동거 생활 마지막 밤이므로 둘이서 파티를 할 것이다.

나는 두 명의 파티에 다른 인간이 참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관과 남쪽 베란다를 교대로 감시하였지만

오늘밤은 역시 두 명만으로 보낼 생각이었는지 다른 참가자는 없었다.

때때로 이대로 처들어가자고 말하는 유혹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간신히 꾹꾹 눌러 참았다.

이제 와서 두명의 섹스 현장에 처들어가는것은 별로 재미가 없다.

그것보다는 예의 파티 현장에 처들어가 관계자 전원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유부녀 상대로 SM 난교 파티에 참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표면화되면, 그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간이라면 아마 치명적인 스캔들이 될 것이다.

또, 아내의 인생에도 단순한 불륜이라는거와는 차원이 다른 전혀 비교 조차 할수 없을 만큼의 데미지를 확실히 줄 것이다.

그 때의 그들의 놀라서 당황하는 꼴을 상상하면서, 나는 눈앞에서 전개되는 남자로서 참기 어려운 굴욕을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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