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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얼굴 없는 달 - 상권 1장 (1) (게임 원작의 소설 번역).

TODOSA 1 128 0

제 1장

 

 

 그 때 코우이치가 꾼 것은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방울소리와 함께 쫓아오는 악몽이 아니었다.
 코우이치는 금색으로 빛나는, 얼어붙은 것처럼 아름다운 세계에 있었다. 물 속일까. 그러나 그 장소는 평온하지만 생명의 기척이 없어서 보이지 않는 중압이 덮쳐올 것만 같은, 그런 무시무시하면서도 어딘가 신비한 공간이었다.
 답답하고 몸이 뭔가에 눌려있는 것처럼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왠지 나른한 잠기운에 사로잡히고 마는 느낌이다.
 그는 이 장소에서 죽는걸까. 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코우이치는 오로지 혼자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소멸당하는건가.
 하지만 이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코우이치는 괴로움도 없이, 슬픔도 없이, 그저 나른하게 잠들었다.
 물 속에 있는 것이라면 숨을 쉴 수 없어서 괴로워야 할텐데,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자신이 소멸되는 것에 아무런 불안도 못 느낀다.

"어라......"

하지만, 갑자기 코우이치의 몸은 위로 끌어올려졌다. 몸이 떠서 올라간다. 소멸을 조용히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이대로 몸을 바치려고 했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는 것이다.
 꼬르륵하고 물소리가 났다. 몸이 수면에 끌어올려진다. 하지만 도움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장소에서 떨어지는 것이 괴로웠다.
 물 속에서 좀 더 있고 싶었다. 조용히 머물고 싶었다. 어째서 이런 괴로움을 주는걸까. 왜 자신같은 존재에게 참견하는건가.

"너는......?"

 수면에 떠오른 순간, 한명의 여자아이의 모습을 봤다. 그 악몽에 나오는 단발머리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놀랍게도, 꿈 속의 코우이치는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한순간이지만, 그 귀여운 얼굴을 마음에 각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긴 머리카락, 동그란 눈동자, 작은 입. 소녀는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순수한 미소였다.
 그녀가 코우이치를 물밑에서 끌어올려준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그는 더 이상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물 속에서 올라올 수 있었다는 기쁨이 코우이치의 안을 채워갔다.

"너는 누구야......"

 하지만 그녀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어느새 모습을 감춰버렸다. 살아날 수 있었다는 기쁨을 그녀와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코우이치는 그녀를 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즉, 이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지금은 아직 그 이상의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버리자, 코우이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것은 꿈을 꾸지 않는 잠이었다. 오랜만에 정말로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열은 내렸는데, 왜 일어나지 않는걸까."

 얼마나 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목소리가 들려서, 코우이치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 조금 머리가 아팠다.
 누군가 옆에 있는 모양이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적어도 열차 안은 아니었다. 눈을 뜨는 바람에 이마에서 내려와버린 젖은 수건이 뺨에 닿아 있었다.
 아직 머리가 몽롱했다. 자신은 정말 눈을 뜬 것일까. 아니면 이것은 아직 꿈 속인걸까.

"앗......"

 눈을 뜨자, 거기에 달의 정령이 서 있었다. 아니, 달의 정령처럼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다.
 머리에는 섬세하게 세공된 금제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티아라같은 서양풍이 아니라, 관이라고 부르는 쪽이 나을 것 같은 일본풍 장식품이다.
 그녀는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고, 풍성했다. 만지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보드라운 머리카락이다.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와,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주위를 춤춘다.
 그리고 꿈 속에서 물밑으로부터 그를 끌어올려준 여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코우이치는 그녀의 얼굴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긴 머리카락, 동그란 눈, 작은 임. 그녀는 꿈 속의 여자아이와 쏙 빼닮았다. 하지만 동일인물인지, 아니면 닮았을 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눈 앞의 그녀는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코우이치는 그녀의 쓸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우이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녀는 하얀 기모노같은 것을 입고 있었지만, 천이 매우 얇아서 몸이 비춰보이고 있었다. 그 기모노에는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그 얇은 기모노 아래에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속옷조차 입고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비춰보인다.
 투과될 것처럼 하얀 피부. 부드러우면서도 볼륨있는 가슴 라인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엷은 분홍색의 작은 유두도 비춰보인다. 그 옷은 실로 무방비하게 만들어져, 한쪽 넓적다리가 엿보였다. 하지만 코우이치의 시선은 그녀의 사타구니에 못 박히고 말았다.
 아래쪽의 체모는 매우 적었다. 그 때문에, "균열"까지 인식할 수 있었다. 매우 심플한 슬릿이었다.
 코우이치는 호스트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고, 지금까지 여자의 알몸따위 질릴 정도로 봤다. 그런데도 그녀의 모습에 이렇게 흥분해버리는 것은, 옷에 알몸이 비춰보인다는 점이 신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녀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얼굴 없는 누드와 얼굴 있는 누드는 흥분도가 전혀 다르다. 즉, 코우이치는 지금까지 여성의 진짜 아름다움을 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코우이치는 이것도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이 정도로 대담한 모습으로 눈 앞에 있다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쁘다......"

코우이치는 무심코 솔직하게 중얼거렸다.

"엣? 뭐?"

 달의 정령이 걱정스러운듯 옆을 향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훔쳐본다.

"어머, 겨우 눈을 뜬 모양이네."
"그러게요. 저, 물을 가져올게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야."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것은 꿈이 아니고, 코우이치는 확실히 눈을 뜬 모양이다. 현실에서, 대담한 옷차림을 한 여자아이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 여기에는 또 한명의 소녀가 있는 듯 하다. 아니, 또 한명의 소녀는 물을 가지러 갔기 때문에 방에서 나가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는 어디인걸까. 그는 열차에 타고 쿠라키 저택에 가던 도중이었는데, 여기는 누가 봐도 열차 안이 아니었다. 코우이치는 침대에서 재워진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는 낯선 장소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쇼크였던 것은, 그녀의 말투가 지극히 평범한 느낌이라 도저히 달의 정령이라는 이미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평범한 여자아이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처음 몇 분간의 신비한 인상은 옅어져버린 기분이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그렇게 물으면서 코우이치는 새삼 그녀의 몸을 보고 말았다. 신비성은 잃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은 확실했고, 그 얇은 옷에 비춰보이는 나체가 눈부셨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코우이치같이 낯선 남자 앞에서 왜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걸까.
 코우이치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서 멈춰버렸다.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매력이 가득하다. 표정이 풍부한 얼굴이다.
 코우이치는 그녀의 귀여운 얼굴에 시선을 사로잡혀, 약간 두근거리고 말았다. 이런 일로 두근거리는 자신에게 당황해버린다. 그녀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꿈 속에서 여자아이의 얼굴을 봤을 때보다도 그 매력이 새삼 와닿아 그의 마음을 동요시켰다.

"뭘 힐끔힐끔 보는거야."

 그녀는 기가 센 태도를 보이면서도 코우이치의 시선이 부끄러운듯 황급히 가슴과 하반신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감춰본들 이미 늦었다. 게다가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왜 그의 앞에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걸까.

"그래서, 여기는 어디고, 넌 누구야?"
"정말 몰라?"

 코우이치는 묵묵히 고개를 끄떡였다.

"여기는 쿠라키의 저택이야. 당신은 열차 안에서 고열로 쓰러져서 여기로 옮겨졌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모토야마 교수나 치카코가 그를 여기까지 옮겨준 것이겠지. 요 얼마간 계속 수면부족으로 피로에 쩔어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쓰러져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눈을 뜨면서 갑자기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코우이치는 묘하게 긴장해버린다. 그 표정 때문일까, 아니면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유혹하는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우이치는 그녀를 자신의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는 남자로서 그녀에게 반응해버린 것이다.
 상대를 알려면 스킨쉽이 가장 좋다. 코우이치는 무의식 중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병상에 누워있다고는 해도, 여자아이에게 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녀도 저항할 틈이 없었다.

"꺄앗!"

 갑자기 손을 잡아 끌렸기 때문에 그녀는 균형을 잃고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누워있는 코우이치의 가슴에 정확히 날아든 느낌이다.
 그런 그녀를 코우이치는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몸이었다. 얇은 천을 통해서 그녀의 온기가 전해진다.
 아무리 알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나, 단순히 끌어안을 뿐인데도 코우이치는 이상할 정도의 흥분을 느꼈다. 여성의 온기에 이렇게 흥분한 것은 처음이었다.
 긴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소녀의 생생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코우이치는 그녀의 안에 자신의 단단해진 것을 넣고 싶다고 느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욕망이 끓어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강렬한 욕망이었다.

"웃, 아파......"

 다음 순간, 그 욕망을 깨부수듯이 왼쪽 어깨에 격통이 달렸다. 날붙이를 휘두르는 남자의 영상이 한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날카로운 날붙이로 어깨를 찔린 것 같은 아픔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반격해서 코우이치의 어깨에 나이프를 찔렀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나이프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고통은 환각이다. 혹은, 그의 기억에는 없지만 그러한 일이 과거에 일어나서, 무언가의 계기로 그 때 받은 고통이 되살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코우이치는 그녀를 끌어안은 손을 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코우이치의 반응에 놀란 것 같았지만, 겨우 자기가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밀쳐내며 일어섰다.

"무슨 짓이야!"

그녀가 떨어지자, 고통은 조금 약해졌다. 욕망도 천천히 잦아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변태같은 짓을 하고."

 그녀는 다시 붙잡히지 않도록 코우이치와 거리를 두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코우이치도 충동적으로 그런 일을 저질러버린 것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

"너도, 그렇게 사람을 유혹하는 복장을 하고 있잖아."
"유혹같은 거 안 했어......"

 거기에 아까 방을 나갔던 또 한명의 여자아이가 돌아왔다. 복장으로 보건데 그녀는 이 저택에 고용된 하인인 모양이다.

"저기, 물을 가져왔는데요..."
"토모미, 나, 이 남자에게 레이프당할 뻔 했어."

잠깐 끌어안은 것 뿐인데도, 그녀는 과장스럽게 말했다.

"나, 이제 돌아갈래.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녀석을 저택에서 쫓아내라고 어머님한테 말씀드릴거야."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노골적으로 화를 내면서 방을 나갔다.
 이제 어깨의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 소녀를 안았을 때 일어난 맹렬한 충동, 그리고 그 어깨의 격통은 뭐였을까.

"물, 여기에 두겠습니다."

 남겨진 메이드 소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그렇게 말했다. 뛰쳐나간 여자아이의 저런 태도에는 익숙한 모양이다.
 그녀는 안경을 쓴 상냥한 느낌의 여자아이였다. 소위 말하는 메이드복을 몸에 걸치고 있다. 헌신적인 분위기다.
 하얀 머리장식을 하고, 붉은 리본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있다. 메이드복은 남색이지만, 앞에 커다란 주머니가 두개 붙어있는 하얀 에이프런을 걸치고 있다.
 아무래도 코우이치는 아까의 소녀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까의 대담한 복장을 한 소녀 정도는 아니지만, 코우이치는 이 메이드 소녀에 대해서 불가사의한 설레임을 느꼈다.
 역시 얼굴이 인식된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메이드 소녀의 안경 너머에서 기가 약해보이는 눈동자가 이쪽을 향한다.
 그러고보면 이 소녀와는 양부모의 장례식 때 만난 적이 있다. 수염을 기른 노인과 함께 장례식에 참가해주었다.

"이름이 분명... 하루카와 토모미씨였지?"
"예, 그렇습니다."
"아까 여자애가 말한 것처럼, 여기는 정말로 쿠라키의 본가인가?"
"네. 하야마님은 여기에 도착했을 때 열로 괴로워하고 계셔서, 아가씨와 제가 계속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화를 내며 나가버리긴 했지만, 아까의 소녀 또한 몸이 안 좋아서 누워있었던 코우이치를 토모미와 함께 계속 돌봐준 모양이다.

"아가씨? 그 아이는 아가씨인건가?" - ※주 : 아가씨 - 오죠사마. 한국어의 아가씨와는 달리 귀한 집의 딸이라는 의미가 크다.
"그 분은 이 쿠라키가 전대 당주의 따님인 쿠라키 스즈나님이세요."

 아가씨인가. 과연. 어쩐지 사람을 조금 깔보는 건방진 구석이 있더라니.

"하지만, 그 아가씨의 복장이 꽤 대단하던데."
"왜냐하면, 그건 이쪽의 관습이니까요."
"관습? 뭐의?"
"역시 하야마님은 모르고 계셨군요."
"어떤 관습인데?"
"죄송합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내일, 사모님께 직접 물어봐주세요. 저 따위가 입에 담을 일이 아니어서."

 토모미는 코우이치에게 관습에 대해 가르쳐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럼, 하야마님. 달리 무언가 용건이 있으신가요?"
"용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코우이치는 계속 신경이 쓰이던 것을 입에 올렸다.

"난 당신의 주인이 아니니까, 하야마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그건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하야마님."

코우이치에게 그렇게 말하며, 토모미는 왠지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아니, 의미라든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하지만 코우이치가 말한 것은 토모미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 듯 하다. 코우이치는 일단 이 저택의 손님이므로, 하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대접하도록 되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토모미가 방을 나가고, 코우이치는 홀로 남겨졌다. 하지만 혼자가 되었다고 해서 생각에 잠길 기분은 아니었다.
 몸 상태는 이제 괜찮은 것 같지만, 코우이치는 아직 자기가 놓인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얼마나 자고 있었던걸까. 창 밖은 이미 어두웠다. 이미 늦은 밤이다. 모토야마 교수와 치카코도 이 저택에 있겠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몸 상태가 완전한 것도 아니니까, 분명 아침까지는 자야할 것이다. 하지만 잠들면 또다시 단발머리 소녀가 쫓아오는 악몽을 꿀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병상에 누운 몸에는 수면이 필요했다.
 아무튼, 지금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코우이치는 여성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멋진 일이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둘 사이의 관련은 없지만, 이거라면 그 악몽도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코우이치에게는 이 이상, 무언가를 생각할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잠의 세계로 끌려간다. 거기에 저항해도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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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기는군요. 요즘. 어떻게든 겨우 앞부분 번역해서 또 올립니다. 아직은 도입부라서 내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여담이지만, 번역 도중에 "언더헤어"라는 표현이 나와서 이게 대체 뭔가 했습니다. 사전에도 안 나오고. 앞뒤 문맥 보고 겨우 알아냈는데... ......그렇군요. 일본에서는 "그쪽의 체모"를 "아래쪽 머리카락"이라고 부르는거군요. 처음 알았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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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5.26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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