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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짧다면 짧은 이야기 9부.

TODOSA 1 133 0



윤아야 고맙다. 네가 내 생명의 은인이다. 내가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으마.



밥 먹고 수다 떨고 장난치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넘어갔다. 시간은 늦었는데 제정신으로 여기서 자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 가기도 어정쩡하고, 전에는 시간이 늦으면 무조건 집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밤이 깊어가며 분위기가 점점 어색해졌다. 윤아나 미영은 내가 자고 간다고 해도 그러라고 할 애들이기는 한데 맨정신으로 버티려니 내가 어색했다. 이 상황을 탈출할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술이 짱 이지, 내가 술을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이 어색하고 찜찜한 분위기를 풀 가장 좋은 약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미영아 술 한잔할래?"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 둘 다 그러자고 했다. 이거이거 술 먹자고 안 했으면 잡아먹혔을 분위기네,
술과 안주를 사러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집 안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이동식 난로 두 개 장착 안 했으면 얼어 죽을 뻔했네.
뭔 이동식 난로를 두 개씩이나 가지고 다니냐고? 여기 있잖아 내 팔을 하나씩, 꼭 껴안는, 쿠션 좋고 예쁜 이동식 난로. 부러워서 열 폭 하거나 말거나….

술을 사러 나갔는데 들고오기 귀찮아서 먹고 오기로 했다.
애들 한 명이랑 밤늦게 술 먹다 들키면 스캔들이지만 둘이니 매니저라고 하면 되지.
윤아가 미성년자라 안될 거 같기는 한데, 보호자랑 동반이면 상관없을 거 같기도 해서,
제일 가까운 실내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다행히(라고 쓰고 작가 보정이라고 읽는다.) 주민등록증 보자는 얘기를 안 하니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애들은 공인이니 조심해야 해서 적당히 먹고, 안주와 술을 싸달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추운 데 있다 따뜻한 집안에 들어오니 술기운이 좀 도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데 애들은? 모자와 안경을 벗고 머플러를 푸는 둘의 얼굴이 술기운인지 따뜻한 곳에 들어와서인지 얼굴이 발그레한 게 보기 아주 좋았다.

사온 음식을 식탁에 차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양옆에 앉았으면 좋을 텐데 둘 다 마주보고 앉다니, 한 명이라도 옆에 앉으란 말이야. 숙소에 돌아와서 세 병이나 먹었을까? 찬 데서 먹은 술이 따뜻한 곳에서 올라오는데다 각자 반 병 이상을 더 먹었으니 술에 취할 만도 했다.

"오�~ 헤~"

"..."

윤아는 취하면 웃는 게 버릇인가? 불러놓고 나를 보며 웃기만 하고, 미영인 고개를 숙이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흠~ 나름대로 예쁘네. 헤실헤실 웃으며 오빠만 찾던 윤아가 먼저 상에 엎어지고 뒤를 이어 미영이 본격적으로 졸기 시작했다. 술이 모자랐던 나는 그 모습을 안주 삼아, 남은 술을 거덜냈다. 안주는 남겨도 술은 못 남기지~ 암...

술에 취해도 예쁜 윤아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술에 취해 잠이 들어도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예쁜 웃음을 가진 윤아야 좋은 꿈 꾸고 편하게 자~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주방으로 나왔다.

미영이가 아까 그 자세로 조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얘들은 술을 취해도 예쁘게 취하네!"
꾸벅꾸벅 조는 미영을 안고 일어서니, 미영이 잠꼬대인 듯 칭얼대며 손으로 목을 감아왔다.
조심조심 윤아 옆 침대에 눕히고 거실로 나왔다.



눈을 뜨니 창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적당히 먹으니 어제 일도 다 기억나고 기분도 좋았다. 오! 좋은데 앞으로는 과음하지 말고 적당히 먹어야지. 분명히 술 먹으면 개란 말은, 취소를 하고 북엇국만 안 먹는다고 맹세를 했으니, 난 개가 절대로 아닌 거다. 다만, 북엇국만 안 먹으면 되지.

"내가 술 취했을 때 애들이 고생했으니 오늘은 내가 봉사를 해볼까?"라고 생각을 하고 장을 보러 나왔다. 장은 개뿔, 문을 열었어야 뭘 사도 사지. 결국, 편의점에서 일회용 즉석 해장국을 사 왔다. 조금 있으면 다른 애들도 올 테고 얼른 깨워서 씻기고 밥 먹여야지.

애들을 깨우러 방에 들어가니 자는 폼 하고는..., 의외로 윤아가 이불을 얌전히 폭 덮고 내가 눕힌 그대로 자고 있고. 미영이는 이불을 차 버리고 네 활개를 활짝 편 채로 자고 있었다.
밤에는 옷을 다 입고 있었는데 더워서 벗었는지, 속옷만 입은 채로...,

고마워 미영아, 네 덕에 아침부터 눈이 호강한다.

아차! 그만 보고 애들 깨워야지. 깨우면서도 아쉽기는 했지만 다른 즐거움이 있으니 뭐...

"미영아, 일어나."

"응~ 조금만 더 자고..."

잠에 취해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트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나는 차갑고 시크한 도시 남자, 과감하게 미영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가슴이 살짝, 아주 살짝 잡히는 건 미영이의 가슴이 커서지 고의는 절대 아니다.

"일어나. 해장국 먹고 다시 자라."

"우~웅~ 엄마!~~"

나 엄마 아니고 오빤데?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보더니, 깜짝 놀라며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가릴 걸 찾았다. 매너 있는 도시 남자인 나는 뒤돌아섯다.
볼 걸 다 봐서 뒤돌아 선건 절대 아니겠지? 아마도~

"오빠. 돌아보셔도 돼요."

뒤를 돌아보니 미영이가 옷을 다 입고 땅을 파고 있었다. 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안 봤으니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솔직히 다 봤지만, 그것도 아주 자세히 꼼꼼하게, 그렇다고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애에게 진실을 밝혀 더 부끄럽게 만들 필요는 없는 거다. 그럼 당연하지...

"..."

"샤워하고 나와. 술 먹었으니 해장국이라도 먹고 속 풀어야지."

"네"

미영이가 샤워실로 들어가고 난 윤아를 깨웠다. 너무 얌전하게 자고 있으니 깨우기도 미안하네.

"윤아야 일어나."

"..."

몇 번을 깨워도 들은 체도 안 하고 오히려 이불을 머리 위로 뒤 집어 썼다.

"일어나라니까~"

큰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덮은 이불을 확 끌어내렸다.

"......"

"..."

지져스크라이스트. 주여 제가 본 이 사실이 정녕 진실입니까.

"!!!!!!"

"......"

이불을 확 벗기자 그 바람에 눈을 뜬 윤아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도 윤아의 얼굴을 보다가..., 아래로 눈길을 돌렸다.

"......"

"?????? 엄마~ 눈 돌렷!!!"

그렇다. 윤아는 술만 취하면 옷을 다 벗고 자는 그런 묘한 습관이 있는 거였다.
그것도 올 누드로..., 눈 돌리라고 돌릴 그런 신체 건강하고 정신 박약한 남자가 몇 명이나 될까?
당근! 난 거기에 해당이 전혀 안 되는 정신도 건강한 그런 남자다.

윤아가 가슴을 가리며 눈을 돌리라고 외쳤다. 그런데 아래는 어쩔 건데?
아래도 가리며 눈 돌리라고 외쳤다. 그런데 가슴은 어쩔 건데.
위아래를 각각 한 손으로 가리며 외쳤다.

"변태야 눈 돌리라고!!"

그러니 더 섹시하잖아~ 구경도 좋지만, 목숨이 우선이라 잽싸게 뒤돌아 서 있었다.
차라리 방을 나가지 그랬냐고? 미쳤어? 지금 나갔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는데.
이 자리에서 위로를 하든, 줘 터지든 결정을 봐야지 나중에는 더 힘들어져...

얼마를 돌아서 있었을까? 뒤통수가 간질간질해서 도저히 돌아서 있을 수 없었다.

"윤아야~ 옷 다 입었어?"

대답은 없고 어디선가 갸냘 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차! 당차 보이고 씩씩한 것처럼 보여도 얘는 아직 어리지..."
자책하며 윤아에게 돌아섰다. 윤아는 이불로 몸을 감싸고 얼굴을 묻은 채 훌쩍이고 있었다.
뭐라고 위로를 해야 얘가 풀릴까? 오빠는 하나도 본 거 없다고? 그건 알면서도 넘어가 주는 미영이에게나 써먹는 말이고, 윤아에게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누가 그랬던가, 여자가 울 때는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게 최고라고.

윤아 옆에 앉으며 가만히 끌어안았다. 울음소리가 잦아 들었다.
윤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윤아의 두 눈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빠는 윤아가 오빠 꺼 라고 생각하는데, 윤아 생각은 어때?"

"....."

"오빠는 윤아를 사랑하는데 윤아는 안 그래?"

"......"

"미안해, 울지마. 윤아는 웃는 게 예쁘고 윤아가 울면 난 슬퍼져"

어느 정도는 위로가 먹혔을까? 윤아가 울음을 그치고 나를 꼭 껴안았다.

"윤아가 너무, 예뻐서 고개를 돌리기 싫었어, 윤아의 모습을 내 눈에 담아 두고 싶었어."

윤아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게 내 말이 100% 먹힌 거 같았다. 나이스~~ 이젠 결정타를...

"사랑해"

"오빠. 나도 사랑해~"

"씻고 나와. 오빠가 해장국 사왔어."

"응"

윤아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거실로 나왔다.

방문을 나서는 데, 미영이가 방문 옆 벽에 힘없이 기대어 서 있었다.







들은 거니? 미영아, 들은 거야? 내가 한 말을 들은 거야?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는데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윤아는 웃고 있지만, 미영은 시무룩해 있고, 윤아가 물어봐도 술을 많이 먹어서 몸이 좀 안 좋다고만 얘기하고, 내 쪽으로는 돌아볼 생각조차 안 했다.

미영이 좀 쉬겠다고 방에 들어간 사이 학원가야 된다고 하고 숙소를 나왔다.
나오고 나니 막막했다. 미영에게 전화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어떻게 하든 이 상황은 풀어야 했다. 태연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전화 왜 했어? 숙소에 다와 가는데."

"나 지금 숙소 앞이거든 기다릴 테니 나 만나고 숙소에 들어가라."

"숙소에 가 있지?"

"아니야 할 말이 있어서 그래."

"그래? 그럼 아파트 입구에 카페 하나 있잖아 거기서 봐."

"그래 기다릴 게"

태연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답답해졌다. 이 일을 이 아이에게 말해도 될까?

카페에 들어가서 조금 있으니 태연이 들어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초지종을 말했다. 내 얘기를 듣던 태연의 눈에서 눈물이 비치는가 싶더니,
탁자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난 몹시 당황하며 태연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애썼다.
얼마가 지났을까? 태연이 울음을 그치고 나를 노려 봤다.
차마, 태연이와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이 자리에 설 수 있는지는 오빠도 잘 알지?"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말을 안 하고 가만히 듣고 있자, 태연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지금 더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바닥으로 추락할지 몰라.
오빠를 애들과 만나게 한 것도, 오빠의 편지를 보고 애들이 용기를 많이 얻었기 때문이야.
우리가 인기를 얻어 갈수록 외롭고 우리끼리는 채워 줄 수 없는, 그런 걸 오빠에게 바랐어."

"......"

"그런데 오빠는 우리를, 배신한 거야. 우리의 믿음을 이용한 거라고. 우리는 너무 외로워서 다른 누군가가, 조금만 잘 해주면 애들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을 해. 그 틈을 오빠는 파고들어 온 거야. 오빠가 잘나서가 아니라."

"미영이와 윤아는 내가 달래 볼 테니, 오빠는 앞으로 연락하지 마. 잘 가."

말을 끝내고 태연이 울면서 카페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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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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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5.26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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