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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MC] 검은 욕망 - 타츠미재판 (2) - 1화.

TODOSA 1 118 0

BLACK DESIRE

 

 

 


0.


 그 날의 저녁식사 후 나는 집의 거실에 있었다.
  구두를 벗고 소파에 엎드린채 다리를 팔걸이에 얹고 있다.
  예의범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자세다.
 주방은 이 방에서 멀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의 안쪽의 문의 저 너머다.
  그러니까, 이 저택의 또 한사람의 거주자인 트바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아마 저녁식사의 설겆이를 하고 있을 테지만..


 이 방에는 난로가 있지만, 아직 거기에 불을 넣어 본 적은 없다.
  사실 이 저택은 낡은 외관과는 정반대로 냉난방 완비이기 때문에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려도 사용하는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이미테이션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집의 외관에는 굴뚝이 없으니깐..


 벽에 설치된 램프도 촛대의 형태는 하고 있지만 단순한 전등이고
  장식해진 그림이나 장식물도 아마 싸구려일 것이다.
  부지는 넓고, 건물도 매우 호화롭지만,
  트바리가 올 때까지는 거의 손질이 된 적도 없었다.
  정말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둔 장소인지 의심이 갈 정도

 나나, 아버지 같은, 유사품에게 맡기기에는 그야말로 딱 맞는 장소다.
  우리들에게를 위한 장소는 없다.


 트바리와 같은 악마들 처럼,
  이 세상의 오물들 사이에 생긴 가는 틈새에 몸을 밀어넣어
  헤치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디 그 틈새가 결국은 막다른 길이 아니길 빌면서....
 뺨에 습도가 다른 공기가 와 닿는 것이 느껴진다.

  혼자서 있던 시간이 긴 탓인지 나는 타인의 기척에 상당히 민감하다.
  시선을 보내자, 평소의 복장인 트바리가 문옆에 잠시 멈춰서 있다.
  조금 그녀에게 부탁 할 것이 있어, 저녁식사를 하며 정리가 끝나면
  와 달라고 말해 두었던 것이다.

「끝났어?」
「네」
「그러면, 이쪽으로 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트바리는 벽 옆을 마치 그림자와 같이 따라걸으며
  소파로 이동해 왔다. 마치 자신이 만드는 그림자를 누구에게도
  밟게 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태도다.

 트바리의 검은 실루엣이 곁에 와 닿자 나도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앉아 눈을 조금 치켜떠 그녀를 올려다 본다.

  앞머리 때문에 반쯤 가려져 있지만 피빛 눈동자는 잘 보였다.
  백자 도기 처럼 핏기가 없는 뺨과 대비해
  오한이 날 만큼 선명하고 강렬한 색이다.  재차, 그 용모가 인간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나는 그 유사품 같아 보이는 용모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웠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느꼈기 때문에다.

 
  유사품의 저택. 유사품의 생활 용품. 유사품의 거주자.
  유사품의 생활. 유사품의 학생. 유사품의 신뢰. 유사품의 호의.
  유사품의 약속. 유사품의 인생. 유사품의 인간. 유사품의 생명…….
  나는 언제나 저녀석과 같은 편에 서있는 인간이었다…….

「트바리.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계약에 관한 것인데....」

 기분을 전환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낮의 전화의 내용을 듣고 나서 깨달았는데...
  네 말로는 "계약 내용은" 바꿀 수 없다고 했지만 말이야...
  그 말은 혹시 내가 한것과는 다른 계약 방법이 있다는 듯이야?
  즉, 발동 조건이나 지속 시간등이 다른  검은 욕망의 다른 사용법이 있다는 뜻인거야?」
 

 그래 그것은 오늘 탐연부에서 작전을 짜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난 일이다.
  트바리가 계약에 구애받는 것은 혹시 지금의 계약과는 다른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과연, 트바리는 독특한 한숨과 같이 조용하면서도 억양 없는 목소리로 긍정했다.


「……네. 검은욕망의 힘은 이쿠타님께 가르쳐준 방법외의 사용법도 존재합니다.」
「역시 그렇구나. 역시 그건 계약시에 정하는건가?」
「저는 이쿠타님의 의지가 틀림없이 그 책을 통해 마력과 함께 이루어 지도록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쿠타님이 그 외의 방법으로 검은 욕망을 사용하고 싶다면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 합니다.」
 

 과연. 트바리가 검은 욕망의 사용법을 그렇게 열심히 지도해 주었던 것도
  사실은 계약 내용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군..


「그렇다면...」
「네」
「이번에는 어디를 갖고 싶어?」
「……?」

 트바리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행동을 했다.
  그녀를 만날 때 마다 한 번은 이 모습을 보지 않으면 왠지 섭섭하다.
  나는 한층 더 입가의 미소를 깊게 한다.

「한번 더, 계약을 하고 싶다는 뜻이야. 제2의 계약이라고나 할까?
  별로 상관 없잖아? 계약은 1명당 1개뿐 이라는 규정이 있는것도 아닐테고...」
「……」

 나의 가벼운 어조에 트바리는 드물게 고개를 갸웃한 채로 입을 다물었다.
  표정은 변함없지만,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혹시, 다중 계약은 금지 사항이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 생각은 기우였다. 트바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조용한 동작으로 허리를 굽혀 나와 시선의 높이를 맞추었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조금 낮은 위치까지 굽힌 탓에 이번에는 트바리가
  눈을 치켜 뜨고 보게 된다.
「……어느 부위라도 상관 없는 것인가요?」
「응? 아, 좋아. 손이든 다리든 내장이든 맘에 드는 걸로 가지고가..
  그 보다 계약 내용말이야 이번에는……」

 그 후 당분간 트바리와 계약의 내용을 조정한다.
  나의 요구에 트바리는 「추천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하고
  소극적으로 충고해 주었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시종일관 우겼다.
  그리고 계약의 조건으로 그녀가 요구한 것은…….

「……그럼 이쿠타님의 눈을……왼쪽 눈을 받고 싶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나는 그 질문에 쾌히 대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계약의 의식을 실시한다.

  또 지하에서 실시하는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나와는 검은 욕망을 통해
  연결이 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단순히 나의 신체와
  트바리가 만들어낸 마력덩어리를 교환하는 것을
  이장소에서 실시 함으로써 끝이라고 했다.

「……실례합니다」

 트바리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몸을 가까이 가져 온다.
  껴안듯이 머리로 손을 뻗어 서로의 머리를 가까이 접근시킨다.
  서로의 날숨이 느껴져 순식간에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숨결을 느낄 만큼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트바리의 생활취는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말그대로 방금전까지 설겆이를 하고 있었을 텐데도
  세제의 향기라곤 눈꼽만큼도 느낄 수가 없다.  

  다만 공기 중에 알 수 없는 중량감이 늘어 났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다.

 밤의 장막과 같은 환영의 소녀.(冪 트바리 = 장막)


 살짝 벌린 입술의 안쪽의 가지런한 흰 치열과 유독 도드라지는 송곳니를 보며
  나는 막연히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 입술이 나의 왼쪽 눈을 쪼아 먹듯 다가와 송곳니가 내 눈을 쪼고
  작은 혀끗이 안구를 햝으며 수정체를 빨아 먹는 것 처럼....

 

 깨닫고 보자 어느새 천정을 보고 있었다.
 거실의 천정을 어느새인가 소파에 누운채 올려다 보고 있었던 것


「……정신 차리셨습니까?」

 머리 위로 부터 목소리가 들려 왔다. 트바리가 고개를 숙이고 나를 내려다 본다.
  시야의 구석에 보이던 검은 막은 아무래도 그녀의 의복이었던 듯
 소녀가 나를 내려다 볼 때, 베개가 살짝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트바리의 무릎을 베개삼아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것 같다.

「기분은 어떻습니까?」
「응……」

 소파에 손을 짚고 상체를 일으킨다.
  가죽이 스치는 소리가 의외로 트게 들려
  주위가 아주 조용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맨발로 그대로 전신 거울의 전까지 걸어간다.

  나와는 좌우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을 마치 처음 본 것 마냥
  자세히 관찰한다.

「……이쿠타님의 왼쪽 눈은 마력 유사 기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왼쪽눈 으로만 보면 검은 욕망 외에도 마력을 가지는 존재가 보이게 되었을 겁니다.」
「……왠지 왼쪽이 가벼워 진것 같다..」

 심장도 몸의 왼쪽에 있다. 그 탓일까?
 왠지 나에게는 거울속 인물이 살짝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사소한 위화감이다 하지만.
 트바리는 그런 것은 알 수 없다는 듯 혹은 단순한 내 착각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좋아. 괜찮아. 아마, 기분탓일꺼야」
「……이쿠타님, 무언가 음료를 가져올까요」
「응. 따뜻한 걸로」
「……알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트바리는 문으로부터 나간다.
  왼쪽눈의 시야의 구석에서, 그 등에 검은 날개와 같은 것이 보인 것 같았다.

(……안보이던 것이 보이게 된건가...)

 나는 거실의 소파로 돌아가 다시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되돌아온 트바리가 가져다준 핫밀크에 입을 댄다. 
  가져오는 것이 아주 빠른 것이 아무래도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것 같다.
 조금 벌꿀이 들어가 있는지 혀 위에 느껴지는 뒷맛이 달다.
  고민을 하는데 이런 단맛은 방해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곧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이 있어 오늘은 피곤하다.

  그것을 예측한 그녀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하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서비스인가? )

 트바리의 일은 잘 모른다.
  최초 그녀는 「계약자의 신변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도 의무」라고 말했다.
  요리나 세탁, 목욕탕의 준비나 청소같은 사소한 일도 당연한듯 해준다.
 다른 악마와 만났던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지만 현대의 악마 계약이라는 것은
  이와 같이 서비스가 많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을만큼 수요가 적어진 걸까?
 그럴리가. 만약 악마가 나와 같은 힘을 준다고 한다면
  반드시 많은 인간이 주저 하지 않고 계약할 것이다.

  적어도 세상에 존재하는 범죄의 수 만큼은 계약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였을까?

 그 석양의 남자는 내가 선택된 거라고 말을 했다.
 왜, 나는 선택되었을까. 그것은 우연한 일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머리를 흔들고는 컵안의 밀크를 다 마신다.

  지금은, 그런 일에 신경을 쏟을 정신이 없다.
  당면한 문제는 어떻게 1주일 후의 투표를 맞이 할까 하는것.
  그 것을 위해 이렇게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신계약에서는, 발동 조건이 요청에 따라 변경 되었다.
  지금까지는 상대에게 키워드를 강하게 의식시킨 상태에서 그것을 키로 설정하고
  그 키를 사용해 검은 욕망을 기입하는 방식이었따.
 
 새로운 발동 조건은 내가 먼저 설정해둔 단어를 상대방을 응시하며 말하는 것
  만으로도 그 단어가 키워드로 심어진다.

  두단계의 과정을 거쳤던 일이 한단계로 줄어 든것.
  하지만 동시에 디 메리트도 있다. 발동이 빠른 만큼 효과도 짧다.

  신 조건에 의해 키워드가 작동하는 것은 처음 한번 뿐. 그리고 기입된 내용이
  지속되는 것도 내가 눈을 감빡일때까지가 다다.

  시간으로 따지면 몇초 상간. 노력해도 30초가 한계다. 그렇기 때문에 트바리가
  충고했떤 것이다. 확실히 이런 짧은 시간안에 그녀가 요구하는 "혼돈"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시간이 짧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짧은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나는, 검은 욕망의 효과적인 사용법을 찾기 위한 최근의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플래시가 터지듯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각인시키는 사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내일부터의 생도회와의 싸움을 통해 증명해 보이자.

 나는 일어서서 오른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전신 거울을 보았다.
 거기에는 왼쪽 눈만이 마력에 의해 붉게 타오르는 소년이 홀로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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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미 재판(2) 편 - 쭉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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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6.0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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