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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융화 ~더럽혀진공주에제물을~ #3-11 ~ 3-12

TODOSA 1 94 0

3-11 공작부인의 비웃음1 -대관식의 굴욕-

왕성, 옥좌는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정면 안쪽 옥좌에는 하얀 청초한 드레스로 차려입은 아르토니아가 앉는다.

 옥좌에서 뻗어나온 붉은 카펫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시종, 대신, 근위기사단, 문관, 무관, 귀족 제후들이 자리를 잡고 우방국의 내빈과 기업인, 지식인, 예술가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진다.

 이들 대부분이 왕국 유래 민족 출신이었으나, 특이하게도 왕국군 이민병단이 이끄는 장군들을 비롯해 그동안 왕궁 식전에는 초대받지 못했던 이민 출신들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옥좌 바로 아래 약간 뒤로 물러난 곳에 시종들에게 둘러싸인 아르토니아의 자식인 알렌과 스텔라가 예의 바르게 앉아 있었다.

 근위기사가 입구에서 나타나 무녀의 내방을 조용히 아르토니아에게 알리자 정렬하는 근위기사들이 기립하며 일제히 경외했다.

 그에 따르듯, 전원이 기립하고 경외한다.

 신전의 여신을 떠올리게 하는 무녀의 의상에 몸을 감싼 소녀가 옥좌 앞에 나타났다.

 붉은 융단 위를 옥좌를 향해 나아간다.

 그 뒤로 신화의 전처녀 발키리를 떠올리게 하는 눈부신 갑옷 차림의 젊은 처녀가 둘 무녀를 따라 조용히 이어진다.

 긴장한 표정으로 옥좌에 앉은 아르토니아의 어전까지 온 무녀는 공손히 절을 한다.

"신전의 대표로 왔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르토니아."

"고맙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식에 따른 짧은 인사를 나누는 무녀와 아르토니아.

 고개를 든 무녀는 옥좌에 앉은 아르토니아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무녀는 두 손을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손바닥을 벌렸다.

 그러자 손바닥 사이의 허공에 뜨는 듯한 찬란하고 기품 있는 티아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르토니아 폐하, 부디, 이것을."

 무녀가 봄꽃을 연상시키는 가련한 미소를 짓자 아르토니아도 미소를 지으며 옥좌를 일어섰다.

 옥좌를 높이는 단을 내려 무녀 앞까지 나아간다.

"아르토니아, 당신을 위한 왕관입니다. 당신을 여왕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르토니아가 고개를 숙이자 무녀는 그 머리 위로 살며시 손을 갖다댔다.

 여왕의 증거인 티아라가 아르토니아의 머리 위를 장식한다.

"자, 고개를 드십시오, 아르토니아, 당신은 지금부터 왕국의 여왕입니다."

 무녀의 말에 아르토니아가 다시 고개를 들자 티아라가 자랑스럽게 빛난다.

 엄숙했던 옥좌 사이는 박수로 들끓는다.

 모두가 새로운 여왕의 즉위를 축복했고, 시종 중에는 감동의 눈물마저 흘리는 자도 있었다.

"잘 어울립니다. 너무 멋져요, 아르토니아."

"네, 고마워요. 멋진 티아라에 부끄럽지 않은 여왕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무녀의 소녀다운 가련한 미소에 아르토니아도 약간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뒤쪽에 붙어있던 갑주 차림의 아가씨가 무녀의 바로 옆까지 나아가, 아름답게 장식된 칼집에 담긴 칼 한 자루를 양손에 받쳐 무녀에게 보여주었다.

 무녀는 그 가느다란 검을 받고, 다시 두 손으로 수평으로 받들어 아르토니아에게 내밀었다.

"신전에서 아르토니아에 내리시는 물건입니다. 받아주세요."

 무녀의 권유로 아르토니아는 그것을 받았다.

 날밑에서 자루에 걸쳐 고급스럽고 유려한 장식이 이루어졌지만 실용적인 구조로 단순한 장식으로서의 칼날에는 없는 관록이 느껴졌다.

"석장은...아니군요."

 아르토니아는 당혹감을 토로했다.

 대관식에서 왕에게는 왕관과 석장, 여왕에게는 티아라와 왕홀을 주는 것이 관례라고 들었다.

 무녀의 강한 눈빛이 아르토니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 석장은 질서와 평안을 지키는 자의 상징. 하지만 아르토니아, 그대에게는 검을. 칼은 파괴와 의사를 나타내는 자의 상징. 조금만 빼서, 도신을 보아 주세요."

 아르토니아가 조심조심 검을 칼집에서 꺼내자 그 가느다란 도신의 표면은 유리처럼 투명하게, 그러나 그 안은 밤의 어둠처럼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놀라며 봐서는 안 될 물건인 듯 곧바로 칼을 칼집으로 돌려놓는 아르토니아.

 무녀가 고한다.

''명암의 검''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지금은 불안을 느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새벽이 밝을 것입니다."

 무녀의 말을 이상하게 느끼면서 아르토니아는 묻는다.

"왜 저에게는 검인 것일까요?"

"신전에서의 축복입니다. 그늘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아르토니아."

 무녀의 말은 아르토니아의 의문에 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소를 짓는 그녀에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라고 납득했다.

 무녀가 내미는 악수에 아르토니아가 화답하자 다시 옥좌 사이는 박수에 휩싸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다음에는 자녀분의 대관식에 또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멀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녀님."

 무녀가 앙증맞게 절을 하고 아르토니아 앞을 물러나려 할 때, 그 목소리가 당돌하게 울려퍼졌다.

"어머, 이제 그만하면 됐나요, 무녀님."

 그 날카롭고 독이 서린 목소리에 옥좌 사이의 박수가 가라앉았다.

 중앙 입구에서 나타난 그 목소리의 주인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복실복실함이 돋보이는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성큼성큼 나섰다.

"뭐야? 이 회장은. 들개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군요."

 그녀 바로 뒤에 똑같이 호사스럽게 차려입은 아가씨 둘이 붙어 있다.

 둘 다 선두의 여자보다 젊어 보이는 아직 소녀라 할 수 있는 생김새였다.

"싫다, 언니, 들개 냄새가 아니라 이민의 냄새예요."

"싫다,  왜 옥좌 주변에서 들개 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이민이 섞여 있어요."

 그들은 게디르나 부시덤 공작 부인과 램스벨 백작의 딸들이다.

 참석자들이 서로 속삭이는 그 사이를 나아가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는 듯한 몸짓을 하며 공작부인 게디르나가 말한다.

"남편의 대리로 억지로 왔더니, 천한 이민 여러분이 이렇게나.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부인의 발언에 기사가 한 사람 나서서 타이른다.

"게디르나 부인, 식전 도중이니, 술을 드셨다면 이쪽으로 삼가 주십시오. 자자, 이쪽으로."

 기사는 공작부인의 손을 잡아 옥좌 사이에서 끌어내려 하지만 부인은 그의 사타구니에 대고 발을 걷어찼다.

"닥치세요!"

 세게 걷어찬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누르며 괴로워하는 기사.

"남작 주제에! 왕국에서 제일가는 명문인 제가 이런 들개의 식전에서 무슨 눈치가 필요할까요!?"

 손에 든 물새 날개깃 부채로 델라빗치 남작의 뒤통수를 때리며 부인은 내뱉었다.

 그녀의 폭언에 참석자들이 웅성거린다.

"들개의 식전이라고...!?"

"무슨 생각이야, 저 자들은!?"

 두 딸도 남작을 힐난한다.

"그래, 고작 남작 주제에 공작부인인 언니를 친한 듯이 건드리지 말라구."

"그래, 절륜대장이라 불리더니 기가 살아서, 이 종마남작."

 참석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아르토니아를 보며 엷은 웃음을 짓는 공작부인 게디르나.

"이렇게 지저분하게 더럽혀진 여자가 여왕이라구요!? 이민 같은 들개들에게 엉덩이를 흔들어 들개 새끼를 낳은 암캐를 옥좌에 앉힐 생각? 웃기지 말아요!"

 게디르나의 더할 나위 없는 모욕의 말에 아르토니아의 온화한 표정이 나무에 맺힌 서리처럼 얼어붙는다.

"공, 공작부인, 무례하오. 말을 삼가시오."

 백발이 섞인 시종장이 소리를 높이자 부인은 번쩍하고 노려보았다.

"시종장? 매달려진 재상에게 은항아리를 바치고 시종으로 천거된 당신이 어떻게 이런 곳에 뻔뻔하게 있을 수 있을까요? 신기하네."

"뭐!? 무슨... 이런곳에서....."

 주춤주춤하는 시종장에게 추종자들도 재차 공격한다.

"어째서 함께 광장에 매달리지 않았을까."

"누구에게 항아리를 바치고 살아났으려나."

 입을 다물고 있는 시종장을 대신해 몸매가 좋은 귀족 신사가 나선다.

"공작부인, 더 이상은 장난으로 넘길 수 없소. 자, 물러나 주시오."

 하지만 부인은 비웃을 뿐이다.

"베르디르 후작 공, 당신이죠? 들개한테 이런 촌극을 시키고 있는 건."

"촌극이라고?"

"공주를 들개떼에게 던져주고 들개의 피가 섞인 아이를 낳게 해, 민족의 융화라고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지금도 좋을대로 이용하고 있죠. 끔찍해."

"분명히 나는 민족융화회의의 일원이지만, 그녀에게 치욕을 강요한 것은 내가 아니오."

"뭘 멍청한 척 하고 계신지. 그 변태 융화론자 영감들을 특별법정의 판사로 소환한 사람은 베르디르 후작, 당신으로 알고 있어요."

 베르디르 후작을 멸시하는 공작부인 게디르나.

 백작가의 영애들도 따라 매도한다.

"일부러 변태 영감들을 판사로 삼아서, 여자아이를 들개들에게 강간을 시키는 판결을 내도록 하고. 음란해~ 후작님은 변태!"

"민족의 융화라던가 잘난 듯이 말하고 있지만, 여자애를 범해서 들개의 아이를 낳게 한다는 거지, 후작님은 불결해~!"

 참석자들 앞에서 여자 세 명에게 매도당하는 후작은 스스로를 변호한다.

"아, 아니, 확실히 특별법정 인선회의를 소집한 것은 나지만, 내가 판사를 뽑은 것은..."

"들개들을 부추겨, 지저분하게 더럽혀 타락시킨 암캐를 목줄도 달지 않고 옥좌에 앉히다니 어이가 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좋으니까 그 암캐에 쇠사슬을 달아 묶는 게 어떤가요?"

 입 한쪽을 치켜들고 추하게 웃는 게디르나.

"그....그만두세요..."

 아르토니아가 짜내듯 목소리를 냈다.

"저를 뭐라고 욕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민자들을 개라고 부르는 것은 용납하지 않아요."

 하지만 공주의 질책에 공작부인 게디르나는 모멸의 말로 화답했다.

"하아? 당신, 자궁이 들개들의 맛을 기억해서, 완전히 암캐가 되어 버린 건가요?"

"선조들이 지키고 이어온 고귀한 피도 완전히 허사. 들개의 아이까지 낳아 버렸으니 왕가의 권위도 이제 끝났지."

"냄새 나는 들개 병사들에게 윤간당하고, 몸도 마음도 암컷 노예예요~하는 얼굴을 하고~"

 추종자 백작가 영애 두 명도 그 사이로 아르토니아에게 모욕을 내뱉는다.

"그 사람들은…들개 따위가…"

 얼굴을 파랗게 하고 후들후들 떠는 아르토니아.

 욕설을 퍼붓는 공작부인 일당 주변에서는 근위기사들이 검자루에 손을 얹고 명령만 있으면 당장 갈가리 찢겠다고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 싫다, 무서워요."

 바보 취급하는 공작부인.

"하지만 저를 여기서 벤다면 남편과 맹우들의 군단이 가만있지 않아요.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 제후들 중 대체 얼마나 많은 분이 암캐 편을 들어주실까? 응?"

"들개들에게 윤간을 당해버린, 더럽혀진 여자를 위해 공작님과 전쟁을 벌인다는 바보가 있단 말야?"

"공주의 정조조차 지키지 못한 흐물자지 근위기사랑, 씨뿌리기했던 들개 군단 뿐이잖아~?"

 이를 갈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근위기사들에게 공작부인 게디르나는 우쭐하며 조소했다.

"앗핫핫, 꼴사납군요! 암캐 여왕의 권위 따위 고작 이 정도. 왕성은 군주가 사는 곳, 들개를 키우는 곳이 아니죠. 아르토니아에게는 나중에 훌륭한 개집을 선물해 드릴께요. 우후후후후."

"어머, 언니, 들개와 교미시킬 기둥 두 개를 달아드리는 걸 잊었어요. 우후후후."

"어머, 언니, 목줄도 채우는 걸 잊었어요. 들개 장군한테 산책하러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 우후후후."

 악의를 흩뿌리고 비웃는 세 사람

 표정이 얼어붙은 아르토니아의 뺨에 눈물의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때 허리에 손을 얹고 우쭐하던 모습 그대로의 게디르나의 안면에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둥근 케이크가 철썩 하고 박혔다.

"……!?"

 이어 컵케이크가 두 개 날아와 두 백작 영애의 안면에서 퍽 찌그러졌다.

"―――!??"

 당돌한 사건에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어 참석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헤헷! 못생긴 얼굴이 이제 조금은 나아졌구만~!"

"화장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다니, 신분을 알 만 하네요!"

 아직 어린 소년과 소녀가 아르토니아를 감싸듯 득의양양하게 앞에 섰다.

"알렌!? 스텔라!?"

 아르토니아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자 두 사람은 어머니를 돌아보며 대담하게 웃었다.

3-12 공작부인의 비웃음2 -아이들의 역습-

여자 세 사람의 안면에 명중한 케이크가 크림과 잼과 커스터드와 꿀과 시나몬과 코코아 파우더와 초콜릿을 늘어뜨리며 바닥에 떨어진다.

 얼굴은 이제 누군지 알 수 없을 것 같았고 공작부인 게디르나의 복실한 드레스는 엉망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추종자 백작 영애들도 비슷하게 둘 다 머리 위에 딸기가 올려져 있다.

 그걸 가리키며 웃는 아이들.

 알렌의 손에는 통칭 새총이라고 불리는 Y자형 완구와 스텔라의 손에는 커다란 사탕이 여러 개 쥐어져 있다.

"이......이 애새끼들!!...악!?"

 격분한 공작부인 게디르나가 외치려던 그 입에 알렌이 새총을 쏘아 사탕을 집어 넣었다.

"자, 들어갔어! 어때 스텔라, 대단하지~!"

"오라버니, 사탕은 아직 이렇게 많이 있어요?"

 욕설을 퍼붓다 엉겁결에 사탕을 물어뜯은 공작부인은 이가 사탕에 박혀 엉겨붙어 입을 꿈틀거리기만 한다.

 두 추종자도 분노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알렌이 연달아 새총을 쏘자 사탕이 두 사람의 입안에 재미있다는 듯 줄줄이 던져졌다.

"백발백중, 봤느냐! 헷헹~!"

"식전에서 떠드는 나쁜 아이는, 사탕이라도 빨면서 얌전하게 있도록!"

 새총을 손에 쥐고 우쭐하는 알렌 왕자와,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 줄 때와 같은 행동을 해 보이는 스텔라 공주.

 그런 아이들 둘과 입에 던져진 사탕을 뱉거나 목이 막혀 괴로워하는 여자 세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킬킬 실소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애새끼드으을!!"

 공작부인 게디르나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아이들을 붙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알렌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발을 건다.

 부인은 몸을 구부리고 성대하게 넘어져 옥좌 앞 아르토니아에 엎드린 듯한 모습으로 웅크렸다.

"언니에게 무슨 짓을!"

"용서할 수 없어!"

 백작 영애 두 명도 모두 아이들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알렌과 스텔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둘로 갈라지며 둘이서 손에 쥔 밧줄로 여자들의 발을 걸었다.

 밧줄에 발이 걸린 여자들도 요란하게 넘어져 엎드려 치마가 뒤집히고 엉덩이를 위로 치켜올린 채, 면적이 극단적으로 적은 품위 없는 속옷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바닥에 나뒹군다.

"오라버니, 우리는 어린애니까 술은 삼가고, 이분들에게 축배를 부탁합시다. 자 여기. 잘 흔들어 놨어요."

"좋아!  스텔라는 언제나 기쁜 일을 생각해 내는구나!"

 스텔라가 어느새 손에 든 축배의 발포과실주 병을 건네자 알렌은 병의 입을 공작부인을 향한 채 마개를 뽑았다.

"자, 건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과실주가 거품을 뿜으며 힘차게 튀어나와 게디르나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이! 그만, 그만해, 이아아아악!"

 알렌이 병을 흔들며 발포과실주를 뿌리자 케이크에 끈적끈적한 공작부인이 거품과 과실주로 얼룩졌다.

 그 모습에, 참석자 중에는 노골적으로 비웃는 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베르디르 후작 부인 등은 입을 누르고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참는다.

"으기이이이이이이이ㅡㅡㅡ익!!"

 성난 기성을 지르는 공작부인 게디르나 일당에게 알렌과 스텔라는 엉덩이를 돌렸다.

"억울하면 잡아봐! 여기까지 와봐, 메롱~!"

"아줌마들 같이 얼빠지게 잡힐 우리가 아니야, 엉덩이 팡팡이에요!"

 재깍재깍 뛰며 정면 입구로 달려나가는 아이들.

 부인과 두 추종자도 히스테릭하게 함성을 지르며 두 사람을 따라 옥좌 사이를 빠져나갔다.

"잠깐, 둘 다, 그만..."

 버티고 서 있는 아르토니아 앞에는 붉은 융단 위에 뿌려진 두 아이들의 저지른 흔적이 화려하게 흩어져 있었다.

 조용해진 옥좌 사이로 점차 참석자들의 실소가 가득해진다.

"아아, 정말"

 어떡해, 이거, 라고 무심코 한숨을 내쉬고, 한 손으로 머리를 누르는 아르토니아.

 그런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지켜보던 무녀는 미소를 지었다.

"저 두 분은, 아르토니아의 아이들인가요?"

"네......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음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는데…."

 부끄러워 어깨를 움츠리는 아르토니아.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꾸밀지 몰라 엉뚱한 말을 했다.

 무녀는 즐거운 듯이 말한다.

"건강하고 귀엽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멋진 아이들입니다. 칭찬해 주세요."

"정말, 저 아이들 장난이 너무 심해서 애를 태워요."

"아니아니, 전하들에게는 감복했어요!"

 후작과 남작들이 아르토니아 아래에 모여 무녀의 말을 뒷받침하려 했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걸레 같은 년들을 저렇게도 깔끔하게 되돌려 보내다니! 둘 다 장래에는 거물이 되겠어!"

"정의감이 넘치고 착한 아이들이잖아요, 제 아이들도 두 분처럼 발랄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정말 시원해!"

 두 아이를 칭찬하는 그들을 따르듯 방금 전까지 살기가 넘치던 근위 기사들도 가슴이 벅참을 참지 못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꼴 좋다! 뼈저리게 느꼇나 빌어먹을 여자들!"

"건방진 여자들, 온갖 욕설을 퍼부어 대더니 웃기지 말라고! 기분 좋구만!"

"전하 두 분에게 손도 발도 못 쓰고, 끈적끈적하게 돼서 울부짖는 상판으로 가버렸다구!"

 여기사 중 한 명이 이민병단이 이끄는 장군의 넓은 가슴을 쿡쿡 찌른다.

"이민 장군 공, 제일 속시원했던 건 당신이 아닐까?"

 그 여기사를 힐끗 내려다보는 장군

 주위 사람들이 철렁하여 얼굴을 움츠렸다.

 장군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 여기사는 끝까지 왕궁을 지키며 저항을 계속하다가, 사로잡혀 죄인으로서 광장에서 능욕을 당했고, 이후 근위기사를 파면당했다.

 아르토니아의 요청에 따라 사면되어 근위기사로 복직되었으나, 장군과는 악연의 관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여자가 들개, 들개 입에 올릴 때마다 무뚝뚝한 얼굴에서 이 가는 소리가 새어나오던데."

"….... 그래, 전하 두 분 덕분에, 어금니를 깨물어 부수지 않고 끝난 모양이다."

 얼굴을 풀지 않는 장군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의외로 농담이었다.

"그거 다행이군. 틀니 장군 따위는 모양이 나지 않아."

 주위에서는 마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심한 놀림과 농담의 응수를 통해, 과거 칼날을 맞댔던 근위기사와 이민장군이 서로 적대시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불화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여왕으로 즉위한 아르토니아를 지탱한다는 공통의 인식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옥좌 사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녀는 아르토니아에게 고한다.

"당신의 앞길이 다난하겠지만 꼭 뜻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대관식이었어요."

"이런 꼴사나운 일이 되어 버려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활약을 기뻐하는 주위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하고 당황하는 아르토니아.

 그런 그녀에게 무녀는 빙그레 웃었다.

 술잔을 은쟁반에 얹은 메이드가 아르토니아와 무녀를 둘러싼 가운데로 나아가 축배를 권했다.

"어지럽혀졌습니다만, 그보다 지금은 모두 축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이드의 말에 아르토니아가 참석자들을 바라보니 모두 한결같이 잔을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앗, 쟤네들 정말…"

 대부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느새 돌아왔는지 정면의 옆에 알렌과 스텔라가 과즙이 든 잔을 들고 아르토니아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일찌감치 공작부인 일당을 따돌리거나 해치운 듯하다.

 아마도 그들이 날뛰던 밖은 토네이도라도 지나간 흔적과 같을 것이 틀림없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후훗, 대단한 솜씨군요. 모처럼이니까 저도 축배를 들어도 될까요?"

"네, 부디."

 아르토니아의 말에 기꺼이 술잔을 받는 무녀.

 관례상 왕관을 하사하는 무녀가 축배에 참가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에게 아르토니아는 단순히 왕관을 받는 여왕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술잔에 투명한 과실주가 춤을 춘다.

 참석자 전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지막 하나의 술잔을 아르토니아가 집어들고 천천히 들어 올리자 옥좌 사이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축배를 머리 위로 들었다.

ㅡㅡ 아르토니아 여왕에게 건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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