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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융화~치욕의행진~ #2-0 ~ 2-2

TODOSA 1 121 0

2-0 서장


대륙 각지에 흩어진 유랑민에게 전해지는 옛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일찍이 한 나라를 조국으로 하는 민족이었다.

 그들의 조국은 열강이 지배하는 연방의 속주로 여겨져 압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속주의 작은 마을 영주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주민들을 곤궁에서 구했다.

 그 마을 백성들은 그 땅을 지배하는 총독이 부과한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산업은 쇠퇴해 실업자가 넘쳐났으며 사람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급귀족인 여영주는 백성들의 곤궁을 구제하고자 총독에게 세금 감면을 탄원하였다.

 젊고 아름다운 여영주에게 관심을 보인 총독은 탄원의 대가로 짓궂은 조건을 내걸었다.

 여영주에게, 인적이 있는 대낮에 알몸으로 거리를 한바퀴 돌아보이면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비웃었다.

 여영주는 거리 곳곳에 공지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말에 올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리를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2-1 알몸의 영주님 1

하늘은 맑았다. 초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뜰을 비춘다.

 낡은 저택 안뜰에 밤색 털의 말이 잘 손질된 갈기를 바람에 날리고 있다.

 하인이 그 말에 안장을 얹고 가죽 복대로 매어 고정하고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준비는 되었는가?"

 초로의 집사가 남자에게 묻자 남자는 대답한다.

"아, 말먹이도 먹였어. 이녀석이라면 제대로 하룻동안 의무를 다해줄거야."

"나쁘지 않군. 다행히, 날씨도 좋다."

"그보다도,"

 허공을 올려다보며 한가로운 어조로 말하는 노집사에게 하인은 묻는다.

"정말 하는 거야? 아가씨, 정말 시집갈 사람이 없어져 버려. 정말로 괜찮은거야?"

"아가씨가 결정하신 거지. 걱정인 건 알지만 이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야."

"흥, 걱정이야…… 섬기는 주인이 저질러... 버릴 것 같은걸, 멈춰주지 않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닐까"

"거기에는 동의하지만.. 그런데, 누가 온 것인가?"

"자작 녀석이, 안내도 한 적 없는데 마당까지 들어와 있어."

"음"

 집사가 시선을 주자 마당으로 이어지는 길에 옷차림이 멋진 남자가 와 있었다. 장식 깃털이 달린 날밑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레이피어를 내린 모습은 언뜻 귀족으로 보인다.

 모자를 벗어 손에 들자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뮤셀 공은?"

"자작님, 제발 물러가 주십시오. 아가씨는 지금부터 거리에 나갑니다."

 집사가 공손히 절을 하면서도 겁내지 않고 자작에게 물러가라고 재촉한다.

 자작의 얼굴은 험악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러 온 것이다. 뮤셀 공을 만나게 해 줘."

"자작님, 아가씨는 마음을 굳히셨습니다. 그 결의를 흔드는 일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그 결의를 흔들기 위해 온 것이다!"

 자작은 노집사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흔들었다.

"내 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거라면, 이미 끝난 이야기야! 이런 식으로 삐딱하게 나오지 않더라도, 깨끗이 없었던 일로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그만둬!"

 언성을 높여 집사에게 덤벼드는 자작

 그것을 말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자작님, 일부러 전송을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를 높이 묶고 포니테일을 한 소녀였다.

 늠름한 표정은 아직 어렸지만 그래도 기품 있는 검은 눈동자에는 의지가 강한 빛을 띠고 있었다.

"자작님께서 배웅해 주신다면 저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녀는 따가운 뙤약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긴 외투로 온몸을 푹 감싸고 있었지만 옷자락 사이로 살짝 들여다본 그 다리는 맨발이었다.

"아, 좋은 날씨네요. 이러면 어떻게 춥지는 않을 것 같아요."

"뮤셀 공, 그만 둬, 억지를 부린 내가 잘못했네. 이젠 그대 일은 깨끗이 포기할 거고 앞으로도 나쁘게는 하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까 이런 일은 안 해도 되오."

 자작은 집사를 물리치고, 이번엔 소녀의 양 어깨를 잡는다.

 하지만 뮤셀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건 오해입니다 자작님. 자작님 같은 분께서 눈여겨봐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지만, 인연이 없었던 것입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자작의 험상궂은 표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첩으로라던가 무례한 일을 말했던 건 내 쪽이야. 그, 입장상, 약혼자와 헤어질 수는……아,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소."

 자작은 올백으로 가다듬은 머리를 마구 주물렀다.

 그 거동은 세련된 신사의 행동이라고 하기 어렵고, 그만큼 그는 다급했다.

"그대가 그 몸을 민중들의 수많은 눈에 조리돌리다니,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니 다시 생각해보게!"

"자작님, 잘 생각한 끝에 결정한 일입니다.달리 영민의 곤궁을 구할 길이 없습니다."

"에에잇! 안돼! 힘으로라도 말릴 것이요!"

 자작은 그만 감정적으로 소녀의 어깨를 잡는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소녀가 두른 외투가 풀리면서 슬쩍 외투가 발밑까지 떨어졌다.

"앗"

"뭣...!?"

 자작은 말문이 막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소녀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ㅡㅡ읏"

 놀라움,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몸을 뻣뻣하게 하는 뮤셀.

"미, 미안하오……!"

 뒷걸음질 치면서 자작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 눈을 소녀의 나신에서 뗄 수가 없었다.

 남자의 시선에 노출되면서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팔을 천천히 내려 등에 돌리고, 그 나신을 남자에게 보여주듯 드러낸다.

 쏟아지는 햇빛 아래 요염한 지체가 빛났다.

 아직 발육이 진행 중인 양쪽 젖꼭지에는 피부색과 별 차이가 없는 유륜과 작고 귀여운 젖꼭지가 살짝 위를 향해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군살이 없는 늘씬한 허리는 적당히 조여져 부드러운 복부로 떨어지는 배꼽에서 아랫배에 걸쳐 여성스런 곡선을 이루고, 숨겨야 할 사타구니에는 일절 음모가 보이지 않고, 훤칠한 치구가 여음을 감싼다.

 가늘고 쭉 뻗은 다리는 맨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엇 하나 걸치고 있지 않다.

"저, 저의 몸……어떤가요…?"

 볼을 물들이고, 남자와 눈을 맞추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는 뮤셀.

 자작은 헤벌쭉하게 입을 벌리고 그저 그녀의 나체만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다니……"

"……。"

"아, 그, 뭐야, 저어……"

 자작이 우물쭈물 머뭇거리는 모습에 소녀는 쓸쓸한 듯 시선을 떨구고 그의 옆구리를 빠져 준비된 말 옆구리로 갔다.

 하인이 놀리듯 능글맞게 웃는다.

"아가씨, 몸매가 아주 좋아. 굉장히 야해."

"그래요.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벌거벗은 소녀는 하인에게 웃어 보였다. 그 미소는 어딘가 어색하다.

"얼굴에 경련이 생겼어, 아가씨. 그만두려면 지금 뿐이야. 무리해서 웃어도, 그렇게 밖에 나가면 전 시민들의 시간(視姦)이 기다리고 있어. 울음이 터질 게 틀림없지. 쿡쿡."

"네놈, 하인 주제에!"

 야비한 말투로 소녀를 놀리는 남자의 멱살을 자작이 잡았다.

"자작님, 기다려요."

 주먹을 치켜든 자작을 소녀가 말린다.

"나자르의 언행이 거친 건 언제나 있는 일이에요. 부디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소녀의 말에 자작은 혀를 차며 하인을 밀어젖혔다.

 하인은 주눅들지 않고 자작을 되받아본다.

 그런 남자 두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는 말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장이 설 거야. 잘 부탁해."

 밤색 털의 말은 다듬은 갈기를 바람에 날리고 귀를 팔락거리며 푸르륵 하고 코로 응답했다.

 그 등에 얹힌 안장에서 늘어진 발걸이에 발을 걸치려고 하며, 전라의 소녀는 망설인다.

 평소 같으면 어렵지 않게 잘 탈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발걸이에 발을 걸치려면 높이 발을 올려야 한다. 바지는커녕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렇게 하면, 숨겨야 할 여자의 국부를 더 크게 드러내는 꼴이 된다.

 남자들 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걸 하는 건 역시 꺼려지지 않았다.

"저기."

 한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소녀가 호소하자 자작은 말한다.

"비열한 총독의 괴롭힘에 상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뮤셀 공, 왜 그렇게까지!"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를 밀어붙여 나신을 숨기도록 재촉하는 자작.

 소녀는 대답한다.

"영민은 무거운 세금에 시달려 왔습니다. 선대의 총독은 응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총독이 되어서야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시집가기 전의 아가씨가 벌거벗고 대낮에 거리를 돌아다닌다니, 그런 어리석은 짓을."

"가난한 집에서는 딸을 인신매매에 내놓을 정도로 몰려 있단 말입니다. 더 이상 보고만 있는 것은 영주로서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위치라면, 영지를 반환하는 게 어떻소? 영주가 아니게 되더라도, 나는 이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오."

"자작님."

 뮤셀은 눌러붙인 모자를 자작에게 내밀었다.

"가문이나 저 자신의 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할 입장이 아닙니다. 제가 영주를 포기하고 이 마을이 연방의 직할령이 되면 영민은 더욱 곤궁해질 것입니다."

 소녀의 말에 자작은 얼굴을 굳힌다.

"……우리 연방은 꼭 압제자만 있는 건 아냐."

 자작은 말을 멈칫한다.

 그는 이 마을을 속주로 지배하는 연방 본국 출신의 귀족이며, 소녀는 속주로 분류되기 이전부터 이 마을을 통치했던 영주의 후예이다.

 지배하는 민족과 지배당하는 쪽의 민족이라는 메울 수 없는 입장차가 골이 되어 둘을 갈라놓았다.

"아가씨, 이걸 사용하면 가랑이를 쭉 뻗지 않아도 탈 수 있을 거야."

 하인이 발판을 얹은 작은 접사다리를 들고와서, 자작을 밀어젖히고 말의 안장 옆에 그것을 세웠다.

"어이! 네놈, 아직 이야기는"

"흥, 영지를 빌려주고 듬뿍 받는 용돈으로 실컷 놀고 있는 본국의 자작 공에겐, 아가씨를 설득하다니 반세기는 이른걸."

 키가 큰 하인에게 깔보이자 자작은 분통을 터뜨린다.

"이자식, 들어 넘길 수 없군! 결투야, 결투를 신청한다!"

"해볼 테야, 난봉꾼 귀족아! 주먹이든 칼싸움이든 상대해 주지!"

"둘 다 나중에 하쇼. 자, 아가씨, 출발하시죠."

 노집사의 말에 당장이라도 주먹다짐을 시작하려던 두 사람은 두 손을 번쩍 든다.

 집사의 말투는 한참 위의 신분인 자작에 대해서는 결례를 범한 것이었지만, 확실히 점잖치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자작은 언급하지 않았다.

 뮤셀은 접사다리 위에 올라 흰 엉덩이를 말 등 안장에 얹고 안장 위까지 그 몸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다리를 감은 채 옆으로 말 등에 앉자 뮈셀은 구부린 등을 펴고 가슴을 젖혀 하늘을 우러러본다.

 하얀 젖가슴이 드러내 보이듯 남자들 머리 위에 출렁였다.

"아가씨, 머리를 푸는 것을 잊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 정신이 없어서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머리를 묶는 머리끈을 풀더니 노집사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자른 검은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다.

"이제 정말 몸에 걸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졌습니다……"

 불안한 듯 말하는 소녀의 모습을 눈부시게 올려다보고 나서 집사는 하인에게 명령했다.

"나자르, 네가 제대로 선도해야 한다."

"헷, 벌거벗은 아가씨를 데리고 다니는 역할이야, 영광이군."

 남자는 말고삐를 잡으며 말 위의 소녀의 몸을 핥듯이 쳐다봤다.

 마침 눈높이에 소녀의 하복부가 있었으나 감춰야 할 여음은 꼭 다문 무릎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아가씨, 그 모습 잘 어울려. 거리 산책하기에 딱이다."

"당신이 여성을 칭찬하다니, 눈이 올까 봐 걱정이 되네요."

 수줍은 뺨을 붉히면서도 다부지게 굴려고 가볍게 대꾸하는 소녀.

하인에게 고삐를 당기고 말은 걷기 시작한다.

 자작은 매달리듯 벌거벗은 뮤셀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해도 가겠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자작님, 저 같은 보잘것없는 여자를 눈에 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저를 잊어주셨으면 합니다."

 쓸쓸한 듯 근심어린 눈으로 소녀는 자작을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벽돌 건물을 지나 정원으로 나오니 문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벌거벗은 소녀를 태운 말은 그 안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2-2 장군의 옛날이야기 1 -개전전야-

 컴컴한 벌판에 화톳불이 여러 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긴장하며 주위를 살핀다.화톳불 외에도 횃불 같은 불빛이 여러 차례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야영을 위한 천막이 쳐지고 주황색 불이 켜졌지만 그 안에서는 담소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긴장감이 넘친다.

 특히 큰 천막 옆에 여러 개 걸린 군기와 장대에 달린 긴 천에는 왕국군 이민병단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 천막 앞의 큰 모닥불을 등지고 어둠을 노려보며 앉은 엄숙한 갑옷을 입은 남자와 그 옆에 선 사나이의 모습이 있었다.

"공작 기사단 놈들, 어떻게 나올까요?"

 뺨에 상처가 있는 청년이 옆에 앉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새벽에 성에서 빠져나온다."

 커다란 나무상자에 앉은 남자가 어둠을 노려본 채 대답했다.

 가식이 적은 투박한 갑옷을 입고 있지만 한눈에 고위 무인으로 보이는 풍모였다.

"가짜 정보가 교묘하게 효과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육포를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으며 말하는 청년.

 상관 앞에서 예를 갖추지 못한 태도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신경쓰는 기색이 없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싶은 이야기를 믿는법이다."

"과연 장군, 말씀의 무게가 다르군요."

 광대뼈가 굵은 남자는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의 옆에 앉은 사람은 왕국군 이민병을 통솔하는 장군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 장군은 항상 시무룩하다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병사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은 군의 무인이다.

"문벌동맹의 반란군이 아르토니아 직속의 근위기사단을 격파하고 왕도로 접근하고 있다... 공작은 희희낙락해서 성채에서 뛰쳐 나온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공작은 지금쯤 아르토니아를 내친 후의 왕국의 권력 장악에 마음을 쏟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말이죠? 아르토니아 아가씨, 아니, 여왕 폐하의 근위기사들이 정말로 패배한 일이 일어났다면?"

"왕궁이 놈들에게 유린당하고 폐하는 사로잡힐 것이다. 우리가 탈환해야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르토니아 아가씨는 또.... 병사들한테 윤간 돌림빵을 당하게 되겠죠. 헤헤헤."

 여러 싸움터를 함께 했던 심복 부하가 불경스럽고 천한 말을 하며 웃었지만 장군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응수한다.

"너한테 차례는 안 돌아온다."

"이번에는 아가씨 편을 드는 쪽이니까요. 역시 여기서는ㅡ, 공작을 찌부러뜨려서 여왕 폐하께 칭찬의 말씀이라도 받을까요."

 하찮은 역할이라는 듯이 말하는 사나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병사 특유의 번쩍거리는 호전적인 눈을 하고 있다.

 그런 남자를 장군은 한번 보고 나서 어둠 속으로 눈을 돌려 목소리를 한층 낮추어 말한다.

"왕도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벌동맹은 이제 이간질로 철군을 한다. 우리가 반란의 주모자인 공작을 토벌하면 동맹은 와해될 것이다."

"이간질?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밀정으로부터의 보고대로라면, 어제, 문벌동맹의 백작이 부인을 베었다."

"호오? 백작 부인은 확실히, 공작가의 차녀인가 셋째 딸인가……그것은 의아하군요. 왜 또 그런 일이?"

"여왕 폐하와 두 번째로 했던 녀석, 기억나나?"

"두 번째?"

 장군의 당돌한 어투에 사내는 문득 생각이 미치더니 곧 손뼉을 쳐버렸다.

"두 번째… 아아! 내가 아르토니아 아가씨랑.... 하기 전에 그녀의 항문을 뚫어서 기뻐했던 남창녀석이죠?"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은 사교계의 많은 여성들과 절친하게 사귀어."

"그거야 들었습죠. 그 녀석, 귀족의 혈기왕성한... 숙녀분들에게 비밀리에 인기가 있다던가."

"백작 부인도 놈을 사고 있었다는 거다. 면목이 없어진 백작은 몹시 노해서, 발광한 나머지 시중드는 시녀들과 함께 처리해 버렸다고 한다."

"허허, 부인의 밤사정을 폭로했단 말인가요? 거참."

"백작 부인은 반 아르토니아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 사교계에서 암약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복병에게 살해된 거란 거다."

"그럼, 백작가와 공작가는 적어도 절연, 잘하면 골육상잔이군요, 이거 걸작이군."

"백작 부인에게만 한정되지 않아. 문벌들은 이제 치정싸움으로 전투를 할 상황이 못된다. 더는 근위기사단의 적수가 아닐 것이다."

"그 남창 자식, 1개 사단보다 더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군. 이건 우리도 질 수가 없군요."

 흥분한 듯이 말하는 부하를 장군은 의아해한다.

"흥, 네가 전투에 흥분하다니 드물군. 내일은 눈이라도 올까."

"어라, 흥분하는걸로 보여요?"

 광대뼈가 굵은 남자는 자신의 일에도 불구하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숨을 돌리고 나서 자기를 돌아보고 나서 미소를 짓는다.

"그럴지도 모르죠, 아르토니아 아가씨에게도 이곳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그녀를 위해서 발벗고 나서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답지않아."

 주군에게 충실한 병사 같은 대사를 내뱉는 남자를 장군은 일축했다.

 가까이에 나뒹구는 나무상자를 움직여 장군 옆에 나란히 앉았고 남자는 육포를 입에 던져 넣었다.

"솔직히 아가씨를 안은 게 잊혀지지 않아요. 그때는 전리품인 예쁜 인형을 귀여워할 생각이었는데, 그 아가씨는 인형 따위가 아니라 정말 우리의 공주님이었어."

 다소 멋쩍은 듯 독백하는 사내에게 장군은 빙그레 웃지도 않고 말한다.

"여왕 폐하는 강한 여자다. 너희들의 먹이가 되기 전에는 자해를 원했지만 단념하고 굳건하게 행동했다."

"자해를? 흐음ㅡ, 나랑 열심히 했을 때는 몸을 부르르 떨며 기뻐했을 텐데요."

"말을 아껴라."

 평소와 다름없이 익살맞은 남자에게 장군은 힐끗 눈길만 줬다.

 몇 번이나 빠져 나온 전쟁터에서의 늘 하는 가벼운 말이었다.

"장군, 아가씨에게 뭐라고 설득했습니까? 밖에서 짝짓기하는 것은 즐겁다, 뭐 그런 말은 아니었겠죠?"

"멍청한놈. 옛날 이야기를 들려줬을 뿐이다."

"옛날 이야기? 무슨 이야기예요?"

 부하가 꼬치꼬치 캐묻자 무어라 응수해야 할지 궁리만 하는 장군.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알몸으로 행진한 아가씨의 이야기다."

"허허? 그건 꽤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군요.들려주면 안 돼요?"

"귀찮게. 애도 아닐 테지."

"그러지 말고 좀 들려줘요. 내일은 공작과의 결전입니다. 듣지 않고 혹시 죽으면 궁금해서 성불 못한다구요."

"성불 못해도 좋다. 나는 곤란하지 않아."

"그럼 다음에, 예쁘고 잘빠진 아가씨 소개해 줄게요."

"너, 내가 결혼 언제 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지금 성불하게 될 것이다."

"아아, 저, 그, 갑자기 기억이! 죄송합니닷!"

"흥, 넌 여전히 음담패설을 좋아하는구나."

"예, 그거야 뭐 정말 좋아하죠. 부하들과의 술안주로도 좋습니다. 게다가, "공주님을 설득한 옛날이야기"라는 것 만으로, 거리의 아가씨들의 입질도 딱!"

"쳇, 성가신 녀석이다. 말해 줄 테니 죽어서 제대로 성불해라."

"헤헤, 뭐 쉽게 쓰러지진 않겠지만."

 그러면서 내민 술이 담긴 철제 물통을 장군은 마지못해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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