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민족융화~치욕의행진~ #2-3 ~ 2-4

TODOSA 1 97 0

2-3 총독의 요구와 소녀의 결의 1 


"무엇이든지, 라고요?!"

"그래. 무엇이든지 말하는 대로 따르겠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주마."

 경박해 보이는 인상의 그 남자는 엷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쓸어올린 앞머리에서 한줄기 늘어지는 가닥을, 하얀 장갑의 손가락으로 털어낸다.

 그는 마을을 통치하는 연방본국에서 파견된 총독으로 자작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말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건 안타깝다. 뭐 억지로라고는 하지 않아. 볼일은 그것뿐인가?"

 총독은 호화로운 책상에 팔꿈치를 걸치고 걸터앉은 의자를 비스듬히 하여 다리를 꼰다.

"영민은 과중세에 피폐해 빈곤에 빠져 있습니다. 영주로서 백성의 곤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

 총독에게 열심히 탄원하는 사람은 아직 젊은 처녀였다.

 옷차림새는 귀족 아가씨라고 하기엔 수수한 편이었지만 아름다운 검은 머리와 의사력을 지닌 눈동자는 그녀의 기품을 드러낸다.

"백성들이야. 뭐, 세금 걷기도 힘든건 알고 있어."

 총독은 그 젊고 아름다운 여영주에게 흥미를 느꼈다.

 속주 일대를 통치하는 총독으로 본국에서 부임해 왔지만, 이 보잘것없는 이민족 마을의 젊은 여영주는 꽤나 남자의 지배욕을 돋우지 않는가.

"어때, 영주의 중책은 잊고 한숨 돌리러 오늘 밤, 내 집에서 편히 쉴 수 없겠나? 최상급의 특출한 요리를 대접하도록 하지."

 남자는 아가씨의 몸값을 매기듯이 쳐다보면서 속셈을 흘끗 흘렸다.

 이 아가씨가 총독인 자신에게 빌붙어 잘 처신해 입신출세를 꾀하려는 속셈이 있다면 응해 올 것이다.

 잘 되어 애인이 될 수 있다면 다소의 편의는 봐 줘도 좋다.

 그런 생각에 소녀의 수수한 차림새 아래의 젊은 지체에 기대를 거는 총독이었지만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허어…"

 총독은 엉겁결에 입을 비쭉했다.

 거절하더라도 조금 더 기대를 남기는 말투를 해야 할 터이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권력자의 심상을 좋게 해 두는 것이 사교계의 정석일 텐데, 이 아가씨는 아무것도 모른다. 초심인가, 업신여김인가.

 눈치를 보여야 할 권력자라는 자부심에 적지 않게 상처를 받은 남자는 그녀를 뿌리치기로 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인적이 있는 대낮에 영지를 한바퀴 돌아 보이게나. 이야기는 그리고 나서다."

"영지를 한 바퀴? 돌면 괜찮은 것입니까?"

"다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말이다."

"......, 무슨!?"

 아가씨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고 총독은 히죽히죽 웃는다.

"왜 그런 말을!?"

"왜? 그건 나도 말하고 싶다. 왜 내가 너의 탄원에 귀를 기울여야 하나?"

"당신은 총독이지 않습니까."

"총독은,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지배자로 와 있는 거야.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총독의 역할이다."

"알몸으로 영지를 도는 일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어깨를 치켜올려 항의하는 아가씨에게 총독은 즐겁게 쏘아붙였다.

"자네가 얼마나 백성을 위하는지 몸소 보여주지 그러나?"

"하아!?"

"이 정도 ...의 일과는 맞먹을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라면, 나를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해."

"나를 욕되게 해서 무엇이 좋은 건가요!?"

 소녀의 단도직입적인 비난에 총독은 입을 삐죽거렸다.

"나도 입장이 있다. 세금을 깎아달라고 해서 네 그러십니까 하고 들어줄 만큼 만만하지는 않다. 네가 치욕을 감수하고라도 호소해 보이면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겠다."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할 수 없다면 잠자코 열심히 세금을 걷는데 힘쓸 뿐이다. 책무를 다하지 못하겠다면 영지를 양도하게. 작위 상당의 생활을 할 만큼의 돈은 대주지."

"부탁입니다, 세금을 내지 못해 장사꾼들이 파산해 자살하는 자가 끊이지 않고 가난한 농부들이 딸을 팔려고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장례식에 세를 물리시오. 딸을 팔아 번 돈으로도 징세하게. 이렇게 하면 그만큼 다른 곳으로부터의 징수액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짓을."

"말하자면, 너는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조르거나 정론을 외쳐 봤자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할 거다, 이 계집애야!"

 나이도 어린 여영주를 기어오르게 하여 총독의 위엄이 손상될까 봐 남자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소녀를 노려보았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일지도 모릅니다. 검토하겠습니다."

 소녀는 낙담한 듯 고개를 떨구고 총독 집무실을 떠났다.

"흐음, 검토인가"

 아무도 없는 집무실에서 남자는 우스꽝스럽게 조소했다.

 장의나 인신매매에 과세해 봐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저하게 인망을 해칠 뿐이다.그런 어리석은 계책을 쓰는 영주라면 사면초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때 도움을 준다면 소녀가 몸을 내밀어 애인이 된다던가 하는 일은 쉬울 것이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고대하는 총독이었다.

"아가씨, 어떠셨는지요?"

 마차 안에서 초로의 집사는 울적해 하는 소녀에게 물었다.

 연방의 속주가 되어 총독부의 통치하로 되기 이전부터, 대대로 이 마을을 영유하는 귀족의 후예, 그것이 뮤셀이었다.

 그러나 그 재물은 간신히 귀족의 체면을 지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총독부로 나가려고 해도 보유한 마차조차 없어 승합마차를 운영하는 업자에게 손님으로 태워달라 부탁하는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안 돼요. 들어주지 않으셨어요."

 한숨을 쉬는 그녀에게 집사는 흠, 하고만 끄덕인다.

"무엇이든지 한가지 말하는대로 따르라던가, 저택에 놀러오라던가 하는 그런 짓궂은 이야기뿐이에요."

"허?"

 아가씨의 말에 집사는 하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혹시 총독님은 아가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는지요."

"하아, 저를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  직후 의외라며 정신없이 표정을 바꾸는 소녀.

"그렇습니다. 적어도 아가씨에게 흥미가 있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여성에게 사랑의 말을 바치는 것만이 남자는 아닙니다. 창피하게 하고 지배하려는 것도 남자라는 것이지요."

"파렴치한.."

 소녀는 모멸감을 드러내며 아무 것도 보지 않고 마차 밖을 향했다.

"……자작님도 그런 분일까요…"

"예브게니프 자작 말인가요?" 그 분은 놀러 다니기만 하는 방탕아지만 좋든 나쁘든 권력에 욕심이 없는 남자. 뭔가에 묶는 것도 묶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 분이 왜 저를 첩으로 삼으려 하시는 걸까요?"

"자작 공에는 약혼녀가 계시거든요. 어쨌든, 거절하는 것이 무리일 정도로 고귀한 댁의 혼담이라 해서 사실은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것 같습니다."

"……파렴치한 분들뿐입니다."

 한숨을 쉬는 뮤셀.

"아가씨께서는 자작 공이 궁금하신가 보군요?"

"그분은 계급상 총독과 동급인 자작이고, 연방의 귀족입니다. 속주로 전락한 이민족의 보잘것없는 지방영주인 제게 왜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단순한 이유일 겁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젊은이다운 안타까움에 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파렴치라 하시면, 만약 아가씨가 총독님의 권유에 응하셨다면, 혹은……"

"제가 총독과, 그, 하룻밤을 같이 지내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고..."

"음, 하룻밤 정도로.. 혹 며칠 밤을 거듭해 애인이라도 된다면, 총독도 권력을 보여 아가씨의 관심을 끌려 할 것입니다."

"그런 건 무리야."

 몹시 싸늘한 눈으로 말하는 소녀

 어쩔 수 없다고 작게 머리를 흔드는 집사.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에 아첨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 영주이면서도 이렇게 검소한 생활상은 아니겠죠.

"영주님, 도착했습니다.이대로 괜찮겠습니까?"

 마차가 멈추고 바지를 입은 마부 차림의 아가씨가 마차 문을 열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여기로 좋아요. 다음 달에도 부탁해도 될까요?"

"아, 죄송합니다. 다음 달은.. 저희 가게 문을 닫거든요."

 마부의 온화하지 못한 말에 집사는 묻는다.

"저런, …무슨 일이 생겼나요?"

"불황으로 손님이 줄면서 빚도 더는 빌릴 수 없게 됐어요.오랫동안 지탱해 준 마부들도 모두 해고해야 하고, 세금도 낼 수 없으니 마차도 다 차압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필시 고생하고 계시겠지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집사의 물음에 마부 아가씨는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직원분들에게 몇달째 지급을 밀리고있고 동생들을 양육해야되서, 저는 창관에서 일하려고."

"뭐!?"

 마부 아가씨의 말에 뮤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창관이란, 그러니까……"

 즉 창녀가 되거나 몸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마부 아가씨는 세상 이야기를 하듯이 속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처녀라면 단골 호사가가 비싸게 사준다고 해 일시금이지만 파격적인 월급이 나오니 직원 월급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과 가족들이 당분간 길거리를 헤매지 않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처녀라면이라니, 당신은 그걸로 괜찮아?!"

 뮤셀은 엉겁결에 마부 아가씨의 손을 잡고 따진다.

"처음의 사람이 돈으로 여자와 놀러 온 남자라서, 그걸로 괜찮아!?"

 마부의 웃는 얼굴이 얼어붙는다.

"아가씨."

 집사는 젊은 주인을 말리려 했으나 늦었다.

 마부의 뺨으로 흘러내린 눈물이 흘러내린다.

"...좋을 리가 없잖아요. 저도 여자입니다. 처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뮤셀의 얼굴이 굳어진다.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단어를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알몸으로 영지를 한 바퀴라니!?"

"무슨?!"

 하인과 집사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총독이 내놓은 조건이 그거인가요?"

"웃기는 자식! 아가씨를 꼬마애로 취급하고 농락하다니. 아가씨, 말만 해 준다면 놈에게 쳐들어가 어금니에서 딱딱 소리를 내게 해줄테야!"

 하인이 깍지를 끼자 집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 나자르. 지금은 무력투쟁의 시대는 아니야."

"아저씨, 당신도 사실은 부글부글하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면 나이 먹었더니 오히려 전쟁을 잊은건가."

 뒤숭숭한 말을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뮤셀은 멍하니 흘려들었다.

"그래서, 아가씨, 어떻게 하시렵니까?"

"...알몸으로 거리를 돌려고 합니다."

"잠깐, 진심인가!?"

"다른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야음을 틈타 총독부에 불을 지르고, 소란을 틈타 총독 자식을 망자로."

"그러니까 연방의 진압 부대가 몰려오는 짓은 할 수 없다고! 애초에 다음 총독이 지금보다 더 제대로 됐다는 보증이란 없다!"

"보증이라면, 아가씨가 설령 수치를 당했다고 해서, 총독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증은 있는거야?"

 하인의 말에, 손을 가슴 앞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뮤셀.

"수치입니까, 그렇습니까…"

"아…아니, 아가씨, 그런 얘기는 아니야?"

 일반론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사용인은 입을 다물었다.

"말씀하신 대로 보증은 없습니다. 애당초, 대화의 장을, 이라고만 할 뿐 세의 감면을 약속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쳇, 말도 안 된다. 아가씨에게 수치를… 애초에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게 해서 농락할 생각 뿐이잖아."

"어째서 아가씨는 그렇게까지 하실 생각입니까? 총독 임기는 몇 년이고, 다음 사람이 부임하고 나서라도."

"그러면 너무 늦어요. 저 아가씨가, 저 마부 아가씨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뮤셀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마부 아가씨의 일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함부로 그 처녀의 궁상을 묻는 행동을 한 것은 어리석었다고 집사는 후회했다.

"그 아가씨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하든, 구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아가씨만 그런 게 아니에요. 마을의 곤궁을 하루빨리 없애지 않으면."

 흐느끼는 소녀에게 하인이 제안한다.

"폐업에 몰린 마차업자에 조금이나마 돈을 빌려주는 게 어때?"

"영주로서 그건 안된다. 비슷한 궁상의 영민은 많이 있어. 극소수에게만 불공평한 은혜는 영주가 해야 할 일이 아니야."

 애당초 당가 재산에 그럴 여유가 없다고 노집사는 덧붙였다.

"만일 과중세를 고칠 수 있다고 해도, 마을의 곤궁이 당장 어떻게든 될 일도 아니지 않아?"

"아니……이번 세금 징수를 면제 혹은 적어도 반감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영민이 한번은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독에게 약속받고 증서라도 받아야 말이 되는 거지?"

"아니면 어떻게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초로의 집사는 하얀 수염을 연신 쓰다듬으며 궁리를 시작했다.

2-4 창부와 귀족 1

향을 피운 방에, 처녀는 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앉아 있었다.

 입은 것은 하늘하늘 프릴이 달린 요염한 속옷뿐이었다.

 날은 저물고, 큰 건물 방마다 여러 개의 램프등이 켜져 사람들의 즐거운 소리가 새어나온다.

 한눈에 귀족으로 보이는 차림새 좋은 남자가 방을 찾아왔다.

"갓 들어온 아이예요. 아직 아무런 교육도 못 받은 초보라서 실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하얗게 화장을 한 나이 미상의 여주인이 공손한 처녀를 남자에게 소개한다.

"이쪽은, 너를 지명하신 나으리야. 즐겁게 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아이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듯 처녀에게 말하며, 여주인은 남자에게 방에 들어가도록 재촉하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여, 안녕."

 남자는 쾌활한 말투로 속옷 바람으로 황망해하는 처녀에게 말을 건넸다.

"기, 기다리셨습니다, 주....주인님."

 처녀는 양손을 바닥에 짚으며 경련이 이는 미소를 짓는다.

"부, 불민한 년입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어. 난 불경한 놈이지만 잘 부탁해, 마드모아젤."

 남자는 깃털장식이 달린 모자를 소파에 내던지고 거드름 피우며 신사답게 절을 해 보였다.

"오늘밤부터 이번달 내내 자네를 독점했어. 내가 너의 주인님이야. 즐겁게 가 보자구."

"고맙습니다…….아, 저, 물을 준비했으니, 목욕은……"

 처녀는 여주인이 가르쳐준 대로 남자를 재촉한다.

 처녀가 가리키는 방 안쪽, 희미하게 비치는 천 너머에는 창녀와 함께 목욕을 즐기기 위한 도자기로 된 커다란 욕조가 마련되어 있었다.

"헤에, 제일 좋은 방을 부탁한 만큼은 있구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아까 다른곳에서 막 하고 왔었어."

"그럼 식사나 술이라도...?"

"그보다도 빨리"

 남자는 속살을 드러낸 처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는 내 상대를 해 줬으면 좋겠어."

"네……,네엣."

 처녀의 어깨가 약간 떨린다.

 눈치 빠르게 알아차린 남자는 처녀를 방 한가운데의 커다란 침대에 앉힌 뒤 자신은 선반에 놓인 술병을 테이블에 놓고 잔을 늘어놓았다.

"타는 일은 잘하나?"

 빌려온 고양이처럼 침대 위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속옷 차림의 처녀에게 남자가 묻는다.

 처녀는 허둥지둥 당황했다.

"저기, 저, 처음이라, 그런 경험은 전혀……"

"처음?"

"저, 처녀……입니다… 그러니까 지명하신 것은…?"

 처녀는 서먹서먹한 듯 고개를 숙였고 남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승마 이야기야, 마부 공."

"에?"

 왜 이 남자는 자기를 알고 있을까?

 아니, 마차 손님으로 태운 적이 있었다면, 왜 이런 곳까지 와서 자신을 만나는 것일까?

 눈을 동그랗게 뜬 처녀에게 남자는 짓궂게 웃었다.

"무슨 얘긴 줄 알았어?"

"죄송합니다. 그…야한 일의 이야기라고만."

"그렇지, 말 이야기보다는, 야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손님, 아니, 주인님은 저를 아세요?"

"어, 가끔, 영주 공 댁 근처에서 마차를 탔었네. 마부대에 앉아 있는 게 귀여운 아가씨여서 기억나."

"귀엽다뇨.. 그래도 감사합니다."

 손님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는 일은 흔했고, 또 그것을 마차업의 호객 도구로 써먹고 있었지만, 몸을 팔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착잡한 기분이었다.

"아, 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쫓아온 건 아니야. 마음씨 착한 영주 공의 자그마한 소망을, 그림자에서나 이루어 드리려고 한다던가, 그런 로맨티스트인 나라서."

 남자가 말하는 영주님의 소원은 무엇일까?

 처녀는 문득 뮤셀을 생각했지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음ㅡ, 하지만 기껏 거금을 털어서 너를 만났어. 조금 정도, 뭔가 즐기게 해주라구……그래, 선택해 줄래?"

 남자는 징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히죽 웃었다.

"부끄러운 짓 하는 거랑, 부끄러운 속마음을 보이는 거, 어느쪽이 더 좋아?"

"네? 저어...?"

"한창 나이의 처녀라고 하면, 상대는 사교계의 거드름만 피우는 아가씨뿐이라 질렸어. 평범한 거리의 애랑 옷깃을 여미고, 연애이야기나 음담패설 같은 걸 해보고 싶은 거야."

"연애이야기면 좋아해요. 야한 얘기도 싫지는 않아요."

"그럼 결정이다. 그 속옷을 벗는 대신, 내 말에 숨김없이 대답하고 전부 환하게 드러내서 들려줬으면 좋겠어. 한창 나이의 여자애의 야한 사정이라는 걸."

"에, 에엣……?!"

"그렇게 해주면 야한 일 안 해 줘도 된다는 걸로 하지. 싫은가?"

"흐에~ 엄청 부끄러워요."

 두 손으로 속옷 차림의 가슴을 가릴 듯한 몸짓을 하는 아가씨.

"맨정신으론 힘들겠군, 한잔 할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대로 된 술이 놓여져 있어서 다행이야. 술은 잘 마시는 편이야?"

"네, 조금이라면. 앗, 죄송합니다. 제가 한 잔 드려야 하는데…"

 딸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허겁지겁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럐서 말이요, 녀므으하다구요 영쥬님은. 쳐녀막 기분나쁜 뚱보 아조씨에게 찢어져서, 그결로 되겠어, 라고……네, 한잔 더."

"저기, 잠깐, 케이트양? 이미 혀 꼬부라진 것 같고, 그 정도로 하는 게……"

 침대 위에 기대던 처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남자는 술병을 멀리했다.

"녀자얘라면 뉴구라도오, 쳐음은 흑... OO한 사람이 좋은게, 당연하쟈아나요오, 우에에에에에에에~~"

 속옷 바람으로 가슴에 매달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처녀에게 남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어, 옳지옳지, 울지 마. 오빠는 괴롭히거나 하지 않으니까."

"아조씨도 아직 햔창인 주제에, 냐아를 어린얘 취급하지 마아."

"햔창은 뭐야,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고, 오빠. 그 뭐야, 케이트 양은 좋아하는 사람, 즉 처녀성을 바치고 싶은 사람이 있어?"

"흐에에에, 말 안하면 안대애?"

"어이, 다 털어놓고 들려준다는 약속이잖아. 누구한테도 말 안할테니 말해버리라구?"

"영주님의 저택에 근무하는 하인 나자르 씨."

  부핫 ---!!

 남자는 입에 대던 술을 거하게 내뿜었다.

"나자르!? 안돼, 안돼. 그놈만은 그만둬! 그런 넉살 좋고 뻔뻔한 입버릇 나쁜 놈, 옆에만 있으면 짜증나!"

"사이가 안 좋아?"

"최악이야, 나를 갖다가 자작 공? 하인 주제에! 자작 님이겠지! 그것뿐인가, 뮤셀 공을 아가씨 아가씨라고 뭔가에 붙여서 바보같이ㅡ"

"흐으응. 아조……아니지, 쟈쟉님? 뮤셀 님이 신경씌읜구나, 흐으응."

 술기운이 돌아 새빨개진 얼굴로 남자를 찬찬히 쳐다보는 처녀.

"아, 아니 뭐... 나보다도, 어째서 하필이면 그런 놈이야? 케이트양 남자 취향 좋지 않은데?"

"그게마랴, 오랫동안 마부대에 앉아 허리가 아파서 문지르면, 그렇게 뒤룩뒤룩 좋은 엉덩이 하고 있어도 아파지는구나라던가 놀림을 당하고,그리고 만날 때마다 성희롱해대고……"

"뭐야, 최악이잖아"

"그 사람한테, 몸 구석구석까지 욕을 먹으며 처녀를 바친다니……라고 상상했더니 왠지 안쪽이 쑤셔와서……"

"…… 케이트양, 변태?"

 자신도 모르게 뺨을 치켜올린 자작의 얼굴을 보고 소녀는 찰싹 껴안았던 몸을 놓으며 머뭇머뭇 부끄러워한다.

"……. 그만혜 주세요... 팬티 적셔버려요……"

, , , , , , , , , , , , , , , , , , , , , ,

이미지 연재 목록 별점
1 Comments     0.0 / 0
토도사  

토도사 공식제휴업체 소개입니다.

추가입금 보너스 3+1 ~ 50+10 등 순도 높은 혜택 가득한 타이거 바로가기

타이거 바로가기

포토 제목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