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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융화~치욕의행진~ #2-7 ~ 2-8

TODOSA 1 82 0


2-7 알몸의 영주님2


하늘은 맑았다. 초여름 햇살이 정원 잔디의 녹음을 눈부시게 비춘다.

 군데군데 이끼 낀 벽돌건물을 지나 뜰로 나가니 문 앞에는 사람들이 떼지어 모여 있었다.

 노집사가 대문을 열고, 벌거벗은 소녀를 앉힌 말은 그 무리 한복판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오...올 것이…...왔네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의 뮤셀은 다가오는 인파에 몸을 움츠렸다.

 부끄럽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노출시킬 만한 신체인지 다시 한번 자신의 지체를 점검한다.

 저택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서 구석구석을 살펴본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유방과 군살을 다 빼지 못한 허리 둘레가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싫든 좋든 이목을 집중시킬 하복부는 음모가 없는 소녀의 동산이 튀어나와, 그것이 소녀에게는 부끄러웠다.

(아아, 나는 너무 어리고 빈약해. 이런 몸을 온 나라에 내보이고 다닌다니, 제정신인지 의심받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 소녀는 모이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나 이미 되돌아갈 수 없고,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이대로 하루 종일 영지를 돌며 뭇사람에게 알몸을 내보이는 것은, 죄인이 시중에 끌려 다니며 조롱당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

"뮤셀님!"

 문득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뮤셀 님, 괜찮아. 너무 예뻐요. 제발 가슴을 펴세요!"

"……! 아아, 당신은ㅡㅡ"

 문 앞에 몰려 있던 사람들의 그 앞줄에 있던 것은, 그 마부 여자애였다.

"걱정 마세요, 저는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뮤셀님 덕분이에요! 제발 다른 아이들도 도와주세요! 뮤셀님, 예뻐요!"

 울먹이며 전송하는 아가씨에게 뮤셀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한 뮤셀의 마음에 바람이 스쳤다.

"오오, 영주님, 대단해! 여자의 배짱을, 동네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

"뮤셀님, 대담합니다. 반해버려요!"

 저택에 드나드는 구멍가게의 덩치 큰 안주인과 주근깨가 많은 정원사 아가씨가 흥분한 듯 배웅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와 뮤셀을 밀어주었다.

(어떻게든 해내서 곤궁에 빠지려 하는 백성들을 구하지 않으면……!)

 움츠렸던 등줄기를 펴 가슴을 젖혀, 유방을 감싸듯이 하고 있던 손을 놓아, 말의 등에 옆으로 앉으면서도 고개를 들어 앞을 향하는 뮤셀.

 말발굽이 사각사각 울리는 돌길 양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고 있었다.

"어!? 왔어, 왔어!"

"대단해... 정말로 알몸이다...!"

"우호~귀여운 가슴!"

"바보자식, 큰소리로 떠들어대지 마. 가엾잖아."

"오오, 좋은 전망이네 이건~"

"아가씨, 요염해! 힘내, 정신차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남자들이 거리낌없이 장단을 친다.

 수치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남자들이 손을 흔들자 뮤셀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엄마, 뮤셀 님, 알몸인데? 어째서?"

"그렇지 않아요. 영주님은 색골한테만 보이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있단다."

 주택의 2층 창문에서 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근데 다들 가슴이라고 그러는데?"

"그렇구나, 남자들은 전부 색골들 뿐이네."

 말을 이끌면서도 주위를 살피던 나자르가 모자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 색골한테는 안보이는 드레스, 정말 잘 어울리는데? 큭큭"

"몰라요!"

 말을 이끄는 하인의 놀림에 이마를 찡그리는 뮤셀.

 하지만 입버릇 나쁜 이 남자의 평소 컨디션은 그녀를 진정시켰다.

 만약 그에게까지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는 듯한 태도로 대해졌다면 그녀는 정말로 고립무원의 심경에 몰렸을 것이다.

 주택가를 빠져나온 큰길에는 문 앞보다 더 많은 구경꾼이 모여 있었다.

 앞치마를 내리고 샌들을 신은 이웃들 말고도 영외에서 구경을 온 것일까, 잔뜩 몰려들고 있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인파를 기대한 노점까지 여럿 나와 축제 양상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전 주에까지 퍼뜨린 것은 알았지만, 뮤셀의 상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작은 마을에 모여든 것 같다.

 이런 곳까지 오지 않더라도 여자의 알몸 정도는 매춘업소나 변두리의 술집에서도 볼 수 있을 텐데, 어찌된 일인가.

"오오, 저게 소문의 여영주인가?! 우효~ 젊고 미인이잖아!"

"정말로 알몸으로 거리를 도는구나, 배짱도 두둑하네, 어이."

"영주님, 음험한 총독에게 지지 마세요!"

"멋져, 영주 누나!"

"어이 너희들, 내가 쏜다! 아름다운 영주님의 알몸을 위해 건배!"

 알몸의 젊은 처녀의 등장에 큰길의 구경꾼들이 일제히 열광했다.

(아, 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 나, 보여지고 있어……!)

 뮤셀은 심장이 뛰는 고동을 느끼고 있었다.

 저택을 출발할 무렵에는 쌀쌀함이 불안과 불안감을 조장했지만 어느새 온몸이 달아올랐다.

"길 좀 열어, 지나가게."

"그래, 비켰어 비켰어"

 조금이라도 빨리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거리를 막고 기다리는 구경꾼들이 말을 끄는 나자르의 전진을 둔화시킨다.

 정리역을 자청한 남자들이 이들을 따돌릴 때까지 뮤셀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멈춰서는 말 위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바글바글 요란하게 떠드는 자들 이외의 말하는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귀에 들어온다.

"헤헤, 젖꼭지 봐, 예쁜 색깔이야. 저건 거의 안 썼을 거야. 아직 남자를 모르는 몸일지도 몰라."

"아무래도 없는 것 같지 않아? 저건. 매끈매끈한 보지 좀 보여줘."

"왜 말 위에서 그렇게 점잔빼는 자세로 앉고 있는거야? 다리 벌리고 올라타 봐, 가랑이 벌리고 말이야, 히히."

"총독이 이야기한걸 거역할 수 없어서 이런 부끄러운 일을 당했대. 가혹한 처사야. 이젠 시집도 못 갈 테고."

"저렇게 남자의 눈길을 끌고, 잘하면 총독한테 비벼 보겠다는 속셈이잖아. 뭐가 영주냐, 어이없어, 천박한 음란빗치가."

 더욱 야비하고 외설스러운 눈으로 처녀의 신체를 살피는 자들과 연민과 업신여겨 보는 자들의 시선이 가차 없이 뮤셀을 비난한다.

 뮤셀의 몸은 부르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상기되고 뺨은 붉게 물들다.

(나는 영민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모두들 이상한 눈으로 보는구나. 아아, 비참해...)

 하지만 울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쏠리는 그런 그들의 시선에 고동은 더 세지고 땀이 배어나는가 싶을 정도로 몸은 달아오른다.

 쾌활한 갈채 소리는 물론 음란한 야유와 욕설, 그리고 핥는 듯한 시선 모두가 소녀의 마음을 고조시켜 간다.

 사람들이 모여 말이 멈출 때마다 바로 옆 구경꾼은 소녀의 은밀한 곳이 보일까 아랫배에 눈을 고정시키거나 혹은 엷게 물든 젖꼭지를 밑에서 흐뭇하게 올려다본다.

 소녀는 수치스럽고 정신이 아찔한 느낌에 왠지 기분이 고양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스스로를 자기도취에 빠졌겠지 하고 자조한다.

 이런 추잡한 짓을 요구해 온 것은 총독이고, 곤궁한 영민들의 상황을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이 수모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을 때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옛날 이야기의 성녀 같은 고귀한 존재에 다가갈 수 있다고 취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내심을 영민도 구경꾼도 꿰뚫어보고 있다면, 알몸뚱이보다 더 부끄럽고 우스워 보일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들에게 간파당하고 있을까? 눈앞에서 담담하게 말을 끌고 있는 입이 험한 하인 남자는? 집사는? 자신을 잘 아는 동네 사람들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다.

 뮤셀은 고조되는 흥분을 억제할 수 없게 된 자신의 몸을 깨달았다.

 배꼽 아래 몸속이 쑤신다.

(뭐...!?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거야!? 이렇게 많은 눈이 모여있는데!)

 뮤셀 자신을 믿을 수 없게도 그녀의 '여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그 미숙한 여음을 적시기 시작한다는 징조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런 상황에 흥분해서!? 나 어떻게 되버린거야....! 이만큼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앞에서 속옷도 입지 않고 적시기라도 하면 ㅡㅡ!)

 뮤셀은 사타구니 사이를 의식한다.

 구경꾼에 보이지 않으려고 늘 양 무릎을 꼭 붙이고 엉덩이는 말 안장에 눌러 앉아 한 번이라도 허리를 뜨지 않았던 탓인지 열이 나고 땀이 흥건하다.

 이미 적셔 버리지나 않을까, 가랑이에 손을 넣어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일거수일투족을 여럿이 보는 것이다.

(진정하지 않으면…! 기분을 가라앉히고 있으면, 그런 음란한 일은,)

 그러나 소녀를 부추기는 목소리는 점점 더 그녀를 초조하게 하고 흥분시킨다.

"어떻게 된거야 누나, 얼굴 빨간데? 남자한테 보여져서 기분 좋아, 보여주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구만?"(웃음)."

"오늘 밤은 이대로 총독과 침대로 골인이잖아? 열심히 총독에게 안부 좀 전해 줘. (웃음)"

"세금을 못 내는 영민들을 대신해서, 네가 그 몸으로 돈을 버는 건 어때? 매주마다 귀여워해주러 갈게. (웃음)"

 의식을 차리려 할수록 신체가 쑤시는 것은 점점 더 두드러진다.

 이윽고 그것은 명확하게 질의 습기 분비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앗, 정말로 젖어서... 안되는데!? 안돼!)

 말은 어느새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뮤셀에는 벌써 어느 정도까지 왔는가 따위를 생각할 여유는 없어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말의 안장을 음탕하게 적시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

"곧 교회다. 예정대로, 대사제에 인사드리러 갈까?"

 말을 이끄는 나자르가 뮤셀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뮤셀은 당황했다.

 대사제에게는 최근 초청된 만찬에서 이 행진에 대해 넌지시 말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뒷편에서 외설적인 일화가 숱하고 음란신부 무뚝뚝이 주교 등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인물이지만, 속주의 성교회를 통솔하는 권력자이자 총독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총독으로 하여금 이 행진을 교환 조건으로 하는 것을 철회하지 않도록 못을 박는 데 성공했다.

 대사제라는 교회의 권위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런 일을 시키게 했으니, 기대에 부응해 이 모습을 보여주러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뮤셀은 여음을 윤택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말에서 내렸다간 걸터앉은 안장이 젖어 있는 것을 보고, 사타구니를 음탕하게 적시고 있는 것을 낱낱히 보여지게 될 것이다.

 전라를 드러내는 것까지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행군 중에 흥분해서 음탕한 쾌감에 잠겼다는 것이 알려지면 누구나 비웃을 일이다.

 뮤셀의 대답이 궁한 줄도 모르고 하인 남자는 대사제가 기다리는 교회로 가는 길로 말 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다.

 새삼 발길을 돌릴 수 없어 뮤셀의 퇴로는 끊겼다.

(누군가, 도와줘……!)

 이제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아 뮤셀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2-8 장군의 옛날이야기2 -마성의여자-

"호오, 그 영주 아가씨, 대담하게도 온 나라에 예고하고 돌았다고."

 뺨에 상처가 난 남자는 반합의 쇠뚜껑에 작은 생선이나 조개구이를 올려놓고 옛이야기를 말하는 장군에게 술안주로 내민다.

"하지만, 일부러 관객을 끌어모으고 행진하려 하다니, 그 소녀는 그쪽 마음도 있었겠죠, 헤헤헤."

"이야기로는 그 쪽이 재미있나?"

 내민 안주를 입에 털어넣고 동시에 쇠주전자의 술을 입에 머금은 장군은 재미도 없어 보이는 얼굴 그대로였다.

"그래요, 아르토니아 아가씨도 중인환시 속에서 유린당해 흥분했고, 여자에게는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 아닌가요? 헤헤헤헤"

"몰라. 적어도 내 아내에게는 그런 취미가 없어."

 상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남자와 대조적으로 장군은 무표정하다.

 말하며 장군이 등 뒤의 어둠을 응시하자 어둠 속에서 병사가 나타났다.

"장군, 보고드리겠습니다."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는 장군 바로 옆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왕도로 진행하던 반군은 여왕 폐하의 근위기사단에게 패주했습니다. 문벌동맹 녀석들, 무려 내분을 일으켰다 합니다."

"흥, 역시."

 예상대로 라고 장군은 코웃음을 쳤다.

 반 아르토니아로서 모인 문벌들은 그들 집안끼리의 혼인으로 결속이 다져져 있었으니, 부인들의 부정과 음탕함이 폭로되면서 서로 물어뜯었을 것이다.

 당주들이 그렇게 어지러운 상황이라면, 수하군 역시 구심을 잃고 그저 수만 많은 오합지졸로 변할 수밖에 없다.

(왕도를 지키는 근위기사단이 사명을 완수했다면, 우리 이민병단은 주모자인 공작과 그 휘하들을 쳐부수고 여왕폐하의 적을 멸한다.)

 장군은 남모르게 콧김을 내뿜었다.

"오랫동안 수고했다. 쉬어라. 또한 내일은 공작과의 전쟁의 보고를 왕도에 보내도록."

"외람되오나,"

 병사는 벌떡 일어나 경례 자세를 취했다.

"내일의 결전은 우리 이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싸움, 저도 꼭 앞장서 싸우고 싶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공작의 기사단에는 노련한 강자들이 많다. 게다가 쌍방이 상대를 섬멸할 심산이다. 피로 피를 씻어 많은 희생이 생길 것이다."

 장군의 말에 병사는 미소로 화답했다.

"이 목숨이 다하는 그 때까지 아르토니아를 배척하는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쓰러뜨려, 그녀에게 승리를 바칠 것입니다."

"용감하군. 그럼 그 충성에 기대하겠다. 돌격기병으로 가거라. 내려가도 돼."

 장군이 한 손으로 재촉하자 병사는 의기양양하게 떠났다.

"지금 이 녀석, 확실히……"

 전령의 보고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웠던 사내는 장군 옆으로 돌아가며 병사가 떠난 어둠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래, 저녀석, 아홉번째던가. ……구멍형제였구만. 음습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저런 열혈병사였나……"

"말을 삼가라."

 장군은 노기 어린 어조로 질책의 말을 꺼냈다.

 "구멍형제"란 같은 여자를 안은 남자들을 일컫는 속어지만, 이민병들 사이에서는 특히 아르토니아 공주를 범한 남자들을 놀리는 말이었다.

"옛날에는 변경의 소치기였던 자다. 별 것 아닌 거 같나?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지. 제법 쓸 만한 사내다. 아마도 네놈과 같을 것이다."

"나랑요? 뭐가 말요?'

"아르토니아에 반해서, 그녀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병사다."

"아니, 아니, 그런ㅡㅡ"

 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하고 대답하려는데 남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장군의 지적은 반드시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뭐랄까요, 아르토니아 공주님. 귀여웠어요. 앙앙우흥 같은 소리를 내고, 하하……(웃음)"

 음담패설하는 부하에게 장군은 그 시무룩한 얼굴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지 않았다.

"마성의 여자란 실존하는 것 같군."

 장군의 말투는 아르토니아가 그 지체로 용사들을 사로잡았다고 언외에 지적하고 있었다.

"그날 용병 꼬마가 있었지. 그 녀석도 의용병에 섞여 있던데."

"용병… 아, 아가씨의 엉덩이를 핥아먹던 그 아이 말이군요."

 남자는 십수 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어두운 미소를 지었다.

"이젠 여자 알몸 그림 그려서 이름도 꽤나 알려졌을 텐데……흐음, 지원하면서까지 이 전쟁터에 와 있다니 놀랍군요."

 장군의 지적의 날카로움에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왕국 역사의 분기점이 될 이 결전장에 그날 아르토니아를 능욕한 병사들이 집결해 오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과연 착각일까?

 그리고 모두 한결같이 아르토니아를 승리로 이끌려 용솟음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사들을 사로잡고 그 정도의 충성을 얻고 있다면 그녀를 마성으로 평가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넌 10년 이상 옛날 일을 그런 것만 잘 기억하고 있구나."

"녀석들이 아가씨의 엉덩이를 괴롭혀서 즐기는 걸 본 이후 고신(尻神)님 신앙에 눈을 뜬 거니까요(웃음)."

 평소와 다름없이 익살맞은 남자의 '엉덩이 신' 화제도 그날 장군과 나눈 농담이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장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단단한 치즈조각을 다시 반합의 뚜껑에 올려 장군에게 내민다.

"그럼, 꽃도 부끄러워하는 처녀였던 아르토니아 공주를 마성의 여자로 바꾼 그 옛날 이야기의 계속을."

"옛날 이야기 한둘에 순진한 계집애가 용사들을 농락하는 여자로 둔갑할까 보냐."

"그런 걸로 해두는 게 여자애로서는 더 잘 먹히죠. 그리고 부하들 술안주로도.(웃음)"

 뺨에 흉터가 있는 남자는 웃으며 옛날 이야기의 계속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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