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내 - 단 한 번의 실수로 육변기로 떨어져 가는 미인 아내 - 

1부  유코, 마조 각성편 

13화 - 갈등과 변심, 더럽혀지는 성역

(4일째 저녁 -> 밤, 유코의 집)

"유코, 안 돼! 그 이상은 하지 마!"

"!!"

"오오... 아프군."

한적한 주택가의 평범한 단독주택 출입구.

그만 울컥해버린 그녀를 흥분으로부터 되돌아오게 한 것은 스승 미츠키의 목소리였다.

때리는 소리를 낸 본인은 깜짝 놀란 얼굴로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는다.

눈앞에 있는 이는, 맞은 뺨을 자못 아픈 듯이 어루만지는 아시아계의 남자.

"...저, 저기..."

"......"

기르던 개에게 손을 물린 주인이 취할 행동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창백해진 유코가 흠칫흠칫 남자를 올려다보면, 거기에는 무표정 속에 있는 어두운 눈빛.

(...두렵다. 거스를 수 없어...)

온몸에서 끓어오르던 격정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싸늘하게 떨고 있는 자신이었다.

새삼 스스로 저질러버린 행위에 유코는 바들바들 떤다.

"저기 엄마아, 목욕 안 할거야아?"

(유이! 오면 안 돼...!)

이럴수록 걱정은 더욱더 커진다.

현관에서의 일을 모르는 딸이 엄마를 기다리다 못한 것일까, 가벼운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목소리에 남자의 시선이 순간 현관 안쪽으로 쏠린다.

아무리 그래도 딸에게까지 손을 댈 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만일을 생각하여 안절부절 못한다.

"저기, 죄송합... 저는..."

"기다리렴."

적어도 사죄라도 하기 위해 무릎을 꿇으려는 그녀의 등을 붙잡은 이가 있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유코를 어떻게든 지탱해주면서도, 쏘아붙이는 듯한 시선을 남자에게로 향하고 있는 미츠키였다.

"...저를 봐서라도, 오늘은 그냥 돌아가 주실 수 없으실까요?"

"으음? 너하고는 관계없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사과라면 나중에 다시. 그러니 오늘은... 잘 타이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남자와 미츠키 사이에 순간 시선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잠시 후 남자는 포기한 듯 발길을 돌린다.

"...흥, 그런건가. 뭐, 괜찮겠지. 원래 그럴 생각이었다. ...그럼."

미츠키의 눈빛에 눌린 건지, 남자는 뜻밖에도 순순히 물러난다.

현관문이 이번에야말로 닫히고 잠시 후, 8기통 엔진의 굵은 소리가 멀어졌다.

철퍼덕, 하는 소리가 나며 유코는 그 소리가 현관 바닥에 주저앉은 자신이 낸 것임을 깨닫는다.

"아아..."

"유코 괜찮아, 괜찮아... 그 남자는 이제 없어."

"...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들바들 떨면서 미츠키에 매달리던 유코가 안정을 되찾은 것은 그로부터 더욱 시간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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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라면 걱정되는구나... 오늘 밤은 거절당해도 자고 갈 테야."

"고맙습니다, 선생님."

"인사는 필요 없어. 소중한 제자인걸."

목욕을 마치고, 식사 끝낸 후 유코와 미츠키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갓 내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분위기를 민감하게 알아챈 딸이 칭얼거리는 것을 겨우 재운 뒤의 일이다.

서로 말없이 차를 마신다.

드레스를 벗어 평상복으로 갈아입었으나, 전에 차던 브래지어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사이즈에 맞지 않아, 할 수 없이 상의는 셔츠 한 장만을 입고 있었다.

셔츠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자신의 가슴께를 미츠키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으나, 곧바로 시선을 찻잔으로 내리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있어 주는 미츠키의 배려가,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지금의 유코에게는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또 타이밍 좋게 딸을 돌봐주었던 미츠키도 마음에 걸린다.

찻잔의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 유코는 간신히 입을 연다.

"...남편을, 배신해 버렸어요..."

"...!! ...어떻게 된 건지 말해 줄 거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라도 상관없으니 들려다오."

"...네."

유코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똑같이 찻잔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고 있던 미츠키의 손이 한순간 떨린다.

그 사고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그녀는 띄엄띄엄 말한다.

그 경매 회장에서의 일이나, 시술을 받은 일, 집으로 돌아오기 전의 질척한 섹스에 대한 것 등은 역시 생략하였으나, 그래도 가능한 한 입 밖으로 털어 놓았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

그 남자의 차에 부딪힌 사고 이후의 어리석다고도 할 수 있는 행동.

냉정해진 지금이라면 알 것 같다.

얼마나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해왔던 건지.

양손으로 쥔 찻잔에 머리를 박을 듯이 고개를 숙인다.

"경찰에는... 그리고 친정집에는?"

유코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그렇게 했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이제 와서요. 이제, 정말로..."

"그렇... 네... 괴롭겠지만... 응, 현명해, 그래."

"......"

다시 거실에 침묵이 돌아온다.

벽걸이 시계 소리가 신기할 정도로 귀에 쟁쟁하다.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둔 뒤, 부드럽게 미츠키는 말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뻗어온 두 손이 유코의 양손을 감싼다.

그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거야."

"......"

"...내게도, 손주 녀석이 있었다면 저럴 나이일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일찍 남편을 잃었지만. 그 뒤로는 살아가느라 필사적이어서 재혼할 여유도 없었어."

느닷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미츠키는 다른 방에서 잠이 든 유코의 딸, 유이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먼눈을 하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는 거지? 다시 한번 말할게. 도망치는 건 쉽지만 결코 그걸 선택해서는 안 돼."

"...그러면..."

"결과론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생활은 아직 지켜지고 있어. ...앞으로 열흘 남았다고 했지. 그건 믿을 수 있는 거니?"

"그건 아마... 그럴 거예요. 그도 언제까지 일본에 있을 수는 없다고 했고, 저를 데려가려고 했다면 그럴 기회는 이미 여러 번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열흘 후면 남편도 돌아와요. 그렇게 되면..."

"...그런 거구나. 당신 남편이 곁에 있으면, 그 남자도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인 거지. 그렇다면 더더욱, 모든 일이 끝나면 깨끗하게 잊고, 그만큼 가족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게다가 피차일반 인 거지?"

"앗......."

피차일반이라는 단어에 유코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린다.

그 모습을 본 미츠키가 자신의 이마를 찰싹 때렸다.

"미안, 단어 선택이 나빴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당한 것 치고는 당신, 그 남자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아... 흐음, 그런데... 어떻던?"

"...네? 그런 것은..."

미츠키의 지적에 유코는 내심 당황한다.

이야기를 생략한 것도 있어, 그녀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유코가 어떤 짓을 당했었는지를.

본심으로는 모든 일들을 털어놓고, 다시 한번 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 라고 생각하면서도 유코는 왠지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는 것에 당혹스러워진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미츠키는 무언가를 착각했는지 장난스럽게 웃었다.

"...역시구나. 당신이 말한 남자와 만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은 것 같은 분위기가 당신에게는 있어. 그렇다면 이쯤에서 잠시만 벗어나 보는 게 어때? 여자에겐 능글거리는 것도 필요하단다? 남자라곤 지금까지 남편 하나뿐이었지? 조금쯤은 즐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하물며 당신과는 달리 남편 쪽이 먼저 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번 일은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열흘 후에 돌아올 남편을 따뜻하게 맞아주렴."

(한 번은 이혼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 돌아가도 괜찮아?)

"제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있는게 당연하잖니. 아니, 그 전에 내가 혼을 낼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후후, 네."

기모노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먹을 불끈 쥐는 미츠키를 보며, 아주 조금 유코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온다.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렴.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자세히 물어볼 수 없지만... 결코 자포자기할 정도는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해보자꾸나... 알겠지?"

"...네."

눈앞에서 씩씩한 목소리로 말하는 자신의 스승에게 유코는 힘없이 미소를 보인다.

(선생님은 알지 못하신다. 내가 어떠한 짓들을 당했는지. 그치만...)

단순히 외간 남자와 몸을 겹치거나, 어쩌다 호텔에 끌려가는 정도로만 오해한 것이라면 조금은 섭섭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면죄부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조금만 더 즐겨도...)

(또다시 안겨도...)

(그 쾌락을 한 번 더 맛봐도...)

유코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 남자와 어울렸던 강렬한 관능의 기억.

떠올리기만 해도 하복부가 뜨거워지고 질이 젖어가기 시작한다.

싫다고 생각하더라도, 몇 번이나 그 남자를 받아들여 계속 교성을 질렀던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때, 확실히 유코는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 네, ...괜찮은... 걸까… 괜찮은 거지...)

남편이 먼저 놀고 있었다, 피차일반이다, 조금쯤은, 하는 구절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반복재생 된다.

남편에게로의 배반의 죄책감이, 열락에 의해 보다 가벼운 것으로 새로이 칠해져 간다.

서로 들키지 않았다면, 그 죄책감은 오히려 이제부터 얻게 될 기쁨에 대한 향신료로 변화한다.

이 순간 그녀의 정조관이 아주 살짝이지만 뒤틀려버린다.

지금은 자그마한 뒤틀림이라 해도, 그것은 이윽고 닥치는 붕괴로 이어져 간다.

"...유코?"

"앗!!"

"왜 그러니? 얼굴이 빨갛구나"

"아, 아니에요, 그런..."

"혹시 그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말해두겠는데, 현관에서 그 두려움 때문에 당신 같은 사람이 그런 남자와의 비정상적인 플레이는 빠지면 위험한 거야? 불장난 정도로 끝내두렴."

"불장난이라니... 그런 일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좋겠지만... 걱정이네... 에스엠, 이라던가?"

"...벌써 밤이 늦었어요. 미츠키 선생님은 침실을 써주세요. 저는 다른 데서 잘 테니."

"또 그렇게 얼버무린다. 그치만, 미안하게 됐구나..."

"아뇨아뇨, 저는 어디서든 잠들 수 있으니까요."

역시 미츠키는 현관에서의 일도 포함해, 그 남자와 유코가 그러한 SM 플레이 정도의 관계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한순간 머리를 스쳐 간 망상을 미츠키에게 들킨 것이 부끄러웠는지, 유코는 그 밖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도 잊고 이 자리를 무리하게 해산해 버린다.

미츠키가 해준 조언과 마지막의 사과, 그 진의를 눈치채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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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낮, 미츠키의 교실)

다음 날, 타노우라 류 꽃꽂이 교실.

그날, 오랜만에 교실 안은 문하생들로 북적거렸다.

20첩이 넘는 실내에는 기모노와 정장을 불문하고, 연령층도 폭넓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꽃꽂이에 사용하는 책상이나 소재가 되는 꽃이 함께 십여 대가 진열되어 있고, 상석에도 두 대 정도 배치되어 있다.

"...자자, 여러분. 서로가 오랜만이라고 떠드는 건 좋지 않아요."

''네!''

탁탁 손뼉을 치면서 교실의 주인인 50대 여성, 타노우라 미츠키가 실내에 나타나고, 동시에 교실 내 여자들의 떠들썩함이 가라앉아 간다.

신분이나 생활 기반은 다르더라도, 그녀들은 이곳의 당주 미츠키가 직접 면접을 보고 입문을 받아들인 여자들이었다.

앉음새를 바로잡고 활기차게 대답하는 등,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전원의 이목이 자신에게로 쏠렸다고 본 미츠키는 상석의 자리에 정좌로 앉아 전원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충분히 시간을 지난 후 고개를 들면, 그에 맞춰 문하생들도 고개를 든다.

"미안해요. 최근 여러 가지로 바빠서 정기적으로 열지 못하던 수업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하게 되어 정말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비록 떠들썩한 이는 없었으나, 미츠키의 이 말을 듣고 화사한 분위기가 교실에 퍼진다.

원래 대대적으로 문을 연 교실은 아니었지만 미츠키는 나름대로 일대의 유명인사였고, 교실의 문하생이나 졸업생은 일부에게 좋은 이력이 될 수도 있었다.

존경하는 꽃꽂이 사범이 건재함을 기뻐하는 이나, 이 자리에 오신 것 자체를 기뻐하는 이 등 갖가지 반응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츠키는 웃는 얼굴로 문하생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꽃꽂이 경연회에서 우수한 작품을 보여주신 우리 교실의 문하생인, 토지마 유코 씨가 이번에 정식으로 사범 대리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코 씨, 이쪽으로 와주시기를."

"네..."

그 순간, 와 하고 교실 안이 들끓으며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시에 전원의 시선이 가장 끝자리에 있던 유코 쪽으로 향한다.

이름을 불려진 유코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도, 박수 속에 일어나 주위에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잠시 후, 교실의 분위기가 좀 의아하게 변해간다.

유코가 일어서기만 한 채, 도통 상석으로 향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쑥스러워 얼굴이 붉히는건가 싶더니, 이따금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두통이라도 참는 듯한 표정이 된다.

"...으읏, 흐, 하아아, 하아...!"

"유코 씨?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흐응, 하아, 하아, 하아앗, 하아... 괘, 괜찮.. 아요..."

"감기, 인걸까... 정말로 괜찮아?"

"네... 에..."

주위 사람에게 말을 건네진 유코는 비로소 그 자리에서 벗어나, 교실 안의 가장자리를 도는 듯이 상석으로 향한다.

그 발걸음은 비틀거리며 불안정했고, 이따금 무릎이 덜컥 나자빠질 듯한 걸음걸이로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걸음걸이를 갓 익힌 유아 같았다.

그런데도 고생 끝에 상석까지 당도한 유코가, 간신히 정좌로 앉아 모두에게 인사하려 하자 소리를 지르고 만다.

"히으으으으으읏!! 앗, 앗, 더, 더는... 하아아앗!!"

"유코 씨!"

앉으려던 허리가 순간 솟구쳐 오르며, 쿵 하고 앞에 손을 짚었던 그녀의 입에서 비명 같은 것이 새어 나온다.

순간 미츠키가 부축해 일으켜 주려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교실 안은 소란스러워지고 서로 눈을 마주 본다.

"저 소리는..."

"설마, 아니겠죠..."

"그 소리 말이지..."

"잠깐 어떻게 된 거야..."

교실 안의 문하생들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유코가 내지른 목소리가, 그야말로 그런 때에나 내는 교성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