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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융화 ~더럽혀진공주에제물을~ #3-26 ~ 3-27

TODOSA 1 76 0


3-26 여왕의 적을 치욕의 늪으로 -충성1-

"역시 그런가."

 활짝 열린 백작의 사실에서, 청년 프리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방에는 촛대등이 켜져 있고 유리조명등도 켜져 밤인데도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방 한가운데는 산산이 찢긴 소책자가 널려 있다. 표지는 음란한 내용으로 알려진 홍보지의 호외임을 알 수 있었다.

   '가문을 자랑하는 귀부인들의 난잡한 교우관계와 변태적 성유희의 실태'와 같은 제목과 함께, 구불거리는 여체와 남녀의 음란한 유흥이 그려진 표지 그림이 요사스럽게 유혹하고 있다.

"백작님께 읽고 들려드렸습니다만, 그… 틀림없이 사모님이라고 알 수 있는 내용으로…"

 방에서는 배가 부푼 메이드장 리자가 몸을 숙이고 프리츠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녀는 열 번이 넘는 임신으로 백작의 총애를 받아 메이드들을 지휘하는 장을 맡은 여자로, 오늘 밤도 백작의 밤시중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굉장히 불쾌한 모습이셨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만두자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백작은 그녀에게서 소책자를 빼앗아 읽었고, 마침내 분노에 겨워 갈기갈기 찢어버렸다고 한다.

"나도 이거 읽었어. 이야, 유쾌한 에로 단편집이였어. 아버지가 미친듯이 화내는 것도 당연해 이거. 자작에게 아내를 뺏기고 형편없이 폄훼당했으니, 이젠 창피해서 사교계에서 잘난 체하며 뽐내고 다닐수도 없잖아. 저자는 델라빗치 남작 부인이네, 과연(웃음)"

 청년은 농담을 하며 비웃는다.

"그건 그렇고 자작도 너무하네, 황금에 다이아로 만든 젖꼭지 피어스라니, 이런 변태 취미를 폭로한 거냐고. 이름을 숨겨도 아버지라면 그 할망구가 불륜을 했단걸 금방 알 수 있잖아(웃음)."

 비웃는 청년에게 메이드장은 또 다른 메이드를 보였다. 미셸이었다.

"이 책자를 백작님의 방에 보낸 것은 그녀입니다. 하지만, 책의 종류는 모두 지정된 도매상에 넣어두었습니다. 이 호외가 도착하는 것은 빨라야 내일 오후일 터입니다."

"흠ㅡ? 어떻게 된 거야? 내 방에 이거 가져온 것도 너였잖아. 어디서 사왔어?"

"도매상보다 빨리 동네에 나도는 일은 없습니다."

 메이드장이 말하는 의도를 알 수 없어 청년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군? 그래도 쓴 사람은 그 메르데 부인이고 폭로한 것은 불륜 상대인 자작이잖아. 어디서 가져왔던간에 상관없는 일이지?"

"왜 이 시각에, 이런 일을 일으킬 책을 백작님의 눈에 띄어 읽게 하였는가 하는 것입니다."

 메이드장은 옆에 있는 메이드 미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지금, 저택에 남아 있는 기사분들이 긴급히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이것이 만약 내일 밤의 일이었다면, 동맹군은 근위기사단을 격파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별로, 이대로 놔둬도 싸움의 흐름은 변하지 않을텐데?"

"아니요, 백작님은 진노하셔서 몰던 자작을 치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자작 공은 군세를 아직도 영지 안에 두고 있다던가. 그리고, 내빈분들의 방에도 이 책이 배부되어 있습니다. 황급히 떠나신 분들도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메이드장의 지적에 프리츠는 미간을 찌푸리며 궁리했다.

 백작을 맹주로 한 문벌동맹군은 부시덤 공작 등과 보조를 맞춰 동시 침공으로 왕도를 함락하고 아르토니아 여왕을 타도할 심산이었다.

 공작과 그 맹우들의 기사단은 이미 무뚝뚝한 얼굴의 장군이 이끄는 이민병단과 대치에 들어가 내일이라도 전면 충돌할 것이다.

 백작령 방면에서 왕도에 다가가는 문벌동맹군에게는 왕가의 근위기사단이 대적하겠지만, 문벌동맹군의 규모는 근위기사단의 몇 배에 달한다. 원래대로라면 압승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백작은 공작가에서 시집온 계모를 베어 죽이고 말았다.

 그것만으로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동맹의 일익을 담당할 몰던 자작을 토벌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더욱이 부시덤 공작가와 단절하고, 체면에 진흙칠을 한 여자를 보낸 보복으로 공작가도 치겠다고 말하며 동맹의 결속을 터트렸다.

 메이드장의 말처럼 어쩐지 황급히 자군의 진으로 돌아온 내빈 귀족들도, 아내의 배신 혹은 자신의 불륜이 드러나 동맹 내의 집안싸움으로 아르토니아를 타도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이제 안 되겠군, 하고 청년은 비웃는다.

 기득권익을 위협받고도 참을 수 있겠느냐, 더럽혀진 아르토니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 애초에 제멋대로 이유로 모인 동맹이다.

 당사자들이 대립감정을 품은 채 아르토니아 근위기사단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군은 동맹에 도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어떤 곳에서 이 소책자를 구해, 누구의 지시로 백작님과 여러분의 눈에 띄게 나눠주었는지, 설명하세요."

 메이드장의 차가운 명령을 받고, 미셸은 두려운 기색으로 쭈뼛쭈뼛 입을 연다.

"내빈분들은…그… 즐겨주셨으면 해서….백작님이 그렇게 화를 내실 줄은."

"아직 도매상에조차 있지도 않은 책자를, 누구한테서?"

 메이드장의 질문은 어투가 온화했지만,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용납하지 않는 엄중한 것이었다.

"그.....에..."

"솔직하게 말하세요."

"…… "

"말하지 못하는군요."

"…. 네."

 메이드장은 한숨을 내쉬며, 소품함에서 끈을 꺼내고 말했다.

"손을 뒤로 잡으세요. 당신을 구속하겠습니다."

 미셸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두 손을 뒤로 돌려 내민다.

 메이드장은 그녀의 손을 뒤에서 잡고 두 손목을 끈으로 꽉 묶으며 말했다.

"마땅한 분들에게 보고하겠습니다. 엄중하고 혹독한 심문이 될 것입니다. 각오하세요."

 무표정한 차가운 얼굴로, 아이에게 벌을 선고하듯 말하는 메이드장.

 하지만 그것을 청년이 제압한다.

"이 여자는 내 것이다. 처분은 내가 내린다. 다른 녀석에겐 잠자코 있어. 아버지에게도."

"...... 보고하지 않고 비밀로 할 수는 없습니다. 백작님께의 배신이 되니까요."

 메이드장은 무릎을 꿇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았나? 처분은 내가 하겠다고. 내 말을 거역하는 거야?"

"가문의 남성분의 명을 어기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부디 엄한 벌로 속죄하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 일은..."

 메이드장의 또박또박한 말에, 프리츠는 표정이 굳어 불쾌감을 표시한다.

"리자, 너, 내가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고 얕보고 있잖아? 어차피 아무 짓도 안 한다고."

"아닙니다, 그런 것은..... 스스로 처벌하라는 말씀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럼, 아버지에게 입다물고 있어도 배신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목구멍을 찔러."

 청년의 싸늘한 말에, 손을 뒤로 구속된 미셸이 황급히 메이드장을 두둔한다.

"주인님!? 기다려 주세요! 죽어 버려요!"

"아버지는, 남자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라고 하셨다. 성의를 보여라."

 미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프리츠는 무릎을 꿇는 메이드장의 무릎에 단도를 칼집째 내던진다.

   메이드장이 손을 떤다.

"주인..님....."

 담담하던 목소리가 점차 떨리더니 이내 갈라진다.

"..........목숨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아ㅡ, 말을 못하게 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울음을 터뜨린 메이드장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힐난하는 청년.

   백작을 제외하면 항상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던 메이드장이 그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아버지에 대한 충성을 보이는 모습에, 더더욱 화가 난다.

"저런 괴팍하고 오만방자한 아버지의 어디가 좋은 거지?"

".......... 저의 주인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전혀 답이 되지 않은 메이드장의 대답에 청년은 혀를 찼다.

"그러니까 왜 저런 주인님이 좋은 거냐고 물어보는 거야."

"아이를 낳은 저의 자세를 인정해 주시고,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낳도록 당한 거잖아? 범하면 여자의 배는 부풀어 오른다. 저런 놈한테 계속 아이를 배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백작님은 재산도 권력도 가진 훌륭한 신사입니다. 그런 주인님께 다할 수 있는데 비참한 일 같은 것은 없습니다."

 메이드장의 대답에 청년은 코웃음을 쳤다.

"낳은 아이 모두 손 떼였잖아. 너 따위의 아이는 필요 없다는 건데."

 그 말에 메이드장은 눈이 흔들린다.

"....... 저는 신분이...., 저는 비천한 여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메이드장의 모습에, 청년은 추가타를 가한다.

"여자아이는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갔다. 사내아이도 아무것도 부여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전쟁과 살인 연습으로 지새우지. 비참하지 않아?"

"그...그런.....일은....."

"리자, 여기서 아버지의 성노예가 되고 나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몇 번이나 안았어?"

"...몇 번인가..., 조금..."

"비참하군."

"........... .........."

 백작에게 복종하는 것에 기뻐하던 여자의 마음을 짓밟고, 청년은 흡족하게 말했다.

"이 여자의 처분은 내가 내리겠다. 이 일은 아버지한테는 잠자코 있어. 다른 사람에게도 말이다. 알았지?"

"......... 네.........."

 메이드장은 두 손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여전히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3-27 여왕의 적을 치욕의 늪으로 -충성2-

   프리츠는 뒤로 손이 묶인 미셸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저택 안에 있는 사람을 몇 번이나 스쳐지나갔지만, 메이드가 뒤로 손이 묶여 벌을 받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고, 또 백작이 부인을 베었던 일과 그 사후에 저택 안은 어수선하여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방에 들어서자 미셸을 융단 위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자신은 긴 소파에 앉았다.

"메이드장의 말대로, 아버지가 그 여자를 베도록 네가 꾸몄어?"

"…. 그런 끔찍한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미셸은 순순히 대답했다.

 재치 있는 발뺌은 생각나지 않았다.

"모인 동맹군이 뭔가 이제 흐지부지 될 것 같다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 여기 온건가?"

"네."

 특별히 분노도 느끼지 않는 어조로 묻는 프리츠의 얼굴을 여자는 똑바로 보고 대답만 했다.

 배포한 책자가 몰래 들여온 물건이라는 것을 깨닫는 자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방심했지만 경솔했다.

 비밀 공작은 작은 방심이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렇게 배웠지만 그 의미를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친 비밀공작에 가담했다면, 백작가가 그녀를 살려둘 리 없다.

"너는 암살자인가? 뭐야?"

"밀정입니다, 주인님."

 여자의 말에 쓴웃음을 짓는 청년

 스파이라고 밝히면서 주인님이라고 부르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 밖에도 이 저택에 있나? 날 죽이려고 노리는 놈은?"

"알기로는 저 혼자예요. 주인님을 암살해도 문벌동맹군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직접 노리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발을 뻗고 자도 좋을 것 같다고 안심하는 청년.

"형은 교수형이라던가 책형이라든가 화형도 있고, 여러가지 준비는 할 수 있다. 희망하는 방식이 있나?"

"주......주인님께 맡기겠습니다."

 미셸은 고개를 떨구었다.

 옅은 행복에 젖어 있는 나날은 기가 막히게 막을 내렸다.

 태내의 자식과 함께 죽임을 당하는 참담한 최후지만 임무는 다한 것이 유일한 구원인 것인가.

 체념어린 미소를 짓는 여자에게 청년은 못마땅하게 말했다.

"나랑 할 때 말야, 너, 기쁜 듯이 꺅꺅거렸잖아. 그건 전부, 연극이었나?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에에.......어떨까요? 모르겠어요."

 새삼스럽게 그런 걸 듣고 뭐랄까 하면서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애매하게 대답하는 여자.

"주인님 마음에 들려고 열심히 따른 건 확실해요. 저택 곳곳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했지만,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여자의 말에 청년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렇지? 역시 너, 정말로 기뻐했구나. 너, 처음부터 그랬었어. 다른 여자는 어쩔 수 없이 따르는데 넌 기뻐하며 범해지고 있었지. 너, 원래부터 그렇게 음란한 건가?"

 이것이 마지막 즐거운 수다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여자도 웃으며 대답했다.

"태어나면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에 귀여워해 주신 주인님께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아 이런 여자가 되었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즐거웠어요."

"너를 그렇게 만든 주인이 있었나?"

"네, 이 목줄을 채워주신 분이에요."

 미셸은 한때도 빼놓을 수 없었던 가죽 목줄에 손을 얹었다.

"이 목줄 덕분에, 저는 언제든지 성노예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조교를 받던 행복한 나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기쁜 듯이 말하는 여자에게 청년은 약간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너, 그 녀석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나? 나는 그 녀석의 대신인 것인가?"

"아뇨. 그 주인님은 이제 안 계십니다. 그도 제가 죽은 줄로 압니다."

 미셸은 언젠가 남창 딕에게 전달을 받은 일을 생각했다.

 일찍이 그녀가 예종한 이민 남자는, 살해당한 것으로 되어 있는 그녀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으며, 그녀의 무덤에 헌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자를 노예처럼 대하며 능욕하고 하루하루의 울분을 푸는 듯하던 퇴폐적인 나날을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위해 노동에 힘쓰는 알찬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지금 주인님은 당신입니다. 여자의 기쁨을 받아서, 아이를 잉태했습니다."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 남자가 범하면 여자는 잉태한다. 그것뿐인 일이다.

 여자의 말에 기뻐하면서도, 조교의 결과가 그런 말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청년.

"밀정이라니, 어디의 계약금으로? 누구의 명령이야?"

"저는 아르토니아 여왕 폐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자라고만 대답하겠습니다."

 아르토니아의 이름이 나온 것으로, 왕국군 어딘가의 부하일 것이라고 청년은 납득했다. 그 이상의 세세한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광장에서 이민병사에게 번갈아 강간당하고 울부짖던 공주라고 들었다. 이제는 이민을 두둔하는 민족융화회의 패거리들에게 길들여져 꼬리를 흔드는 암캐라고, 아버지는 폄훼하고 있어."

 프리츠에게 아르토니아는 모멸하는 아버지가 조롱하는 대상일 뿐,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미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있었다.

"저에게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분입니다. 심한 능욕을 당했다지만 저는 보시다시피 음란해서 솔직히 좀 부러울 정도예요."

 속마음을 숨김없이 내뱉는 여자에게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럿이 보는 곳에서 병사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씨앗을 받고 싶다는 말인가. 과연 저택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서 범해지고도 기뻐할 만한 음란함이다.

 그런 청년에게 여자는 말한다.

"어렸을 때, 이민의 남자아이들에게 많이 괴롭혀졌어요. 어느 날 제가 울고 있는데, 아르토니아님이 씩씩하게 나타나 그 사내아이를 혼내 주셨습니다."

"뭐야, 그건?"

"아르토니아 님이 그 이민 남자아이에게 타일렀어요. 여자애는 괴롭히는 게 아니야, 귀여워해 주는 법이라고. 덕분에 그 아이와는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 아이 말씀입니다만, 제 첫 주인님."

 엉뚱한 말을 하면서 미셸은 웃는다.

"하지만 작은 아르토니아님이 거리에 혼자 나타날 리 없어요. 공주님을 동경하는 여자아이가 아르토니아라고 자칭했을 뿐일 테죠, 분명."

 그렇겠지, 하고 청년은 대답한다.

 공주님이 아이들의 사랑의 전도사로서 나타났다고 진심으로 믿었다면 머릿속이 참으로 꽃밭인 것이다.

"그래도 저에게도 아르토니아님은 동경하는 여자입니다. 아르토니아는 여자아이 모두의 동경이었어요. 여럿이 보는 앞에서 더럽혀져서 비웃음거리로 당해도, 나는 변하지 않습니다."

 미소 짓는 여자에게 청년은 질투의 감정을 느꼈다.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이 여자는 기꺼이 몸을 내밀지만 마음은 아르토니아를 향한 듯하다.

 어쩌면 옛 주인인가 하는 자에게도, 동경하는 공주의 인도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복종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왕에 대한 충성을 버려라.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내 것이 되는 거야."

 모멸하는 아버지 같이 오만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여자의 뜻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아버지의 추악한 가치관과 다를 바 없는 말투라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청년은 명령한다.

"자식과 함께 죽고 싶진 않겠지? 더럽혀진 공주 따위는 잊어버리고 내게 다해라. 알겠나?"

".......... 그건......... 못할것 같아요..."

 그런 여자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작별을 고하는 말이라고 청년은 직감했다.

"아르토니아 폐하를 아십니까? 혹독한 능욕으로 조리돌려져 누가 아버지인지 모르는 아이를 낳고, 그래도 국민을 원망하지 않고 민족 간에 서로 미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눈물이 흐르는 뺨을 떤다.

"그렇게 강하고 상냥하며 자애로운 여자는 또 없습니다. 그 폐하를 잊어 버릴 정도의 덧없는 여자는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상관 없잖아! 넌 아무데서나 범해져서 울고 있을 수만 있으면 만족하는 여자일텐데!"

 청년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밀정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반했으니, 따르는 것을 택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는 기꺼이 복종하는 길을 택할 것이며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아르토니아 폐하를 위해 정숙을 잊고 몸을 더럽히는 것을 기뻐하는 여자입니다. 아르토니아님을 잊으면 분명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을 거예요."

"내가 채워주겠다는 거야! 임신시켜 줬잖아!? 너도 기뻐하고 있잖아!"

 청년은 격앙되어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뒤로 손이 묶여 무릎을 꿇은 여자의 치마를 걷어붙였다.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배에 손을 미끄러뜨려 쓰다듬는다.

 탐하듯 입술을 포개고, 혀를 뻗어 여자의 혀를 휘감고 침을 넣어 보낸다.

 손으로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리고 여음에 손가락을 꽂아 휘젓는다.

"ㅡㅡㅡ, 다 잊고 '처음으로 돌아간 여자'가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해줄게!"

 다시 입술이 막힌 미셸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프리츠의 행위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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