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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융화 ~더럽혀진공주에제물을~ #3-31 ~ 3-32

TODOSA 1 83 0

3-31 비

이슬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로자 베르디르 후작 부인 사저의 광활한 마당은 비에 젖은 잔디가 파릇파릇하고 정원을 수놓는 장미꽃도 물방울을 묻히고 있다.

 헐렁한 옷을 걸치고 커다란 배를 안은 여자는 우산을 쓰고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나아갔다.

 여자는 옷깃 사이로 쇠목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리가 세 개 정도 이어진 쇠사슬이 내려와 포로나 노예를 연상케 한다.

 문득 여자는 멈춰 섰다.

 깔끔하게 일궈진 잔디밭 속에 검은 대리석 묘비가 세워져 있다.

 그 묘비 앞에 선객이 있었던 것이다.

"저..."

 목줄을 맨 여자 미셸은 선객에게 작게 말을 걸었다.

 선객은 여성이었다.

 얼핏 보면 유려한 여기사를 연상케 하는 옷차림에 길고 아름다운 머리를 머리 뒤로 높게 포니테일로 묶은 활동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부터 손톱 끝까지 흠뻑 빗방울을 두르고, 앞머리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허망한 인상을 줬다.

 여자는 말을 건 미셸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 눈동자는 비구름이 덮인 지금의 하늘처럼 어둡게 가라앉아, 핏기가 가신 듯한 새하얀 뺨을 빗방울인지 눈물인지 모를 방울로 적시고 있었다.

(울고 있는건가...?)

 목줄을 맨 여자는 선객에게 무슨 말을 할까 하지만 건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다가 여자의 머리 위를 장식하는 물건을 깨달았다.

 그녀의 머리 위를 장식하는 것은 청초한 은빛을 뿜어내는 티아라였다.

"아......! 저기, 혹시 아르토니아 폐하십니까!"

 미셸은 자신도 모르게 외치고 있었다.

 잘못 볼 리가 없었다.

 언제나 멀리서 선망의 눈빛으로 올려다보던 동경하는 사람, 경애하는 아르토니아 여왕 폐하가 눈앞에 서 있다.

"...네. 아르토니아입니다..."

 허탈한 표정을 바꾸지 않고 여자는 툭 하고 대답했다.

"...저기...."

 아니었다.

 미셸이 아는 아르토니아 여왕은 청초하면서도 당당하게 버티고 서, 눈에 의지의 힘을 담고 미소를 잃지 않는 여자였다.

 눈앞의 여성은 불 꺼진 램프처럼 허무해 보인다.

"...저기, 저, 저는, 계속 아르토니아님을......그......"

 줄곧 동경해 온 여성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여성의 눈동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은 듯 가라앉아 있었다.

"...부디, 꽃을..."

 아르토니아는 불쑥 말하고는 물러나서 묘비의 정면을 미셸에게 양보했다.

"앗, ……네에."

 미셸은 자신이 작은 꽃바구니를 팔에 걸고 온 것을 떠올리며, 당황한 듯 그것을 꺼내 묘비 정면까지 나아간다.

 꽃바구니에서 꽃을 꺼내 묘비에 곁들였다.

 옆에는 아르토니아가 지참해 온 듯, 가련한 하얀 꽃이 곁들여져 있다.

"……。"

 여자에게는 고인이 어느 신을 믿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민에 자주 있는 손을 합장하는 예로 명복을 빈다.

 고인이 묻힌 이 조용한 정원은 베르디르 후작 부인의 사저였다.

 로자 부인의 희망으로 그녀의 아이의 친아버지는 이 사저 정원에 묻혔다.

 그 묘비 앞에서 아르토니아와 미셸이 만난다고 해도 그리 신기할 것은 없다.

 이는 고인이 자신과 아르토니아를 만나게 해 준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바로 옆에는 아르토니아가 그대로 꼼짝 않고 서 있다.

 목줄을 맨 여자는 기도를 하면서도 그녀를 살폈지만 자신이 쓰는 우산이 방해돼 아르토니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망설였다.

 이대로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폐하께서는 언제까지 여기에 계실까?

 이대로 아무 말도 나누지 못하고 떠난다면, 그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뭔가 없을까? 뭔가..

 뭐든지 좋아, 그녀와 이야기할 계기를 갖고 싶었어.

 고인의 이야기…는 금기일 테지. 그녀에게 있어서 이 남자는 강간을 당했던 상대야. 그것을 건드려서는 안 돼.

 문득 사악한 미소를 띤 고인의 얼굴이 스쳐갔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방해하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 마음대로 해버리라고 그는 웃는다.

 배가 부풀어 오른 임산부인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는 무심코 발칙한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깨달았다.

 아르토니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비에 젖은 채 서 있었다.

"폐하, 이쪽으로."

 목줄을 맨 여자는 아르토니아의 머리 위에 우산을 내걸었다.

 그녀는 허망한 눈동자를 묘비를 향하다가 서서히 목줄을 맨 여자로 시선을 옮겼다.

"...... 아니오......당신이 젖을테니...."

"저와 같은 평민을 염려해 주실 것은 없습니다."

"태내의 아이에게도 가장 소중한 시기, 몸을 소중히 하세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폐하, 흠뻑 젖었습니다."

"괜찮아요…"

 완고한 아르토니아에 미셸은 당황했다.

 이제 와서 내민 우산을 되돌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는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는 것이 되고 만다.

 궁리하던 여자는 아르토니아에게 어깨를 포개듯이 하고 조금 뒤에 서서 둘 다 우산 아래가 되도록 살짝 몸을 기댔다.

"실례합니다. 이렇게 하면 괜찮습니다."

 목줄을 맨 여자는 아르토니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지만 아르토니아는 이미 묘비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여자가 외롭게 느끼고 있자, 잠시 후 이번에는 아르토니아 쪽에서 말을 꺼냈다.

"고맙습니다. 당신에게…감사합니다.……정말 고마워요."

"아닙니다, 이 정도의 일..."

 아르토니아의 말은 단순히 신경을 쓰게 한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미셸은 군의 밀정 중 한 명이었지만, 지위는 일개 병졸이나 다름없어 아르토니아가 그녀를 알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비를 피한다 해도 아르토니아는 이미 흠뻑 젖어 보였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다가는 몸에 해로울 것이다. 그렇다고 평민의 여자에 불과한 자신이 여왕 폐하에게 돌아가라고 진언해도 괜찮은 것일까.

 목줄의 여자가 속을 끓이자 다시 아르토니아가 입을 열었다.

"이분이 돌아가신 날에……꿈을 꾸었습니다……"

"네? 네...."

 묘비를 바라본 채 아르토니아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억양 없는 말을 툭 던졌다.

 목줄을 맨 여자는 놀라면서 그녀의 중얼거림을 삼가 듣는다.

"....... 너무나 음란한 꿈이었어요. 이분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내밀어 바치고...... 그에게 보답하려고 했습니다."

"저...?"

"이분에게 낙인이 찍힌 그날로 되돌아가서… 감사하게…받아들였습니다…"

"낙인...?"

 목줄을 맨 여자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고인이 된 남창 딕이 음란하게도 자랑하던 일ㅡㅡㅡ아르토니아의 처녀지였던 부정한 구멍을 범하고, 지워지지 않는 치욕의 기억을 새겨 넣은 것을, 그 녀석은 낙인이라고 했다.

"목숨을 걸고 제 뜻에 부응해 주신 분입니다…. 그 날, 이분으로부터의 정을… 기쁘게 받아 들였어야 했습니다……."

 아르토니아의 말은 추상적이었지만 목줄을 맨 여자에게는 그것이 음란한 의미로 여겨진다.

 "그 날"이란 다름 아닌, 그녀가 공개능욕의 형벌에 처해졌던 날일 것이다.

 그 남창으로부터의 정, 즉 엉덩이 안쪽의 항문에 대한 능욕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들리는 것은 음란한 자신의 특이한 기호 때문일 것이다.

 침을 삼키는 그런 미셸을 곁에 두고 아르토니아는 계속한다.

"많은 분이 저를 위해 목숨을 걸어주셨습니다. 만약 이루어진다면 그날로 돌아가서…여러분들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아찔한 애욕을 목줄의 여자는 느꼈다.

 아르토니아 공주는 그날의 자신을 후회하고 있을까.

 지금이라면,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흩어진 남자들의 정욕을, 쾌락으로 받아들이고 몸을 맡기며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다, 라고.

 여왕도 여자다. 수많은 국민 앞에서 형벌로써 병사들에게 능욕을 당한다는 것은 엄청난 악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더럽힌 남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그날 나눴던 육욕과 수치스러운 기억마저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긍정할 수 있는 말이 아르토니아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녀는 대리석으로 된 검은 묘비에 살짝 손을 대고 고했다.

"안녕히 계세요. 낙인이 쑤실 때마다, 당신을 떠올리겠죠."

 그렇게 말하며 아르토니아는 묘비에 등을 돌리고, 떠났다.

 목줄을 맨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손을 얹어 심장의 고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아르토니아가 간직한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낯선 여자에게 숨기던 부끄러운 생각을 토로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 아르토니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고 생각하는 게 좀더 자연스럽다.

 조금만 생각을 돌려보면 미셸과 아르토니아의 접점은 금방 발견된다.

 베르디르 후작은 아르토니아의 뒷배로 꼽히는 민족융화회의의 요원이며, 로자 부인은 아르토니아와는 친숙한 사이다.

 미셸은 로자 부인의 숨결이 닿는 첩보조직 휘하에서 활동했고, 부인에게는 아르토니아를 흠모하는 동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후작 부인이 밀정 미셸의 이야기를 아르토니아에게 들려줬다면, 만난 적이 없더라도 짐작이 갔을 것이다. 목줄을 차고 다니는 여자는 그리 없다. 들었다면 외모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고 경애해온 아르토니아가 자신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미셸에게는 무엇보다도 기뻤다.

 밀정의 사명을 완수하였으나 붙잡혀, 성노예로 전락한 끝에 비참하게 사라져 갈 운명이었다.

   그러나 자비와 애정을 베푼 새로운 주인 밑에서 충성을 바치게 되고, 그 동안의 헌신이 이렇게 아르토니아를 만나 뵙는 형태로 결실을 본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여자로서 도저히 남에게 들려줄 수 없는 음란한 고백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아마 자신만이 아는 아르토니아의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일 것이다.

 그런 생각에 여왕의 엄청난 비밀을 직접 들은 듯한 흥분과 만족감을 느낀다.

(아르토니아님의 남에게 들려줄 수 없는 야한 기분은, 나만의 가슴에 간직하자.)

 이것은 자신만이 아는 비밀의 보물로 만들자.

 목줄을 맨 여자는 그렇게 결정했다.

 남몰래 뺨이 느슨해지는 여자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아직 여기 있었군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꽃 준비에 시간이 걸렸어."

 목줄을 맨 여자가 돌아보니 우산을 든 후작을 동반한 로자 부인이었다.

"앗, 저기, 지금 여기에 아르토니아님이…!"

"어머, 역시 먼저 오셨군요. 응접실에 없어져서, 찾아다녀 버렸어."

"우산을 가지고 계시지 않아서, 젖어 계셨습니다……."

 목줄을 맨 여자는 아르토니아가 떠난 쪽을 보았지만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부인 뒤에서 우산을 든 후작이 찾지 못해서 폐하께 죄송하다며 걱정스레 저택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후작의 모습은 부인 로자를 따르는 종자와도 같이 보여,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저, 폐하의 시종분들은?"

 목줄의 여자에게 왕가의 인상은 시종과 기사를 동반하기 마련이었고, 아르토니아가 홀로 빗속에 서 있었던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그 아가씨, 종자를 따돌리고 어디든지 혼자 가버려. 호위역의 사람들은 따라다니는 것을 반쯤 포기하고 있을 정도야, 후훗."

 여왕을 그 아가씨라고 부를 정도로 후작부인은 아르토니아와 절친한 사이일까.

   목줄을 맨 여자는 부러워했다.

"맞아, 목욕물 준비를 시키고 있어. 당신도 함께 셋이서 목욕하면 어떨까?"

"저......? 셋이라니....저, 저도요?"

 보잘것없는 평민인 자신이 고귀한 여왕이나 후작부인과 같이 목욕을 하는 것이 있어도 좋은 일일까 하고 목줄을 맨 여자는 당황한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 따위는 알 길이 없다는 듯이 부인은 자랑한다.

"공중목욕탕만한 큰 목욕탕을 만들었어. 따뜻해질 거야~"

 공중목욕탕의 크기는 과장이라고 뒤에서 후작이 지적했지만 부인은 그런가 하는 대답만 했다.

"저기, 아르토니아님은 나 같은 천한 여자가 함께 있을 수는...."

 다시없는 기회에 마음을 설레면서도 목줄의 여자는 걱정을 했지만 부인은 그저 웃는다.

"신분이 어떻던가 낮다던가에 신경 쓰는 아가씨가 아니야. 게다가 지금의 그 아가씨에게는 멋대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상대가 많을수록, 말야."

 로자 여사의 말에는 슬픔에 어깨를 숙이는 아르토니아에 대한 위로가 배어 있었다.

 부인에게도 사저 정원에 매장할 만큼 고인에 대한 생각은 있겠지만, 남편인 후작 앞에서도 시원시원한 태도로 일관하는 듯하다.

"그 아가씨의 몸, 너무 예뻐. 두 아이의 엄마인데 말야? 부러워. 보고 싶지? 음후후후..."

"보고싶어요, 보...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럼 결정해. 자 감기 걸리기 전에."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저택으로 향하는 부인.

 후작은 손에 든 꽃을 황급히 묘비에 두고는, 분방한 부인이 비를 맞지 않도록 급히 따라간다.

 목줄을 맨 여자는 다시 묘비를 돌아보았다.

"아르토니아님은 엉덩이의 낙인이 쑤신대. 만족했으려나? 후훗."

 그렇게 말하고 목줄을 맨 여자도 후작부인을 따라 묘소를 떠났다.

3-32 종장

 아르토니아의 차별정책 철폐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기를 든 부시덤 공작과 맹우 문벌들은, 근위기사단과 이민병단 연합군에 의해 패배당했고, 반란은 진압됐다.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은, 어떤 이는 자해하고, 어떤 이는 항복하고, 어떤 이는 일가족에게 처단되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권익과 재산은 몰수되고 영지는 왕가의 직할령이 되었다.

 공개능욕으로 아르토니아를 범한 남자들 중 몇몇은 이 일련의 싸움에서 그녀의 승리를 위해 과감히 싸워, 산화했다.

 이들을 포함해 전사한 병사들의 상당수가 이민병이었는데, 아르토니아는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정중하게 이들을 매장하고, 장례를 치렀다.

 이름 없는 이민병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왕의 모습은, 이민도 동등한 왕국의 국민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후 아르토니아를 거역하는 제후는 사라지고, 그녀의 민족융화정책은 왕국의 국시로 전진을 시작한다. 몇 년 후의 알렌 왕자의 즉위까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르토니아 여왕이 제시한 미래의 인도는 확고해졌다.

 문벌동맹을 와해로 몰아넣은 남창은 그 공적을 드러내 칭찬을 받지는 못했지만, 왕국군 사이에는 수수께끼의 책사의 소문으로 퍼져 알려지게 된다.

 그 책사가, "아르토니아의 두 번째"로 불리며, 더럽혀진 공주를 비웃은 여자들을 차례로 모함하고 치욕에 흠뻑 절여지게 한 남자로 알려진 것은 조금 뒤의 일이다.

 책사의 공범자가 된 메르데 델라빗치 남작부인은 이후에도 그 길의 일인자로 군림했다.

 불륜이 들통나 추잡하고 비열하게 묘사돼 명예를 잃고 비웃음을 당하는 것을 야유하는 "남작부인에게 들킨다"는 말이 유행한다.

 이후, 귀부인들은 남작부인의 붓을 두려워하여, 정숙한 부인으로서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훗날, 전기로써 다시 아르토니아를 그린다.

 아르토니아에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녀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빙성을 놓고 물의를 빚었다. 공주가 당한 능욕에 대한 심리가 너무나 요염하고 육욕에 순종했던 것처럼 그린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관능소설이 되었다.

 메르데 여사와 함께 또 다른 공범자가 된 화가 청년 그렘트는 "화백"으로 불릴 정도의 대가가 된다.

 여자를 더없이 치욕스럽게 하고 그 치태를 그려, 볼일이 끝나자 버리는 비정한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퇴폐적인 이미지에 매료되는 여자는 끊이지 않고 줄줄이 그의 곁을 찾아갔다가 치욕을 당하고 버려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그의 전위적이고 음란한 나부의 그림은 점점 더 인기가 올랐다.

 이윽고 그 명성은 궁중 화가들도 움직였다. 왕립미술관에 초대받은 그는 남자들에게 능욕당하고 음탕하게 몸부림치는 아르토니아의 모습을 후세에 전하는 걸작을 그린다.

 아르토니아 본인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그 그림을 칭찬하고 전시를 승락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을 경계로, 비열하고 잔혹한 사건이었을 아르토니아 공주의 공개능욕이 신화나 전설 등과 같이 예술가에게 다루어지는 테마로 승화되어 갔다는 설도 있다.

 그 "화백"에게 그려져 치태를 세상에 드러내 눈길을 끈 소녀가 있었다.

 이민들에게 전해져 온 옛이야기의 요염한 소녀의 일화를 거리에서 재현해 공연음란죄로 체포되지만, 이런 방법으로 재범을 반복해 대중을 들끓게 했다.

 그녀가 문벌동맹에 연루돼 몰락한 몰던 자작의 외동딸로, 이를 위해 책사의 모략에 관여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밀정으로 암약하다가 때로 책사의 모략에 가담한 여자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단지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멸망한 램즈벨 백작가의 아들 프리츠는 포박당했으나, 아르토니아와의 면회를 허락받은 그는, 자신의 아이를 잉태한 여자와 저택에 종사하며 잉태한 메이드들의 앞날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고 간청했고, 그뿐 아니라 아르토니아의 구두를 핥아서 크게 당황시켰다고 한다.

 그는 아르토니아 여왕에게 백작가의 재산 일부를 반출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고 고아원을 창설했다. 메이드들이 그동안 낳아 떨어져 지내온 아이들도 가능한 고아원으로 인수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메이드나 아이들을 온화하게 취급하는 신사였지만, 한 명의 마음에 든 여자에게는 쇠목줄을 채워 끈으로 매고 데리고 다니는 괴짜로도 알려졌다.

 목줄로 묶인 여자는 그의 노예를 자칭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인에게 예종하는 기쁨을 외쳤다고 한다.

 수많은 공범자나 협력자를 끌어들여 역사 뒤에서 암약한 그 남자의 동기는 결코 정의감이나 충성심 등이 아니었다.

 그 남자를 가장 잘 이해했던 로자 베르디르 후작 부인은 그에 대해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여자를 치욕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무엇보다도 유열로 삼고, 자신이 독니로 물어뜯었던 아르토니아를 사랑하고, 그녀를 멸시하는 여자에게 악의를 쏟아부어 가차없이 파멸에 빠뜨리며 기뻐했던, 악마처럼 사악하고 유쾌한 남자였다고.

 로자 여사의 사저 정원에 묻힌 그 남자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ㅡㅡㅡ 공주에게 비뚤어진 사랑을 바친 남자, 여기에 잠들다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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