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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5부 - 공대인의 밤

TODOSA 1 95 0

5부-공대인의 밤.


2주일이 흘렀다.승민의 삶은 변함이 없었다.여전히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전부 다는 아

니지만 채윤과 윤서와 수업이 겹치는 날은 채윤과 앉는것이 당연히 되어버렸다.그리고 끝나면 연구실에 갔고,일

주일에 4일은 토익학원에 나갔다.수업시간에 항상 채윤과 앉는 승민을 동기들을 비롯한 이름을 알수 없는 후배들

은 모두 부러운눈으로 바라보았다.물론 윤서와 같이 앉는 형준역시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원래 공대생 답지않은

허슬러적 기질로 여자를 후리기로 유명한 형준인지라 승민에 대한 부러움이 더욱 큰 모양이었다. 토익 학원에서

도 슬기나와 항상 앉다 보니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슬기나는 한번 몸을 섞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듯 평상

시와 마찬가지로 장난을 치며 승민을 대했고,그 역시 그런 슬기나가 고마웠다.그리고...

"선배!그거..."

"아..여기.."

윤서가 연구실로 찾아오면 그녀에게 물리학과제를 내밀었다. 지랄맞게 과제가 많은 과목이었다.윤서는 그때마다

생글생글 웃으며 승민에게 부탁을 했고 승민은 또 아무런 거절을 하지 못하고 받아들었다.

"형준이한테는 말 안했어."

무슨이유인지 항상 형준선배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강조했던 그녀기에 승민이 먼저 선수를 쳐서 말했

다.윤서는 또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는 연구실을 나갔다.

"위험해 보인다."

승민의 뒤에서 같은 연구실 동기가 중얼거리듯 말을 걸었다.

"뭐가."

"저거 해주면 너랑 저 아이랑 잘될거 같지?"

"그런거 아냐 임마.."

"절대 안돼.내가 장담한다."

승민은 그의 말을 무시하려 했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잘되리라는 희망보다는 윤서가 자신과 더 말을 많이 하게

될수 있다는 것이 그저 그는 좋았다.게다가 윤서가 내미는 것들은 자신에게 있어서 삼십분만 투자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들이었다.

"바람좀 쐬고 올란다."

승민은 연구실을 나와서는 천천히 캠퍼스를 둘러보았다.이제 자신은 4학년이다.그동안 학교는 자신에게 있어서

의무이자 생활의 일부일 따름이었다.MT?술자리?체육대회? CC? 다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덕분에 승민의 학점은 거

의 만점을 찍고 있었고 승민은 한번도 그것에 후회를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후회가 되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학교안을 누비는 아이들, 정말 애기같은 신입생이 01학번 예비역 아저씨에게 꽂혀서는 마치 조건만남

을 떠올리게 하는 커플, 여자후배 술 진탕먹여서 마치 나무꾼이 나무지게를 매듯 여자아이를 둘러매고 자취방으

로 빠르게 사라지는 녀석들을 볼때마다 승민은 나도 저들의 입장에 서봤으면 하는 생각을 수십번씩 했다.

"와!승민이형!안녕하세요!"

"어?어..그래..."

생각에 잠겨있는데 같은과 후배들이 말을 걸어왔다.공대인 아니랄까봐 남자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은 승민

에게 현기증을 안겨주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마침 잘됐어요!형 이거좀 가르쳐 주세요."

"에?"

멍해 있는 승민에게 후배녀석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보기에도 메슥꺼울 정도로 두꺼운 종이뭉치를 꺼냈다.

"여기..이거 물리역학 교제인데요.이거 답 좀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승민은 슬쩍 한숨을 쉬고는 문제를 바라보았다.복잡한 연산을 한번 스윽 훑어본 승민은 손가락으로 답을 가리켰

다.

"이게 왜 답이에요?"

"그러니까....이 식을 이런식으로 바꿔 풀면..."

승민은 최대한 빨리 말을 했다.후배들은 정신없이 식을 써내려가는 승민을 보며 경악에 차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형 역시 짱이에요!"

"알았으니까 빨리가..."

남자 후배들에게 둘러쌓여 환호를 받는 모습은 승민에게 있어서도 절대 사양이었지만 눈치없는 녀석들은 입이 마

르도록 자신을 칭찬하고 있었다.

"역시...선배는 공대의 사기케릭이에요!"

"맞아...역시 승민이 형이 짱이야."

승민은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도 안기뻐 새끼들아...게다가...'

그는 멀리 보이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사기 케릭은 따로 있다...'

그의 머릿속에 자신의 친구인 형준이 떠올랐다.훤칠하게 큰 키에 잘생긴 얼굴.게다가 화학쪽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우등생. 종합병원 원장님인 아버지에 약사인 어머니를 둔, 그야말로 '엄마 친구 아들'급의 녀석이 바로 형

준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엄하게 그를 키우기 때문에 돈지랄을 하고 다니지도 않는, 언뜻봐도 완벽한 녀석이

바로 자신의 친구였던 것이다.

'사기케릭은 무슨....저기 있는 저녀석이야 말로...어라?'

공교롭게도 딱 그 순간에 형준이 멀리서 설렁설렁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언제나 여유있는 미소로 씩 웃어보인

그는 자신과 후배들에게 다가오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이게누구야. 기계대표 오덕후와 그의 추종자들 아닌가."

"어!형준이형 안녕하세요."

"어 그래그래.야 승민아.잠깐 나좀보자."

"어?"

승민이 벙찐 얼굴을 했고,형준이 살짝 눈짓을 주자 후배들이 인사를 하고는 공대건물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우승민.너 그거 알고 있냐?이번주 금요일밤에 있는 파티."

"뭐?파티?"

"너....몰랐구나?"

"무슨 파티 말하는거야?"

승민이 학교 행사를 알고 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물론 체육대회 같은 경우에는 관전정도는 했다.여학생의

응원이 없는 공대생들은 늘상 사기저하로 떨어지곤 했지만....

"으휴..인간아...공대인의 밤 말야."

"아..."

승민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매년 가을. 서울에 있는 큰 호텔을 빌려 치르는 공대인들의 큰 행사였다.교수들과

선후배들이 모두 참가를 해서 브리핑을 하거나 인맥을 넓히는 자리.게다가 승민의 학교가 대한민국에서는 공대

로 알아주는 학교인지라 엘리트 한명 낚아보려는 일반 여성들도 많이 기웃거리는 파티였다. 자신의 학교 모든

공대생들이 이 날만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술도 제공되는 데다가, 인맥을

넓히고 나아가 여성과의 짜릿한 만남의 장으로 이어질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너..여자 파트너는 골랐냐?"

"여자 파트너?그런게 필요해?"

사실 승민은 그 행사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가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늘상 사정이 있거나, 연구과제가 있

어 불참했을 뿐이었고,반대로 형준은 매년 꼬박꼬박 참가하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녀석. 있어보이잖아.공대생이 여자를 데리고 오는거. 너 설마 거기가서 연구과제 토론이나 하고 교

수들의 시덥잖은 설교나 들으러 가는거냐?아니면 거기서 무료로 제공되는 과자부스러기 먹으러?"

"아..뭐 그런건 아니지만..."

"야.생각해봐.이쁜여자하나 데려가면 얼마나 있어보이냐?마치 단식원 들어간지 20일째 되는 사람들 앞에서 삼겹

살 냄새 풍기고 다니는 거랑 똑같은 거야."

".....좀더 산뜻한 비유를 하면 안되는 거냐."

"야야.암튼 너도 빨리 파트너 구해.당장 이번주니까."

"너....너는 구했어?"

승민의 질문에 형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 엉아가 거기 데려갈 여자 없겠냐. 엉아랑 즐기던 여자분 중에 가장A급으로 엄선해서 부탁해 뒀지."

"하..학교애가 아니고?"

"응?당연히 아니지.클럽에서 만난 여잔데."

승민의 가슴이 뛰었다.윤서가 아닌 다른 여자라니!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거 같았다.하지만 이어지는 형준의

말에 승민은 맥이 탁 풀렸다.

"윤서랑 같이가서 잘 꼬셔보려고 했는데...걔 이번주에 부모님 생신이라 안된다더라."

"아....그,그냐..."

"암튼.너도 한명 구해와."

"내가 여자가 어딨어."

승민의 말에 형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있으면서 뭘 빼고 그래.잘해봐."

"뭐?"

"암튼 엉아 간다~ 금요일날 보자고."

알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형준은 몸을돌려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승민은 한동안이나 서서 머리를 긁적거려야 했

다.

"가야하나....근데...누구한테 부탁하지..."

확실히 여자파트너를 데리고 참여하는 파티....승민에게 있어서도 엄청 땡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자와 담쌓고

살았던 자신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줄 여자따윈없었다.아니 애초에 제안할 여자도 없는것만 같았다.

'슬기나 누나한테 부탁해 볼까?'

문득 초미니 스커트에 반짝이 나시티를 입고 파티장에 나타나는 그녀를 생각하며 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큭...그래도 그 누나가 그나마 친하니까...'

승민은 문자메세지 함을 열었다.슬기나가 최근에 남긴 문자가 있어서 전화번호부를 뒤지는거보다 빠르기 때문이

었다.그녀의 성격을 대변하는 나이트클럽 풍의 음악이 컬러링으로 등장하더니만 곧 잠에 취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누나.난데요."

-졸리니까 끊어....-

"아!잠깐!잠깐만요!"

승민은 다급하게 슬기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공대인의 밤에는 '이쁜'여자를 데려와야 한다는것을 은근히 떡밥

으로 깔면서 강조했다.하지만 슬기나는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딴데서 알아보셔...나 주말에 알바하는데 금요일 밤에 있는 행사를 어떻게 가니..-

"아..그렇구나.."

-나 잔다...끊어...-

"알았어요 누나 잘자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후 세시에 잘자요라는 인사를 한 승민은 한숨을 푹 쉬었다.그냥 역시 자신은 파티와 어울리

지 않는 인간인 모양이었다.

"역시 난 파티같은 사회적 관습에 최적화 되지 않은 구식 프로그램의 잔해란 말인가!"

자신의 한탄섞인 외침에 주변사람들이 근처를 슬쩍슬쩍 피해서 돌아가는것을 보며 승민은 순간 쪽팔려져서는

연구실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배?"

"어라?채윤이구나."

연구실쪽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도서관 방향에서 내려오던 채윤이 슬쩍 인사를 했다. 전과는 다른 클래식한 복장.

왠지 여성스러우면서도 도도한 커리어우먼같은 의상에 그녀가 더욱 빛나 보였다.공대 건물 앞인지라 여자후배의

인사를 받는 것을 보고 수많은 부러움의 시선들이 뒷통수에 꽂히는걸 느끼는 승민이었다.

"뭐하세요?연구실도 아닌 밖에서..."

"아..그게 뭐좀 생각하는게 있어서..."

"아...네..."

또 순간 둘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한명은 워낙 말이 없고,한명은 워낙 여자앞에서 말이 없는지라 마치 독

서실을 연상케하는 어색함의 폭풍이 몰아쳤다.참기 힘들었는지 채윤이 슬쩍 목례를 했다. 순간 퍼뜩 승민의 머리

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가만...채윤이도 공대학생이잖아...나 바본가?'

하지만 막상 채윤을 잡아서 가자고 하자니 뭔가 말을 하기 힘들다.승민은 일단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려는 채윤

을 불렀다.

"저기,채윤아."

"네?"

채윤이 살짝 고개를 돌려 승민을 바라보았다.한참이나 우물쭈물하던 승민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바....밥은 먹었니?"

"아뇨...아직.."

왜그런걸 묻냐는 표정의 채윤에 승민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뭐...니가 저번에 커피도 사줬고...나도 선배인데 밥이나 사줄까...해서..."

"밥이요?"

채윤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승민을 한번 바라봤다.왠지 채윤의 눈빛을 받으면 엑스레이를 찍는것처럼 속이 들여

다 보이는거 같아서 또 움찔하는 승민이었다.

"좋아요.같이가요."

"그..그래.뭐먹고 싶어?"

"저야 뭐...아무거나..."

보통 이런때는 남자가 리드하길 바라는 여자의 심리였지만 여성심리학과는 담쌓고 수행한 승민이 그것을 알턱이

없었다.

"음..난 매일 학교식당에서만 먹어서..."

"그럼 거기로 가요."

"아,아냐!맛있는거 사줘야지 학교식당이 뭐야."

"흠...그럼 저거 사주실래요?"

채윤이 가리킨 것은 후문앞에 위치한 조그마한 분식집이었다.왠지 그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생각

을 하면서 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혼자 도서관에 있었던 거야?"

자리에 앉고,떡볶이를 주문하고는 승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냥 수업도 없고,그냥 가느니 공부하는게 나을거 같아서요."

"아...너 열심히 하는구나."

"그냥...보통이에요."

또 끊겨버리는 대화에 흐르는 적막.승민은 연신 공대인의 밤이야기를 꺼낼 타이밍만을 노릴뿐이었다.

"선배는 오늘은 한가한가 보네요?"

"나?아..응 그렇지.연구실에는 뭐 바쁠때 아니면 사실 갈 필요도 없어."

"지금 하고 계신건 잘 되고 있어요?"

"응.거의 다 끝나가.실험도 많이 했고."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주로 학교,연구 이야기 뿐이었다.승민은 그런것들이 아니면 이 이쁜 후배와 이야기할 거

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아....정말 잘못살았어.젠장.'

어물쩡저물쩡 시간이 가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그냥 가장 싼 학교식당밥만을 애용하는 승민에게는 떡볶이나 순

대는 밥으로 느껴지지 않는 간식이었다. 승민은 답답한 마음에 꾸역꾸역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천천히 드세요."

"우웹읍...엡?"

"....삼키고 말씀하세요."

"뭐라고?라고 한거였어."

"아..네.."

스푼에 약간의 라볶이 면발을 올리고는 얌전하게 먹는 채윤의 모습을 보고는 승민은 약간은 뻘쭘해져서 접시에 박

고있던 얼굴을 들고는 헛기침을 했다.

"저기..채윤아."

"네?"

"이번주 금요일날...파티에 올거야?"

"파티요?"

채윤은 고개를 갸웃했다.아마도 자신을 닮아 공부밖에 모르는 이 아이는 역시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

면서.

"공대인의 밤.이번주 금요일이야."

"아...그거 한번도 가본적 없어요."

"나도 그래."

승민은 뻘쭘한지 연신 물을 들이켰다.

'으윽...진짜 파트너 되어달라고 말을 못하겠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채윤이었다.이쁘고 도도하고 공부밖에 모르는...게다가 대학교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을 즐기지

않는다.왠지 거절 당하면 그나마 강의시간에 같이 앉는것도 더욱 뻘쭘해질것만 같았다.

"아..마..맞다.근데 너...이번에도 안갈거야?"

"저요?"

"으..응."

채윤은 뭔가 생각하는듯 턱을 괴고는 개인 접시위에 있는 음식을 포크로 살살 뒤적거렸다.

"음....선배는요?"

채윤은 자신이 물어보고도 자신이 놀랐다.공대인의 밤? 학교의 행사따윈 그녀의 관심밖의 일이다.그녀에게 있어

서 중요한것은 학점이었고,대학내에서의 학문을 통한 자기성찰이었다. 평소에 누가 물어봤다면 단호히 그녀는 가

지 않는다고했을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자신은 승민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공부에만 미쳐있는듯한 얼빠진 저

남자에게.

"나야...가려고.가보고 싶어졌어.너무 아까울것같아.그런 기억이 없으면.대학교 다닐때 공부말고 다른 추억이

하나 쯤은 있었으면 하더라고...그래서..."

같이가줄래?라는 다섯글자가 승민의 입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쑥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녀가 거절할게 뻔했기 때

문이었다.

"갈게요."

"그래..역시나 그렇겠...응?"

또 다시 얼빠지게 되묻는 승민을 보며 채윤은 살짝 웃었다. 항상 바보같은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자신을 웃긴다.

"간다구요.선배."

"저..정말?"

"네.장소 이런거 모르니까 선배가 문자로 보내주세요."

"으..응! 알았어! 고마워!"

"제가 가는데 왜 선배가 고마워요?"

승민은 당황해서 움찔했다.그녀는 승민이 자신의 파트너로써 부탁한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아니..그냥 혼자가면 뻘쭘하잖아.너랑 같이 다닐까 해서..."

"아...그런거군요.밥이나 먹어요.저 배고파요."

"그,그래."

승민은 다시 우아하게 식사를 시작하는 채윤을 보며 다시 시켜놓은 음식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가 간다고 해

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

수십개의 샹드리에가 바깥의 어둠이 무색하게 한다.하나같이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사람들.파티장에는 우아한 선

율의 음악이 흘렀고, 샴페인을 비롯한 각종 음식들이 멋드러지게 차려져 있었다. 교수를 비롯한 각종인사들과

일반인들,그리고 오늘만큼은 주인공인 공대생들이 각자 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으으..답답해..'

장농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한벌뿐인 턱시도를 꺼내입은 승민은 목을 옥죄여 오는 넥타이의 압박에 죽을 지경이었

다.게다가 오래 묵은거라 쾌쾌한 냄새가 나서 탈취제를 하도 뿌려대었더니 이제는 화학물질을 입고있는듯한 착각

마져 들 지경이었다.

'채윤이는 왜 안오지...'

차가 없는 자신인지라 채윤을 회장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어...이게 누구셔."

멀리서 검은색 정장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형준이 말을 걸었다.그의 옆에는 이쁜여성이 파티복을 입고 그의 팔

짱을 끼고 있었다.

"아..왔냐."

"인사해 이쪽은 내 파트너 윤정이."

"아...안녕하세요."

야하게 생긴 여성이었다.그녀는 승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만 살짝 목례를 할뿐이었다.

"근데 너 혼자냐?"

귀에대고 형준이 속삭였다.승민은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냐 임마! 파트너 기다리는 중이라고."

"오호..누군데?"

"몰라도 돼."

"크큭.설마 고깃집이모 데리고 온거 아니겠지."

"입에다가 칼륨을 넣어서 폭발시키기 전에 어여 들어가라....."

"잘해봐라."

형준이 살짝 웃더니 이내 자신의 파트너와 파티장으로 들어섰다.워낙 형준도 유명인인지라 금새 사람들의 시선

이 그와 그의 섹시한 파트너에게로 집중되는것이 승민에게도 느껴졌다.

"에휴...이 파티...괜히 온건가...."

한숨을 푹 쉬고는 앞을 바라보던 승민의 몸이 뚝하고 멎었다.자신의 앞에 누군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아름다운

흰색 드레스, 짧은 단발머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쁜화장.그리고 도도한 걸음걸이.

"선배."

"채...채윤아..."

승민은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가 얼마나 좋은지 말해주고 있었다.채윤

도 자신의 복장이 부끄러운듯 웃었다.너무나 빛나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승민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왜그러세요?"

"너...너무 이뻐서..."

채윤이 살짝 웃는 모습에 승민은 계속해서 어벙벙한 표정으로 일관해야하만 했다.

"들어가요."

"으..응"

어정쩡하게 걸어들어가는 승민의 옆에 채윤이 살짝 붙어서 걸었다.순간 회장의 이목이 승민과 채윤에게 집중되

었다.승민을 아는 사람들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 사이에는 형준도 포함되어 있었다.승민이 채윤을 데리고

온것이 의외라서가 아니었다.채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자자.잠시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계공과 교수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마이크가 있는 단상으로 집중되었다.

"전통이 있는 공대인의 밤 행사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이번 저희 기계공대의 프로젝트라 할 수있는 신소재개발

에 대해 지금부터 간단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정신없이 채윤의 옆에서 고급쿠키를 입에 넣던 승민이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자신이 지금 연구하고 있는 과제

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우리 대학 공대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죠.우승민군을 잠시 단상으로 모시겠습니다."

회장이 떠나가게 박수소리가 들렸다.채윤은 힘겹게 과자를 꿀꺽하고 삼키고는 당황스럽게 우왕좌왕하는 승민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뭐..뭐야...이런거 미리 말해주는게 원칙아냐?'

승민은 이렇게 준비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것은 처음이었다.어차피 공대인의 밤 행사 자체가 자율적으로 참

가를 하는 것이고, 워낙 우수한 승민인지라 교수입장에는 귀띔을 안해준 것이겠지만,승민에게 있어서는 발가벗고

단상에 올라오라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연회장이 떠나갈듯 울리는 박수소리와 약간의 함성에 승민은 쭈뼛쭈

뼛 단상위로 올라갔다.

"아...안녕하세요.기계공대 04 우승민입니다."

또다시 들리는 박수소리.승민의 시선에 박수를 치며 자신을 바라보는 채윤의 모습이 보였다.승민은 크게 심호흡

을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저희는 이 소재를 CR-1이라는 가제를 붙여 연구를 계속했습니다.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금속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합금으로,특징이 있다면 기존의 항공기에 쓰이는 알루미늄과 티타늄등 보다 내식성이 강하고, 저렴한

제조 비용이 가능하다는 점으로써...."

승민의 말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대 선배들은 물론, 유명 인사와 교수진들, 그리고 선택 받은 일반인들도

많이 오는 자리였다.

그들은 빔프로젝트의 화면에 나타나는 참고 자료들과 발표자인 승민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승민의 연설이 끝나자 회장은 또 한번 떠나갈듯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이상...입니다.질문있으십니까?"

조용한 좌중에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승민이 지목하자 질문자가 일어났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눈꼬

리가 살짝 올라간,무언가 관능적으로 생긴여성이다.일제히 회장에 있던 남성들이 웅성거린다.

"월간 '피플인 서울'지의 기자를 맡고 있는 윤수경입니다.지금 말씀하신 신소재.항공기나 비행체에 적용시킬수

있다고 하셨는데. 일단 신소재에 있어서 충분히 실험이 된 부분인지 궁금하네요.그리고 대량생산의 가능성도."

승민도 들어본적이 있는 유명한 잡지였다.승민은 살짝 목례를 하고는 대답을 이어나갔다.

"저희 공대에서 항공사의 자문과 협조를 통해 실험을 진행시킬 예정입니다.대량생산역시 기본적인 금속설비가 갖

추어진 공장이라면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수경이라 밝힌 여자가 살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무언가 그 웃음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짓는 웃음

같아서 승민은 살짝 닭살이 돋았다.

"그럼...질문자가 없으시면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형식적인 부분들이 모두 끝나고, 파티는 본격적으로 본래의 목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인맥을 넓히기 위해 선

배들이나 혹은 각계의 교수들과 컨텍하려는 공대인들이 분주히 자리를 옮기며 테이블에 끼거나,아니면 대놓고 여

자를 찾아 헤매이는 암울한 공대인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파티지만 엄연히 술자리다 보니 분위기는 점점 자유

로워 지기 시작했다.

"발표.좋았어요 선배."

"하하..고,고마워."

승민은 채윤을 바로 쳐다볼수 없어서 죽을 지경이었다.평소에도 이뻤지만,'파티'를 위해 온 그녀는 너무나 눈이

부셨다.전에는 우열을 가릴수 없었던 슬기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

'으...내가 왜이러지...그냥 평소와 같은 후배 채윤이일 뿐인데...'

승민은 정신을 차리려는듯 앞에 놓인 와인을 소주스타일로 벌컥벌컥 마셨다.영문을 모르는 채윤만 고개를 갸웃거

리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잠깐...합석해도 되나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승민과 채윤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아찔하게 노출이 심한 드레스. 아까 그에게 질문을 했던

윤수경이라는 여자였다.

"아..예"

승민은 그녀의 의상을 감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싱긋 웃더니 승민의 앞에 앉았다.

"인상적인 발표였어요.엘리트라고 소문이 워낙 자자해서 궁금했는데, 꽤 미남이시네요."

"아..아..그게...감사합니다."

좋아서 입을 헤벌리는 승민이었지만 채윤은 기분이 살짝 상해서 얼굴이 굳었다.

'뭐야 이 여자...난 안보이는건가...'

수경은 채윤쪽은 거들떠도 안보고 연신 승민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예의에 어긋난 모습인것 같아 채윤은 기분

이 팍 상할수 밖에 없었다.게다가 수경이라는 여자의 멘트 하나하나가 채윤의 귀에 거슬렸다.

"나는 똑똑한 남자가 멋있더라구요.승민씨처럼..."

"네?하하하하하...아...그게.."

일부러 승민이 보이도록 몸을 낮춰 가슴계곡을 보여주기 까지 하는 모습에 채윤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게다가 입을 헤 벌리고 그걸 또 보고있는 승민까지....

"어때요 승민씨?파트너가 없으면 저랑 저쪽 바에서 술한잔 하시지 않을래요?"

"네?아...저는 뭐 아무래도 좋지...."

"제가 파트너 입니다만."

순간적으로 들려온 채윤의 말에 승민의 말이 뚝 하고 멎었다.수경은 그제서야 채윤이 보인다는듯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머~그러시구나.몰랐네요.혹시 연인이신가요?"

수경의 질문에 채윤의 말문이 딱 막혀버렸다.자신도 모르게 파트너라고 말해버렸지만 수경의 질문에는 반박할

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후배입니다."

"에이.그럼 파티에 파트너라고 할수 없죠.그냥 동행 아닌가요?"

그녀의 비웃는 듯한 표정에 채윤은 발끈했지만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조용해 지는 채윤을 보며 수경은 승리

자의 미소를 띄우더니만 다시 승민을 바라보았다.

"저는 승민씨를 응원하는 사람이에요.승민씨가 하는 프로젝트에도 상당히 관심이 있거든요.꼭 성공해서 지금보

다 더 유명해지기를 바라기도 하구요."

점점더 자신의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이야기 하는 수경을 승민은 시선을 피하며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가.감사합니다."

수경은 그의 반응을 보고는 고양이처럼 앙큼하게 웃어보였다.

'생각했던거 보다 순진하네...의외로 쉽겠어.'

그녀의 눈망울에 승민이 가득 들어왔다.매번 이런파티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그녀였다.그만큼 우수한 인재나 상류

층의 남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물론 부자들 역시 그녀의 관심사 였지만 요새들어 서는

승민과 같은 똑똑하고 미래가 보장되 보이는 남자만을 찾고 있었다.승민은 간만에 발견한 그녀의 수확이었다.

"그 신소재에 대해서 더 듣고싶은데...자리를 옮길까요 승민씨?"

승민은 뭐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채윤의 눈치를 보았다.애초에 자신이 부탁해서 온 채윤이 아니던가.게

다가 그녀의 얼굴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

"아까의 발표에서 충분히 들으셨을 텐데요."

채윤의 입이 열렸다.수경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어보이기 까지했다.

"전 좀더 자세한 것을 듣고싶을뿐이에요.동행하신 여자분."

"글쎄요.발표를 제대로 듣지 못하신거 같네요.선배는 충분히 신소재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요."

채윤의 말에 수경의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승민은 처음 겪어보는 요상스런 분위기에 안절부절 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승민씨에게 질문하는걸 막을 권리가 그쪽분에게는 있으신가요?"

"물론 없죠.하지만 만류하고 싶네요.공대쪽 분도 아니시고,일반분에게는 설명해봐야 소귀에 경읽기일 뿐이죠.

하나라도 공대의 기계용어에 대해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수경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꿈틀거렸다.숨소리가 거칠어지자 살짝 움직이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이 보여 승민은

또 한번 휙 하고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저는 기자로써, 사람을 취재하고 싶을 뿐이에요. 공대의 유망주인 우승민 씨를. 그거 뿐인데요."

"취재라면 여기서 해도 될거 같은데요.기자회견이 아닌이상 꼭 단둘만의 공간에서 왜 취재를 해야할지 모르겠습

니다만."

채윤은 가볍게 딱 잘라 말하고는 앞에 있는 샴페인을 들이켰다.수경의 표정이 심하게 굳더니 이내 승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동행분과 있으시니 다음기회로 미뤄야겠네요.그럼 실례할게요."

"아..예.."

승민은 저도 모르게 꾸벅 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또 채윤의 눈치를 보았다.

"채윤아...화났니?"

"아뇨.제가 왜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였다.그녀는 연신 샴페인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처...천천히 마셔."

"괜찮아요."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승민은 채윤이 왜 화가 나있는지 곰곰히 생각해야만 했다.승민이 이것저것 말을 붙여봐도

그녀는 단답형으로 딱 대답만 할뿐 샴페인만 마실뿐이었다.

"나..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네."

승민은 뻘쭘해져서는 세수라도 하고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쌀쌀한 날씨지만 실내인데다가 정장을 입었으니

약간 땀이 나기도 했다.

회장과 화장실은 꽤나 떨어져 있었다.워낙 파티장이 크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려니 하고는 승민은 파티장

문을 닫고는 복도에서 화장실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승민씨."

누군가가 자신을 뒤따라 나온 모양이었다.뒤를 돌아보고 승민은 또 우뚝 멈춰서야 했다.아까 이야기했던 수경이

그를 따라나온 것이었다.

"어디가요?"

"아..그냥 세수좀 하러..."

"잠깐 이야기좀 할까요?"

"네?"

"잠시만 이리로..."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더니 이내 어디론가 끌고가는 수경을 보고 승민은 연신 당황해 하며 뒤따랐다.그녀가

데리고 간곳은 파티장옆에 있는 비어있는 행사장이었다.쓰지 않는 방이기에 조명이 없어 어둑어둑 했다.

"저기..왜 이런곳으로."

"그냥...둘만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수..술 많이 하셨나봐요."

"조금요."

수경이 베시시 웃으며 자신에게 밀착해 오자 승민은 쭈뼛쭈뼛 벽쪽으로 몸을 기댔다.

'으...무..무서운 여자다.왜이러지...'

"승민씨.승민씨는 애인있나요?"

"네?아..그..그게..없습니다만..."

알콜냄새가 확 하고 코를 찔렀다.계속해서 자신에게 밀착되어 오다보니 그녀의 깊게파인 드레스 속으로 가슴골

이 훤히 보였다.

"전...승민씨처럼 똑똑한 사람이 좋아요.순진하고..."

"헉.."

자신의 볼을 쓰다듬는 그녀.승민은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고 벽쪽에 붙어만 있을 뿐이었다.그녀가 점점 밀착해

오더니만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는다. 처음만난 여자와 이런 경험이 처음인 승민으로써는 당혹스러울 따름이었

다.자신이 채윤과 이야기 하는 동안 그녀는 술을 꽤나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놀라지 말아요.파티란 원래 이런거니까..."

그녀가 조용히 속삭이더니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마음은 아닐지 모르지만 남자인지라 몸이 반

응이 왔다.그녀가 연신 자신의 하반신을 비비고 있었다.마치 남자를 유혹하는 섹녀처럼.점점 승민의 머리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승민의 손을 자신의 가슴쪽으로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크다...'

채윤과 슬기나의 것을 만져본 승민으로써는 다른 두사람보다 수경이 더 크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적극적

으로 입술을 맞추더니 이내 승민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순식간에 여자의 손이 자신의 양물을 움켜쥐는 감촉에

승민은 깜짝 놀라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맘대로 해도 좋아요 승민씨."

그녀의 손이 자신의 손을 붙잡아 치마속으로 이끈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팬티 라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승민

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더듬기 시작했다.

"으음..천천히..괜찮아요 아무도 안올테니까."

그녀는 익숙하게 승민의 바지 벨트를 풀러주었다. 그리고는 정성스레 승민의 자지를 어루만진다.

"크네요..승민씨꺼..."

그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한참을 생각해야만 했다.처음만난 여자와 이런 행위를 하다니...자신의 여지까지의

삶에서는 단 한번도 꿈도 못꾸었던 일이 아닌가.그녀는 이제 천천히 자신의 귀두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이성이

끈이 끊어지려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바지속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심하게 진동을 했다.순간 두사람의 동작이 뚝 멈춰 버렸다.

'채윤이?'

승민은 휴대폰 액정에 뜬 채윤의 이름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쉬워 하는 수경을 뒤로하고 승민은 후다닥

옷을 갖춰 입었다.

"어 채윤아."

-선배,어디에요?-

"아..아는 사람과 이야기하느라고...금방 들어갈게."

-네...알겠어요-

승민은 폴더를 닫고 한숨을 쉬었다.자신이 오자고 해놓고선 수경의 유혹에 넘어갈뻔했던 것이 너무 부끄럽고 그

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요 수경씨.저 들어가볼게요."

"어..어디를요?잠깐만요!"

"미안해요."

승민은 도망치듯 후다닥 빈 연회장을 빠져나왔다.수경은 살짝 입맛을 다시고는 승민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

다.

"쳇...다 넘어왔는데...."

승민이 연회장을 들어갔을때,채윤의 주변에 수많은 남자들이 껄떡대는 현장을 목격할수 있었다.채윤은 연신 차갑

게 대답할 뿐이었지만,남자들은 끈덕지게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승민은 푹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채윤아."

"아...오빠."

'뭐..오빠?'

어안이 벙벙한 승민을 무시한채 채윤이 너무나 살가운 표정으로 옆에 딱 붙어 선다.그모습을 본 남자들의 시선이

승민을 한번 쑥 훑고 지나갔다.대부분 승민이 모르는 윗기수 선배들이었다. 그들은 물론 승민을 알고 있었지만..

"기다렸어요 오빠.빨리 나가요."

"으응?아..응..."

승민은 채윤이 갑자기 팔짱을 끼는것이 느껴지자 당황하면서도 헤벌쭉 웃으며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휴우..왜 늦게왓어요 선배."

"응?아,...미안해."

파티장을 나오자마자 팔짱을 풀고 다시 '선배'라는 호칭으로 돌아가자 승민은 살짝 실망한 표정이었다.

'오빠라고 말해주는게 더 좋았는데...'

사실 다른과 학생들을 보면 선후배 사이에 오빠동생하는게 그렇게 부러웠던 승민이었다.채윤이 승민의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오빠라고 하니까 좋아요?"

"어..어?아..아냐!"

"정말 아니에요?"

"사..사실 맞아..."

"그럼 그렇게 불러드릴게요."

"정말?"

채윤에게서도 은은하게 샴페인 냄새가 난다.아까 수경에게서 났던 알콜냄새보다 훨씬 더 감미로웠다.그녀가 살짝

웃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파티 재미없지?나가자."

"선배...아니 오빠가 오자고 했잖아요."

"솔직히 재미없잖아?"

"맞아요. 이상한 남자애들이나 잔뜩 있고."

승민이 피식 웃었다. 오늘 채윤이 유독 이뻐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의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화가 풀

렸는지 살짝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떡볶이 먹으러 갈까?"

그녀가 또 한번 웃는다. 잘 웃지 않는 그녀인지라 미소가 더욱 빛나보였다.

"좋아요."

6부-제 2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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