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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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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6부

TODOSA 1 114 0

6부-제 2의 자아.


"자 이제 L/C 문제를 풀때 기본요령.감 잡으셨죠?수고하셨어요 다음주에 뵈요."

"수고하셨습니다."

승민은 온통 동그라미 표시로 가득찬 토익 모의고사 채점지를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다가 문득 옆을 보고는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으응?끝났어?"

"...도대체 학원은 왜다녀요?"

"자는거 같아도 다 듣는다니까 그러네."

"으윽!그런 옷입고 심하게 기지개 펴는건 그만둬요."

날씨는 쌀쌀한데 슬기나의 복장은 여전히 시원하다. 물론 가디건이나 외투를 걸치긴 하지만 수업시간에는 덥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외투안의 옷을 착용하고 있었다.역시나 가슴골을 고대로 보여주는 아찔한 차림이었다.

한번 그녀의 몸을 본적있는 승민이지만 학원내의 남자들의 멍한시선을 받는것은 사양이었다.

"아함...오늘 뭐해?술마실까?"

슬기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승민은 또 한참 갈등해야했다.술을 마시면 또 저번처럼 똑같은 상황에 갈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물론 승민에게는 좋았다.아직까지 그녀와의 첫경험을 승민은 잊을수가 없었다.게다가 슬기나는

승민과 그 일을 치루고 난후 자연스레 스킨쉽을 했다.팔짱을 끼는 것은 기본이었고 가끔 굿나잇 키스랍시고 볼에

입을 맞춰주기도 했다.하지만 문제는 오늘 승민이 밤을 새서 해야할 연구과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안될거 같아요.연구과제가 있어요."

"피.재미없긴."

슬기나는 살짝 가디건을 걸쳤다.워낙 볼륨이 좋아서 가디건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그녀의 가슴이 오히려 더 부

각되고 있었다.

-자주해도 좋아...-

문득 슬기나가 자신과의 섹스 도중에 말했던 것이 생각나자 승민은 또 다시 바지 앞섬을 가려야만했다.

'진심이었을까?'

승민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걸어가면서도 옆에서 재잘대는 슬기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성격과 정반대인

쿨 한 성격이었다. 사교성도 좋았고,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신보다 이성경험도 풍부했

다. 하지만 늘상 장난을 치길 좋아하는 그녀인지라 왠지 진지하게 누나랑 또 하고 싶어요 라는 고백을 못할것만

같았다.

'휴..관두자.누나가 진심이라면 나중에 기회는 오겠지.'

승민은 피식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슬기나 덕분에 자신의 성격도 전보다 밝아진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마워요 누나."

"응?뭐가?"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은 그녀는 뜬금없는 승민의 말에 고개를 돌려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런게 있어요."

"싱겁기는."

슬기나는 또 옆에서 신나게 조잘거리더니 이윽고 승민의 어깨에 푹하고 고개를 기대어 버렸다.익숙한 샴푸냄새와

향수냄새를 느끼며 승민은 살짝 어깨를 내려 그녀가 편히 잘수 있게 도와주었다. 쌀쌀한 밤하늘.승민은 내내 외

로워 보이면서도 흐뭇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아무리 여름다음에 바로 겨울로 넘어간다지만,아직까지는 4계의 축복을 받고있는 모양인지

간만에 청명한 가을날씨가 계속되었다.덕분에 짧은치마의 여학생들이 대폭 줄어들어 승민에게는 상당히 마이너스

요인이긴 하지만, 화창한 날씨라 기분이 좋았다.그리고 이제 강의시간에는 전보다 많이 채윤과 대화를 하게 되었

다. 물론 그녀는 전과똑같이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승민은 왠지 자신의 여자쑥맥공포증을 약간이나 벗어난것 같

아 너무나 좋았다.

'다 좋은데,저 빌어먹을 커플들이 늘어났다는건 뭐지!'

바야흐로 월동준비에 들어가는 것들이 승민의 눈에 하나둘 띄였던 것이다.평생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과 손을 잡

고 걸어본 전래가 없는 승민은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이시여.어째서 공대는 여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입니까.'

만약 학생회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공대를 여학생천국으로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다면 아마 승민은

두발벗고 그를 밀어주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선거운동을 할 용의가 있을 정도였다.

"어이~뭐하냐?"

강의가 끝나고 잠시 창가에서 햇살을 쐬며 바깥의 커플을 바라보던 승민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뒤를 돌아보

니 형준이 쓱 하고 어깨동무를 걸쳐오고 있었다.승민을 질색팔색을 하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아따 새끼 발끈하기는.끝났는데 어디가냐?"

"어디가겠냐?"

"연구실가겠지뭐."

"정답"

"불쌍한 청춘이여."

"그러는 넌 뭐할건데?"

"뭐하긴 임마.알면서."

"진짜 몰라."

어리버리한 승민의 얼굴을 보며 형준이 씩 하고 웃었다.

"바야흐로 10월은 연애의 계절이라 할수 있지않겠냐?"

"너는 일년내내 10월인가보다?"

"그런게 아냐 임마.이 엉아도 진지하게 만날 여자를 찾는다 이거지."

"아..그냐.."

"그래서 말인데..."

형준이 꽤나 뜸을 들였다.물론 승민은 신경도 안쓰고 걷고 있었지만..

"그래서 말인데...나 윤서랑 사귀기로했다."

"뭐?"

승민은 깜짝놀라 형준을 바라보았다. 형준의 뒤로 채윤과 이야기하며 밝게 웃고 있는 윤서의 모습이 보였다.여전

히 시원시원한 미소를 짓는 그녀...

"짜식 놀라기는.너도 잘해봐 임마.."

"어..그..그래..축하한다."

형준이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윤서를 데리고 복도 끝으로 사라져갔다. 자신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하고는 형준의 옆

에 붙어 점점 멀어지는 뒷 모습을 승민은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내가 저 아이를 좋아했나....왜 이러지..내 마음이...'

알수 없었다. 분명 자신이 윤서에게 관심이 갔던것은 사실이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한구석이 허전했다.아니,더 정

확히 말하자면 형준의 옆에 딱 붙은 그 모습에 가슴이 저리다.

'뭐야...아닐거야.그냥 아쉬운 거겠지.'

하지만 부정할수 없었다.분명 자신은 학교에서 방금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커플들이 눈에 띄어서 조금 짜

증났지만 예전보다 나아진 지금의 생활때문에...

하지만 이상하게 윤서가 자신의 친구 형준의 연인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답답해왔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그 놈은...바람둥이란 말야.'

형준이 쉽게 여자를 만나고 또 버리는 아이라는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였다.평소에 형준에게 걸려든 여자를

봐도 아무생각 없었지만,왠일인지 모르게 이번만큼은 왜이런 공허함이 드는것일까?

"오빠 뭐해요?책도 안챙겨가고."

채윤이 살짝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승민은 마치 잠들다가 깬것처럼 허둥거렸다.

"아..응..그래...가야지..."

"여기요.제가 챙겨넣었어요.창가에서 가만히 계시길래."

"아..고마워..."

승민은 힘없이 채윤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들고는 터덜터덜 걸어갔다.

"오빠!"

"응?"

"....그거 제 가방이에요."

"아...엥?"

오른손으로 가방을 내밀었는데 채윤이 들고있던 백을 들고와 버린것이었다.승민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자신

의 가방을 메고는 걷기 시작했다.

"무슨일 있어요?"

"응?아..아니."

채윤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승민을 보며 따라 걸었다.

'그냥 이 선배의 개인적인 사정일수도 있는데...왜이리 궁금한거지?'

평소에 자신은 남의 일에 신경쓰는 주의가 아니었다.그저 잠시 호기심에 그랬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보세요.전 조금있다가 다음수업이 있어서요."

"응?아..응..그래.담에 봐."

채윤은 한참동안이나 힘없이 쳐진 어깨로 걷고있는 승민을 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계단쪽으로 사라졌다.

'휴..분명 윤서와 형준이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을거야.'

물론 하루만에 즉석만남을 통해 사귀는 커플들도 엄청많지만, 적어도 형준이 본격적으로 윤서에게 작업이 들어

갔다는 것은 승민도 보지 못했다.물론 단둘이 만난날도 있었겠지만...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연구실로 향했다.

'날 반겨줄 곳은 이곳뿐이지...암...'

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연구실 문을 열었다.최근 밤샘 작업이 계속된 탓에 대부분의 인원은 따스한 햇

살을 받으며 책상에 고개를 쳐박고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덕분에 승민이 연구하는 과제는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수많은 가설과 가능성을 모두 대입해야 하는 공대인들. 그리고 여자가 없어 언제나 의욕없

는 공대인들. 그들을 보니 승민은 왠지 서러움에 눈물이 올라올 것만 같다. 그리고 형준의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을 윤서를 생각하니 왠지 또 괴로워진다.

'아주는 아니더라도...난 윤서를 좋아하고 있었어...'

이제는 인정해야 할거 같았다.승민은 늘상 싹싹하게 웃고 인사하는...그런 귀여운 윤서가 좋았다.시간이 지나면

더욱 친해질수 있을거 같았고, 자신과 사귀게 될 거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못했지만, 절친한 친구 형준과 사

귄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

'진짜 둘은 잘 어울리긴해.둘다 이쁘고 잘생기고...'

애초에 그들 둘 사이에 자신이 끼는 것이 큰 오류라는 생각이 들자 승민은 우울해졌다.이윽고 자신의 앞에 놓인,

근 2년여를 자신과 함께했던 연구과제의 조형물을 바라보고는 승민은 한쪽에 있는 보안경을 집어들었다.

'그래.그나마 잘하는거라도 해야지...'

-나랑 술마실래?-

채윤은 수업이 끝날때쯤 온 의도불명의 문자에 한참이나 망설였다.바로 도서관으로 직행하려던 채윤의 걸음을

멈추게 한 문자의 주인공은 늘상 얼빠져 보이는 선배였다. 윤서를 포함해 학교 사람들중 유일하게 전화부에 저

장된 두명중 한명이기도 하다.

'나보고 술을 마시자고? 것두 승민선배가?'

아무리 봐도 자신이 잘못본것은 아닌모양이었다.발신자는 분명 04 우승민 이라고 적혀 있었다.채윤이 망설이고

있을때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오빠."

"답장 안하는거야?"

마침 자신이 지나가던 곳은 연구실 근처였기 때문에 우연히 승민과 마주친 것이었다.

"아..지금 보내려고 했어요."

"아..응...대답은?"

채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공부때문에 거절하려는 마음은 있었지만,아까부터 이상해 보이는 승민의 행

동이 마음에 걸렸다.

"근데 오빠가 왠일이에요?나보고 술을 먹자고 하고.."

"그냥 술을 마시고 싶어서."

채윤은 평상시와는 다른 승민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다.평소처럼 얼빠져 보이지도 않고 어리버리해 보이지도

않는다.처음과는 달리 자신에게 말을걸때 부끄러워 하지도 않았고,늘상 짓는 맹해 보이는 미소도 없었다.

"힘이 없어 보이네요."

"그래?"

승민의 분위기에 채윤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로써도 누군가가 이렇게 힘이 없을때 위로하는 것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예전에 넷이서 술을 마셨던 술집으로 들어갔다. 약간은 이른 시간이었기에 손님이 별로

없었다.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니..뭐.."

승민은 말끝을 흐렸다. 채윤은 더욱 수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말 안할거면 뭐하러 술먹자고 했어요?"

"지금은...니가 학교에서 젤 친한 후배니까."

승민의 말에 채윤은 가만히 승민을 바라보았다.

"저도에요."

"응?"

"저도...오빠랑 가장 친해요.학교사람들 중에서요."

"고..고마워."

"별개 다.."

소주를 주문했기에 금방 술이 나왔다. 술을 잘 못하는 채윤은 따로 주문한 레몬소주를 잔에 채웠다.

"근데...너 윤서랑 친하지?"

"네?"

"아니.뭐...나를 알기 전에는 윤서랑만 같이 다니지 않았어?"

"흠..."

채윤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듯한 표정이었다.당연히 네 라는 대답이 나올줄 알았던 승민은 의외의 반응에 놀

라운 눈으로 채윤을 바라보았다.

"뭐...친하다기 보다는. 입학당시 유일한 여자 동기였으니까요.그렇게 많이 친하지는 않아요.성격도 다르고,가치

관도 많이 달라요."

"아..그렇구나.."

여자들은 붙어 다닌다고 해서 다 친한게 아니라는 형준의 말이 이제서야 실감이 되는 승민이었다.여자끼리의 관

계란 남자끼리의 관계처럼 단순하지 않은 모양이다.

"근데 그건 왜요?"

"윤서가 형준이랑 사귄데."

"아...그렇군요."

"아..안놀라워?"

"그냥 의외긴 하지만.크게 놀랄일은 아니죠 뭐.둘이 자주 붙어 다녔잖아요."

오빠랑 나처럼...이라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채윤은 그만두었다. 그런 채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민은 그

냥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술잔을 비웠다.

한참이나 채윤이 말없이 승민을 바라보았다.뭔가 쓸쓸해 보이는 그의 표정.채윤은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어째서

승민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채윤은 알거 같았다.하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무언가 마음 한구석이 이상했다

"오빠...윤서 좋아해요?"

채윤의 질문에 아까보다 더 삭막한 적막이 흘렀다.승민은 약간은 안절부절 못하며 또 술잔을 비웠다.그런 그를

채윤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랬...던거 같아."

"아..."

그랬구나...라는 듯이 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은 왜 몰랐을까? 이 선배가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를 좋아한

다는 사실을. 애초에 그런 쪽에 워낙 관심이 없는 그녀라서 그럴지도 모른다.하지만 자신의 친구를 향한 승민의

고백을 들으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허했다.

"고백은 해봤어요?윤서한테."

"아니.그러지는 못했어."

"왜요?"

"용기가 없어서."

"에휴."

채윤은 이마를 부여잡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언제나 자신이 없어 보이는 저 사람.도대체 어째서 그런걸까?하는

생각은 이미 예전에 접은지 오래였다. 승민을 따라잡기 위해서,혹은 승민을 롤모델로 삼고 열심히 죽어라 공부

하는 자신과 같은 다른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해 몰라도 이렇게 모르는 사

람은 아마 승민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둬요.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야.너도 형준이 봤지?내가 여자라도 넘어갈거 같아."

승민은 꿈을 꾸듯이 중얼거리며 연신 술잔을 비웠다.채윤이 레몬소주 두잔을 마시는 동안 무려 승민은 스트레이

트로 연거푸 다섯잔이나 마시고 있었다.평소에 승민이 보여줬던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전 안넘어갈걸요."

"윽...그건 너니까 그렇지.넌 눈이 무지 높다고 했잖아."

승민은 첫만남때 채윤이 했던말을 떠올렸다.남자친구가 없는것은 자신의 눈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외모를 보는게 아니라구요.전 똑똑한 사람이 좋아요.그리고 친절한..."

채윤은 계속 말하려다가 자신의 입을 막아버렸다.괜시리 얼굴이 붉어진 채윤을 보며 승민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술을 잔에 콸콸 넘치게 따르고 있었다.

"....아무튼...그렇게 자신감없는 말투 하지 말아요.윤서에게..오빠는 아까운 사람이에요."

승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채윤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자신을 위로해주려 하는 말일

것이다 라는 생각에 약간은 가슴이 쓰렸다.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아마 누구든지 형준과 사귀는 윤서

의 모습이 어울린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뭐 짝사랑이 한두번도 아닌데 뭘."

승민은 중얼거리며 벨을 누르더니 또 한병의 술을 시켰다.점원이 가져다준 술병을 받아들 찰나 갑자기 하얀손이

쑤욱 하고 덮쳐 오더니 술병을 빼앗았다. 승민은 깜짝 놀라 채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표

정으로 술병을 따더니 자신의 잔에 채우기 시작했다.

"야..채윤아 너...그거 소준데.."

"알아요.누군 눈 없나요."

채윤은 술잔을 입에 붓더니 매우 쓴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승민은 갑자기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멍하니 눈만

껌벅일 뿐이었다.잠시 얼굴을 찡그린 그녀가 또 한번 술잔을 채우더니 연거푸 두잔째 들이키고 있었다.

"야...너 그러다가 취해."

"상관없잖아요."

"채윤아 갑자기 왜그래?"

"답답한 바보 한명 때문에 그래요."

"뭐?"

채윤은 아예 레몬 소주를 옆으로 밀어 놓더니 자신의 잔에 술을 또 한잔 따랐다. 당황한 승민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세잔째를 마시고 얼굴을 또 찌푸린 그녀. 워낙 이쁘니 그 모습마져도 아름다웠지만 그

런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채윤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오빠 바보에요? 전국 공대 애들이 그렇게 죽어라 노력해도 안되는 걸 간단하게

이룩한 사람이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을 비하해요?"

"채..채윤아 그게 아니고 난..."

"그렇게 바보 같으니 여자마음도 못 얻는 거라구요."

승민은 채윤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뀌어 갔다.

'으...이거 정말 위험한데...채윤이가 저러는거 본적이 없는데...'

정말 위험해 보였다.술을 잘 못해서 몇잔 마시고도 테이블에 누워버린 그녀가 아니었던가.근데 지금은 벌써 소주

한병을 계속해서 부어대고 있었다.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어딘가는 있을 거...."

말끝이 흐려지나 싶더니 채윤의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술이 약한 사람이 저렇게 연거푸 마셔댔으니 정신을 잃을

만도 한것 아니겠는가.하지만 승민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으으...이거 뭐야...왜 이런 전개로 흘러가는 거지?'

승민은 우울했던 마음이고 뭐고 싹 달아나 있었다.채윤과 술을 마시면 조금 기분이 풀릴줄 알았는데 이제 그녀가

뻗어버린 것이었다.

'또 다시 집으로 데려가야 하나?'

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번만큼은 안될것 같았다.또 그런상황이 벌어진다면 겨우 친해진 채윤과의 사이

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어쩌면 다시는 채윤과 이런 술자리를 못갖게 될지도 모른다.그녀의 성격상 자신이 남에게

실수하는것을 보이는 걸 지나치게 싫어한다는것을 승민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민은 한숨을 푹

쉬고는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윤서니..."

그녀는 다행히도 금방 달려와 주었다.형준과 있는것이 아닐까 살짝 걱정을 했던 승민이었지만 그녀는 근처 서점

에 있었다고 했다. 언제나처럼 얌전하고 청순한 복장.그리고 살짝 모자까지 눌러쓴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하얗고

귀여웠다.

"채윤이는 저희집에서 재울게요 선배."

"아..응...고마워."

승민은 윤서의 웃는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참으로 웃긴 상황이었다. 채윤에게 윤서를 좋아한다고 말을

했고 그녀는 취했으며, 데리러 온사람은 자신이 마음에 두던 윤서였다.

"근데...단 둘이 술을 마신거에요?"

"어?아..응...맞아."

"흐음.."

윤서가 엎어져 있는 채윤과 승민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승민은 움찔하더니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니..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냐! 나는 그냥 채윤이가 보여서 같이 술을 ...."

"전 아무말 안했는데요."

"으윽.."

윤서는 살짝 웃더니만 영차 하는 소리와 함께 채윤을 안아서 부축했다.약간 키가 있는 윤서인지라 낑낑대면서도

채윤을 곧잘 부축 하는 모습이었다.부랴부랴 술값을 계산한 승민은 윤서를 따라나갔다.

"휴...그래도 역시 선배는 착하네요.채윤이 한테 다른 마음 안먹고 저를 부른거 보면.."

"어?아...그게.."

승민의 반응을 본 윤서는 살짝 웃더니만 택시에 자신의 친구를 태우고는 옆좌석에 같이 탔다.

"그럼 선배 조심해서 들어가세요.채윤이는 걱정마시구요."

"아..응!"

윤서가 살짝 웃더니 창문을 닫았다.택시가 곧장 출발하여 멀어지는 것을 보고 승민은 푹 하고 한숨을 쉬었다.

"취하고 싶은건 난데...왜 니가 취했냐..."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는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승민은 터덜터덜 집으로 향해 걸었다.

-선배는 역시 착하네요.-

마지막에 윤서가 한말이 자꾸만 반복되어 들려오는게 느껴졌다.

'그래...난 그냥 착한 선배일 뿐이지.'

천천히 걷다보니 이제 곧 자신의 집이었다.평소엔 학교와 가까워서 좋아했지만,막상 금방 집에 도착하려니 짜증

이 솟구쳐 올랐다.

'더 마시고 싶은데...'

문득 옆을 바라보니 자신의 집앞 삼거리에 항상 불이 켜있는 편의점이 보였다.그리고 편의점앞에는 몇개의 파라

솔이 펼쳐져 있었다. 승민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소주와 간이 오뎅을 몇개 사고는 밖으로 나왔다.적당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날씨였다.

'혼자라도 마셔야지.'

딱봐도 혼자 파라솔에서 술마실 궁상맞은 청춘으로 보였는지 알바생이 오뎅을 데우고 종이컵으로 된 소주잔을

준 센스를 발휘한탓에 승민은 비교적 빠르게 자신만의 2차를 즐길수 있었다.

'무슨뜻이었을까.'

승민은 아직도 채윤이 왜 갑자기 폭주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단연컨데 그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떤 기계공

학의 원리보다도 이해하기 힘든 심오한 부분임에 틀림없었다.

'에이 샹!몰라.오늘은 그냥 술이나 퍼야지.'

승민은 죽어라 술잔을 붓더니 한입에 털어넣는다.비교적 술을 좀 마시는 편인 자신이지만, 센치해진 탓인지 술기

운이 금방올라왔다.

"쳇.졸라 불공평해."

승민은 평소에 입에 담지도 않는 말을 중얼중얼 거렸다.지나가는 사람들은 새파랗게 어려보이는 승민이 동네 아

저씨나 내뿜을 법한 포스로 술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는 하나둘씩 힐끔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한참이나 술을 마시던 승민은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보고있다는 생각에 슬쩍 고개를 들었다. 편한 느낌의

귀여운 후드가 달린 트레이닝복.긴 머리지만 위로 틀어올려 귀엽게 묶은 머리.그리고 동글동글한 눈...

'주인집...최가을인가...최봄인가...에이 몰라.'

승민은 술이 들어가서 인지 그녀를 힐끔 보고도 무시하듯 고개를 쳐박고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그런 승민의 마

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한참이나 승민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103호 야동변태!'

가을은 그때 당시 질펀하게 울리던 신음소리가 생각나 얼굴을 찌푸리고는 등을 돌려 가려다가 우뚝 멈춰섰다.

왠지 평상시와는 다르게 자신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는데다가 혼자서 술을 푸고 있는 승민이 조금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예."

승민은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오뎅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크아~~하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가을은 약간은 자

신이 무시당한것 같아 기분이 묘하게 상했다.엄마의 심부름으로 간단한거 몇개를 사러 귀찮음을 무릎쓰고 온 그

녀지만 왠지 자신을 동내 강아지 취급하듯 쳐다보지도 않는 승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봐요...103호 야동변...아..아니..그쪽은 왜 거기서 혼자 술먹고 있어요?"

"짜증나니까요."

"흐음."

가을은 팔짱을 끼고는 가만히 승민을 내려다 보았다.늘상 어리버리했던 자신의 집에 사는 대학생.학교근처에서

원룸형 아파트를 갖고있는 자신의 집 환경탓에 숱하게 많은 대학생을 보며 자랐던 가을이었지만, 이렇게 청승맞

게 혼자 편의점에서 술을 붓는 대학생은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왜 짜증나는데요?"

"에이씨.여자때문에 그래요.됐어요?"

뭐가 불만인지 까칠하기 그지 없는 말투. 가을은 그가 심하게 술을 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평소에 자신을

보면 어정쩡하게 인사를 했던 그였다.그때마다 자신은 무시하고 쌔앵 지나갔지만 말이다. 그런그가 저렇게 까칠

해지다니...가을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승민의 앞에 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민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묵묵히 술만 따를 뿐이었다.

"아하.여자한테 차였군요?"

"아 좀 그냥 가면 안돼요?"

"그쪽이 여기 땅 샀어요?괜히 궁금해지는데요?"

뭐가 웃긴지 싱글싱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가을이 승민은 매우 귀찮게 느껴졌다.애초에 남에게 싫은말 막 못

하는 성격은 술마신다고 백프로 치유되는것은 아닌 모양인지 승민은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흐음...같은 학교 여자였나봐요?"

"네.내 친구랑 사귀죠."

"어머.그럼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는 거네요?"

"결과적으로 그렇죠.귀납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단 말이에요."

"......그게 뭔말인데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했었는데 그 놈의 여자가 된 거죠 뭐."

"어머."

승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봉지를 뒤적거리더니 또 한병의 술을 꺼내들었다.실로 놀라울 정도의 음주속도였

다. 가을은 대놓고 자신이 산 물건들의 봉투를 땅에다가 내려놓고는 천천히 승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그런적 있어요."

"그래요?"

"네.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내 절친한 친구랑 사귀더라구요.얼마나 짜증나던지."

"맞아요.존나 짜증나죠."

"풉...저도 한잔 줄래요?"

"왜요?"

"그냥 마시고 싶어서요.아까워요?"

싱글거리는 가을의 얼굴을 승민은 잠시 바라보더니 여분으로 있던 종이컵을 하나 건내고는 술을 따라주었다.가을

도 살짝 술을 들이키더니 크으~하는 소리를 내었다.

"근데 오빠는 몇살이에요?"

자연스레 103호 야동변태에서 오빠라는 호칭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그걸 알턱이 없는 승민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물다섯이요.그쪽은요?"

"저요?고등학교 3학년이요."

"아..그렇구나..응?"

승민은 태연하게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가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고3은 술마시면 안되요?"

"아..뭐...안될거야 없지만."

승민은 다시 뭐라고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소주를 털어넣었다.

"엄마 심부름으로 온거라 빨리가야 하긴 하지만.오빠 혼자 먹는거 보니 못봐주겠네요.오빠 이름이 뭐에요?"

"우승민."

"와..이름은 안촌스럽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네?"

"됐어.그냥 넘어가."

술의 힘은 엄청난 것인지, 승민은 아무리 고등학생이지만 술 마신지 30분도 안된 여자에게 자연스레 말을 놓고 있

었다. 평소의 그에 비추어 봤을 때 이것은 흑백티비에서 디지털 티비로 바뀔 정도의 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제 이름은 최가을이에요."

"알아."

"어머.어떻게요?"

"봄,여름,가을,겨울이잖아.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은 다 알던데."

"아하."

"근데 왜 맨날 너만 심부름해?"

승민의 질문에 가을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안그래도 귀여운 얼굴이 복어처럼 볼에 잔뜩 바람을 넣고 있으니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다.

"쳇 저도 그게 불만이에요.왜 4명이나 있는집에 저만 가는건지 모르겠어요."

"안간다고 하면 되잖아."

"그게 힘들다구요.언니야 워낙 기가 센다가,첫째라서 안가고, 둘째오빠는 지금 군대갔어요.게다가 막내 겨울이

그자식은 엄마가 아들이라고 얼마나 편애한다고요.만만한게 나라니까요?맨날 나만시켜요.자고있어도 나만 시키고

늦으면 맨날 나만 혼나고...으휴!짜증나."

"그런거 엿이나 먹으라 그래."

"네?"

가을은 승민의 말에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승민은 무언가 알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리더니 이윽고 술잔

을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썅...모든지 한번 들어주면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아.한번 웃으면서 해주잖아?그럼 시키는 사람은 그게

당연해 지는 거라고...염병 그러면 뭐해.물리레포트 당연하다는듯이 풀어주면 뭐하냐고. 난 그냥 물리레포트쓰는

사람이야 알아? 죽어도 물리레포트 해주는 선배가 사귀는 오빠는 안되는 거라고. 너도 마찬가지야.넌 그냥 심부

름하는 애 되버린거야.썅."

가을은 승민의 말을 들으며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이렇게 거침없이 말을 하는 남자일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떤반응을 보이던 말던 승민은 말을 이었다.

"니 남동생이 겨울이지?그새끼 궁뎅이 한번 걷어차 버려.사람이 뭔가 남이 해주면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것

들은 한대 쳐 맞아야돼. 니 동생은 몇살이냐?"

"에?고..고 1이요."

"에이 썅 졸라 어리네.민증도 안나온 핏덩이 쉐키.그냥 궁뎅이를 확 걷어차 버려.태양계 다섯번째 목성까지 날아

갈 정도로. 그럼 그녀석은 툴툴대면서 한번은 해주겠지.그럼 너도 계속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들도 겪어 봐야돼.

그런것들은 말이지..."

가을은 맹세코 자신에게 이런말을 해주는 사람이 처음이었다.뭔가 속이 시원하면서도 자신의 짜증을 확 날려주는

듯한 말투.평소에 이런 사람인줄 알았더라면 아마 자신은 승민과 친하게 지냈을 것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와...오빠 짱이다."

"짱? 썅...짱은 따로있어.얼굴 잘생기고 멋있는데 돈까지 많으면서 머리도 좋지."

"풉...그게 누군데요?"

이제는 가을이 대놓고 웃으며 승민의 말을 듣고 있었다.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있어 그런놈이.세계 과학 경연대회에서 2등을 할 정도였지.물론 1등과 압도적인 차이로 2등이 되었지만 말야.

그럼 뭐해? 그당시 1등은 여자 한테 물리 레포트나 써주고 있고, 2등이 그 여자와 사귀는데.썅."

"흠...그러니까 요점은 오빠가 1등했었다는 건가요?"

"에이씨!당연한거 아냐?"

"아...그렇군요."

이제는 승질까지 내는 승민이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가을이었다.말을 들어보면 엄청 똑똑한 사람인데,평상시에는

어리버리한 모습,게다가 술에 취하니 이렇듯 거침없고 재밌다.가을의 승민에 대한 호기심은 이제 하늘끝까지

치솟을듯 올라가 있었다.

"에이.술다 떨어졌네.가봐야 겠다."

승민의 중얼거림에 가을은 살짝 아쉬워 지기까지 했다.간만에 너무 재밌게 대화를 하고 있었것만,어느덧 시계는

한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우우우웅

요란하게 핸드폰이 울리자 가을은 액정을 확인하고는 안절부절했다.너무 안들어오자 자신의 엄마가 전화를 한것

이기 때문이었다.

"여..여보세요?아..엄마 미안해.아는사람만나서..알았어!화좀 내지말아봐."

승민은 살짝 풀린눈으로 통화하는 가을을 바라보더니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가을은 당황한듯 승민을 바라볼

뿐이었다. 승민은 신경도 쓰지 않고는 수화기에다가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여~가을이 어머님.얘만좀 시키지 마요.얼마나 짜증나겠어요?뭐라구요?저요?그냥 행인입니다 행인.끅! 암튼간!

아들내미 국끓여 잡숫는것도 아닌데 겨울이좀 시켜요.오케이? 콜? 끊습니다."

가을은 입을 쩍 벌리고 일방적인 승민의 통화를 바라보았다.그는 폴더를 닫더니만 가을에게 휴대폰을 넘기고는

살짝 비틀대었다.

"자.이제 해결됐을거야."

"풉,...하하하...푸하하하하!"

가을은 배를 잡고 웃어대었다.뭔가 속이다 후련하면서도 승민이 너무나 웃겼다. 정작 그는 전혀 웃지 않고 있었

지만 가을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고 있었다.

"자.혼날거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서 겨울인지 혹한기인지 하는놈 궁뎅이를 걷어차."

"하하하하..오빠 진짜 짱이에요!"

"아..글쎄 짱은 따로 있다니까 그러네..그놈이 누구냐면.."

"알았어요 알았어!적어도 나한테는 그 2등한 오빠보다 승민이 오빠가 더 짱이에요.됐죠?"

"너..눈썰미가 있구나."

승민은 피식 웃더니 비틀대며 걸어갔다.가을은 그런 승민의 뒷모습을 보고는 활짝 웃었다.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오빠!"

대답대신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 승민의 모습을 가을은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띵동.

"응?누구지 이밤중에?"

오이맛사지를 하려고 침대에 누우려던 슬기나는 몸을 일으 키고는 살짝 헐렁한 가디건을 걸치고는 몸을 여미었다

짚안이라 지극히 편한 복장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세요?

"문열어라~~으아~"

"...뭐지?"

슬기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술내음이 확하고 들어왔다.

"우승민?"

"여어~~"

승민이 갑자기 쳐들어더니 슬기나를 껴안았다.슬기나는 멍하니 서있다가 눈을 흘기며 승민을 바라보았다.

"야! 너 어디서 이렇게 많이 마신거야?"

"누나~"

"읍!"

슬기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승민이 갑자기 자신에게 키스를 해왔기 때문이었다.슬기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술냄새가 확 하고 코를 찔렀다.승민은 막무가내로 자신을 껴안더니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야!"

슬기나가 그에게서 확 떨어지며 등짝을 찰싹 하고 때렸다.

"왜때려.아프다고."

"너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셨어?"

"몰라 나도..."

승민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버리더니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왔다.슬기나는 난생처음보는 승민의 행동에 적잖

이 당황했다.

"으휴...이 바보자식.."

심하게 비틀거리지 않는거 보니 만취상태는 아닌거 같았지만 뭔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슬기나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이그...이 자식 이거.어여 저기가서 씻고 저쪽에서 누워자.갑자기 야밤에 와서는...어맛!"

슬기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승민이 자신에게 돌진하듯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바로뒤에가 침대였던 지라 슬기나

는 승민을 안고 뒹구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너 왜그래?...흡!"

승민의 입술이 또한번 덮쳐 들어왔다.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승민은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슬립안으로 우악스럽게

들어오는 승민의 손길에 슬기나는 아찔해지는게 느껴졌다.

"스..승민아 잠깐만.잠깐.."

승민은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것처럼 너무나 익숙하게 슬기나를 벗겨내고 있었다.첫 경험때 어리버리하게 속옷조

차 푸르지 못했던 그가 아니었다.슬기나는 순간 어디서 특훈이라도 하고 온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아흥.."

게다가 손길도 너무나 은근했다.거칠고 서툰듯 하지만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들어오는 승민.게다가 묘하게 풍

기는 술냄새도 은근히 자신을 취하게 했다.

"아흑...그만..승민아..."

슬기나는 정신이 아득해 짐이 느껴졌다.어느덧 승민이 자신의 옷도 벗어던져 버렸기 때문이었다.무언가 홀린 것

처럼 자신의 몸을 탐닉하는 승민.슬기나는 더이상 그를 밀어내지 못하고 아득한 쾌감에 눈을 감아버렸다.

7부-가을이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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