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밤문화 세부악몽의3일 4화
필리핀밤문화 세부악몽의3일 4화
<오빠...그나저나 우리 시간이 너무 늦어서 오늘 고향 못 가겠네? 내일 가야겠다...>
"그러자."
관리자 바로 불러주겠다더니 오지를 않는다.
전화 한번 더 해서 보채니 30분 있다가 전화가 온다.
<고객님, 500 내셔야 합니다. ~~~~~~~~~>
길게 뭐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 영어 악센트다.
아마 정책 어쩌고 저쩌고 했던거 같다.
"관리자 분인가요?"
<그렇습니다.>
"제 방으로 와주세요. 피 어떻게 지웠는지, 그리고 제가 뭘 원하는지 면전에서 얘기하고 싶네요.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전화로는 조금 더 불편합니다."
<바빠서 못 갑니다. 그러니까 정책이 ~~~~~~>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겁나 길게 얘기한다.
통화 시간이 10분을 초과한다.
"아니, 이럴 시간에 오면 되잖아요. 어디 마닐라에서 전화하나요? 밑에서 올라오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바빠서 못 갑니다.>
진짜 욕이 나오려 한다.
조금 화난 표정으로 허허 거리고 있으니 미샤가 말한다.
<오빠...그냥 내버려. 차라리 돈 내고 스트레스 안 받는게 나아.>
"그래요. 내죠."
지갑에서 500페소를 빼서는 거의 던지듯이 줬다.
"앞으로는 이런 일 있으면 먼저 보고 하고 세탁소에 주든지 해요.
오늘도 피 묻었는데, 완벽하게 지웠으니 또 시비 걸면 정말 곤란합니다."
오후 4시,
어쩌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질질 끌렸고, 얼른 나섰다.
4시 반이 마감인 청소를 위해서였다.
"청소 좀 해주세요."
<고객님, 저희 청소 마감됐습니다. 3시 반 마감입니다.>
"아니, 어제는 4시 반이라면서요?"
<오늘은 3시 반 마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틀동안 청소도 못 받나요?"
<어쩔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새 수건, 침대보 필요할 때 요구할테니 당장 주세요."
어떻게 운영을 이렇게 하는건지 너무나 화가난다.
- 그녀의 실수, 그리고 나의 실수 (불행의 때를 알 수만 있다면...)
IT park 안에 바베큐 집이 2곳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리핀 바베큐를 무척 좋아하는데 기대가 된다.
그녀는 5시에 집에 잠시 돌아가서 옷 갈아입고 6시 30분에 다시 보자고 한다.
어제도 옷 갈아입고 올 시간을 줬건만... 옷을 제대로 챙겨오지...
그녀랑 잠시 헤어져야 함이 무척 아쉽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내가 잡아준 그랍 택시를 타고 그녀가 집으로 향했다.
"곧 보는거야."
<응. 얼른 갈게.>
헤비 트래픽이라 아마 7시는 되야 올듯하다.
호텔 돌아가기도 뭐하고... 다른 바베큐집에 혼자 들렀다.
사람들이 쉽게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괜찮다.
한 테이블에서 필리피노들이 수다를 떨다가 내 모습을 보고는 다들 신기해한다.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 주문을 하고 테이블로 돌아오니
그들이 나에게 합석 가능하냐고 그런다.
<우리는 여기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야. 내일도 쉬는 날이라 술한잔 하러 나왔어>
<국적은 어디야?>
<직업은?>
<나이는?>
<세부는 처음이야?>
<여자친구 있어?>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내가 필리핀을 처음 사랑하게 된 계기도 이런 것이었다.
영어권 나라에, 외국인한테 우호적이니 이런 분위기를 마음만 먹으면 연출할 수 있다는거.
그녀가 당장이라도 오지 싶어서 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옆에 있는 40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일본 전 남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인다.
다른 직원들은 가엽지만 우습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본다.
아마 우리도 술 마시면 했던 얘기 또 하듯 그 아줌마도 일본 전 남친 이야기를
수십번 했을 것이다.
앞에 있는 앳된 남자 직원이 토를 하며 쓰러진다.
시간이 9시를 향해간다.
"나 피나이랑 지금 있는데... 내 여자친구라 말할 수 있을거 같아.
그녀가 좋아지는거 같아. 바에서 일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문제될거는 없다고 봐.
지금도 그녀 기다리고 있어.
빨리 오기로 했는데 늦어지네..."
그녀에게 메시지가 온다.
<오빠 미안. 나 잤어. 오늘 그냥 나 여기서 자면 안될까? 피곤하고...그러네.>
내가 자기랑만 시간 보내려고 3일을 뺐고,
계획도 거기에 맞춰 다 짰는데...
그리고 나랑 하루종일 잤으면서 뭘 또 잔다는건지,
조금 화가나려 한다.
"제발 와주라...간절하게 너 기다리고 있는거 알잖아.
늦어도 되니까 한...10시까지만 와줘."
라이브바 2곳을 가려고 했는데, 이미 9시라 한 곳은 건너뛰고
9시에 가려던 곳으로 우선 혼자 향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안 올 이유도 없고 설마 안 오지는 않겠지 싶다.
일찍 갔더니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좋은 자리를 택하고 그녀를 기다렸다.
오늘은 술을 좀 많이 마셔도 될거 같다.
그녀가 옆에서 나를 케어해줄테니.
좋은 노래 들으며 술 마시고, 오늘은 새벽 1,2시쯤 일찍 자고
그녀의 고향으로 향하면 될 거 같다.
"저 혼자 왔긴한데, 곧 여자친구 올거에요."
9시, 라이브 음악이 시작됐다.
반가운 얼굴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녀가 언제 올 것인가?
그래도 오겠지?
10시...11시...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굳는다.
이거 느낌이 이상한데?
영상통화를 걸면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못 온다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스트를 만나러 간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더 화가 난다.
갈게...
아니...안 가면 안될까...
택시 기다릴까 싶어...
아니다...그냥 쉬면 안되나...
계속 그러던 그녀가 12시 30분쯤,
오빠 도저히 못 가겠어. 그런다.
음악은 들리지도 않고 자꾸 술만 넘어간다.
이거 어떻게 된건지, 무슨 상황인건지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