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보내준 프라푸치노
그녀가 보내준 프라푸치노
온도가 20도를 넘고 23도를 넘더니
기어코 25도까지 넘어가버립니다...
점심먹고 돌아오는 길
카페 앞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 폰에도 카페 기프티콘 하나 오길 기다려봅니다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 바뀌길 기다리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폰을 보고 있어서
저도 폰을 들여다봅니다.
마땅히 들어갈 앱도 없고
오랜만에 문자앱을 열어봅니다.
개인경비 처리할 식사비 리스트만 내리다가
엥 20만원?? 이번달 초에 나갔네요
지난달에도??
이게 뭐지??
그러고 보니 정리하지 않은
문자들 사이로 한 달에 한번씩 나간 20만원
은행앱으로 들어가보니
일단 업데이트 하라고 ㅎㅎ
업데이트하고 다시 누르니
보안앱 설치하라고... 아아...
겨우 겨우 들어가보니 시작은 작년 4월....
작년 1월에 마닐라 젯티비에서 만난 아이와
로빈슨몰 돌고 몰오브아시아 돌고
하루 하루 끝장나게 놀다가 돌아왔고
서로 메신저도 교환하지 않은 채
잡은 만남 약속도 한치 어긋남 없이 즐거웠고
공항까지 마중나온 그녀에게 건넨 남은 7천페소마저
한사코 거절하며 그녀가 건넨 말은
다음에도 이 가게에서 기다릴테니
오면 함께 이번처럼 티셔츠 같이 사서 입고
무엇보다
그때는 새하얀 신발로 같이 사서 신자고....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서
돌아오자마자 마치 기념일인양
한달 20만원 들어가는 적금을
폰으로 등록하고
2월 마닐라행 비행기를 예약했었죠...
그녀가 바란건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도 아니었고
아디다스 슈퍼스타 시리즈도 아닌
그저 브랜드 없이도 새하얀
천페소 정도의 운동화 한켤레...
아침 10시 약속에
새벽 3시 마치고 5시까지 청소후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9시 50분까지 나타나던
그녀는...
...지금도 새하얀 운동화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아....
내일 또 만날 수 있어서
원할때마다 비행기에 오를 수 있어서
그냥 나에게는 편히 쉬다가게 해줄 사람이라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SNS하나 건네받지 않은게...
이리도 후회될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20만원이 200만원이 되고도
더 모인 은행앱의 적금칸을 들여다보며
마치 그녀가 선물한 듯
다시 횡단보도 뒤로 돌아가
카페에서 휘핑크림 잔뜩 올라간
프라푸치노를 주문합니다...
그 햇볕가득 쏟아져 내리던
작년 1월의 황소곱창 맞은편 휘가로 앞 야외 테이블에서
생글거리던 그녀와 함께 마시던 커피만큼은
달콤하진 않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깍지끼고
상대방의 입술에 케익조각을 올린 기억이 떠올라
깊게 쓴 마스크 안쪽으로 살며시 미소를 지어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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