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의 날 3(End)
무위(無爲)의 날 3(End)
통제불능상태에 빠진 그녀를 누이고 넓게 벌려낸 삼각주의 끝자락을 혀로 핥아내자, 베개로 얼굴을 가리더니 shy(부끄)와 ouch(아파)라는 단어를 거의 동시에 내뱉는 것이었다. 그리고 first time(처음)이라는 말도 또다시 들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갔지만, 활주로 끝에서 중심선에 정렬한 채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기다리는 비행기처럼, 땀범벅인 그녀의 몸 위에 몸을 밀착하고 혀를 포개어본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가 잠시 눈을 뜨더니 다시 감는다. 그런데 그게 내겐 마치 관제탑의 이륙허가 신호처럼 느껴졌다. “Cleared for take-off! (이륙 허가!)” 이제 활주로(runway)에서 가속하면서 추력(thrust)과 양력(lift)을 키우다 조종간을 당기면 이륙하게 되는 것인가?
그녀와의 육체적 접속을 위해서는 login 상태가 되어야 한다. log(통나무)가 in(안에) 된 상태가 되어야 한다. 나의 통나무가 그녀의 몸 안으로...
별생각 없이 로그인을 시도해본다. 성문은 열리지 않고 거센 저항과 반발에 처참한 후퇴. 2차 시도도 단단한 성문에 막혀 상황종료. 세 번째 충차(衝車)의 돌파 끝에 머리 부분이 진입에 성공한다.
이젠 이륙이다. 비행기가 중력을 벗어나 땅을 박차고 창공에 기체를 내던지듯, 비명소리와 피비린내 나는 성문을 뚫고 진퇴를 거듭하며 안으로 안으로 몸을 내던진다. 이전에 수컷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 처녀지의 거칠고 질퍽한 오솔길을 한없이 무작정 내달린다. 그 어둔 끝자락에 도달했을 때, 수컷으로 태어난 행복에 몸을 떨며 영원할 듯한 정복자의 포악한 쾌감을 만끽한다. 200m를 전력 질주했을 때와 같다는 그 에너지를 남김없이 불태우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에너지의 공급을 받지 않고 영원히 일을 계속하는 영구기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이런가!
착륙을 준비한다. 창밖으로 개미들처럼 바삐 오가는 자동차의 긴 행렬이 보이다가, 바랑가이 가로등 밑으로 인기척이 보여질 무렵 담장 너머엔 활주로 끝이 펼쳐진다. 이제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하던 비행기는 어느새 뒷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터치다운(touchdown)을 하고, 불과 몇 초간 역추진장치와 스포일러가 굉음을 내며 거칠게 요동치며 가동되다 앞바퀴가 땅에 사뿐히 내려앉으면, 이내 비행은 끝이 난다.
연료등에 불이 켜지고 사정(射精)중추에 신호가 전달되며 완전연소를 향해 최대 rpm으로 계기판의 red zone을 넘어서려는 순간, 자극을 견디지 못한 요도의 괄약근이 수축하며 전립선 안에 갇혀있던 수억의 작은 분신들이 통제를 벗어나 경쟁하듯 요도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불과 그 몇 초간의 요란하고 격렬한 엑스터시가 영원할 듯 몇 차례 반복된다...
이내 찾아온 허무함과 슬픈 무력감에 시간이 멈춘 듯, 그 자세 그대로 가쁜 숨만 물아 쉰다.
땀에서 열기가 잦아들 즈음 아래를 보니, 호모 루소네시스의 후예는 0.09톤 하중의 요동을 응력으로 단단히 버텨내며 탈진하여 잠들어 있다. logout을 하자,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좁은 우물엔 붉은 빛이 섞인 하얀 액체가 토해져 나와 골을 타고 아래로 흘러 하얀 시트를 적시고 있다.
나는 방금 대략 북위 15도, 동경 120도 선 어느 자락에서 이름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물어보지 않은 낯선 여인과 몸을 섞었다. 흑산도의 홍어 장수 순득 씨처럼, 2,000여 km를 떠밀려 표류하다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가끔씩 필리핀에서 눈밖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기시감(Dejavu)에 혼란스러워 했는데, 이곳이 결국 돌고 돌다 돌아 오게 되는 나의 절대원점이었던 것일까?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려니!
노자(老子)가 말한다.
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於無爲(손지우손, 이지어무위),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爲無爲 則無不治(위무위 칙무불치)
"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 도를 함은 날로 덜어 내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서 함이 없음[無爲(무위)]에 이르면,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무위를 하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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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떤 의미이든, 무슨 ‘작가’씩이나요?
모처럼 한가위를 맞이하여 한가한 시간이 나길래,
숙제처럼 불편하게 보듬어 안고 있었던, 켜켜이 쌓여온 아주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본 겁니다.
몇 년 만에 써보는 글이라...
그 ‘처음’은 아주 어색하고 힘들었으나 내달리는 일은 상쾌하더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꽤 남았지만, ‘추억(memory)’의 소중함과 ‘인연(因緣)’의 당김에 가끔씩 몸이 저려옵니다.
어이없는 이유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런가 봅니다.
아무튼 호모 루소네시스의 후예와의 오래전 추억으로 Happy, Merry 추석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늙은 고양이가 지혜로워지는 일이 쉽지 않아서,
언제일지 모르나 가슴에 쌓여 터지는 인연이 되다면, 다른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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