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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번호로 신분이 노출되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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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소심한 질투

지금 이 느낌은 분명 질투다. 틀림없는 질투심이다. 이 나이에 사랑하는 남녀 사이의 질투는 당연 아닐 것이며, 또 어느 누군가가 가진 부와 명예를 질투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다면 100번쯤 넘게 선을 보고 끝자리가 '사' 자인 남자와 결혼을 했던지 아니면 지금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복부인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질투의 대상은 어처구니없게도 베트남 차량번호 표지판이다. 그 차량 번호판을 소유한 그들의 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그 차량 번호판이 가지고 싶다. 지금 나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는 부러운 대상에 당황스럽다 못해 난감하다. 웬 뜬금없이 차량 번호판에 대한 집착인가. 차는 그냥 잘 굴러가면 되고, 장을 보거나 아이를 픽업할 때 또는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면 된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거주할 때도 가볍게 중고로 한 대 뽑아 아주 맛있게 잘 타고 다녔다. 곰곰 히 생각하고 원인을 분석해보니 겁 많고 소심한 이 아줌마가 마음 좀 편하게 베트남에서 운전을 하고 싶어서 이다. 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운전을 하고 싶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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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신호대기 중 찍은 사진.

 

베트남 자동차 번호판 색상과 문자/숫자에 숨겨진 비밀
당당하게 운전을 하고 싶다. NG문자가 포함이 되어있는 또는 베트남 현지인 자동차 번호판이 가지고 싶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이 말이 문슨 말인지, 이 상황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기 위해서 우선 베트남 차량 번호 판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베트남 차량 번호 판에는 직업과 계급에 따른 다양한 색상이 있다.
· 파랑 색 번호판은 국가기관차량
· 흰색 번호판은 개인이나 기업 차량을
· 빨간색 번호판은 군대 차량을
· 노란색 번호판은 국경 수비 차량이다.
· 최근 8월 1일 자부터 영업용 택시 번호판도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차량 번호판 색상은 그 차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동시에 대략적인 신분을 파악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번호판에 새겨진 숫자들과 알파벳 문자들은 어디 소속 차량인지, 기업 차량인지, 개인 차량인지 그리고 베트남 어느 지역에서 온 차량인지까지도 알 수 있다. 개인 차량일 경우 차량 소유주 국적까지도 알려준다. 마치 교통경찰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일부러 편의를 봐준 것처럼.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번호판에 정해진 색상 이외에 일반 개인과 기업 차량 번호 판 숫자와 알파벳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차량 번호판의 앞 3개 숫자는 국가코드 번호이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차량을 구매할 시 차량 번호판에 각 나라 고유 코드 번호가 주어진다.


대한민국 코드번호는 636~640이다. 차량의 번호판이 636,637,638,639,640으로 시작하는 차량은 무조건 대한민국 한국인이 소유자라는 뜻이다. 그 뒤에 붙는 알파벳 ‘NN’이 더욱 명확하게 증명을 해준다. 이 NN의 뜻은 베트남어로 외국인 (Nguoi nuoc Ngoai)라는 뜻이다. 즉 “636-NN”으로 시작하는 차량의 번호판 의미는 “난 한국 사람입니다. 외국인이며 이차는 개인적으로 구입한 차량입니다”라는 뜻이다. 마치 초등학생이 ‘나는 누구입니다’라는 이름표를 달고 새 학기에 첫 등교를 하는 것 처 럼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자동차에 이름표를 달고 매일 운전한다.


이 ‘NN’ 들어가 있는 차량 번호판은 꽤 쉽게 눈에 띄다. NN이 번호 중간에 끼어 있어서 더욱 돋보인다. 마치 일부러 경찰들과 자국민들에게 '난 외국인이다'라고 알리기 위한 것처럼. 그렇기에 베트남 경찰들은 쉽게 차를 세울 수 있다. 외국인 차량인 것을 알고 더욱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경찰에게 한번 걸릴 때마다 내야 하는 뒷돈은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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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표지판 차량은 그들의 용돈 벌이용 차량

자나 가다 다리 아래쪽에 잠복중인 교통경찰을 자주 본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 읽어 주던 전래동화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난 팥죽할멈 교통경찰은 호랑이. 교통경찰들은 호랑이처럼 숨어있다 위법 차량이나 헬멧 없이 지나가는 오토바를 귀신처럼 잡아 세운다. 순찰을 나왔을 때 NN차량이 지나가면 유독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들은 팥죽할멈에게 팥떡을 넙죽넙죽 얻어먹으며 한 고 개씩 넘을 때마다 할머니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호랑이와 비슷한 존재다. NN차량번호를 소유한 운전 자들은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아도, 별다른 잘못을 하지 않아도 이곳 교통경찰들이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마치 매번 고개를 넘는 팥죽 할머니처럼. 베트남에서 NN차량을 소지한 운전자는 이 피할 수 없는 위화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NN 차량의 번호판을 소지한 운전자들끼리만 알고 있는 무언의 규칙들이 생겨났다.


연휴, 구정, 추석, 연말 이 기간에는 될 수 있으면 택시를 이용할 것.
이때는 경찰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물밀듯이 몰려나온다. 외국인 차량 NN 번호 표지판은 경찰들의 레이더망에 거의 99프로 잡히는 차량이다. 평상시에도 조금만 차선을 밟거나, 속도를 위반하거나, 비상 깜빡이를 켜지 않거나, 라이트를 6시 이후 켜지 않았을 때 경찰들이 제일 먼저 눈에 쌍씸지를 켜고 잡는 차량이다. 신분증 검사를 위해 그냥 세우기도 한다.


지갑에 70~100만 동만 넣어 다니기 (오토바이는 20~50만 동)
기사가 있는 경우 기사가 보통 20만 동에 해결함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기기도 하는 곳, 모든 법 규정이 이 나라 자국을 위한 곳, 만약 교통경찰이 차를 세웠다면 무조건 이곳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 증과 자동차 등록증을 보여줘야 한다. (국제 운전 면허증은 베트남과 상관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NN표지판 차량을 잡았을 때 이곳 경찰들은 딱지 끊을 생각이 단 일도 없다.


그들은 용돈이 필요하다. 뒷돈이 예전엔 20만 동에서 50만 동정도(3만 원)에 해결이 되었으나 근래에 자가 이용 차량이 많아지면서 경찰들도 한국의 물가와 시세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본 70에서 100만 동(6만 원)을 요구한다. 많게는 300만 동 까지 지불한 사람도 보았다. 지갑에 그만큼의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갑을 내 보이며 이 돈이 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차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돈이 없다 거나 차라리 딱지를 끊어 달라고 요구를 할 경우 경찰들은 30분 동안 운전자를 땡볕에 가만히 세워 둔다. 마치 모두 약속한 것처럼. 가끔 외국 아저씨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얼굴 붉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곳 경찰들의 그냥 그 차를 견인해서 압수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지게 되고 차를 찾기 위해 더 큰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최대한 상냥하게 경찰의 기분을 잘 어르고 달래어 그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혹시라도 경찰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절대 웃지 말아야 한다.


이전엔 교통경찰들이 노란 옷을 입은 채 까만 라이방 선글라스를 항상 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 개선상 요즘은 다 벗어던진 후 매의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한번 경찰을 경험한 사람들은 교통경찰을 보기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 괜히 차 안에서 아는 척하며 웃으면 그날은 그냥 지갑 탈탈 털리는 날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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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버스 잡는 꽁안(무서운 꽁안) / 출처 pinterest.

 

나의 차량은 NN 차량이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한국사람이 운전하는 개인 소유 차량. NN 차량의 번호판을 소유한 차량은 이토록 피곤하면서 황당한 일을 수시로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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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 번호/ 외교, 대사 쪽에서 일하는 차량/가지고 싶은 차 표지판

 

그래서 이왕 외국인이라고 광고하며 베트남 바닥을 누비고 다니는 판에 시뻘건 “빨강 NG”가 떡하니 중간에 박혀 있는 번호판을 갖고 싶다는 소심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샤워하는 도중에 한번 해 보았다. 아쉽게도 빨강 NG 차량 번호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남편을 교체하거나 나의 직업을 바꾸어야 한다. 외교나 대사 또는 영사관에 종사하는 업종으로.


살다 살다 롯도 번호도 아니고 부끄럽게 차량 번호판에 이리 강한 소유욕을 느낄 줄이야. 참으로 베트남은 애증의 나라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명품가방 보다도 저 NG 번호판이 눈물 나게 갖고 싶다.


 Ngoai Giao (외교/대사)를 지칭 / NG 하는 번호판이다. 
빨간색으로 적힌 “NG” 차량 번호 판을 소유한 주인은 이곳에서 프리패스를 가진 것과 같다. 경찰들은 NG 차를 세우지도, 잡지도, 검열하지도 않는다.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베트남의 정치적 성격과 맞지 않게 자동차 번호표로 차주의 등급과 신분을 나누어 놓았다. 결코 가질 수 없는 이 빨강 NG가 중간에 떡 하고 박힌 자동차 번호판이 있다면, 난 아마 마음 좀 편히 운전하면서 시내도 대담하게 좀 더 자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운전 중 빨강 NG번호판 차량을 보면 심기가 좀 불편하다. 그중에 특히 운전기사 없이 나 처 럼 자가운전 중인 외국인들을 볼 때면 입이 한 대발 삐죽 나올 정도로 못마땅하다.


한국 NG 번호판을 가끔 본다. 최근에 운전자가 여자인 걸 보고 놀란적이 있다. 순간 너무 부러운 나머지 혼잣말로 나도 모르게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국민들 세금으로 관세까지 내어주며 한국에서 차를 이곳으로 굳이 들고 들어오는 이유는 뭐지? 기업들은 다 랜트 차량인데.'


속이 좁아터진 밴댕이 소갈딱지 인가보다. 그들이 누린 자동차번호판 특권이 이곳 베트남에서 눈물 날 만큼 부럽다. 한국이면 전혀 관심도 없을 터인데. 이곳 경찰이 그토록 무섭다는 말이다. 호지민이 가끔 나를 속 좁은 인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자차를 소유한다는 일은 피곤하고 고달픈 일이다. 신경도 많이 쓰이고 귀찮은 일도 많다. 그중 제일 나를 힘들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회사에 있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이다. 웬만큼 영어도 되고 베트남어도 어느 정도 되는 덕택에 아이 학교 문제부터 거의 모든 생활을 스스로 잘 해쳐 나가는 아줌마 중에 한 명이지만 자동차 소유권에 관한 만큼은 미안하지만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거주증에 맞추어 매년 자동차 등록증을 연장해야 하고 비자에 맞추어 운전 면허증도 매번 갱신해야 한다.


하지만 NG 번호판을 가진 차량들의 등록 스티커는 기한이 1년이나 지났음에도 보란 듯이 떡 하니 붙이고 다닌다. 그만큼 교통경찰들이 '신경조차도 쓰지 않는다' 는 것을 증명하듯이.


나의 번호 판은 숫자 중간에 NN을 떡 하니 박아 넣은 경찰들이 좋아하는 차.


성가시고, 고달프고, 부조리한 현실에 가끔 맞닥뜨리더라도, 베트남에서 자가 차 소유는 이전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보단 훨씬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안겨주었다. 차를 소유하면서 나만의 가치관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없었던 가치관이다.


 베트남에서 자가 차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댓 가와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의 자동차 소유는 내 삶의 질을 높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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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도로가 그리운 현실/ 출처: Piterest

대중교통도 열악하고 의지할 것이 Grab과 택시이다. 이 택시에 관한 이야기도 너무 많아서 다음번에 좀 풀어 볼까 한다. 더 이상 택시 기사 아저씨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기사 아저씨 때문에 일부러 차를 타고 나가야 할 이유도 이젠 없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비가 와서 넘치는 하수구에 두 발을 담그며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만하면 비록 NG 차량 번호판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생활의 기쁨을 더해 주고 있는 나의 씽씽 이를 사랑한다.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이지만 40 이상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오토바이와 다른 차량들이 알아서 피해 가기에 오늘도 무탈 무사고 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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