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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먹튀검증정보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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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이제 낙원은 없다. 4

대박님 0 240 0

 

어두워진 거리에서 저녁을 먹는데 이런 저런 상념들이 몰려들었다.

  

2주간에 걸친 루마니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 며칠 정도 전부터 대딸방에는 걸음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우선 흥미가 덜해졌을 거고 크리스**에 대해서 느끼는 쓸데없는 부채감 같은 것도 싫었을 것이다. 

  

다만 아드***와는 [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정도 말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지막 방문 때까지도 다시 그녀를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날은 16년만에 제임스가 ㅇㅋ걸과 살을 다시 부딪쳤던 날이기도 하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통령도 두 번인가 바뀌었을 거다.)

 

 

 

 

 

 

2000년 가을이후 딱히 출장 걸과 살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날은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고 잘 짜인 셋업에라도 걸려들 듯 여러 가지 우연의 상황들도 맞아 들었다. 

  

루마니아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이스탄불에서 가족과의 재회를 준비하며 나는 스스로의 신체적 정서적 컨디션을 급 관리했다.

 

 

 

 

 

(예쁜 어감 때문이겠지만 이스티크랄 거리를 아기와 함께 걷고 싶었다.) 

  

대딸방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는 일을 그만뒀고 저녁에 한두 잔 비우던 술도 멈췄다.

 

 

 

 

(여자와 아기의 직감은 생각보다 예리하니까..) 

  

유흥을 대신해 대신 혁명광장을 걸으며 루마니아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도 해보았고 아직도 광장 곳곳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들에서 세월의 격한 흐름에 쓸려 가족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도 느껴보았다.

 

 

 

       

광장 근처 찻집에서 향기가 근사했던 카푸치노 한잔에 콧날이 시큰하기도 했고..

 

 

 

 

순간 흘러나오던 이름 모를 가수의 한 소절의 노래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이 무슨 민망한 소녀적 감성일까? 본인이 쓰고도 닭살이 돋으며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화 파라다이스에서 피비케이츠가 불렀던 주제곡의 커버버젼인데 이후 검색 해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보냈다. 크리스**에 대한 알 수없는 채무감도 덜해졌고 다음 날 이스탄불행 비행 편에 몸을 실으면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룸돌이 제임스가 아닌 평상시의 아빠로 돌아갈 듯 했다.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날.. 복(福)이었을까? 화(禍)였을까?

여느 때처럼 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로비에 들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중이었다.

 

 

 

 

 

 

 

 

순간 나는 이상한 본능적인 느낌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9점대 후반.. 10점에 근접한 선수가 어딘가로 콜을 던지고 있었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는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이십년 가까이 필드에서 굴러온 룸돌이의 직감이기도 했고 반라의 핑크톤 복장에서도.. 멀쩡한 본인의 핸드폰을 놔두고 호텔의 인터폰을 붙잡고 어딘가 짱박혀 있을 정체모를 난봉쟁이에게 던지고 있는 콜에서도 제임스의 본능과 이성은 그녀가 선수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심장이 더워지는 느낌.. 이것은 어떻게 예측할 수도 없고 조절 할 수도 없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어떤 특정한 이미지의 대상에 대해서.. 혹은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주어지는 생체적 정서적 반응인데 짧은 순간 제임스의 뇌는 알파고에 근접한 속도로 연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시 방문할 일이 없는 이국땅에서의 마지막 날.. 제임스가 잃을 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2주일의 숙박기간동안 나는 거리의 여자를 침실에 들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호감이 가던 리셉션 근무자로부터 제임스 역시 어떤 종류의 관심을 받고 있었고 예의 단아한 차림새나 고상한 취향.. 매일 일정한 시간에 운동을 하고 일정한 시간에 근무를 하는 듯한 (대딸방에 간거다.) 정돈된 일과가 분명 그녀에게도 정갈스럽게 느껴졌을 일이다. 

  

가끔 근무자에게 호텔 근처의 식당이나 찻집 혹은 생활용품과 관련한 상점들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그녀의 친절이 단지 업무적 이유만은 아닌 듯 했다.

 

 

 

       

한 번은 근무자가 내게 결혼을 했는지 물었다. 저녁 메뉴와 근처의 맛집에 관한 대화중 가볍게 던진 말 이었지만 경험상 어떤 의도 없이 물어보기는 힘든 질문이다.

  

나는 즉답대신 조금 쓸쓸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배여 있는 표정으로 아이가 한명 있다고 답해 주었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분명 어떤 시그널을 읽을 수 있었다. 

(부쿠레슈티와 키예프가 유흥에 관하여는 1.5점짜리 저주받은 도시지만 연애에 포커스를 두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다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간 가벼운 호감과 시그널을 주고받았던 리셉션 근무자.. 지금 리셉션에서 반라의 핑크드레스를 걸치고 인터폰을 날리고 있는 9점대 후반의 선수..

  

애초에 최적의 결과 같은 건 인간이 연산해낼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 더워져버린 심장.. 많은 것을 잃더라도 (사실 잃을 것도 없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제임스예요.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있나요?”

인터폰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핑크드레스에게 말을 붙였다.

그녀는 왜 하필이면 반라의 핑크드레스 따위를 걸치고 있는 걸까? 

  

“...................”

순간의 침묵.. 어색하면서도 민망하고 민망하면서도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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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예요.”

그녀 역시 그 순간 현재의 상황과 낯선 동양인의 의도가 파악되었는지 차분한 목소리였다.

  

“혹시 전화번호를 알 수 있나요? 아니면 제 번호를 드릴까요?

  

9점대 후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 때문일까? 리셉션 근무자에 대한 쪽팔림 때문일까?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기를 들추며 외우지도 못했던 (사실 외울 필요도 없었던) 로컬 전화번호를 뒤적거렸다. 

  

프랑스에서 왔음직한 단체관광 할머니들은 왜 하필이면 그 순간 체크인을 했던 걸까?

동양인 남자와 반라의 핑크드레스.. “줴 말 아라떼..” “블라 블라 올랄라..” “블라 블라 올라라..” 할머니들은 고개를 저으며 프랑스어로 뭔가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갔다.

  

“아뇨.. 제게 룸 번호를 알려 주세요. 당신 Sur name도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제임스가 그녀의 콜을 받은 건 한 시간 정도 후였다. 

게스트 조인에 동의했고 그녀와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예쁜 얼굴.. 핑크색드레스..

구겨진 시트.. 버려진 *돔..

그리고 기계적 *행위..

 

 

 

(관련없는 사진이라 말하고 싶지만 이것도 이후에 에이젼시의 홈피에서 찾은 엘리*아 본인의 사진입니다.)

 

 

거리에 나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알 수 없는 공허함도 함께 찾아들었다. 

  

문득 크리스**의 대딸방에 가고 싶어졌다. 교감 없는 *관계는 감정이 실린 딸딸이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순간의 비겁한 위안이었을 것이다.

  

대딸방을 찾아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이용해먹는다면 어쩌면 그게 정말 쪽팔리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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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구이와 샤도네이..

그건 도대체 이건 어떤 정신으로 날린 주문이었을까? 

어쨌든 의외의 오마주가 있었다.

 

 

 

 

  

부카레스트에서의 마지막 날.. 밤은 또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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