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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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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 (1)

- 그리고 두사람은 영원히...


너무나 많은 행복과, 너무나 많은 사랑과, 너무나 많은 고통을 내게 준 그녀.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그런 사랑이지만 이미 시작해 버린 사랑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무뚝뚝한 그녀. 이미 제 곁에서 다섯달동안 떠나 있습니다. 재수할 동안은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어떨때는 헤어지고 싶기도 하고, 괜히 그녀에게 집착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녀도 그렇게 말합니다. 나 말고도 다른 여자 많다고, 떠나가도 아무 상관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겨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어떠한 고통을 저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너무 직선적이고 자기생각을 절대 굽히지 않는 그녀라 하더라도 저는 절대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너무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녀와 제가 완전히 헤어져버리는 날까지. 그날은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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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많은 평가 부탁드립니다(결국에는 욕 먹기를 바란다는 말과 같은 이야기가 될려나.;).

나 : 아무리 그래도 인기는 좋아야 할텐데..
바퀴벌레 : (파리채 맞아 쓰레기통에 버렸음에도 일어나 나온 좀비형 바퀴류)
나 치고도 인기 높을 줄 알아?
나 : (살포시 에프킬라를 들어 뿌리려 하고 있다;;)

2001년 5월 21일-

“여어- 요즘 공부는 잘돼?”
쉬는시간, 이어폰 끼고 걸어가던 나를 도연이가 뒤에서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건드리지 않고는 안들린다, 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끄아아악......”
나는 비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휘청. 그냥 살짝 건드린 걸로 그렇게 아파하니까 도연이는 너무 당황했던 모양이다. 어깨를 문지르고, 주무르고 난리다. 한참을 그러던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왜그러냐는 물음을 잊지 않았다.
“아. 어깨 근육이 지금 뭉쳐서 말야. 2개월동안 병원 한 번도 안갔는데. 오늘 외출하고 병 원이나 가보려구.”
“그러던가. 공부 좀 쉬어가면서 하지, 넌 너무 열심히 하는게 탈이야. 암튼 쉬어-”
부드러운 한마디의 응원. 어쨌든 친한 친구니까. 보는 사람마다 기분 좋게 만드는 그는 문과 전교 3등. 4반 톱. 4반 담임선생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기대주였다. 나도 그에게 나름대로의 경쟁의식을 갖고 있던 터라 그의 말을 듣고 오히려 외출을 망설이긴 했지만 목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물론 꾀병도 있었다. 오늘은 좀 쉬고 싶었다, 라는 것이 그 이유. 즉, 갑갑한 고3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라고 하면 더 좋은 이유가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날은 그저 나가고 싶었다. 담임선생님이 뭐라고 하셔도 세시에 나와서 7시 야간자습 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그날의 내 계획이었던 것이다. 병원 갔다 오는데는 한시간 반이면 충분하지만 남은 시간동안을 즐기고 싶었다고 할까.
친구와 이야기를 끝내고 바로 3층 교무실 담임선생님께로 올라갔다. 담임선생님 책상에는 5월달 모의고사 성적표가 책상 하나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는 개인별 성적 일람표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성적표 받으러 왔어?”
약간 목 쉰 듯 하면서 굵직한 목소리. 일단은 온 이유가 필요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성적표 두루마리 중에서 찾아서 알아서 잘라가란다.
“아깝더라. 수학만 조금만 더 잘하면 반 톱도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어째 담임이 수학인 데도 수학을 못하냐? 전교등수는 또 떨어졌더라. 전교 10등.”
“맨날 수학공부하는데도 이러네요. 하..하..”
어렵사리 성적표를 찾고, 다른 사람 성적표가 안 찢어지게끔 하면서 살짝 찢어냈다. 담임선생님의 따스하면서도 따가운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애써 외면하고 살며시 말을 꺼냈다.
“청소시간에 병원갔다가 야간자습 전에 들어오면 안될까요? 목이 너무 아파서요.”
그러면서 예의 그 가식적인 찡그림을 보인다. 목 뒤에 두드리고, 어깨 만지고.
“많이 아프냐?”
“네. 목을 뒤로 못 움직이겠어요.”
담임선생님이 목 뒷 부분 근육을 만져보시면서 점검을 해 보신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도 문제가 조금 있어 보였던 듯 하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선생님과 쌓은 친분이 두꺼워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럼 갔다 와.”
아파서 가겠다는 데 누가 말릴 것인가. 그것도 공부하다 아프다는데. 남은 한시간 수업을 정말 지루하게 생각하면서 마치고 청소시간에 가방을 들고 혼자 자유를 만끽하러 떠났다. 반 아이들은 그런 나를 ‘쟤 뭐야’, ‘넌 청소안해?’ 라는 등의 말로 배웅해 주었고.
푸른하늘을 기대했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아쉽게도 구름이 낀 하늘이었다. 왠지 모를 해방감. 단 네시간 동안이라도 그걸로도 충분했다. 그 몇시간에도 주변의 친구들은 서로를 신경써가면서 또 공부에 대한 집착을 불태우겠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을테니까. 그것이 지금 내가 행복한 이유였다. 내가 쉴 수 있으니까.
제일 먼저 집으로 와서 컴퓨터를 켰다. 그렇다. 나는 채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혼자 공부하는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무언가에 끌렸음인지.
고2 끝무렵부터 접속하지 않았던 세이클럽에 들어갔다. 아무런 감정없는 단지 만남을 위한 만남이 있던 곳이라고 나는 그곳을 생각했다. 추천상대에 있는 상대방에게 1:1 대화를 건네고 제일 먼저 키와 몸무게를 묻고, 그 다음에는 잘 노느냐를 묻고. 그 사람의 이름은 알 필요도 없었고, 그 사람이 뭘 즐겨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는 눈 밖이었다. 단순히 잘 생기기만 하면, 돈 많기만 하면 하루동안 놀 수 있는 여자들이 있는 곳, 나는 세이클럽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 번 세이클럽이라는 곳을 믿고 싶었다. 그런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싶었다. 고등학생 방에 “나에게로 돌아오세요, 기억을 더듬어...”라는 방을 개설하고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가장 맞는 사람이 들어오기만을. 그리고 나는 딴짓을 시작했다.
전혀 신경쓰지도 않는 사이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미 몇 줄의 인사를 그 사람이 남긴 후에야 부랴부랴 채팅을 시작했다. 나이는 나와 같은 고3. 사는 곳은 예산. 지금 보충수업을 화려하게 제끼고 친구를 쫓아서 게임방에 온 거라고 했다.
“방제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들어왔어요. 매번 이상한 방 뿐이라서 기분나빴는데..”
“아- 그래요.”
“이름이 뭐예요? 아이디 부르려니까 뭔가 너무 어색해서요.”
“황인선. 님은요?”
단순히 마음에 드는 방제 때문에 들어왔다는 인선. 공부는 잘하는지, 덩치는 얼마나 되는지. 내가 공부를 썩 못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만약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사귀고 싶었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가 별로 살 찐 체형이 아니라서 나는 약간 통통한 사람을 좋아했다.
수학을 제일 좋아한단다. 학습지를 수학 부분만 풀어본다고 하는 대단한 그녀였다. 나는 그녀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했다. 취미는, 특기는, 몸무게는.. 잡다한 것들도 여럿 물어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이미 그녀는 학교에 돌아갈 시간이, 나는 병원에 갈 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아쉬운김에 나는 전화번호라도 알았으면 싶었다. ‘018-421-XXXX'. 그녀는 너무 선선히 그 전화번호를 내게 남겨주었다.
전화해보고 싶다. 채팅이 끝나고 병원에 가기 직전,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예쁜 목소리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약간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 어라, 약간 살찐 스타일이겠는걸. 전화할 때는 챗과는 달리 말 끝에 하나하나 단서를 다는 모습이 보통 여자애들하고는 무언가 달라보였다. 그것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끌렸는지도 몰랐다. 그때만 해도 딱딱한 걸 너무 좋아했었으니까.
“저기.. 아까 채팅했었는데요.. 재형이거든요..”
머뭇머뭇. 오히려 더 당당한 듯한 그녀의 태도가 나를 더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 네. 지금 병원가는 길이에요?”
“그러려구요. 님은 학교가는 길이에요? 근데 말 낮추죠- ”
“아, 네. 아니, 응. 몸 많이 약한가봐? 몸무게도 얼마 안된다고 하더니.”
“그냥.. 옛날엔 좀 약했어. 지금은 말랐긴 했어도 약하진 않는데, 요새는 공부하느라 근육 뭉쳐서 그거땜에 병원다니고 있는 중이라서. 학교 들어가는 길인가보네. 잘 들어가-”
몇마디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래간만에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운명은 이상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다. 그 우연 아닌 우연. 하지만 별로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상황이 주는 행복감이 온 몸을 적시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저 또 다른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좋았을 뿐이었다.

다음날이었다. 오늘 저녁에 또 채팅 안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오늘 네시 반쯤에 다시 만나잔다. 그 바로 다음날,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저 병원 가는 중에 한 번 말해 본 것이었기 때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생각보다 일찍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잘해서 선생님이 금방 보내줬다고 했다. 옆에는 어제의 그 친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편지 보내줘. 사진도 같이. 나 편지쓰는거 정말 좋아하거든.”
고3, 없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편지쓰는걸 정말 좋아했다. 편지에는 어디에도 없는 그 ‘마음’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냄새, 바로 그런 것을 느끼고 싶었다고 할까. 더군다나 나와 그녀가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분좋게 연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지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못생겼을텐데. 괜찮아?”
“못생겼어?”
“잘 모르겠는데. 예쁘진 않아.”
“괜찮아. 난 얼굴 예쁜 사람 싫어해.”
진심이었다.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그런가. 예쁘지 않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저 편지를 보내줬으면, 이라고 바랄 뿐이었다.
그만큼 나는 외로웠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황무지 같은 곳에서 매일매일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했다. 밤 1시까지, 몇 명 남지 않고 가 버린 특수반 교실에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라는 생각만으로 버텨야했다. 한 번씩 힘이 들때는 걷잡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편지 보내줄게. 얼굴은 기대하지 마. 대신 답장은 꼭 보내줘야돼-”
얼굴은 아무려면 어떤가. 얼굴은 타고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안된다. 그것이 내 생각이었다.
“아무리 못생겼다고 하더라도 절대 연락 그만두진 않을거야. 약속할게.”
말 그대로 그녀에게 진심으로 약속했다. 그러자 그녀는 알았어, 하고 짧은 응답을 내게 주고는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접었다.
과연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살은 조금 쪘을거야. 얼굴은 나름대로 귀여울지도 모르겠다. 눈은 크려나.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주변에서 많이 보아온 예쁜 얼굴들을 맞춰보기도 하고, 못생긴 얼굴을 맞춰보기도 했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상상을 계속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토요일이었다. 전교에서 선발된 우리 세 명은 배재대에서 자매결연된 고등학교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으러 갔다. 그 세 명중에 내가 포함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방송부 출신 특수반 둘과 컴퓨터서클 출신 특수반인 나. 문과생이었던 셋은 이렇게 나란히 배재대의 장학금의 수여자로 추천되었다. 선생님께서 추천 이유를 전체 고3중에서 단 세 명만이 배재대가 요구하는 장학금 수여 기준에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창의적있고 그러면서도 경쟁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라는 것이 바로 그 기준이라고 하는 말씀도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클 활동을 한 사람들중에서 특수반에 있는 세명이 선발 되었다는 것이다.
수여식이 있는 시간이 오후였기 때문에 우리는 오후 자습을 빠지고 배재대로 향했다. 배재대 21세기관, 세시. 대전지역의 거의 30개 가까이 되는 학교와 대전 밖의 몇 개 학교에서 모인 백여명의 고등학생들. 그 모두는 한 분기의 수업료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그 학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때.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경쟁자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단상에 올라가 배재대 총장에게서 장학금을 받는 그 모든 사람들이 내게는 가장 무서운 경쟁자라는 것을. 나는 성적에 너무나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무너질 것 같은 탑을 쌓고 있다고 내 자신을 평가했기 때문일까. 나와 같이 있는 그들은 너무나 완벽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하지만 바닥에서 치고 올라와 그 자리에 선 기쁨도 컸다. 그 모든 기분이 하나로 뭉쳐서 혼란스러웠다. 장학금을 받고 배재대 캠퍼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을때도, 그 후에 학교측이 제공한 저녁을 먹을때도 나는 그 혼란스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오늘 장학금 받았어-”
“그래? 축하해-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어. 근데 오늘 기분 썩 좋지는 않아. 기분 좋기두 하구 나쁘기두 하구. 혼란스러워 죽겠 어. 그러니까 요즘 너무 공부 안해서 또 떨어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상 받아서 좋은건 당연한거고.”
불안해하던 마음 속에는 5월 내내 공부를 등한시한 그런 사실도 있었던 것을 그녀에게 말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5월 14일에 있던 축제 행사 중에서 컴퓨터서클 행사를 지휘해야 했기 때문에 수업도 많이 빠져야 했고, 자습도 거의 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그 여파로 축제 후에는 며칠 아프기까지 했으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괜찮아- 다른 애들도 공부 안했을 거야. 어차피 5월달은 공부 별로 안하니까.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하면 되지.”
그녀는 그저 흘려가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좋을 수 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신경써 준다는 행복감이 온 몸을 지배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편지 보냈는데 언제쯤 도착하려나- 사진도 넣었어. 절대 기대하지는 말고. 정말 보고 연락끊지는 않을거지?”
그 순간 가슴은 두근거렸다. 편지를 보낸다고 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보낼줄은 생각도 못했다. 과연 어떤 얼굴일 것인가. 다시 머리 속에서 그녀의 얼굴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응. 당연하지. 오늘 집에 가면 있으려나- 이따가 여섯시쯤 채팅 들어올 수 있어?”
“어. 그때쯤 들어갈게-”
버스는 거의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퇴근시간과 겹쳤기 때문인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의 한시간. 너무나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버스는 내가 내릴 곳에서 나를 내려주고 떠났다.
편지가 와 있었다. 노란색 봉투, 그리고 170원짜리 우표. 집에 들어서자 마자 봉투를 뜯고 그녀의 사진을 찾았다. 편지 속에 끼어져 있는 자그마한 증명사진. 나는 그 사진을 보고 정말 놀랐다. 호빵같이 동그랗고 살찐듯한 얼굴에 바가지머리. 거기다가 멍한 표정. 얼굴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좀 심했다, 싶었다.
꼭 연락 한다고 했는데 연락하지 말아버릴까. 그렇게 되면 나도 남들과 똑같이 된다. 얼굴은 상관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럼 계속 연락해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충격적이다. 사진을 들고 그걸 보면서 잠깐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느낀 것은 ‘나도 남과 다를바 없다’ 였다. 나 자신은 그렇게 아니라고 부정했는데도 남들과 똑같이 그렇게 얼굴과 외모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정하기 싫은, 그렇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싫어졌다. 며칠 안되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단 사진 한 장에 없어져 버리려는 그런 위기감. 말로는 얼굴은 상관없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거부하고 있는 나 자신의 이중성. 차라리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없었으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마음만으로 통하는 그런 사랑을 하기엔 너무 어렸던 것인가.
그녀와 채팅을 하자고 한 것도 그 순간 잊고 있었다. 단지 아무생각도 안하고 그저 내 생각에만 열중했었던 것이다. 그 때, 그녀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지금 세이클럽 들어왔는데, 아직 집에 도착 안했나?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은 문자 하나였지만, 그 순간 멍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그렇게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에도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했다. 그녀는 내 말을 믿고 있었을 것이다. 절대 연락 끊지 않겠다는 말을.
사진을 보기 전까지 확실히 그녀가 좋았다. 그 감정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온 머리를 지배해 나갔다. 내가 한 말을 지킬 거라고. 그리고 단순히 사진 한 장에 그녀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나는 컴퓨터를 켜고 세이클럽에 접속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다가 얼른 끊고서 나를 맞아 주었다.
“편지 왔더라? 사진도 봤고.”
“그래? 연락 안끊어?”
그녀는 사진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냈다.
“얼굴이 무슨 상관이야- 못생기지도 않았더구만. 아직 편지 자세하게는 못 봤는데. 조금만 시간 줘- 편지 좀 읽어볼게.”
“어.”
그리고 편지를 읽어나갔다. 그녀와 채팅한 후 가장 많이 신경썼던 문제였던 그녀의 남자관계에 대한 해명아닌 해명도 있었고, 동아리 생활이나 집안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따뜻함이 묻어져 나오는 편지였다. 세 장 중에 마지막 장은 그녀의 프로필이었다. 그녀에 대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행복감에 온 몸이 젖어들어갔다. 내가 만약 사진을 보고 그녀에 대해 정말 나쁜 생각을 가졌더라면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편지 다 읽었어. 먼저 편지 보내줘서 고맙구- 답장 꼭 쓸게.”
“어. 답장 보내주면 고맙지.”
한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기 바로 전에 내가 말을 꺼냈다.
“우리 사귀자. 얼마 알지는 못하지만 난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모르는 부분은 사귀면서 알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 해볼게.”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처음이란다. 채팅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일주일 이상 연락하는 것도, 사귀는 것도. 만약 사귀게 된다면 나는 그녀의 첫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참동안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 후에 그녀가 대답했다.
“생각해볼게.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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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8.0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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