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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풋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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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소라 

빅풋 - 02

정민은 지금 체육관으로 가고 있었다. 지금에 상태로는 담임 선생님 댁에 도저히

갈 수 가 없어서 전화를 드려 급한 사정이 생겼다고 둘러대고 양해를 구했다.

담임께선 적잖이 서운해 하면서 난처한 기색을 보이셨다. 아마도 말로는 별 준비

를 안 한다고는 하셨지만 사모님께 부탁해 특별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어지간하면 약속대로 가볼까도 했지만 지금 정민에겐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

았다. 대신 평소대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싶었다.

정민은 아주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였다. 처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태권도

도장에 갔을 때 정민은 5살 이었다. 다른 집 아이들 같았으면 이제막 유치원이나

영재교육 이다 뭐다 해서 난리를 칠 나이였지만, 아버지께선 그런것 보다도 남자

는 강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계셨고, 그에 따라 무엇보다도 태권도를 먼저 배

우게 하셨다.

정민은 나름대로 욕심이 생겨 그럴 일이야 없지만 나중에 태권도 사범을 할 수 있

는 공인 4단 까지 올랐고, 이후로는 여러가지 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어 검도와 합

기도를 배워 보기도 했고 지금은 킥복싱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운동이라는 것이

꼭 체력단련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여러가

지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답답할 때는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흠씬 흘림으로써 스트레

스도 풀고, 정신을 맑게 하기엔 더 이상 좋은게 없었다.

따지고 보면 정민이 방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

서 정신수양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민이 체육관에 들어 섰을 때 8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체육관엔 코치님 말

고도 대여섯 명의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 줄넘기를 하거나, 샌

드백을 치거나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코치님은 정민이 들어서자 웃으면 눈

인사를 보내며 한 사람이 연신 주먹을 날리고 있는 샌드백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

정민은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바로 갱의실로 들어가 트렁크를 입고 나왔다.

정민이 나오자 코치는 바로 정민에게 다가와 줄넘기를 건네 주었다.

“뭐 안 좋은 일이 있었니? 얼굴이 평소답지 않게 어두워 보인다”

“아 … 아니요 … 일은 무슨 일이요”

정민은 뜨끔했다. 정민이 이 킥복싱 체육관에 나오기 시작한건 올 초 부터였다.

방황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킥복싱을 배워보려 했고, 자신의 불행을

생색내고 싶지 않아 일부러라도 항상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왔기 때문에 코치

가 그렇게 말을 하는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정민은 혹시나 진영 어머니와의 일이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알려져 버린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코치가 인사를

대신해 정민에게 던진 말에 무척 당황했고 신경이 쓰였다.

정민은 얼른 줄넘기를 받아 들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정민을 바라보면서 코치

는 뭔일이 있긴 있나 보다 생각했지만 그걸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도 어떻게 하면 정민을 꼬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민이 처음 체육관에

왔을 때 코치는 사실 마땅치 않아 했었다.

얼굴이 곱상한게 남들은 정민을 보고 잘생겼다고 했지만 코치의 눈엔 기집애 처럼

보였고, 체격이 단단하고 다부지긴 했지만 키도 크고 해서 킥복싱을 하기엔 몸이

너무 무겁고 가르치려면 꽤나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코치에 선입견 이었을 뿐, 정민은 전에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던 탓에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어 남들보다 훨씬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기본적인 체력이야 이미 훌륭한 상태였고 큰 키와 단단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가

엄청났다. 더욱이 발차기 기술은 더 이상 따로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상태였고 단지 굳이 흠이라면 실전경험이 전무하다는 거였다.

그런 정민을 코치는 내심 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전에도 몇번 선수를 해보지 않겠

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정민은 전혀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자신은 다른 꿈이 있어 싫다고 하였다. 코치는 그런 정민에 뜻이 너무도 완강해서

포기하려 했지만 도저히 포기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재목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

고 꾸준히 정민에 마음을 돌리려고 내심 맘 먹고 있었다.

정민은 미친 듯이 줄넘기를 했다. 비오듯이 땀을 쏟아 바닥에 땀방울이 떨어질 때

까지 줄넘기를 한 정민은 곧바로 샌드백을 차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시간 동안 운

동에만 전념 했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정민은 아까 보다는 훨씬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이

제 차분한 마음으로 진영 어머니와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원래 이렇지 않아’ 라고 말한 진영 어머니의 말이 무슨 의미일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섹스를 하게 된 동기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섹스중의 어떤

테크닉을 말하는 건지 정민은 쉽게 판단 할 수 없었다.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섹

스를 하게 된 동기를 말하는 걸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그렇다면 아주머니

가 정민을 사랑하는 건지? 무엇 때문에 행복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한 가

정에 주부가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 밖에 안된 애송이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는

지? 혹시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는 건지? 정민의 머리 속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의문이 뒤엉켜 가고 있었다.

정민은 양변호사님에게 전화를 걸어봐야 겠다고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정민은 일

부러 집에 전화를 두지 않았다. 가끔 양변호사님과 전화통화를 하는 일 이외에는

전화를 쓸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정민의 원룸이 주택가 중심에 있었으므로

공중전화를 쓰려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했지만 정민은 그다지 귀찮게 생각하지 않

았다.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 마신 후 양변호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밤늦게 전화드려 죄송하지만 양변호사님 지금 댁에 계신가요”

“아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뜻밖에도 젊은 여자가 전화를 받아 정민은 전화를 잘못한게 아닌가 일순 당황했지

만 이내 침착하게 물어보았다. 정민은 변호사님에게 진영 어머니가 자신의 처지를

얼마나 알려주었는지 물어 볼 참이다. 혹시나 진영 어머니가 자기의 재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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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양변호사님 저 정민입니다”

“어! 정민군, 안그래도 한번 연락했으면 하던 참이었는데…”

“네? 아예 … 늦은 시간에 이렇게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괜찮아, 그래 내 할말은 좀 있다 하기로 하구, 무슨 일인가?”

“아예 … 저 … 궁금한게 있어서요”

“궁금한거라 … 어서 말해보게”

“네 … 전에 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해주셨죠?”

“음, 그래 왜 뭐 문제라도 생겼나?”

“아뇨 … 그런건 아니구 … 혹시 진영 어머니에게 절 어떻게 소개했는지 궁금해서

요 … 부모님 사고 말고도 더 말씀 하신게 있나 해서요”

“갑자기 그런건 왜 묻지? 혹시 그 집에서 자네를 마땅치 않게라도 생각하던가?”

“아 … 아뇨,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 그냥 궁금해서요”

“글쎄~ 진영 엄마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네, 진영 아빠가 내 친한 학교 후배인데

전부터 가정교사를 생각하길래 자네를 추천한 것 뿐일세, 부모님을 사고로 잃어서

형편이 넉넉치 못하다는 것 이외에는 학교성적이 우수하고, 성격이 좋다는 정도만

이야기 했지 … 그 친군 내 추천도 있었지만 자네 학교에서 계속 전교 1등을 했다

는 것과 비용이 비싸지 않다는 것에 만족해 흔쾌히 승락 한건데 …”

“아 … 그렇습니까 … 잘 알았습니다”

“그래 … 뭐 문제가 있으면 이야길 하게 내가 그 친구와 이야기 할 테니”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그 집에서 워낙 저를 잘 봐주셔

서요 … 참 제게 하실 말씀이 뭐죠?”

“어 그거 … 자네 낼 모레 방학 아닌가?”

“예, 맞습니다 … 토요일부터 방학입니다”

“방학 때 어쩔 생각인지 궁금해서”

“네?”

“지난 겨울방학 땐 여의치 않았지만 이번엔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아~ 예~ … 그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럴 텐가? 그러게 그럼 … 몸은 건강하지?”

“네 몸이야 항상 건강하죠 …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어 그래 자내두 몸 조심하구”

“네”

정민은 통화가 끝나고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이였고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진영 어머니가 재산 같은 걸 노리고 의도적으

로 그런게 아니라 마음이 놓였지만 그렇다고 정말 자신에 대해 순수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받아들일 그런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민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정을 버릴 당시를 생각해 보았다.


지난 겨울이었다. 방황하던 때 정민은 매일같이 강남의 나이트를 출근하다시피 했

는데 두세번 정도만 가더라도 VIP 대접을 받았다. 이유야 번번히 혼자 와서 특이

해 보이는 것도 있고 무엇 보다도 올 때 마다 양주만 서너병 씩 마시고 가니 웨이

터 들은 완전히 봉으로 생각하고 깍뜻이 정민을 모셨다.

그날은 어느 호텔 나이트에 모처럼 만에 같을 때였다. 이미 들어갈 때부터 술을

마셨기 때문에 정민은 적당히 술기운이 올라 있는 상태였고 현관에 서있던 웨이터

중에 한명이 반색을 하며 팔짱을 끼고 좌석을 안내했다. 웨이터는 그동안 왜 뜸하

셨었냐고 하면서 기집애 처럼 갖은 애교를 다 떨었고, 그꼴이 눈에 거슬린 정민은

늘 그랬듯이 양주나 한병 가져오라고 했다.

웨이터는 이 참에 정민을 확실한 단골로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안주는 서비스

로 주겠다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곤 사라졌다. 잠시 후 양주와 과일안주를 보

조 웨이터가 가져와 세팅을 했고, 잠시 후 웨이터가 다시 나타나 술잔을 따라주며

정민에게 작업을 시작했다.

“형님 요즘 여기 물이 꽤 괜찮아 졌는데 이번엔 빼지 마시고 부킹 한번 하시죠?”

정민은 말없이 술만 들이켰고 웨이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그러면서 정민에 답을 기다리는 듯 정민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여기 골빈 기집애 들이 많아 형님 정도면 전부 치마 까고 덤빌텐데요. 기분

도 울쩍해 보이시는데 골빈년 하나 잡아 회포나 푸시죠?”

정민은 웨이터의 저속한 표현들이 신경에 거슬려 웨이터를 한번 노려 보았다. 정

민의 눈매가 매서워 그러한 정민의 눈을 보자 웨이터는 찔끔하고 움추러 들었다.

“형님 그럼 일단 한잔하시고 생각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웨이터는 자기가 실수했나 보다 생각되자 얼른 꽁무니를 뺐다. 웨이터는 대기룸에

들어가 담배를 피면서 연신 정민을 욕해댔다.

“씨발 대갈빡에 피도 안 마른 세끼가 부모 잘만나 지랄하는 주제에 팅기기는…”

웨이터가 정민을 부킹 시키려는 건 꼭 정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여자손님도 있었으므로 정민 정도의 킹카를 부킹 시켜주면 점수를 많이 딸

수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해서 부킹 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번번히 정민은 대꾸

도 안했고 그렇다고 다른 손님들 처럼 막무가내로 잡아 끌어다 좌석에 앉히기에는

분위가 영 아니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답답한 심정이었다.

정민은 아픔 맘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냥 취하기

위해서 아니 자신을 철저히 망가뜨리기 위해서 무작정 술을 마셨다. 그렇게 해서

자기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러고 싶었기 때

문에 습관처럼 그렇게 했다. 이미 한병을 비우고 두병째 병도 반 이상 비웠을 때

웨이터가 다시 정민을 찾아 왔다.

“형님 … 제 사정 한번만 봐주십쇼”

“…”

정민은 귀찮은 듯 눈길조차 웨이터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제 단골 손님이 꼭 좀 형님과 부킹 시켜달라고 성화 싶니다. 그분 지금 여자친구

하나랑 같이 왔는데, 저희 업소에선 가장 킹카 입니다. 그분 여자 친구도 무지 잘

빠졌구요. 그분도 형님처럼 원래 부킹 같은거 안 하시는데 오늘 특별히 제게 부탁

을 하네요. 형님 저 좀 봐주십쇼. 저 저 단골 놓치면 한달 수입에 반이 줄어 듭니

다. 예 형님 …”

웨이터는 어지간히 다급 했는지 인상을 오만상 찌푸리며 싹싹 빌다시피 했다.

정민은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술을 한잔 더 들이키고 빈잔에 술을 직접 따른 후

술병을 탁자에 내려치듯 세차게 내려 놓았다. 웨이터는 기겁을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완전히 얼어 버렸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지가 정말 잘 나가는 킹카면 직접 와서 이야기 하라고 해”

“아 … 알았습니다 형님 … 그럼 승낙하신 걸로 알고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웨이터는 십년 감수 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 내리며 허겁지겁 사라졌다. 아마도 내

심 정민이 직접 자리를 옮기는게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엄두도 못내고 그

저 애매모호한 답을 마치 승낙한 것처럼 몰아 부치면서 나름대로 다행이다 싶었을

것이다. 잠시 후 웨이터는 한 여자를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형님 저희 업소에 오시는 손님 중에 최고의 미인이십니다. 정말 두분 잘 어울리

싶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되시고 불편 한게 있으시면 언제든 찾아 주십쇼”

웨이터는 지 할 말만 냅다 말하고 혹시나 정민이 딴소리 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얼

른 사라져 버렸다.

“앉아도 되죠”

정민은 말없이 탁자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

라 보았다. 하얀 나시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신부 화장한 것 처럼 단정하게 올린

그녀는 웨이터 말대로 정말 굉장한 킹카였다.

잘록한 허리에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 새 다리 처럼 가늘고 긴 다리는 진짜 남

자라면 누구나 침을 질질 흘릴 정도였다. 더욱이 일부러 선텐을 했는지 까무잡잡

하게 그을린 피부는 하얀 원피스와 대비되 섹시하게 보였고, 머리 스타일 때문인

지 헤퍼 보이거나 막되 보이지 않는 도도함 마저 갖추고 있었다.

“앉아”

정민에 반말이 다소 거슬렸는지 그녀는 잠시 찡긋 했지만 정민의 바로 맞은 편 자

리에 털썩 앉았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마자 정민의 앞에 있던 담배를 피워 물었

고 길게 담배 연기를 천정으로 뿜어대며 다리를 꼬았다.

“현애라고 해요. 그쪽은요?”

“정민”

“말 무지 짧게 하네 … 이런 대우 처음인걸”

“색다른게 좋지 않나?”

“후후, 글쎄 … 뭐 그렇게 기분 나쁜 건 아니야”

“촌스럽게 반말을 트집 잡다니”

정민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술을 한잔 비웠다. 빈잔을 그녀에게 건네주면 술을 가

득 따라 주었다.

현애는 잔을 받으면서 내심 한방 먹었다는 생각에 약이 올랐다.

“난 언더락이 좋은데”

“술 먹는 것도 촌스럽군”

그녀가 황당해 하며 정민을 바라보자 정민은 양주를 아예 병째 들이켰다. 병이 다

비워지자 다시 한병을 추가했고 웨이터가 가져오기 무섭게 다시 병을 들고 한모금

마신 뒤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객기야? 아님 원래 그래?”

정민은 말없이 눈도 안 마주친 채 피식 웃고 말았다.

현애는 점점 더 약이 올라 얼굴마저 빨갛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현애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웨이터를 불러 친구를 이쪽으로 불러 달라고 하면서 아

예 자신의 자리를 이쪽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예의 라는 것 하곤 별로 안 친한가 보지?”

“친하고 싶을 때만 친해 … 필요에 따라 쓸 만한 녀석이라서”

“꽤나 이 바닥에서 굴렀나 보지”

“아직 굴러 본 적 없어”

현애는 이제 독이 오를 지경이었다. 한마디도 안지고 대꾸하는 정민이 얄미워 죽

을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현애의 친구가 왔다. 현애 친구는 둘 사이에 이상한

기류를 느꼈던지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내 친구 정화야 … 이 농촌총각 정민이래”

“친구는 섬마을 출신이 아닌가 보군”

정화는 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리둥절 해 하며 현애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러

면서 연신 둘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런 식으로 둘은 한시간 가까이을 옥신각신 했고, 정화는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

으면서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었다. 현애는 열 받은 탓에 술을 많이 먹어서 인지

점점 취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정민이야 원래 술에 취할 생각이었지만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해서인지 많은 양을 먹었음에도 그다지 취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야 너 고삐리지 민증까봐”

정민은 이내 알아 버렸구나 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눈치는 백단이네 … 굶어 죽진 않겠다”

정민이 순순히 그렇다는 걸 인정하자 오히려 현애와 정화는 여태 먹은 술이 확 깨

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현애는 정민이 한마디도 안지고 말 대꾸 하는게 얄

미워 수세에 몰리다 보니 할말이 없어 내뱉은 말이었지 정민이 고등학생 이라는건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일이다.

언뜻 보았을 때 자기보단 조금 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한두살 차이

일거라 생각했을 뿐인데 고삐리라니 …

정민은 먼저 자리를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호텔 로비까지 와서 생각해보니 계산

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돌아가려다 다시 생각해보니, 계산이 안됐다면 나이트 현관

부터 나올 수 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된건지 이상했다.

마침 현애와 정화가 계단을 올라와 정민 쪽으로 급히 다가왔다.

“야 술값 내가 냈는데 뭐해 줄거야?”

현애가 정민을 보자 다짜고짜 하는 말이다.

“고삐리 너 이런 식으로 누나들 등쳐먹는 선수 아냐?”

이젠 정화까지 가세했다.

정민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뭐든 다해줄게 뭘 바래?”

“그래? 너 후회 안 하겠어?”

“후후 …”

현애는 웃음으로 대신하는 정민을 한참 쏘아 보더니 정화를 잡아 끌어 정민에게서

조금 떨어져 둘이 서로 귓속말로 연신 뭐라 이야기 했다. 한참을 그렇게 뭐라 떠

들더니 둘이 의견에 일치를 본 듯 다시 정민에게 다가왔다.

“야 누나들이 술 취해서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

자”

“픽 … 별거 없으면서 멀쩡한 시간 죽이기는”

정민은 돌아서 호텔을 나오려고 했다. 그런 정민을 현애가 돌려 세우며 말했다.

“야 어딜가?”

“낼 이야기 하자며? 그럼 낼 보면 되잖아”

“야 누나들이 바본 줄 아냐? 그런 식으로 도망가게”

“도망은 무슨 지들이 낼 이야기 하자고 해놓구선 … 그럼 어떡하라구?”

“몰라 물어 같이 자야지”

정민은 갑자기 띵했다. 여자 잎에서 같이 자자는 소리가 저렇게 쉽게 나오리라곤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셋이 같이 자자는 거니까 정말 잠만 자는 걸 의미하

는 거겠지만 … 아뭏튼 꽤 당황스러웠다.

“어서 잘건데?”

“너 확실히 고삐리라 좀 모자라는 구나? 호텔에서 안에서 어서 자냐구 묻게 …”

정민은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곧바로 프런트로 가서 방을 두개 달라고 했다. 근데

어느새 왔는지 정화가 두개는 필요 없고 3인실로 달라고 했다. 프런트 직원은 지

금 3인실은 없다고 하면서 두개로 나눠 쓰라고 했지만 정화와 현애는 막무가내 였

고, 그런 둘 한테 질렸는지 호텔직원은 큰 침대가 두개 있는 방을 줄 테니 알아서

자라고 했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현애와 정화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히히덕 거

리며 뭐라 조잘대고 있었다.

객실에 들어와 보니 직원에 말대로 큰 침대가 두개 있었다. 정민은 자신이 바닥에

서 자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중에 정화가 자기네가 창쪽 침대에서 잘 테니 정민이

보구 안쪽 침대에서 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둘은 서슴없이 겉옷을 벗었고 팬티와 브레지어만 한채 욕실로 둘이 같이

들어가 버렸다. 정민은 두여자가 나올 때 까지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다. 얼마 후

두 여자는 나란히 타올을 몸에 두른채 나왔다.

정민은 그 순간 하마터면 잎이 딱 벌어질 뻔 했다. 나이트에 있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머리는 젖은 채 타올을 두르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환상이었다. 정민은

그런 둘에게 유혹이라도 된 듯 불끈해져 있었다.

정민은 그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겉옷을 벗고 팬티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욕

실로 들어서자 정민은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에게 기죽는게 싫어 여

태껏 해온 말투나 행동이 다소 후회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샤워를 하려고 팬티를 벗어 걸어 놓으려 하다가 정민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정민이 팬티를 걸어 놓으려고 한 자리에 현애와 정화 것으로 보이는 팬티와 브레

지어가 두개씩 걸려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하여간 못 말리는 여자들이라고 생

각했고 샤워를 대충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현애와 정화는 미니빠에서 땅콩을 꺼내 먹으며 침대에 앉아 유료영화를 보고 있었

고, 그런 둘을 신경 안쓰고 정민은 자려고 했다.

유료영화는 제법 야한 영화였다. 정민은 자꾸만 신경이 쓰여 잠이 쉽게 오질 않아

뒤척거리고 있었다.

“고삐리 우리 생각해 봤는데 … 너 누나들 한테 한번 줘라”

정민은 일순 망치로 얻어 맞는 기분이었다. 현애가 말한 준다는게 뭘 뜻하는 지

정민도 충분히 알았기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둘 다 달라는 건 아니구 네가 원하는 한명 한 테만”

정화는 안심하라는 투였지만 정민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자는 척 하지말구 빨리 골라 … 안 그러면 둘이서 밤새 괴롭힌다”

정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정민은 한 참을 고민하다. 그래 어차피 망가지

기로 한거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동정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

그 말에 현애와 정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둘은 눈으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정화는 이불을 푹 덮어 쓰고 누웠고 현애가 TV를 끄면서 정민

의 침대로 올라왔다.

“난 동정이니 가지고 싶은 만큼 스스로 가져가”

그러면서 정민은 덮고 있던 이불을 제치면서 반듯하게 누웠다.

현애는 그런 정민에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어느새 현애는 정민에 입술에 키스를 했고 정민은 현애가 살며시 입안으로 들이미

는 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현애의 혀는 무지 달콤했다. 너무 달콤해 정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혀를

빨고 있었다. 현애는 몸에 두르고 있던 타올 을 풀어 침대 밑으로 떨궜고, 이미

예상 했듯이 눈부신 나신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현애의 가슴은 정말 앙증 맞았다. 그녀의 유방끝에 달린 작은 유실은 아직 제대로

영근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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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 2022.12.1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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