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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욕망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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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소라 

소외된 욕망 2부

제 2 부 : 소외된 욕망


민호가 눈을 떴다. 병원 침실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역광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긴 머리였다. 그림자 때문에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옷차림새가 간호원은 아니었다.


돌아서는 그녀의 옆 모습에서 그날 현장에서 당하던 여자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팔을 들려고 했으나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그대로 잠에 취해들었다.


민호는 병원에서 두 주간을 머물렀다. 옆구리의 상처가 의외로 깊어서 내장까지도 상했다. 장시간의 수술 끝에 다행히도 큰 무리 없이 회복될 수 있었다. 워낙 강인한 체질에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쉽게 회복될 수 있었다. 가끔 병실에 들리는 동료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날 강간범들은 모두 체포되었고, 피해 여성은 3일동안 민호가 지금 있는 같은 병원에서 치료와 요양을 받고는 지난 주 퇴원했다고 했다. 아울러 팀장이 심기가 안 좋다는 것까지 전해 들었다. 거의 다 잡은 연쇄살인범을 불량학생들 검거로 대치해야 했으니... 그 노란차에는 지난 두 주동안 아무도 접근을 안 했다고 했다. 그 차는 그날 경찰이 발견하기 약 30분전에 거기에 주차되었다는 목격자의 이야기를 통해 범인이 거기에 다시 나타날 확률이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경찰차가 웽웽 거리며 오락가락 했던 현장에 다시 나타날 범인은 없었을 것이다.


차안은 깨끗했다.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질 않았다.


민호는 수사실 자기 책상에서 그날 있었던 집단 강간사건의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페이지에 피해자의 신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름 최나영, 나이 22세 학생.... 그리고 첨부되어 있는 주민등록증 복사본에서 희미한 사진을 보았다. 그녀였다. 잠시 마취에서 깨어나 눈을 뜬 병실에서 역광 속에 어렴풋이 본 얼굴....


민호는 연락처를 찾았다. 전화번호가 있었다. X34-5401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전화기로 갔다.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갔다. 한참을 기다렸다. 응답이 없었다. 다시 얼마간을 더 기다리다가는 수화기를 올려놓았다. 다시 구내 번호를 돌렸다.


"아이.. 잠깐만요.... 전화 좀... 예! 기록실 장은주입니다." 수화기에서 간들어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장... 나 한형산데..."


"어머... 한형사님... 괜찮으세요? 얘기 다 들었어요." 미스장이 약간 호들갑스럽게 말을 걸었다.


한 형사는 미혼으로 수사국내에서 단연 여직원들의 데이트 후보 인기 일위였다. 물론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일등 신랑감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수려한 용모, 건강한 신체, 깨끗한 매너 등등...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는 나이가 차기 전까지는 신랑감 보다는 데이트 후보가 더 중요한 관심사라 하니...


"그래 많이 나았어... 그런데 이 보고서 말이야, 4-735"


"아...예... 제가 만들었어요.... 한 형사님이 검거하신 거잖아요... 너무 멋있었을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로 미스장은 여전히 주책을 떨었다.


"그런데 이 피해자말이야.... 미스장, 전화번호 확인 했나?"


"그럼요... 제가 어제도 전화해서 피해자한테 몇 가지 물어 봤는데요... 왜 그러세요?"


"아니야... 됐어... 그럼 수고" 하고 민호는 전화를 끊었다.


한민호는 담배 한대를 빼어 물었다. 의자를 뒤로 빼며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렸다. 왠지 모르지만 자신이 꼭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한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미스장의 앉은 자세가 약간 이상했다. 엉덩이를 의자의 앞부분에 걸치고 몸이 의자에 푹 파묻친 상태였다. 그녀의 스커트는 끝까지 말아 올려져서 아랫배에 접혀 있었고 그녀의 두 다리는 약간 들려서 의자 앞에 털썩 앉아 있는 한남자의 어깨에 올려져 있었다.


기록실은 수사국내에서 가장 작은 사무실이었다. 기록 담당 여직원 24세의 장은주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서 사무실에 딸린 자료보관실의 자료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파마머리의 색기가 넘치는 눈을 가진 그리 밉지 않은 얼굴의 날씬한 아가씨였다. 소문에 이 남자 저 남자 수사국내의 바람둥이들과는 모두 관계가 있다고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알려져 있다.


"누구? 한형사? ... 너 한형사 전화 받는 목소리가 너무 간들어진다..."


의자 밑에서 그녀의 보지를 입으로 애무하고 있던 대머리의 수사2팀장이 비양거리는 투로 말을 했다.


"아이 팀장님도... 별걸 다 신경쓰세요..." 그의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스장이 간드러지게 말했다. "멋있잖아요... 남자답고..."


"얘 봐라... 점점... 너 한형사하고도...?" 끝을 흐리며 2팀장이 물었다. 그는 그녀의 보지에서 입을 떼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질구를 살살 쑤시면서 한 손을 올려 그녀의 브라우스의 단추들을 하나 하나 열었다.


"아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하면서 마지막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렇게만 되면 오죽 좋겠어요....'


그의 혀가 다시 자신의 클리스토리를 건드리고 한 손이 브라자 밑으로 자신의 오똑 솟은 유두를 애무하자 그녀의 머리채가 의자 뒤로 넘어갔다.


"아.....잉.....아....아..." 꺽여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났다.


미스장은 자신의 브라자 앞 후크를 열고 두 손으로 자신의 젖무덤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려 젖꼭지가 위로 얼굴 가까이 솟게 했다. 자신의 붉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오른쪽 젖꼭지를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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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앉아서 그녀의 보지를 핥던 팀장이 그녀 앞에 일어섰다. 그의 바지 앞섬이 불끈 솟아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양쪽에서 잡아 바로 앉혔다. 그녀가 그의 혁대를 잡아 끌렀다. 지퍼를 내리고 팬티 안에서 그의 한껏 발기된 자지를 꺼냈다. 자신의 붉은 입술을 그의 귀두로 가져가 입술로 살짝 물었다. 한손으로 그의 자지뿌리와 불알 위를 살짝 거머쥐고 살살 주무르며 한 손으로는 그이 자지기둥뿌리를 천천히 펌프질 했다.


"으...흐... 흠...." 자지에서 밀려오는 쾌감에 팀장이 낮은 신음을 했다.


그녀는 펌푸질하는 손이 뿌리쪽으로 내려가면 자지를 입에서 빼내고 다시 위쪽으로 올라오면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귀두 민감한 부분이 그녀의 입술을 스치며 강한 쾌감을 동반했다.


"우...우... 훌륭해... 미스장 오날이 최고야..."


그녀의 오날을 충분히 음미하던 팀장이 그녀를 의자에서 번쩍 안아 들었다. 옷매무새가 이리저리 벌어진 그녀의 몸이 공중에 들렸다. 그녀가 팀장의 모가지를 안으며 양발을 뒤로 모아 팀장의 허리에 둘렀다. 코알라가 어미가슴에 매달리듯 그녀는 벗은 하체를 들어낸 채 팀장의 몸에 매달렸다. 팀장이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겨 그녀의 무게를 지탱하며 한 손을 그녀의 하얀 엉덩이 밑으로 내려 자신의 자지를 잡고는 그녀의 보지입구에 대었다. 귀두가 살짝 그녀의 보지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힘을 받치며 자신의 엉덩이를 앞으로, 위로 밀어 부쳤다.


"옴...마....아.....아"


그의 자지가 그녀의 보지안으로 힘차게 밀려들어오자 그의 목에 매달려있는 미스장의 입에서 엄살 섞인 소리가 났다. 그녀는 상하로 자신의 몸을 팀장의 푸쉬에 맞추어 흔들었다. 팀장의 자지가 천천히 그녀의 보지속을 들락 날락 거렸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 있는 전신 거울에 그들의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팀장이 거울 쪽으로 몸을 돌리자 거울에 그녀의 엉덩이 밑으로 자신의 자지가 보지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흘리는 음수에 젖어 시커먼 좇기둥이 윤기가 났다.


"아....윽.....아....하"


"허....억.....으....헉"


둘은 서로 박자를 맞추어가며 서로의 자지와 보지를 강하게 마찰치키고 비벼댔다.


"질컥...질컥..."


팀장은 그녀를 맨 바닥에 뉘였다. 그대로 자신의 상체를 그녀의 몸 위에 실은 채 엉덩이의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 그녀의 양 다리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그녀의 보지에서 음수가 자지기둥을 타고 흘렀다. 팀장은 무릎을 바닥에서 뗀 채 발끝으로 만 버티고는 더욱 강하게 피스톤 운동을 했다.


"아....학.....아...아.... 팀장님 저...저... 와요" 그녀가 오르가즘을 느끼며 더욱 팀장의 목을 세게 끌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질구가 강하게 수축하는 것을 느꼈다.


"아...하...악..... 오....옴마....나....주....죽...어요" 미스정이 무거운 팀장의 몸을 힘겹게 지탱하면서 아래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쾌감에 온 몸을 떨었다.


"어...헉....나....나도.....하....한다" 그의 자지가 그녀의 보지속에서 꿈틀하며 울컥 정액을 토해냈다. 그녀의 보지가 그의 자지를 물었다 놨다하는 것을 느끼며 팀장은 그녀의 보지 깊숙히 자신의 자지를 묻었다.


사무실의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저녁 해의 마지막 열기가 따뜻하게 방안을 채웠다.



퇴근길에 수사국 현관을 나서며 민호는 핸드폰으로 다시 최나영에게 전화를 했다.


초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눈이 부셨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역시 응답이 없었다.


"따르르릉... 찰칵... 여보세요" 벨이 세 번을 울리고 나서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렀다.


"... 저" 막상 민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녀가 최나영인지도 아직 모른다.


"최...나영씨?" 민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전데요..."


"..."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민호는 잠시 주저했다. "저... 한민호 형사입니다..." 하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


"예?.... 아 예... 또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내 이름을 모른다. 그냥 이전처럼 다른 형사한테서 이것 저것 묻기 위해 온 전화인 줄로 아는 것 같았다.


"아... 저... 그때... 제가.. 현장에서 상처입고..." 도무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


"아!... " 반응이 왔다.


"..."


"..." 서로 말이 없었다.


"네... 알겠어요... 그때 그 형사님... 저를 구해주셨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기억하시는 군요...." 민호는 이제 좀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다치셔서 수술까지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아직 병원이세요?


"아닙니다.... 어제 퇴원했습니다. 다 나았어요.... 그나저나 그쪽은 좀...어떠..." 민호가 말을 흐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요?..." 그녀가 잠시 침묵했다. 민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괜한 질문을 했구나... 도대체 내가 어떤 대답을 기대한 것일까? '저 많이 아파요', '아니 괜찮아요' 모두 다 쉬운 대답이 아닐텐데....'


"죄송해요, 형사님. 제가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아...아닙니다... 전... 다만... 걱정이 되어서요..." 민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이 형사 피해자에게 집착이 되는 지 이해가 안되었다.


아무리 어려움에서 구해준 은인이라 하지만 여자로서 가장 치욕적인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사람이다. 정상적인 여자라면 당연히 그에 대하여 꺼리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민호는 생각했다.


"한가지만 물어 볼께요... 그때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제 병실에 오셨었나요?" 민호가 물었다.


"..." 잠시 대답이 없었다. "...예... 퇴원하는 길에 같은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잠시 그때 일을 생각했다. 병원으로 조서를 쓰기 위해 온 형사로부터 그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퇴원하는 길에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의 병실을 간호원에게 물어서 찾아갔다. 그는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침대에서 조용히 자고 있었다.


막상 무언가 인사를 하러 왔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보호자가 없었다, 그저 잠시 평온히 잠든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형사답지 않게 긴 머리에 이지적인 얼굴 모습이 생각났다. 강인하게 보이는 어깨와 가슴이 하얀시트에 반쯤 가려 있었다. 그날 창고 안에서 날렵했던 그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 흐르는 상처를 잡고 자신 앞에서 천천히 쓰러지던 모습도... 그때 그의 눈꺼풀이 깜박했다. 그녀는 무언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얼른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병실을 나왔었다.


"그러셨군요... 그게 좀 궁금했었습니다..." 왜 궁금했는지는 지금 자기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형사님, 그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 나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이제 그만 대화를 종결시키려는 듯이 말을 맺었다.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민호는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저 잠깐... 솔직히 말씀 드릴게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전에 이 비슷한 경우에도 이런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왠지.. 뭐랄까.. '보호'라고나 할까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이 제게서 떠나질...."


민호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에 그녀가 반문을 했다.


"예?... 보호요?.... 아니에요... 이제 전 됐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그의 말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알아듣고 또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했다.


"제가 한번 언제 찾아 뵈도 되겠습니까?" 민호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예?..."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러실 필요까지 없는데... 별일이 아니시라면 저는 그냥 혼자...."


그녀의 말이 잠시 끊이는 사이를 민호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예, 좀 물어 볼 말도 있고 해서.... 내일 저녁 어떠세요... 제가 여기 있는 주소로 찾아 갈까요? 아님 어디 좋으신 데로 밖에서 뵙던 지요...." 그냥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은 민호는 약간 공무적인 딱딱한 어투로 바꾸어서 말했다.


"...." 대답이 없었다.


"그럼 내일 저녁 7시에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민호가 쇄기를 박았다.


"....저..." 그녀의 아직도 주저하는 마음을 읽은 민호가 다시 말을 했다.


"제 핸드폰 번호는 001-x123-1234입니다. 적어 놓지 않아도 외우기 좋지요. 저희들은 대개 이런 번호를 써요... 아무튼 그때 뵙겠습니다. 그럼" 하며 민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만일 정히 그녀가 원치 않는다면 다시 전화가 올 것이다.


민호는 마침 지나가는 빈 택시를 세워 타고 마포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갔다. 거리는 지난 여름의 열기가 한풀 꺽인 초가을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날 5시까지 그녀에게서 전화가 없었다.


그녀의 집 주소는 석촌호수 근처의 아파트로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는 것보다는 일단 밖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민호는 6시 30분쯤에 석촌호수 입구에서 길 건너 그녀의 주소로 되어있는 아파트 동을 보며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그녀의 응답소리를 듣고 바로 민호는 말을 했다.


"아 여보세요, 예 한민호 형삽니다. 저 지금 여기 석촌호수에 와 있는데 이곳으로 나오시죠...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벤치에 있습니다."


"...네...그러지요" 그녀가 순순히 대답을 했다.


가을이 익어가는 석촌호수는 따가운 햇살 속에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호수를 둘러 있는 산책로와 벤치에는 젊은 연인들이 쌍쌍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드높이 푸른하늘,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잔잔한 호수에서 이따금씩 이는 파문을 보며 민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지나온 과거... 중학교 때 자신의 가족에게 닥쳤던 엄청난 시련, 부모의 죽음, 바로 뒤를 이은 누나의 자살, 천애고아, 그래도 공부 잘하던 모범생이었기에 한 마음씨 좋은 경찰아저씨 집에서 공부하며 자라왔던 일, 고등학교 졸업반 때 다가온 또 다른 시련, 경찰아저씨의 건강악화, 가혹한 생활전선, 그렇게 지금의 형사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그 지난 일들...


석촌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생각에 잠겨서 바라보고 있던 그가 바로 옆에 인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돌렸다. 그녀였다. 긴 생머리에 원피스차림으로 약간 웃는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예...뭐 별로..." 그가 다시 말을 더듬었다.


"저 한참 옆에 있었어요.... 깊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그녀는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가 한형사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다. 옆에 다가가도록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다. 가만히 그의 모습을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았다. 우수에 찬 깊고 맑은 눈이 멀리 호수에 고정된 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간편한 캐주얼 차림에 다부진 몸매가 보이지 않았고, 결 좋은 긴 머리에 하얀 갸름한 얼굴에서 형사라는 직업의 선입관과는 전혀 거리가 먼 문학청년이나 시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그러셨어요?" 민호의 대답이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원래 그렇게 말을 더듬으세요?" 그가 손으로 인도한 옆자리에 앉으면서 약간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그 한마디가 한민호의 이상한 긴장감을 한결 누그러트렸다.


"허허... 이상하지요?.. 전혀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영씨 앞에서는 그러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렇습니다' 라고 오해 할 수도 있는 말이었구나 하고 민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그게 바로 소외된 욕망의 표현이지요... 사람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바램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버려져 있다가 갑자기 우연한 경우에 이루어 졌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어떤 특정 장소,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서 그런 반응이 나타난 대요..." 잠시 말을 끊었다가 그녀가 다시 그가 처다 보던 호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혹 가족 중에나 옛날 친구 아님 애인 중에 저와 비슷했던 사람이 있으세요?"


민호는 깜짝 놀랬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자신의 내부를 샅샅이 흩어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그의 누이를 찾았었다. 비슷한 나이에 자살의 길을 선택했던...


"어떻게 그런걸..." 민호가 그녀의 옆얼굴을 보며 경이롭다는 듯이 물었다.


그녀가 호수에서 눈을 떼고 얼굴을 돌려 약간 미소가 배어나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책에서 읽었어요... 저요... 심리학을 전공하거든요.... 한가지만 더요... 내면의 그분이 저와 비슷한 경우를 아님 더 심했을 수도 있구요... 당했었지요? " 그녀가 약간은 불확실하다는 듯이 물었다.


민호는 어이가 없었다. 잠시 말을 잃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수정 같이 맑고 큰 눈에 긴 생머리가 잘 어울렸다. 성 폭력사건의 희생자 답지 않게 안정된 깊은 눈빛이었다. 모든 욕망을 접어놓은 수녀와도 같은 그것이었다.



2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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