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02]
"나"..........[02]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순간, 남편은 어느새 나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기고, 내 몸 위에 올라 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짧은 애무... 내 몸
은 아직 충분히 달아올라 있지 않았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묻지
도 않는다.
"아흑--"
내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나는것과 동시에, 단단해진 남편의 성기가 내 몸
안으로 깊숙히 찔러들어 왔다. 내 몸의 구성원이 아닌 다른 물체가 몸속으
로 파고드는 이질감... 그리고 그러한 이질감속에 내 몸은 팽팽히 긴장되고
그것이 주는 자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음... 아아......."
충분한 애무가 되지 않아서인지 약간 뻑뻑하게 느껴졌던 내 하복부는, 이
제 천천히 흘러내리는 애액으로 젖어 촉촉해져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쾌감의 정도도 점점 진해져 간다.
남편의 입술이 내게 다가와 둘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의 혀가 입안으로 들
어와 구석구석을 오가며 내 입안을 깨끗이 청소하듯 움직인다. 그리고 그
의 억센 양 손이 내 가슴을 마치 터뜨릴 듯 세게 감싸고 몸의 흔들림에 맞
춰 위아래로 흔들어 댔다.
"자기... 야... 좋아."
"응... 나도."
나의 비음섞인 목소리에 그는 그렇게 짧게 답하고는, 피스톤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짙어지는 쾌감이 척수를 타고 전해져 머리카락이 쭈삣 서
는 듯 했다. 하지만... 단지 내 느낌일까? 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는 듯
했다.
"나... 쌀 것 같아."
'벌써...?'
나의 몸은 본능적으로 그런 질문을 보내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막바지를 향한 마지막 스퍼트를 하듯, 땀에 젖
은 몸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모든 움직임이 일시에
멎었다.
"으... 으윽."
그의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과 결합되어 있는 내 아래부분에서 미
약한 경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것에서 뿜어져 나온 무엇인가가 내 몸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어 갔다.
"후우......"
경련이 끝나자,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결합되어 있는 그의 몸을 서서히
떼어냈다. 나는 그의 한숨에 신경쓸 새도 없이, 머리맡에 있는 휴지를 빼어
나의 그곳을 막고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하아......"
샤워기에 손을 가져간 내 입술을 비집고, 그의 것과 같은 한숨소리가 나지
막하게 울려퍼졌다. 그 의미는 전혀 다를 테지만, 아무도 들어줄 사람은 없
다.
- 쏴아아...
알맞게 데워진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위에서부터 봉긋한 가슴을 타고 발끝
까지 천천히 흘러내렸다. 천천히 가는 어깨와 팔 다리, 그리고 가슴을 닦아
나갔다. 아직도, 그의 열기를 담은 손길이 남아있는 듯 하지만, 이미 간단
한 뒷처리를 하고 돌아누워 있을 그에게서 더 이상의 무엇을 바랄수는 없
으리라는 걸 나는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아직 채워지지 못한 그 어떤 것...... 그는 '조루'는 아니다. 이는 충분한 마
음의 의사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은 필연적인 결말......
그곳에 물을 뿌려 천천히 닦아내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민감한 곳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식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어서인지, 이내 반응해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으... 으음......"
이런 일이 처음은 아어서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곳을 부드럽고,
리드미컬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왼손으로 샤워기를 잡고 오른손가
락으로 음핵을 천천히 돌리고 있던 나의 행동은 이어 들려온 그의 목소리
에 산산히 깨어지고 말았다.
"뭐해? 빨리 안자고?"
약간 졸음이 섞인듯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현실로 돌아올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볼수 있었다. 반쯤 풀어헤
쳐진 머리칼로 욕실에 홀로 서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이라니......
"바보같아......"
조용한 욕실 안에서, 나의 중얼거림만이 공허하고 허탈하게 울려퍼졌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지만, 언제나와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시간은 나
도 모르는 새 빠르게 흘러간다. 밥하고, 빨래하고, 간단한 아침 청소를 마
치고 나면 이미 오전 한때는 이미 지나가 있다. 같지만, 다른... 어느 누구
도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주부로서의 임무'를 끝내고 나는 간단한 생활
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대형 할인 점에 들렀다.
사람들 사이를 피해가야 할정도로 몰리는 세일 기간. 궁핍하지는 않지만,
그리 풍족하지도 않은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필요한 물건을 쇼핑 카트에 담아 계산을 치루었다.
양손에 주렁 주렁 매달린 쇼핑백도 무거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치인 몸
은 솜뭉치처럼 축축 늘어졌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 안은 그것조차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
다.
앉을 자리가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버스 손잡이를 잡고 창
가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 보았다. 왠지 모르게 우울한 기분... 형형 색색
의 간판과 상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지만, 왠지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은
듯 모두가 회색빛으로 가라 앉는듯만 하다.
이미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든 가로수들... 그들과 같이,
나도 앙상한 본체만 남아 이렇게 힘겹게 하루 하루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은 아닐까? 소녀시절에 그 많던 꿈과 희망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인가 '나'는 없었다.
오직, 한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사람의 주부라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버린 꼬리표만이 나를 대신하여 그 곳에 자리잡아 있을
뿐......
왠지 그렇게 우울한 하루... 하루가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