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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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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소라 

유리알 유희 2부


2부. 첫 만남.

           

다음 날 초여름 신록이 싱그러운 잔디마당에서 뛰어 노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영문학과 교수 강인철이라는 명판이 붙어있는 남편의 사무실로 갔다.

그곳에는 그녀의 남편인 강교수와 맞은편에 검은색 투피스를 단정하게 입은 여인이 앉아 있었다.

강교수는 서로를 소개시켜 주고는 곧 자리를 떴다.

어쩌면 강의가 있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늘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게 습관이니까 둘만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김은지라는 여인은 그야말로 깍은듯한 미녀였다.

너무나 단정하고 또렷한 선을 그리고 있는 콧날과 턱선이 그리고 꽉 다문 입언저리의 매무새가 더욱 그녀를 범접하기 어려운 여인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피부는 마치 석고로 만든 미녀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목에서 어깨로 흐르는 선이나 드러난 어깨와 종아리 어느 곳 하나 군더더기 라고는 없이 깨끗했다.

매끈하게 드러난 피부는 솜털조차도 보이지 않았고, 하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는 비쳐 보이는 실핏줄로 인해 파르스름하게까지 보였다.

그러한 그녀가 밀납인형처럼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신비롭게까지 느껴져 어지간하다는 최변호사 조차도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김여인으로부터 솔직한 얘기를 듣자면 먼저 분위기를 좀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대개의 경우 자신의 약점을 먼저 보여주면 상대도 곧 따라오게 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고, 그 방법이 실패한 적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변잡사를 이야기하다가 그녀는 과감하게 그녀와 남편의 성생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서로의 일에 바쁘다 보니 40세가 넘으면서 부터는 거의 한달에 한번쯤이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가끔씩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고 당신은 어떻느냐고 묻는 순간 처음으로 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왔다.

미소일까?  비웃음일까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를 입가에 달고 그녀가 물어왔다.

최수련씨는 그것이 희열인 것을 어떻게 압니까?

최변호사는 당장에 대답이 궁했다.

가장 적절한 대답을 찿고 잇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희열은 머리로 찿을 수 있는 느낌이 아닌 것은 저도 압니다.

그 말에 그녀는 낭패감을 느꼈다.

이미 그녀에게 상담의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춤추는데 열중하게 되었고 방송국의 댄서로까지 진출하였으며 그곳에서 23세가 되던 때에 남편인 나경남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보살핌으로 그녀는 미국의 발레학교까지 유학을 하여 현재는 어느정도 무용계에서 위치를 확보한 상태라는 것,

자신은 댄서생활을 할 즈음에는 무분별한 성생활로 이미 처녀가 아니었으며 나경남과도 혼숙파티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으나 그는 당신 같은 미녀를 가만 놔두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죄악이라며 자기를 탓하지도, 꺼리지도 않았고 도리어 그의 모든 것을 그녀를 위해 투자할 만큼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는  것,

그들 부부의 사랑은 그야말로 치열하였다는 것,

처음에는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시작되었으나 점점 체위의 변화, 장소의 변화를 갖다가 나중에는 동물을 곁들인 보통사람들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까지 진행되었다는 것,

자신의 삶도 그때부터 아름답게 변화되었다는 것,

그 얘기를 할 무렵에야 그녀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시기 시작함을 최수련은 마음속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다음을 대비하기 위한 그녀의 직업적 본능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사건을 일으켰지요?"

오랫만에 그녀가 물었다.

그러자 은지는 가볍게 다리를 꼬아 앉으면서

"그것을 알려면 길어요. 최변호사님은 긴 시간을 낼 수 있나요?"

그녀는 은지가 자기에 대한 호칭을 최수련씨에서 다시 최변호사님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이미 그녀로부터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제 강교수님도 돌아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다음 부분은 저의 남편에게서 들어보시지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자 수련은 은지에 대한 궁금중...

그녀를 좀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오랫만에 침실에서 남편을 맞았다.

남편은 빙글거리며 "왜 김교수가 당신에게 쇼크를 주었나?" 하면서 팬티 바람에 침대로 올라왔다.

수련은 평소에는 잠자리에서도 파자마를 벗지 않는 그가 팬티바람으로 침대로 올라오는 데에 약간 놀랐으나 그녀 자신도 오늘은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그를 스스럼없이 맞아 들였다.

그녀는 살며시 손을 그의 팬티 속으로 넣어 그의 남성을 만져 보았다.

그의 것은 힘없이 늘어져 있다가 그녀의 손길이 닿자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점점 커져 가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언제나 그 느낌이 좋았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의 크기와 힘을 그것으로 확인하는 듯한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행위를 마치고 씻기 위해서 샤워기 앞에 앉아서 오늘도 패턴은 평소와 같은데 무언가 알지 못할 낮선 느낌 때문에 좀더 흥분이 되었고 처음 강교수와 할 때와 비슷한 정도로 행위에 몰입하였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져 옴을 느꼈다.

자신의 음문을 내려다 보니 행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필경은 그의 정액과 자신이 만들어 낸 물기일 터이다.

그리고 약간은 충혈 되어 붉어진 주변을 보면서 은지의 막가는 듯한 성생활과 자신의 성생활에 대하여 생각해보니 자기가 이런 면에서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 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겼다.

그녀는 샤워의 물줄기로 그 흔적들을 닦아내며 이미 45세에 이르러 알아야 할 것은 거의 알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왔고 거기에는 어떤 문제도 없이 잘 지내왔는데 10년이나 연하인 은지와의 짧은 대화가 그녀의 자신감을 이렇게까지 흔들리게 할 줄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포기해 버릴까 하다가 그녀는 이 사건이 그녀의 남편이 부탁한 일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냥 밀고 나가기로 작정을 하고 은지의 남편인 나경남과의 면담일을 일요일로 잡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그녀는 검찰에 부탁해 나경남 사건에 관한 자료를 특별히 안면이 있는 검사에게 부탁해 얻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보면 볼수록 나경남과 김은지 부부에게 의문만 생기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답을 찿을 수 없었다.

외견상 아니 실제로도 참으로 행복한 부부가 아닌가?

결국 그녀는 문제의 인물인 나경남을 만나보고서야 약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 보다는 편하게 얘기하기 위해서 북한강변의 카페에서 그들 부부와 마주앉아서 그녀는 그들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부부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의 파르스름한 얼굴에 표정 없이 단정한 투피스 정장차림으로 단정히 앉아있는 은지의 곁에는 키가 훌쩍 크고 깡마른 체격의 사내가 앉았다가 얼른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다.

수련은 거의 그의 가슴께 까지 밖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무척 쾌활했고 그늘이 없는 인상이었다.

그저 사람좋은 표정에 다만 길게 찢어진 눈매의 날카로움 만이 약간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도였다.

그것도 그의 말에 의하면 끊임없는 창작활동과 경쟁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렇게 변해 버렸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듯 했다.

그만큼 그는 솔직 담백한 직선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얘기의 시작도 끝도 모두 그의 차지였고 수련이 끼어들 틈은 별로 없었다.

그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이 사건은 간단해요, 조성철씨 부부랑은 인터넷에서 교섭이 되어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 부부교환 모임을 갖자는 것에 합의가 되어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게 되었고, 커피숖에서 서로 상견례를 가진 뒤에 바로 서로 부부를 바꿔서 예약된 각자의 방으로 갔어요."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긴거죠?"

"그런데 정작 각자 방으로 가서 나는 그의 아내와 별 문제없이 일을 마쳤는데 그는 내 아내와 하지 못한 거예요."

수련은 당연히 그랬으리라 생각하며 은지를 보고 웃어주었다.

"조성철씨 부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선선히 응했나요?"

그러자 나경남은 예의 사람 좋은 듯한 얼굴에 싱그레 웃음을 띠며 입술을 움직였다.

"당신의 예상과는 다를 텐데요."

"그가 하지 못한 것은 은지가 거절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은지의 수준을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순진했기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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