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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1부

도깨비깨비 1 939 0

소라-10/ 610 



학교 1부


  군에서 제대하고 복직한지도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준호가 근무하는 이 학교는 읍소재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로 비교적 큰 학교에 속하였다.

처음에 이 학교에 왔을 때 집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다소 실망하기도 하였으나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은 점차로 불식되어 갔고, 지금은 아예 22평형의 방 세 칸짜리 연립주택을 전세내서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풍기는 정서가 어딘지 도시스러우면서도 아직은 시골의 내음이 물씬한 것이 준호 자신의 정서와도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시와는 다르게 아직도 인정이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해서 문화시설이 많이 뒤지는 것은 아니었다.

준호가 근무하는 학교는 이 지역의 명문학교인  '서진여자고등 학교'이 다.

이웃에 있는 '서진고등학교'와 쌍벽을 이루면서 이 지역의 교육을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문이다. 학생들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읍 단위의 마을에서 고등학교가 두 개씩 있다고 하면, 이 지역이 결코 작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준호는 이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아직은 젊은 혈기에 교육적 열의가 높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는지 지난해부터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 11시 40분까지 아이들과 씨름을 하노라면 개인의 시간을 전혀 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활이 결코 싫지는 않았다.

학생들 또한 자신의 말을 잘 따라서 결코 힘이 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정에서의 교육적 여건이 열악한 학생들을 자신이 돌보고 있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준호로 하여금학교생활에 흥미를 더하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준호에게 학교 생활을 재미있게 한 것은 여학교라는 점, 그것도 바로 한참 무르익는 3학년 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준호와 반 아이들과의 나이차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준호가 학교를 한 살 일찍 입학하였고, 그리고 지금까지 오는 동안에 공백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올해 준호의 나이는 27살이었다.

그런 준호를 바라보는 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오빠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연인처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준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래서 저녁 자율 학습 시간에 준호는 아이들과 진학상담을 비롯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특히 준호네 반 아이들 가운데에는 집이 외진 곳에 떨어져 있어서 읍내에서 자취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가정적인 정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준호는 부단히 애를 썼다.

오늘도 준호는 그런 자취생 중에 하나인 미연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미연이는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후로 홀어머니 밑에서 생활하고 있는 무남독녀의 외딸이었다. 그런데 집이 워낙 촌이라서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나와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위어서인지 유독 미연이는 준호를 잘 따랐다.

"미연아! 저녁은 먹었니?"

"예"

남들은 부모가 싸주는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였지만, 미연이는 자취방에 가서 해결을 하고 와야 했다. 항상 시간에 쪼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잘먹어야 할텐데…"

"걱정마세요. 선생님. 저 잘해먹어요"

항상 밝은 표정을 잊지 않는 그런 미연이가 좋았다.

"그래야지"

"그건 그렇고… 요즘 공부는 잘되니?"

"예… 시간이 약간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잘돼요"

"이제 얼마 안 남은 기간이니까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노력하렴"

"예"

"참!! 그리고 이따가 조금 일찍 나가서 선생님 짐 좀 집에다 갖다주고 갈래?"

"무슨 짐이요?"

준호는 미연이에게 종종 심부름을 시키고는 하였다.

"책 몇 권인데, 선생님이 오늘 회식이 있어서 그래."

"예. 그럼 이따가 7시쯤 가지고 갈께요"

"열쇠하고 책은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을 테니까 가지고 가렴"

"예"

미연이는 상담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갔다.

준호는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하였다. 오늘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대학 동문회 모임이 있기 때문에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서려는 것이다.

"부장님! 저 오늘 조금 일찍 나갈께요"

준호는 3학년 주임에게 말했다.

"왜? 무슨 일이 있나?"

"일은 없어요. 동문 모임이라서…"

"그래? 그럼 빨리 가봐. 그리고 술 너무 많이 먹지마!"

부장은 웃으면서 빨리 나가보라고 하였다.

"그럼 늦으면학교 안들어와요!"

"알았어! 빨리 나가봐!"

준호는 동문들이 기다리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실로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였다. 이 지역에는 동문들이 십 여명 정도가 있었는데, 모두가 객지 생활 이어서인지 서로가 의지하면 생활하고 있었다.

"야! 서준호! 너 무척 오랜만이다!"

그랬다. 지난 번 모임에 준호는 참석을 하지 못하였다.

친하게 지내고 있었던 서진고등학교의 박윤성이 아는 체를 하였다.

"그래 오랜만이다."

이렇게 시작된 회식은 오랜 시간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몇차례 씩이나 술잔을 돌려가면서 마셨다. 안주로 올라온 회는 그 싱싱함을 더해 주고 있었다.

준호도 모처럼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지 거듭 술잔을 비워내고 있었다.


한편, 미연은 일과가 끝난 후에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열쇠를 들고 선생님의 집으로 갔다. 선생님의 집은 주택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3층 연립으로 선생님 집은 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지은지 얼마 안되고 주택가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아직 완전히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선생님이 계신 통로만 하여도 선생님을 포함해서 두 집이 더 들어와 있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미연은 집안으로부터 풍기는 싫지 않은 내음을 접해야만 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윈 미연에게 있어서 집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남성 특유의 내음이었다. 오늘까지 선생님 집을 몇 차례 방문하였건만 방문할 때마다 미연은 그 특유의 내음에 취하곤 하였다.

미연은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가지고 온 책들을 선생님의 서재로 가지고 갔다.

선생님의 서재에 들어선 미연은, 눈앞에 그려진 정경에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평소에학교에서는 그렇게 깔끔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지금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선생님의 서재는 엉망이었다. 비단 서재만이 아니었다. 방 세 칸이 모두 그러하였다. 특히 안방의 경우에는 언제 깔아놓았는지도 모르는 이부자리가 그대로 널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방에는 벗어놓은 옷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싱크대에는 언제 설거지를 하고 안 했는지 그릇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미연은 교복 웃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싱크대에 쌓여 있는 그릇들을 하나씩 치우기 시작하였다.

커피잔, 접시, 그리고 밥알이 말라붙어 있는 그릇들…

그런가 하면 한 쪽 구석에는 밥이 썩었는지,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산담!!"

미연은 약간은 투정어린 표정으로 설거지를 하였다.

집에서도 잘 하지 않았던 설거지였으나 오늘은 왠지 싫지가 않았다.

설거지를 다 마친 미연은 서재로 들어가서 어지러워진 책들을 하나씩 책꽂이에 꽂아 말끔하게 정리를 하였다.

시계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집에 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은 9시를 넘어 서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선생님은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너무 늦으시네…'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과거에도 선생님은 종종 미연에게 심부름을 시켜놓고 잊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오늘도 그러하리라 생각하였다.

미연은 가운데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걷어놓은 것인지 모르지만 옷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다. 미연은 하나씩 개어 놓았다. 옷을 개면서 미연은 자신이 마치 선생님의 부인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자연 미소가 흘렀다.

"후훗!"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미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을 정리한 미연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틀었다.

뉴스를 보다가 다소 지루한 감이 들자, 미연은 가만히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댁을 몇 번 와보았지만 안방은 문 밖에서만 들여다 보았을 뿐, 아직 제대로 들어 가보지 않았다.

안방으로 들어와 보니 이부자리는 이부자리대로 엉망이고, 휴지와 함께 선생님이 벗어 놓은 듯한 속옷들, 양말들… 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방 세 칸 가운데 가장 지저분한 것 같았다.

"어휴… 이 방에서 어떻게 잠을 주무시나?"

하면서 미연은 엉망인 이부자리를 대충 정리하였다. 어차피 들어와서 주무실 것이니까 개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부자리 옆으로 휴지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왠 휴지를 이렇게 많이 썼나? 그리고 썼으면 휴지통에 버리지…"

하면서 미연은 휴지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미연은 뭉쳐진 휴지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였다.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정확히 털이었다.

순간 미연은 동작을 멈추고 그 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분명 털이었다. 그것도 구부러진 털이었다.

자신의 몸 어딘 가에도 있는 그런 털이었다.

미연은 뭉쳐진 휴지를 살살 펼쳐 보았다. 휴지에는 무엇인지는 몰라도 말라붙어 있었고, 그 사이에 꾸부러진 털들이 몇 가닥씩 보였다. 그런 휴지들이 방안에 널려 있었다.

미연은 그러한 휴지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알았다.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친구들을 통해서, 그리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서 이미 남녀관계의 원리와 남녀의 성 기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휴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나니 미연은 왠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진정 시키고 휴지들을 다 치우고 이불을 다시 한번 가지런히 하였다. 그리고 그 이불 위로 벌렁 누웠다.

이불에 누운 미연은 아가 그 휴지를 떠올리며 별 상상을 다하였다.

선생님이 자위행위를 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여자와 여기서 연애를 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 여자는 누구일까?

그러다가 미연은 상상 속의 그 여자가 자신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자신이 선생님의 여자가 되어 선생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미연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연은 살며시 자신의 가슴을 쥐어 보았다. 그리고는 살살 주물렀다. 기분이 좋았다.

문득 친구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자들도 자위행위를 한다'

맞다!!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몇몇은 자위행위를 한다고 하였다.

미연은 치마 옆의 호크를 풀렀다. 그리고 살며시 자신의 팬티 위를 살살 문질러 보았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느껴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었다. 미연은 문지르는 강도를 서서히 높여 보았다. 그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미연은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 누가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미연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문을 잠그기 위해서 일어났다. 그러자 호크를 풀러 놓았던 교복 치마가 자연스럽게 흘러 내렸다. 미연은 게의치 않았다. 그리고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잠궜다.

방으로 돌아온 미연은 다시 이불에 누워서 아까의 감정을 되살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일련의 행동이 조금 전까지의 기분을 식혀놓았다.

미연은 다시 일어나서 서재로 갔다. 책이라도 읽을 마음으로…. 준호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다. 미연은 책들을 하나씩 짚어 나갔다. 읽을 만한 책이 있나 하면서.

그러던 중 문득 미연의 눈에 들어오는 책제목이 있었다.

「욕망의 오감도」

미연은 그 책을 꺼내 들어 몇 장을 넘겨보았다.  

몇 장을 넘겨보던 미연의 눈이 커지면서 반짝 빛났다.

책은 남녀의 성관계를 주로 다룬 포르노 소설이었다. 남녀의 성묘사가 아주 적나라하게 원색의 단어로 표현되고 있었다. 미연은 그 책을 들고 다시 안방으로 와서 이불 위로 엎드렸다. 그리고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미연은 점차 흥분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아까 잠시 멈췄던 감정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었다.


이 시각 준호는 장소를 옮겨 단란주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준호 일행은 맥주를 시키고 아가씨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금 후에는 다방에서 사람이 올 것이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돈만 있으면 어디에서도 여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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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2.11.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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