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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야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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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16// 516/ 



몽야 1부 1장


1부 . 그 해 겨울


- ....안...

- 누구?

- 미...안....

- ....누가..누가 있는거야?

- ..미안......

- 누..구야...누가......

- ...미안해...정말로...히  로 선배...

- 그만해....그..런..그런 목소린.....그런 슬픈 목소린 하지...하지말아줘!!


"헉!"

...

.......

.............

또, 그 꿈이다.

역시나 뭔가가 있다. 여태까지 꿈이라곤 누구나가 어릴때 꾸는 절벽에서 떨어진다거나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에게서 도망친다거나 하는 그런 꿈조차 제대로 꿔보지 못한 내가 이 집에 이사와서는 거의 삼일에 한번씩 꿈을 꾸고 있다.

그것도 형상화되지 않은, 목소리만이 기억나는 꿈, 똑같은 꿈을.

여자의 목소리. 기억에 없는 여자의 목소리, 슬픈 목소리....눈을 떠보면 항상 눈가는 젖어 있었고 깨어나는 순간엔 가슴이 허전했다. 그 꿈을 꾸고 난 아침은...언제나 외로웠다.

이번에는 일주일정도 잠잠하더니 어젯밤에 늦게까지 비디오를 본 탓이였을까, 여느때보다 생생하게 목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더이상 잠자기엔 틀렸다는 걸 알고 있기에 무리하게 잠을 청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왔다.

고지대에 위치한 조막조막한 방들이 모여있는-내방도 그중의 하나지만- 집은 의외로 전망은 괜찮았다. 시내가 멀리 내려다 보이고 바로 뒤에는 산이 위치하고 있어 더할나위없이 조용하고 차분한 집이다. 그러한 점이 이상하게 맘에 끌려 첫직장을 타지에 구하고 나서 묵을 방을 구할 때 다른 괜찮은 곳도 많았지만 여기를 선택하게 된것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뭐가 부족해서 그런 고지대에 있는 허름한 집에 숙소를 구하느냐고 만류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나 답지 않게 고집을 피웠던것 같다.

부동산 업자가 권유하는 많은 집들과 방들을 뿌리치고(개중엔 상당히 괜찮은 가격의 집들도 많았다) 어딘지 모르게 끌려온 산과의 경계선에 자리잡은 집. 그 집엔 나 말고도 몇몇의 사람들이 먼저 저희들의 거처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기숙사처럼 똑같이 만들어진 방이 일렬로 다섯개. 마치 휴양지의 민박집같은 분위기였다. 사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사람들이였지만..

내방은 제일 끝으로 산쪽으로 난 창문이 맘에 드는 방이였다. 방은 작았지만 혼자살기에 부담없는 방이였다. 고지대란 것도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바로 회사에 있기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라고 볼수 있었다.(물론 퇴근길에는 올라오는 차도 없기에 고생이지만)

발치에 떨어뜨린 담배꽁초가 세개가 되었을때 하늘 전체가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거..오늘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군."

뭔가 착찹한 기분이 되어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렸을때 문득 옆방의 문이 열렸다.

"아...안녕하세요. 아야스미상"

"........네...."

여전히 기운 없는 대답이다. 뭐 새벽이란 것도 있지만 그래도 한달 가까이 본 이웃인데 그녀는 힘없이 '하이'라고만 대답하고는 이내 화장실이 있는 뒤쪽으로 사라져간다.

아야스미 히카루.

내 이웃인 동시에 이 기숙사-라고 하기엔 그렇지만-의 가장 오래된 거주자이다.

오래되었다곤 하지만 이런 방에는 보통 일이년만에 나가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라 이제 오년째라는 그녀는 생각지도 않게 터줏대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이는 대충 나와 비슷하거나 더 어릴것 같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빼어난 미인이라곤 할수없지만 어딘지 성숙한 이미지를 느낄수 있는 얼굴때문에 혼자사는 것이 위험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타고난 차가움일까, 며칠동안 봤지만 그녀가 웃는 얼굴은 본적이 없다. 도도해 보이긴 하지만 도도하다기 보다는 처절해보인다고 할까, 아뭏든 남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얼굴은 아니다. 그렇기에 혼자 살아도 조금 안전한 것일까.

그건 그렇고...새벽이라곤 해도 어두운 오밤중이다. 무섭지도 않은걸까...여기 화장실은 꽤나 떨어져 있어 어떻게 보면 산속에 있다고도 할수 있는데 말이야.

".....할수 없나..."

난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화장실이 희미하게 보이는 툇마루의 끄트머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물론 얼굴은 반대편으로 돌리곤 말이다.

천천히 하늘 한쪽이 약간씩 밝아오는 것 같다.

"우..웅. 해가 뜰때 가장 동쪽에 보이는게 금성이라.....금성을..가�  � 먼저 보면 행복해진다....라..어느..�  � 금성일까나..."

이런저런 한심한 소릴 중얼거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때 갑자기 하늘의 한구석이 그녀의 얼굴로 변했다.(라기 보다는 올려다보고 있는 내 얼굴위로 그녀가 내려다봤다라는 표현이 나을려나)

"아..앗..아야스미상. 언..언제....나왔어..요?."

그렇다. 문열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었는데 어느틈에 내 뒤로 돌아온거지? 난 벌떡 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곤 식은땀을 훔쳐내며 간신히 말했다. 이래뵈도 잘 놀라지 않는 담력인데, 그만큼 아야스미상의 얼굴이 무서웠던 걸까? 결코 귀엽지 않은 여자다.

"........뭐하고 있는 거에요? 이런데서."

"아..그..그게.."

'걱정이 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말이 통할까? 이여자한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회를 봐서 여자를 덥치려고 기다리는 놈 같았을거다.

"아.그냥....그..그렇지. 담배가..담배가 더피고 싶어서.."

"........"

뭔가 이상한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던 설녀(雪女)는 발치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보더니 더더욱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기다렸던, 거에요?"

"아...아뇨..그렇다기 보다..."

아무래도 난 여자한테 약하다. 더구나 이런 케이스는 더더욱. 그러고보니 나 여기 이사와서 이여자와 일대일로 대화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훗."

"에?"

지금 웃은건가? 그녀가? 그녀의 눈가가 약간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을 의심한 내가 다시 촛점을 바로 잡고 그녀를 봤을때는 이미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잘못...봤을지도..'

"....상냥..하군요...."

"에?"

지금, 그녀가 나를 칭찬해준건가? 아까는 눈을 의심했지만 이제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러다가 난 내 몸의 기관을 믿지 않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상냥한..사람  은.....싫어"

짝!

순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 얼굴은 돌아가 있었고 그녀는 자기방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어째서...."

한쪽 뺨이 얼얼했다.

"내가 왜...."

새벽의 어스름한 정신은 그 충격으로 또렷해지고 있었다.

"뭘 어쨌다고...뺨을 맞아야 하는거지?"

정말 싫은 여자다. 걱정이 되서 기다려준것 까지는 이해를 안해도 괜찮다고 해도 느닷없는 뺨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새벽부터 부부싸움인가?적당히 해두라구"

느닷없이 눈앞의 문이 열리더니 호리호리한 체구를 한 청년이 나타난다.

"에..카스마상."

카스마 료지. 나보다 다섯살정도 연상, 역시나 이집의 거주인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뭔가 여유있어 보이는 조금은 이상한 인생선배다.

"부..부부싸움이라뇨, 무슨 그런 당치도 않은."

으흥~이라며 카스마상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얘기를 듣고 있는거야?

"나...뭔가 잘못했나요?"

아무래도 카스마상은 아까부터 상황을 알고 있었던것 같다.이렇게 되면 물어보는게 편할지도, 그래도 몇년의 인생선배이니.

"아니, 미움받고 있는 것 같은데?"

아하하....라며 웃을수밖에 없는 대답이다.그런가.....이사온�  � 얼마되지도 않아 미움받아버렸구나...

"이런이런, 농담이 통하지 않는 남자구나,너. 방금은 농담"

"에?"

"......뭐..그녀도 나름대로 힘들어보이는군....."

"힘.....들어요?"

뭔가를 알고있는듯한 카스마상의 대답에 난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아...당분간은 자네 도움이 많이 필요할것 같군. 그녀에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결국 그녀에겐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다는 건가?

"저..저기 조금 해석해서 설명해주시면...."

"뭐~깊이 알려고는 하지마.지내다보면 차차 알게 될테니까말야. 청년"

모든 물음을 일시에 거부해버리는 듯한, 아니 녹여버리는 듯한 인생선배의 웃음에 난 더이상 질문을 할수가 없었다.

"료지~뭐하는거야. 이런 새벽부터."

둘사이의 묘한 분위기는 방안에서 나오는 잠덜깬듯한 목소리에 흐트러졌다.

"아, 미안미안. 금방 들어갈께."

카스마상은 귀찮아~하는 표정을 내게 보이더니

"뭐, 당분간은 쬐끔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구"

라고는 들어가버렸다.

열심히 하라는게 어떤의미, 라고 묻기도 전에 나의 머리는 방금 들여온 여자의 목소리가 처음 이집에 오던날 '약혼녀'라고 소개시켜준 여자의 목소리와 다르다는걸 깨닫고는 곧 더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는

내방으로 돌아와 버렸다.


1부 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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