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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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3)
예희는 설마 그 남자를 다시 마주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새벽에 우연히 그 남자의 알몸을 보게 되고, 몇 시간 후에 산에서
만난 것도 우연이었는데, 여기서 또 마주칠 줄이야.
그것도 충돌이라니. 이마 어디엔가 혹이 난 것 같기도 했지만, 일단은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혹시라도 저 남자가 자기를 알아볼까봐
예희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가 자신을 부른 것이다,
"저,,,,"
"네,,무슨 일이신가요? " 예희는 짐짓 태연을 가장하면 떨리는 목소리를
내렸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지만, 내가 뭐 도둑도 아니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
"? "
혁준은 그녀를 불러세워놓고도 마땅히 그 뒷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사실 뭐라고 할 것인가?
"혹시 새벽에 제가 벌거벗고 있는 거 보지 않으셨나요? " 라고?
험험,,하고 헛기침만 하고 있는 혁준을 빤히 보고 있던 예희는
"그럼,,이만" 하고 다시 또 부르게 될까봐 바삐 걸음을 옮기려는데
다시 혁준이 불러세운다.
'여기서 그냥 보내면, 난 더 실없는 놈 되지' 마음을 다잡으며
혁준은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말을 건넸다
"저,,오늘 아침에 약수터 가셨죠?"
"네,,,"
"저 보신 기억 없으세요?"
"글쎄요,,"
예희는 속으로 움찍하고 있었다. 당연히 기억을 하긴 하지만,,
"그 왜,,중간에 마주쳤는데,,"
할 수 없다, 저렇게 상세히 말하는데, 더 이상 내빼기도
"아, 네 기억나네요,,근데,,왜 ?"
"다름이 아니라,,저를 보고 황급히 뛰어내려가시길래...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무심결에 말이죠,,"
예희는 얼굴이 붉어졌다. 잘못? 글쎄ㅡ ,,그게 잘못일까?
하긴 경범죄일 수도 있지, 아파트에서 남자가 알몸을 숙녀한테
보였으니 말이야. 그 경황에도 얼굴이 붉어지다가 자신도
모르게 "경범죄" 운운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피식 미소가 나왔다.
"왜 웃으세요? " 혁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예희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제가 뛰어내려간 건, 그쪽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냥 집에 급히 갈 일이 있어서 뛰어간 거에요"
"그래요,,,,?"
"네"
혁준의 미심쩍은 표정으 보면서 예희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실 그건 새벽에 본 알몸의 남자를 산에서 다시 마주치고, 혹시라도
나를 알아볼까봐, 놀라서 나도 모르게 뛴 거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는 없는 거쟎아? '
"더 하실 말씀 없으면, 전 이만,,,"
여전히 개운치 않은 혁준을 남겨두고 예희는 자리를 벗어났다,
속으로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내가 정말 잘못 본 걸까?'
혁준은 입맛을 쩍쩍 다시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예희의 모습이 저 모퉁이로 사라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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