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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시지프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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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시지프 3부 

소라-30/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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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녀...


‘띠리리리리... ’

“여보세요?”

“현아...  얌마~  여지껏 일하는거야?  한시간 반이나 기다렸잖아. 무슨 충성이라구... 쌔애끼~”

약간은 혀가 말린듯한 종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튀어나왔다.

“어... 미안해... 마무리가 좀 덜되서.  지금 나갈께”

“빨랑와. 이 씨방쉐이...”

그가 보채듯 조르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몸을 일으켰다.

싸늘한 기운을 느끼며 회사 정문을 밀고 밖으로 나오자 정문앞 벤치에서 종호가 손을 흔든다.

“야. 너 꼭 나혼자 취하게 해야겄냐?  이 십쉐야”

“얼마나 마신거야?”

종호의 붉으레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몰라.  몇잔 홀짝거리지두 않았는데... 쒸파... 그래두 한잔 더해야지”

“블루버드로 가자”

“어... 거기서 오는건데... 그래.  다시가지뭐...”

그는 내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시끄럽게 떠들며 쫓아왔다.

빠에는 늦은 시간 탓인지 사람들은 별로없이 조용한 음악만이 빈자리들을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길다란 타원형 빠에 앉아 위스키 언더락스 두잔을 앞에 놓았다.

“결혼준비는 잘되 가냐?”

종호의 결혼이 임박했음을 상기하며 말을 꺼냈다.

“거럼.  희주가 어찌나 잘하는지 나는 손도 안댄다”

“내가 뭐하나 해주고 싶은데 필요한거 없냐?”

“이쉐이가... 네가 식장에 와주는게 선물이지.  쉐이야”

“자식... 거길 내가 왜가냐. 열받게”

그는 말없이 웃었다.

종호,  그도 나와 영애의 일을 알고있다.

아니 그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었다.

영애가 나와 동거를 시작할 무렵 궁합을 봐준다는둥 설치며 매일같이 찾아와 우리를 즐겁게 해주곤 했었다.

그리고 영애가 떠난 사실과 이유를 아는것도 종호 뿐이다.

사무실에 떠도는 외곡된 소문들을 잠재우며 나를 감싸는것도 그였다.

그런 그도 지금의 상황들을 억지로  참으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듯 행동하는 나를 알기에 나의 농담이 우습지 않게 들렸을지 모른다.

그는 한모금에 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담배를 입에 물며 잔속의 얼음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없이 손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의 낯설은 표정이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나는 스텐드에 비치는 그의 어둑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무슨...  얘기냐...?”

종호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다시 물었다.

“할 얘기가 뭐야?”

종호는 다시 얼음들을 굴리며 피식 웃었다.

“새애끼... 눈치 하나는...”

그는 바텐더에게 위스키를 더 주문하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제... 으음... 어제 영애씨 만났다”

“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듣고 흠짓 놀랐다.

육개월이나 그 누구 에게서도 다시는 듣지 못했던 이름... 단지 내 머릿속에서만 안개처럼 답답함으로 떠다니던 이름...

“어떻게 만났어?  지금 어딨어?”

다급하게 묻는 나에게 종호는 진정하라고 했다.

이번엔 내가 한번에 술을 들이키고는 담배에 불을 붙혔다.

종호가 바텐더에게 손짓으로 내 잔을 가리켰다.

빈잔에 다시 맑은 갈색 액체가 채워졌다.

“영애씨 지금...  A기획에 있어. 거기 선배가 있어서 어제 술한잔 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선배하고 다른 층에있어서 못만날 수 도 있었는데 우연히 엘리베이터안에서 만났어. 거기 제작팀 카피라이터로 있더라”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어때... 보여...?”

“괜찮은것 같애.  대리직급이면 대우도 나쁘진 않을거야. 자기 거기있는거 너한테 알리지 말라더라.  영애씨도...  아직 널 못잊은 눈치던데...”

그녀의 맑던 웃음소리가 귀가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 ... ”

“한동안 서울에 없었나봐.  얼마전에 입사했다던데...”

종호에게서 영애 얘기를 들으며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날 한없이 원망하며 자신의 상처를 묵묵히 삭이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듯 괴로웠다.

“현아... 네맘 아는데... 당장은 만나러 가지는 마라.  네가 갑자기 나타나면 영애씨도 정리하기 힘들테니까...”

“ ... ”

지금 이순간 그녀를 만나면...

숨이 막힐것같은 고통을 말하여도 나는 조급할 것이다.

할말을 다하여도 결국 아무말도 하지못한것처럼... 공허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말았다.

종호가 내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다시 한모금에 잔을 비웠다.


집에 도착했을때 내방 유리창이 환해져있음을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지연, 그녀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한참 기다렸잖아. 술마셨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에게 그녀는 대뜸 물었다.

“열쇠는 어디서 났어요”

생각해 보니 그녀는 어제도 잠긴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할일 있다더니... 술마시는 거였어?”

그녀는 나의 질문을 피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켓을 벗어 소파등받이 걸치며 널부러지듯 앉는 나를 비스듬히 보고있었다.

그녀가 내눈을 응시하며 야릇한 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날 피하는거야?   현이씨...보고싶어서 왔단말야”

그리고는 맞은 편에 앉아있는 나에게로 다가 오더니 양팔로 목을 감으며 키스를 해왔다.

담배냄새가 배어있는 끈적한 그녀의 혀가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목각 인형처럼 그녀가 움직이는데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나의 가슴을 눌렀다.

“사랑해... 현이씨”

사랑?

그녀는 자신의 추한 욕정과 사랑을 혼돈하고 있다.

사랑에 미치지 못해 소유하려는 것,  정복하고 소모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인식하는 방법이었다.

왜 일까...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하는걸까...

그녀의 흥분에 젖은 숨결이 내 얼굴에 퍼져왔다.

그녀가 내 몸으로 안겨 들었다.

올려진 그녀의 스커트속은 이미 아무것도 입지않은채 였다.

나의 성기가 뜨거운 무언가에 감싸지는 느낌...

그녀의 입술이 내입에 포개지며 그녀가 엉덩이를 움직여갔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힘을 주었다.

그녀가 내 얼굴을 보았다.

“왜... 왜 멈춰?”

난 말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내 목에 팔을 감으며 매달렸다.

난 그녀를 침대에 눕이고 말없이 그녀의 질속으로 파고 들었다.

양(量)의 도덕이 정신적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야릇한 무대 위에서 이겠지...

그녀는 몸부림치듯 헐떡거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더... 하아...아아아악...”  

짐승의 그것처럼 어깨를 할퀴는 손톱...

정절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음부는 끝없이 이어지는 절정의 쾌감에 쉼없이 반응하며 침대를 적셔갔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것을 살고자 하는 이 여인,  이 헛된 시도,  이 대수롭지 않은 고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되는것은 항상 그녀에게 있어서 결합된다.

그녀의 육체와 신경이 다시만나고 꽉조여지는곳, 실패에 지친 정신이 그의 가장충실한 움직임에게로 되돌아가는 곳에서 폭발하고 있다.

“아아...”

나의 성기가 빠져나가는게 아쉬운듯 한지연은 짧은 탄성을 흘렸다.

그녀의 갈라진 틈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티슈를 뽑아 그곳을 닦고는 몸을 일으켰다.

“같이 샤워해...”

그녀가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는 팔을 이마에 얹은채 눈을감고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말없이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담배에 불을 붙혔다.

그녀와 이 터무니 없는 시간과 몸짓 사이에서 선택하는것,  영원보다는 나를 택할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에게 목조름과도 같은 비극이고, 그녀는 그 가운데  자기의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

바람이 불고 있다.

거친 바람이 건물을 쓸며 흉흉한 울부짖음으로 도시를 방황하고 있다.

별들도 놀라 숨어 버린듯 검은 하늘엔 작은 빛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

‘딸각’

한지연이 마르지 않은 자신의 풍만한 육체를 과시하듯 나에게로 보이며 욕실에서 나왔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며 다가왔다.

침대로 올라온 그녀가 내 옆으로 파고 들었다.

“현이씨. 너무 좋았어”

“...”

난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녀도 자신의 욕망앞에 어쩔 수 없이 서 있는 나를 알것이다.

“아직도 내가 미워?  ...  자기도 정말 차가운 사람이야”

“이제 그만 가세요...”

짐짓 어리광 부리듯 말하는 한지연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나 갈께... 내일 회사에서 봐”

풀죽어있는 나의 페니스와 가슴을 어루만지던 그녀가 다 가려지지도 않을만큼 커다란 젖가슴을 가리며 몸을 일켰다.

“앞으로...”

침묵을 깨고 던진 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내 허락 없이 찾아오지 마세요”

그녀가 야릇한 웃음으로 웃었다.

“싫은데...  보고싶으면 언제고 올꺼야”

‘오만’

그녀가 옷을 다입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내입에 살짝 키스를 하고는 빽을 들고 현관으로 나섰다.

“바래다 주지도 않을꺼야?  할수없지... 피곤하면 그냥쉬어 정과장...”

‘정과장...?’

슬쩍웃으며 문을 닫고 밖으로 사라지는 한지연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쓴웃음이 지어졌다.

나를 결박하려 하는 그녀의 본능... 이제 반대로 그녀의 결박이 그 본능을 이성으로 깨울것이다.

몸을 일으켰다.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내 몸에 묻어있던 한꺼풀 가식의 껍데기를 씻어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이제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나의 모습을 찾아 길들여야 한다.

너무 오래도록 감추었던 나의 진짜 모습으로의 복귀가  다가 왔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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