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제 3 부
버튼 제 3 부 내용을 시작합니다.
삐리리리리리리----
경고음이 지하철의 도착을 알린다. 재한은 열심히 계단을 뛰어 오르고 있었다.
--젠장 서두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제적일테야...어서!
1교시는 행정학의 수업이다. 성질 사나운 젊은 교수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다시 잰 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출근 시간의 지하철은 여지 없이 붐비고 있다. 환승역이기 때문에 혼잡은 더욱 심하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날렵하게 빠져나오는 재한은 위로부터 굴러떨어지는 조그만 박스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아야--뭐냐 이건!?"
재한은 박스를 주워들며 그것이 굴러온 진원지를 바라본다. 그 곳은 지금 지하철이 들어와 정차한 곳이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이 모여 붐비고 있었지만 조금은 근친 야설 다른 분위기다.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몸을 비집는 것이 아니라 차량 밖으로 시선을 보내어 무언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뭐지? 사고가 났나?
재한은 궁금해하며 계단을 뛰어 오른다. 마지막의 계단까지 다 올라섰을 무렵 재한은 키 큰 외국인과 부딪쳐 쓰러질 뻔 했다.
"우-왓!"
"Oh..I`m so sorry..."
젊은 외국인은 간단히 사과하고는 다시 획-하고 돌아서 달려간다. 달리다가 멈춰서서 자기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또 달려간다.
--뭐냐 저거!? 저런 녀석은 혼이 나야 하는데...
재한은 투덜거리며 승강구를 향해 돌아선다. 그러나 이미 지하철은 문을 닫은 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앗! 안돼-! 이번마저 지각이라면 안된다구-!"
"...따라서 우리가 다루려는 행정의 세계는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못하게끔 다양한 장치들이 의도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것으로..."
이제 갓 서른이 넘은듯한 젊은 강사가 강단의 위로 걸으며 수업을 진행한다. 강의실엔 스무명 남짓 지루한 수업에 참여중인 학생이 있고 강의실의 맨 뒷편에 앉은 재한 역시 그 중의 스와핑 야설 하나이다.
재한은 연신 아침시간 지하철의 소란 속에 소라 야설 습득한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거 참..
말 그대로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아무리 보아도 알 수가 없다. 그저 보아 만년필의 형태이지만 결코 만년필은 아니다. 만년필보다 굵었으며 무엇보다 펜촉이 없다. 그저 쇠붙이로 된 막대기의 모양이다. 쇠붙이의 재질이지만 무겁지 않은, 그러니까 초신합금과 같은 느낌이다. 윗 면의 가장자리부근으로 빨간 버튼이 하나 있을 뿐 그 이외의 어떠한 표식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더, 한 쪽 끝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 반대쪽의 끝은 마치 탄력이 있는 실리콘의 재질과 같은 것이 둥그스름하게 돌출되어 있다.
--그저 악세사리인가? 버튼은 뭐지...?
재한은 빨간색의 버튼을 누른다. 딸-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실리콘 재질의 한 쪽면에서 푸르스름한 불빛이 위-잉-소리를 내며 피어오른다. 마치 영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에? 후라쉬인가? 웬 불빛? ..
그러나 그 불빛은 잠시 후 사그라든다. 후라쉬로 볼 수 없다. 재한은 계속하여 버튼을 눌러 딸-칵-거리며 위-잉-거리는 소리를 반복하여 낸다.
"학생! 수업중에 장난은 금물이야! 수업에 집중해!"
강사의 호령이 떨어지자 재한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반성의 표시를 보인다. 그 때!
푸르스름한 불빛의 부근에 재한의 손바닥이 닿아버렸다. 순간 재한은 왼손의 손바닥으로부터 파도가 치듯 세차게 울-렁-거리며 무엇인가 위로 솟아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정신을 잃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년필의 형태를 한 기계를 급히 손바닥에서 이탈시키자 그제서야 정상의 상태로 돌아온다.
--뭐..냐!? 굉장히 이상한 느낌인걸...
재한은 물끄러미 손 안의 버튼을 바라다 본다.
느리지만 경쾌한 클래식이 흐르는 레스토랑에 있었음에도 이지혜는 이 남자를 어떻게 떨어뜨릴 수 있을까의 고민만을 하고 있다. 이 남자 나쁜 것 같지는 않으나 전혀 그녀의 취향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자신보다 작은 키, 그저 평범한 외모, 그리고 감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을 갖지 못한 이 남자의 수준으로 자신의 관심을 사려는 것을 이지혜는 용납하지 못한다. 마지못해 점심의 약속으로 이 곳 레스토랑까지 동행하여 식사를 하고 있지만 머리속은 온통 지루함과 편견뿐이다.
그것은 박재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마음에 끌리었으나 소위 퀸카에게 접근할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우연한 기회에 친하게 접근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기회가 온다면 완전히 자신의 여자로 만들리라 다짐하는 재한이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재한이 느닷없는 말을 꺼낸다.
"오늘 등교중에 이것을 주웠거든..."
가방을 부스럭거리며 작은 상자를 꺼내 그 속의 기다란 물건을 꺼내 보인다.
"에..무어?.."
"맞추어보라.."
"그거 그저 펜일뿐인것 아닌가?.."
"그저 펜이라면 꺼내지 않았을테지."
"그럼 무어? 이리 줘봐."
지혜가 팔을 뻗어 가지려 하자 이 남자 급히 팔을 올리며 허락하지 아니한다.
"안돼지, 그럼..!"
"에? 보지도 않고 어떻게 맞힐 수 있나?"
"사실...나도 뭔지 몰라."
어이없는 대답에 이지혜는 김이 빠져 버렸다. 역시나 실망이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것임은 분명해. 이렇게 여기 버튼을 누르면...봐. 이런 이쁜 불빛이 나오기도 한다."
"아..그럼 후라쉬인가?"
"아냐. 곧 꺼져 버리는 걸?"
"..."
"그리고 이 불빛에 손을 대면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프거나 뜨거운 건 아니고?"
"전혀! 아프지 않아. 대신 약간 몽롱해지는.."
"어디...나도 한 번 해 보자."
지혜는 손을 뻗어 그 불빛에 손가락을 대어 본다.
"에? 아무렇지도 않은걸?"
"아니. 거기 끝에 손이 닿아야 해."
"지혜는 다시 손을 뻗어 말랑말랑한 감촉의 부위에 자신의 검지를 올려본다. 순간,푸른 빛이 약간 더 강해지더니 잠시 후 이지혜는 아-하-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우뚝 멈춰버린다. 눈을 뜬 채로이다.
"어때? 대단하지? 나도 처음에 손을 대어보고는 정말 놀랬...이 봐? 왜 그래??"
이지혜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대로이다. 눈의 초점이 없어 보인다.
--기절인가? 전기 충격기인가?!
재한은 당황하여 황급히 버튼을 지혜의 손에서 이탈시킨다. 그러나 그대로이다.
"이보라구.정신차려!.."
재한이 손을 내어 지혜의 손을 잡는 순간! 재한의 손은 지혜의 손에 파뭊혀 사라져 버린다.
"..우-왓!! 뭐냐 이거!?"
다급히 손을 빼자 다시금 손이 빠져 나온다. 당황한 재한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잘 못 봤나 하고 다시 손을 넣어보지만 역시나 지혜의 손으로부터 물에 잠기듯 손은 사라진다. 놀란 재한은 한편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왜 그런가??
다시 손을 잡아보는 재한. 역시나 마찬가지로 지혜의 손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깊이 넣으면 모두 다 사라져 버린다. 그 속에서 손을 움직여도 어디에서건 그의 손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서서히 손이 저려오기 시작하자 다시금 손을 뽑아내 본다. 사라진 손이 지혜의 손등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지혜가 정신을 차린다. 멈추어진지 1분여만의 복귀이다.
"뭐야? 별 것 아니네? 별루 몽롱한 기분 따위 들지 않았어."
"어..그래?"
--엥? 이 여자..자신이 정신을 잃었던 걸 모르고 있다!?..
"그런 건 그저 악세사리라고 보는 것이 나을거야. 중요하지 않아."
"그래...그런 거 겠지?"
둘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오후의 수업까지는 아직도 삼십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꽤나 어중간한 시간이라 둘은 학과의 사무실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그 동안에도 재한은 너무나 많은 생각들을 해보았다.
--도대체 그런 현상이란 원인이 뭐지?...더 많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걸까?...완전히 들어가는 것도?...
재시도의 기회를 살피고만 있는 재한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학과사무실에서 찾아왔다. 과의 사무실은 건물의 가장 북쪽에 있었으며 해가 들지 않아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이다. 학생들이 자주 찾지 않지만 그 곳은 아주 좋은 휴게실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과사무실은 지혜와 자신 둘 뿐이었으므로 한 번 더 시도 할 수 있다. 소파에 앉아 신문에 집중한 지혜의 등 뒤로 돌아 그 목덜미의 부근에 버튼을 대고 누른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불빛이 오르고 그 불빛이 약간 더 강하다 느끼는 순간 지혜의 몸은 정지 하였다. 마른 침을 삼키며 지혜의 앞 쪽으로 다가선 재한은 자신의 몸을 지혜의 앞 쪽으로 접근해 나간다.
--팔로부터 들어간다...
신문을 쥔 채 멈춰진 지혜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어 삽입해나간다. 쑤-욱-하는 느낌으로 그의 손은 점점 지혜의 팔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안은 마치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 듯 아무런 저항없이 재한의 팔을 받아드리고 있다. 마구 휘저어도 무엇도 걸리적 거리지 않는다. 다른 손을 들어 삽입을 시도 한다. 자세가 여의치 않다. 이미 얼굴엔 온통 땀이다.
--옷의 위로부터는 삽입이 가능하지 않은가?...
재한은 지혜의 민소매 티셔츠위로 오른손을 접근시킨다. 살짝 지혜의 가슴에 손이 닿는다고 느낀 순간 오른손이 사라져간다.
--옷의 위로도 가능한 것이었어!..
계속 밀어 넣는다. 두 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져 버려 이제 그녀의 가슴에 재한의 얼굴이 닿을 정도이다. 아래로부터 그녀의 다리에 재한의 다리가 포개어져 사라지고, 고개를 한껏 뒤로 제쳐 상체 역시 그녀의 몸 위로 포개어 사라지게 한다. 이제 대부분의 몸이 사라진 채로여서 지혜의 가슴부위로 재한의 얼굴이 솟아오른, 굉장히 기이한 형태이다.
--이제 얼굴만...얼굴을 넣으면 이제...!?
재한은 약간 머뭇거린다. 아무래도 온 몸이 모두 삽입되어지는 것에 조금은 두려워 지는 것이다. 만약 머리를 넣은 채로 나와지지 않는다면...
--우..저려..! 빼내야 하는건가?..
지혜의 몸으로 들어간 자신의 몸이 약간씩 저리기 시작했다. 삽입된 손이 저려오면 잠시후 지혜가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빼내기에는 너무나 깊이 삽입된 채로이다.재한은 엉겁결에 자신의 머리를 지혜의 봉긋한 두 가슴으로 묻어 버린다.
과의 학생회실로 열린 창문을 통하여 산들거리는 오월의 바람이 불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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