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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7-

토도사 0 1614 0

#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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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다시 선배에게 아까와 같이 키스를 했다. 선배 역시, 이번엔 스스럼 없이 나의 혀를 받아들여주었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선배의 느낌을 즐기며,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따스하고도 도톰한 감촉. 천천히 그것을 주무르듯이 움직였다.
"핫…."
선배가 약간 몸을 떨었다. 느끼고 있는 것일까. 나는 조금 단단해진 듯 한 그녀의 발그스름한 유두에, 입술을 가져갔다.
"…"
혀로 유두 주위의 돌기를 굴리듯이 애무한다. 혀 끝에서 젖꼭지가 탄력 좋게 튕긴다.
"아핫…."
선배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서, 몸을 떤다.
그 때는 고통에 못 이겨 잡았던 침대 시트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선배, …젖어있네."
그녀의 치마 속으로 넣었던 나의 손 끝에 느껴져 오는 끈적한 느낌. 선배의 애액이.
그것이 증명해 주었다.
그 때는, 애액은 커녕, 물기 하나조차 없었으니까.
(쓸데없이 한마디. 애액은, 여성이 충분히 전희-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를 느꼈을 때 분비되는 것으로서, 강간이나, 남성의 일방적인 성행위에 충분히 분비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라고 사전에 나와 있군요)
"마, 말하지 마요… 힝…. 바보…."
선배가 정말로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가린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다.
"고마워…."
선배한테 감사한 건지, 그 애액에 감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받아들여 주는 그 증거에.
천천히 선배의 치마를 끌러, 벗겨 내었다. 약간은 말랐다고 할 수 있는 몸매의 매끈한 곡선을 따라, 이제 남아있는 것은 최후의 한 장.
"…."
…곰무늬…팬티…-_-;
"선배… 귀여운 거 입고 있네…"
"…?"
아차… 하긴 선배가 알고서 팬티를 고르는 게 아니지. 그냥, 집히는 대로 입는 것일테니.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천천히, 그녀의 팬티를 끌어 내렸다. 선배는 다리를 들어, 내가 수월히 그것을 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선배, 고마워."
"…."
눈을 가늘게 뜬 선배는, 여전히 얼굴만을 붉혔다.
그리고, 얇게나마 가린 팬티마저 없어진 선배의 그 곳에, 나는 눈길을 옮겼다. 형광등 빛을 받아 애액이 약간 반들거리는 살결 사이로, 아담(어디에 비교해서 아담한 것인가, 는 제쳐두고.)한 그 부분이, 불그스름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었다.
"…"
더 이상 생각지도 아니하고, 그대로 얼굴을 갖다대었다.
"아…!"
혀가 음순 주위를 핥자, 선배가 찔끔하며, 크게 놀란다.
"더… 더러워요… 그러지 말아요…."
"괜찮아."
"나… 그 사람들이 이미…"
이미 히데키놈한테 당해버린 곳이라 더러우니, 그러지 말란 소리겠지. 나는 그런 선배의 순수한 마음에 오히려 가슴이 찡했다.
"그래서 내가, 씻어주려고."
나는 그렇게 반 농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히잉…."
선배는 그렇게 볼멘소리인지, 아님 신음소리인지 모를 것을 토해내었다. 나는 계속해서 혀를 놀려, 정말로 씻는 듯이, 그녀의 음순을 구석 구석 혀로 애무했다.
"…아핫, 하."
혀가 움직일 때 마다, 그녀가 경련했다. 혀의 위치를 더 올려, 이번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휘감듯이 혀로 쓸어준다.
"후아아앙…."
키즈나의 살결에 땀이 배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선배, 확실히 느끼고 있구나.'
그리고, 나도.
나는 얼굴을 떼어, 천천히 환자복 바지를 벗었다. 사라락 하는 소리에, 선배도 조금 눈치를 챈 모양인지, 약간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것은 불안함과, 안도감을 섞은 듯한, 상당히 패러독스한 느낌을 주는 표정이었다.
"…"
그냥 무조건, 삽입하는 것 보단…
"선배…."
"…네?"
이마에 약간 땀이 맺혀 있는 선배가, 누운 채로 눈을 뜬다. 나는 여전히 시트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오른손을, 잡아 나의 발기된 자지를 만지도록 하였다.
"…어멋."
"이게, 남자의 그거야. 이런 게, 선배한테, 들어갈 거야…"
나는 선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앞서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짐작컨대, 선배는 섹스가, '뭐를 어디에 넣는다'이런 것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말이지. 아직까지도 '단지 사타구니가 아픈 짓' 정도로 기억할지도.
"…."
"…괜찮아…?"
"괜찮아요… 용현군이니까…."
"…고마워."
나는 선배의 어깨 위로 손을 짚고서, 발기한 나의 자지를 선배의 그곳에 맞추도록 했다. 아무래도 앞이 보이지 않는 선배가, '여기에요♡'라며 벌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미지도 맞지 않는 상상을.
"훗…"
나의 자지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아무런 고통도 없이 그야말로 순탄하게, 매끄럽게, 그리고 기분좋게 그렇게 들어간 것 같았다. 그렇다, '같았다'다.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다만 느낌, 그 때와 비교한다면 정말로 틀린 느낌.
따뜻하고, 무엇인가가 사방에서 나를 조여오는 쾌감. 그리고 포근함.
"학…"
자지가 들어간 순간, 선배는 약간은 고통이 섞인 신음소리를 내었다.
"선배, 아파…?"
"우웅…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천천히 자지를 빼었다. 살과 살이 마찰되는 음란한 소리에, 액이 뒤엉켜 내는 끈적한 음향까지 덧붙여, 병실 속은 온통 부끄러운 소리로 가득 차 버렸다.
"아, 아하…, 아아,"
그것이 다시금 그녀의 내부로 들어가고, 또 다시 나오는 왕복 운동을 할 때마다, 선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가, 펴짐을 반복했다.
나 역시, 눈을 감고 단지 선배와의 접촉으로 말미암은 쾌감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크윽…"
허리를 움직임에 따라, 옆구리에 통증이 와서 쾌감을 느끼는 데에 무리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선배는 그 때 이보다 더욱 아팠을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것은 거기에 대한 속죄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더욱 선배를 위해, 애무를 시작했다.
여전히 허리를 움직이는 채로, 몸을 숙여 선배의 귀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핥아 내려갔다.
"아하아아앙…. 용현구운…"
단편적인 신음소리만을 내어 억제하던 그녀가, 마침내 길게, 달뜬 목소리로, 신음을 하며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계속 혀를 움직여, 두 손은 그녀의 유방을 가볍게 주물러 가며 애무를 계속했다.
"하아악… 하악… 으, 응! 하앗…"
하체에서 전해져 오는,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쾌감과, 나의 혀로 인한 애무를 받은 상체의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키즈나. 그녀의 두 손은 더 이상 시트를 움켜잡고 있지 않았다.
"용현군…! 용현군…!"
선배가, 몸을 들어, 나의 목을 잡고 매달렸다. 목 뒤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감기고, 그로 인해 체중이 실려 옆구리에 더욱 고통이 왔지만,
'선배를 위해서…'
나는 소리도 내지 않고 참았다. 지끈지끈 거리는 고통은, 잊기로 했다.
"용현군…! 정말… 아학, 정,말, 아앗, 좋아해요…!"
호흡 때문에 끊겨지는 목소리로, 그녀는 소리쳤다. 평소 나지막하게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 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그녀에게 대답해 주었다.
"선배, 나도, (…크윽!) 선배가 좋…(크어억!)"
고통과 쾌감이 반반씩 섞여 들어오는 상황에서, 제대로 말이 이어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나마 '나도 선배가 좋아'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이름을, 하악, 불러줘요… 선배라니, 아앙! 싫어요…."
…그렇지.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것은, 히메카와 키즈나. 하얀 마음을 지닌, 하얀 살결의 맹인 소녀. 나는 정정했다.
"나도, 키즈나가, (크윽!) 좋아…!"
누가 들으면, 소꿉장난 내지는 다섯 살바기 꼬마들이 서로 주고받을 형식의 대화였지만, 유치한 그 말의 껍데기 속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연인들의 사랑의 속삭임 보다도 깊은, 그리고 간단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말을 주고 받았을 때, 고통이 사라졌다.(아마도 감각이 무뎌진 것이겠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단지, 나에게 매달린 그녀를 끌어안고, 더욱 더 왕복 속도를 빨리 했다.
고통을 배제한 쾌감이, 급속도로 증폭되어갔다.
완전히 밀착된 키즈나의 가녀린 몸의 체온을 느끼며, 흔들림에 나에게 와 닿는 흑발의 샴프 향기를 느끼며, 그리고 서로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 서로 맞대어지며 느껴지는 쾌감을 느끼면서…
"요, 용현구…우운… 아하아아아아아…!"
"키즈… 나…아!"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느낀 채로, 강렬히, 그녀의 속에 사정하였다.
"하앗… 하앗…"
"헉… 헉…"
한바탕, 머리속을 휩쓸어가는 절정이 있은 후, 피가 한 바퀴 몸을 도는 느낌과 함께, 나의 몸에 전해져 오는 것은 그녀의 고동. 그리고, 나 자신의 고동.
그리고 뒤늦게 다시 찾아오는 옆구리의 고통.
나는 그대로 선배와 함께, 침대에 쓰러졌다.
목을 감았던 선배의 팔이 스르륵 힘없이 풀렸다.
그리고 그 손 끝은, 선배의 가슴에 그대로 쓰러져버린 나의 머리를 한 번 쓸고서, 맥없이 침대시트에 널브러진 나의 손에 닿았다.
"…."
나의 손을 꼬옥 잡는 그녀.
그리고, 나 역시 키즈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손과 손에서 넘나드는 무언의 메시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선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포근함.
서로에게 어색하지 않은, 안도감.
눈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고요함.
그리고, 충실감.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용현군."
"…응?"
"옆구리, … 아프지 않아요?"
"아냐, 괜찮아…."
"거짓말…"
그녀는, 콕, 하고 옆구리를 가볍게 찌른다.
"으다다다!!"
"아프면서."
"으윽…그렇게 찌르는데 안 아플 리가 있어?"
"후후…."
"선배, 짖궂네."
"…또."
"…키즈나, 못됐다."
"후훗…."
이불(병원 침대의)을 덮고서, 나에게 바싹 안겨있는 키즈나가, 즐거운 듯이 웃는다. 방금 불을 꺼서, 창 밖의 희미함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정말 답답하네."
"후후, 나는 맨날 그래요."
"아아, 진짜 답답하겠다."
"그래도, 괜찮아요."
"…왜?"
"왜냐면, 보이지 않아도, 용현군은 내 눈앞에 있으니까."
그녀가 바싹 안겨든다, 나도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나를 안아주는 용현군은, 보이지 않아도 눈앞에 있으니까."
"우리의 키즈나도, 마찬가지지."
"그래요…."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금 그것을 깬 것은 키즈나였다.
"용현군…."
"응?"
"우리,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냈네요…."
"응, 그렇지…."
"우리, 영원히 맺어질…까나."
키즈나가, 부끄러운 듯이 후후 웃었다. 아아, 아까 말했던, 눈 오는 크리스마스의 커플은 영원히 맺어진다는 얘기인가. 하지만, 나는 그런 미신 같은 것 따위 어찌됐든 좋다.
'영원이 되지 않으면, 영원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확실히, 사랑이란 감정은 발정인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아직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일시적인 본능이나 충동이 아닌, 영원으로도 가지고 갈 수 있다, 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는, 그리고 키즈나를 쌓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하진 않았지만,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침묵하는 나의 마음을, 그녀는 이해했을 것이다.
키즈나가 더욱 파고들었다. 마치 강아지가 따뜻한 품 속을 찾아 헤메듯. 그렇게 전해져 오는 그녀의 체온을 만끽하면서, 나 역시 기분 좋은 졸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성야(聖夜)는, 저물어 갔다.
소중한 사람을 느껴가면서,
우리를 소리없이 축복해주는 것 같은 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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