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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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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소라


흔적 4부


일요일 아침..재민은 영은과의 약속으로 인해 아침 나절에 버스안에 있었다..어제 순 간적으로 영은과 약속은 했지만 과연 이것이 잘하는 일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재민은 약속장소에 다소 일찍 도착했다..아직 약속시간까지는 한시간 정도가 남아있었 기에 그동안 두산타워 안이나 둘러볼 냥으로 정문쪽으로 향하던 재민의 눈속에 검정색 티에 청바지를 입고있는 영은이 들어왔다..

영은도 재민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왔다..

"아직 약속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그러는 너는??..아직 한시간이나 남았는데..왜 벌써 나왔어??"

말을 하며 영은이 혀를 내밀며 귀엽게 웃는다...

"우리 어디에 가지??"

만나긴 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선뜻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우리 이왕 여기 왔으니까..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자.."

"그럴까??"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짐작은 했지만 영은은 아주 활달했다...점포의 악세사리며.구두.옷들을 입고 신어보면 서 재민에게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했고..쑥쓰러워하는 재민의 몸에 이것 저것 대어보 기도 했다...

남성복 코너에서 하얀색 티를 집어들은 영은이 재민의 몸에 대어보면서 말했다..

"언니 이거 얼마에요??"

"그거 만오천원인데 동생이 이쁘니까 만삼천원에 줄께..고민말고 가져가...애인한테 참 잘 어울리네..딱이야 딱!"

영은은 무엇보다도 애인이란 말에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네...주세요.."

"저기..영은아....."

재민은 선뜻 자신의 옷을 사는 영은을 보며 만류하려했지만 영은은 이미 돈을 지불한 뒤였다.

"언니 이거 탈의실에서 입어보고 맘에 안들면 바꿔도 돼죠??"

"그럼...그런데 그런일은 없을거야..애인이 흰색이 어울려.."

"흰색만 어울리나요 머...다른색도 참 잘 어울려요.."

"어머머머 누가 지 애인 아니랄까봐...호호호"

"호호호호"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니 재민은 쑥쓰러워서 성급히 자리를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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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재민아 같이가~~~~~"

영은의 고집에 재민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만이었던가...자신 이외의 사람이 옷을 사주는것이...

재민은 피식 웃음이 났다...

"어머 너무 이쁘다...너무 잘 어울려~~~~재민아.."

재민은 영은의 수선이 그리 싫지가 않게 느껴졌다...

"고마워 잘 입을께..."

"고맙긴..."

결국 재민도 그녀에게 티를 하나 사주었고 공교롭게도 색깔이 흰색이라 둘은 똑같이 청바지에 흰색티를 입고 공공연한 커플처럼 거리를 누비는 처지가 되었다...

영은의 입은 한껏 벌어져서 닫힐 줄을 몰랐다...

"나 배고파..떡볶이 먹고싶어.."

재민도 오전부터 다리를 팔아서 좀 앉고 싶기도 했고 배도 고팠다...

"그래 ..저기로 가자.."

둘은 포장마차로 된 떡볶이 가게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어머니..떡볶이 일인분하고요..오뎅일인분..그리고 김밥일인분만 주세요.."

스스럼없는 영은의 붙임성에 옆에서보는 재민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배가 고팠던지 영은은 아주 맛있게 떡볶이를 먹었다...

재민도 그런 영은을 보자니 맘이 동해서 같이 맛있게 먹었다...

다른건 몰라도 영은을 만나면 참 편해서 좋았다...

'이 여자가 연주누나 였으면...'

순간 재민은 그런생각을 하다 옆의 영은에게 너무도 죄스런맘에 머리를 도리질치고 말 았다...

"왜그래?? 뭐 뭍었어??"

"아 아니...그냥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서..."

서투른 핑계를 대며 영은을 바라보는 재민은 영은에게 너무 미안했다...

"저기 이거 먹고 우리 영화보러갈까??"

"하하...지난번에도 영화보러 가자더니..오늘도 마찬가지네??"

"그런가??..."

"넌 좀더 일찍 태어났으면 분명 빵집만 갔을거야..하하하"

그말에 재민도 스스로 인정하면서 웃었다...

"그래 우리 영화보러가자..."

"그래.."

영은은 무엇이 그리도 신났던지 지하철 안에서도 말이 끊이질 않았다....

"재민아 내가 지하철 노선 한번 외워볼까??"

난데없는 영은의 말에 재민은 영은을 쳐다봤다..

"응..학교다니다 지하철타면 심심해서 곧잘 노선을 읽던게 이젠 다 외우게 됐어...히 힛"

볼수록 영은은 참 새로운 점이 많은 아이었다...

"자 그럼 우선 4호선이다...음 흠..당고개,상계,노원,창동...사당..."

작은소리도 아닌 제법 큰소리로 영은이 외워대는 통에 주위사람들도 신기한듯 쳐다보 며 웃는다...

재민은 그런 시선을 느끼며 조금 부끄러웠다...

"됐어..됐어..영은아 이제 그만해..."

"응?? 왜 ..아직 조금 남았는데...."

"휴~~~~~~~"

"왜?? 창피해??...히힛"

할말을 잃고 쳐다보는 재민앞에 영은이 입을 낼름거리며 웃고있었다...


재민과 영은이 영화를 보러간곳은 강남역에 있는 테크노마트였다.

예전엔 영화하면 종로거리의 단성사나 서울극장,피카디리극장이었지만 요즈음은 옴리 버스식 영화가 성해서...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영화와 부대시설이 같이 되어있는곳이 많이 생겨나고있었고

이곳도 그런곳중에 한곳이었다...

이젠 예전처럼 영화표를 끊고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어느새 예전이야 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무슨 영화볼까??"

"음..이거어때??..뉴욕의 가을??"

"그래 우리 그거보자..나 이배우 너무좋아해.."

영화는 리챠드기어와..위노라라이더가 주연한 멜로물이었다..

"리챠드기어의 외모를 좋아하는거야..아님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거야??"

"음 일단은 그의 연기가 좋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생긴 배우가 연기도 잘하면 더욱 좋잖아...히힛"

참으로 영은 다운 말이라 생각됐다...

"여기서 잠깐 기달려..표 끊어올게..."

"싫어! 같이갈래..."

둘은 그렇게 표를 끊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한남자가 사랑하는 한 여인이 몹쓸병으로 죽어가는 전반적인 내용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었다...문뜩 그남자나..자신이 조금 비슷하다고 재민은 생각했다..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는 그남자와 이루 어질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허우적 거리는 자신..어찌보면 그남자가 훨씬 더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이 종반으로 향할 즈음 옆에서 우는소리가 난다..

"흑~"

어두운 시야로 옆을 보니 영은이 조용히 소리죽여 울고있는것이 아닌가...순간 재민은 영은의 또다른 이러한 일면에 적잖케 놀라고 말았다...

'이 아이에게도 이런면이 있었구나...'

재민은 조용히 뒷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영은에게 건넸다...

순간 움찔하며..재민을 한번 쳐다본 영은이 손수건을 받는다..

그리곤 어느 순간 조용히 재민의 손에 영은의 손이 겹쳐졌다..

재민은 아무 내색없이 조용히 시선을 영화화면에 가져갈 뿐이었다..

"깜짝놀랐어..니가 영화 보면서 울다니..."

"왜?? 내가 슬픈거 보면서도 울지도 않는 독한애 같이 느껴졌었어??"

"아니..그런뜻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재민은 처음으로 영은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었다...사실 재민은 영은에게 미안할 뿐이기에 영화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야~~~~재민아~~~~~"

순간 뒤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연재와 연주누나가 함께 재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들곁으로 다가온 연재는 재민과 영은을 보며 말했다.

"이야~~~니들 너무빠른거 아니야?? 커플티까지 입고..."

"후훗"

연재의 말에 영은은 아무런 말없이 웃는다...

"아니 ...연재야.. 그런게 아니라...."

"어머..재민이 여자친구인가 보구나??"

"누나..안녕하세요...실은 그런게 아니라..."

재민은 쥐구멍 속으로 숨고있었다..그토록 재민의 마음을 차지하던 연주가 지금 곁에 있었지만 재민의 곁에는 영은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너무도 난감해서 어찌할바를 몰랐 다...

"영은아 인사해..우리누나야..."

"안녕하세요..윤영은이에요.."

말을 하면서도 영은은 연주를 끊임없이 바라보았다...

같은 여자인 영은이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낄만큼 연주는 참으로 아름다왔다..브라운 계통의 세련된 정장 스타일에 자연스러운 웨이브진 머리를 뒤로 살짝 묶은 모습이 참 지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결코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네...만나서 반가워요..재민이 여자친구분인가 봐요.."

"네..."

순간 재민은 앞이 캄캄해옴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민이랑 참 잘어울려요...옷도 그렇고..후훗"

"고맙습니다.."

재민은 벼랑끝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곤 자포자기의 느낌이 들었다...'이 젠 끝이구나..모든게 끝난거야..'

재민의 머리속에 이런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무슨영화본거야?? "

"뉴욕의 가을.."

"짜식..일요일이라 집안에 처박혀 있겠구나..했더니 참 재주도 많다...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연재야...재민이 부끄러워하잖니...그만하렴.."

졸지에 동네북이 된느낌이었다...그저 터저나오는 어이없는 상황에 온몸의 힘이 쭉 빠 지는 느낌이었다...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영화봤으니 우리 어디가서 같이 어울리자.."

"응?? 나..나는..."

"연재야 ..실례야..우리 신경쓰지 말고 그럼 재밌는 시간 보네요..영은씨...그리고 재 민이도 좋은 시간되고..."

"영은씨는요..말놓으세요..언니..."

"후훗..다음에 다시 만나면요..."

누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이상황은 피하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 을 건넌 기분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모두가 다시 레테의 강을 건너 처음오로 돌아가게 하고 싶을 뿐이 었다...

"그런가??...하긴 재민의 첫 데이트를 망쳐선 안돼지..그래..재민아 모쪼록 좋은시간 보네라...."

"그래...누나 안녕히 가세요..."

"그래..재민이도...그리고 영은씨도요...."

인사를 하고 거리를 나서며 재민은 암담한 현실에 무슨말을 해야할지를 몰랐다...

"연재누나 너무 이쁘다..."

옆에서 걷던 영은이 드디어 말을 건냈다..

"응??..으응..."

"갑자기 왜 그렇게 말이없어??"

"갑자긴 무슨...."

영은은 그순간 약간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조용히 땅만 보며 거리를 걷는 재민을 보면서 영은은 약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모처럼 만의 이 기분을 깨기 싫어 조용히 재민의 팔안으로 자신의 팔을 집어넣었다...

재민이 흠칫하며 영은을 쳐다보았다...

영은은 귀엽게 웃으며 재민을 마주 바라보았다...

'후~'재민은 모든것을 체념해버린듯 다시 땅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이야~ 재민이놈 생각보다 능력있나봐...만난지 몇일됐다고..."

"왜 재민이가 부러워??"

"그럼 부럽지...난 이렇게 일요일에 누나랑 데이트하는데..."

"머라고??...그럼 내가 네 애인 대용품이란 말이야??..꿩대신 닭이라 이거지??"

연재의 말에 연주가 귀엽게 눈을 흙긴다...

"히힛..아니..누나가 왜 닭이야 봉황이지 봉황..."

"병주고 약주고 아주 누나를 가지고 노네 얘가..."

"히힛..그나저나 참 보기좋았지 누나??"

"그래 다행이다..안그래도 참 외로울텐데...참 잘됐네...."

그날 뜻하지 않은 만남으로 그 둘의 대화속에 한동안 재민이 화제거리가 되어가는 중 이었다....


거리로 나온 재민은 갑자기 술이 너무 마시고 싶었다...

무작정 술집으로 향하는 재민에게 영은이 묻는다..

"재민아 우리 지금 어디가는거야??"

그말에 재민이 정신을 차린다..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영은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

"으응..어디 갈만한곳을 찾고있었어..."

"그럼 ..우리 한강 가지 않을래??"

영은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좋을것 같았다..갑자기 시원한 바람을 얼굴가득 맞고 싶기 도 했다...

"그래..그러자..."

말을 하고 재민은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한강변을 한동안 걷던 재민과 영은은 재민의 제의로 한강변 미니점포 파라솔 밑에서 오뎅한그릇과 술한병을 시켜놓고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한강에 오니까 너무 좋다...그치 재민아..."

"그래 시원하고 좋다..."

"재민아 그거알아?? 너 아까 연재만난후로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아니야..나 원래 말이 조금 없는 편이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내심 뜨끔했다...

"재민아..나...너한테 하고싶은 말이있어..."

순간 재민의 눈길은 영은에게 향했고 영은은 별처럼 빛나는 두눈동자를 빛내며 재민에 게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그리곤 이내 정색을 하며 꽤 어려운 이야기인양 양 미간을 살짝 지푸린채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기...재민아..."

"응..."

"저기...넌...날 어떻게 생각해??"

순간 재민은 영은이 말하려는 것을 미리 알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렵게 말을꺼내는 영은의 말을 다른쪽으로 유도해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 었고 무엇보다도 영은은 너무도 진지했다..

"넌 ..참 좋은아이야...성격도 좋고 ...얼굴도 이뻐..그리고 무엇보다도 만나면 참 편 안함을 주어서 좋아..."

재민은 가능한한 영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워..난..있잖아 재민아..난.."

영은은 쉽사리 자신이 하고픈말을 하질 못했다...

"난....이런말 하는거 아직 이르고 우숩게 들릴지 모르지만...난 ..재민이 너 좋아하 는거 같아...아니...좋아해..."

드디어 걱정하던 현실이 눈앞에 들이닥치는 순간이었다...

재민은 도대체 이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판단이 안섰다.

"고마워...나도 니가 좋은사람이라는 생각...많이해...하지만 아직 넌 나에대해 잘 모 르잖아...그러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만나면서....."

순간 영은이 재민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그래..내가 생각해도 내가 아닌것처럼 지금 난 너에게 너무 빨리 이런말을 하는 것일 지도 몰라..하지만 누구를 만났건 이제껏 이런 느낌을 갖긴 처음이야....그리고 더 이 상 이런감정 숨기기도 싫고..."

재민의 머릿속은 무거워져 갔다..이 뜻하지 않은 상황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래 인정해버리자..어짜피 모든게 끝나버렸잖아...'

순간 재민의 머릿속에 그런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래..네가 그런생각을 가져준것에 너무 고맙고 감사해..난 솔직히 아직까진 너처럼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이 깊다고 말할 수가 없어..달콤한 말로 네 진심을 이용하고 싶지 도 않고...하지만 앞으로 우린 시간이 많고 내가 너를 싫어하는것이 아니니까 너와 같 은 감정을 충분히 가질거라 믿어...나한테 조금더 시간을 주렴.."

재민의 말을 들으며 순간순간 재민의 한마디 한마디에 움찔하던 영은은 재민이 말을 마친순간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고마워..."

재민은 생각지도 않은 영은의 눈물에 아직까지 한편으로 계속되는 연주누나에 대한 집 착과 이토록 여린 아이를 울렸다는 죄책감이 동시에 찾아들어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싶었다...

한동안 말이 없이 강물을 응시하던 재민은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영은의 옆 에서 영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영은은 정말 처음 느끼는 이러한 행복이 깨지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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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1.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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