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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10부

쌍봉낙타 2 748 0


흔적 10부

흔적 10부


재민은 한동안 자신의 앞에 취해 잠든 영은을 바라봤다..

어디에서 술을 마셨는지 영은은 몸도 못가눌 만큼 취해잠들어 있었다..그런 영은을 보 고있자니 재민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도대체 왜 나로인해 니가 이렇게 아파해야하니..왜 이렇듯 니가 술에 취해 괴로워해 야 하니.....미안하다..영은아...정말 미안하다....'

재민은 잠든 영은의 흩트러진 머리칼을 쓸어올려 주며 가슴이 아려옴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영은은 지독한 갈증에 눈을 떻다...

어둠속이었지만 흐릿하게 보이는 낮선 환경에 영은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영은이 머리맡으로 눈길을 가져갔을때 머리 위에 한남자가 무릎속에 머리를 숙인채 잠들어 있 는것이 보였다..

'재민아!'

그제서야 영은은 어렴풋이 어제의 일들을 기억해냈다..

재민과 헤어지고 어딘지 모를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술이 들어갈수록 갑자기 재민이 보고파 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재를 통해 재민이 사는 곳을 들은 영은은 술취한 상태로 무작정 택시를 탔었다...

'내가 재민의 사는곳에 취해서도 오긴 온 모양이구나...'

잠든 재민을 보며 영은은 자신이 재민의 방에서 잠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은은 고개 숙여 잠든 재민을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미안해..재민아...내가 널 또다시 불편하게 만들었구나..'

영은은 편안히 쉴 수 있게 재민을 눞혀주고 싶었지만 재민이 깨어날까 가만히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한동안 재민을 쳐다보던 영은은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방을 나서기전 영은은 잠든 재민을 한번 더 쳐다본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딪었 다...

새벽거리는 추웠다..오늘따라 이상하게 더욱 추웠다...

채 몇걸음 내딪기도전 영은의 눈에선 이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흔적 10부


재민은 영은이 가고난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잠이든 사이 영은이 가버리고 없었다..

재민은 밖으로 달려나가봤지만 이미 영은은 가버리고 없었다..

영은이 잠시 머물다간 자리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꿈이 아니었음을 느낄 뿐이었다...

새벽거리에 쓸쓸히 걸어갔을 영은을 생각하니 재민의 가슴은 더욱 아파왔다...

아직 날이 밝아올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재민은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영은이 누워있던 자리만 바라보며 재민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재민은 영은이 집으로 간뒤 방안에서 영은을 생각하다 일찌감치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 다...가방을 책상위에 놓고 그냥 엎드려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재민은 다이얼을 눌렀다..

한참의 신호가 간 뒤 영은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약간 짜증섞인 영은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왔다..

"영은아~~~~나야...재민이...."

"........."

영은은 말이 없었다...

"영은아~~~"

"......미안해......"

짧은 침묵속의 영은의 첫말이었다...

"영은아 우리 오늘 만나자...응??"

"..미안해 재민아..나 지금 몹시 피곤해..우리 나중에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영은아!"

"뚜우~~~~~~~뚜우~~~~~~"

재민이 영은을 불렇지만 영은은 이미 전화를 끊고말았다..

이미 끊긴 전화를 들고 재민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연재와 지영은 명동에 나와있었다..

연주의 생일날 연재는 지영을 누나에게 소개해주기로 마음먹었고 그런 지영과 선물을 고르기 위해 명동에 나온것이다...

연재는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지영에게 선물을 골라줄것을 부탁했지만 지영은 아직 연 재누나를 알지 못했기에 섣불리 선물을 고를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지영은 지갑을 연재는 티셔츠를 샀다..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내가 가도 될까??"

지영은 불쑥 연재의 누나를 만나는것이 아무래도 불안한지 연재에게 말을 꺼냈다..

"괜찮아,우리누나 그렇게 불편한 사람 아니야...아마, 널 보면 좋아할거야..분명히 ..."

"그래도..좀..."

"괜찮다니까....너도 분명히 우리누나 보면 좋아하게 될거야.."

지영은 불안했다..특별히 그럴 이유도 없었는데 가슴한편에서 불안감이 없어지질 않았 다...그런 맘을 잊어보려는듯 지영은 연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연재야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배고파~"

"그래..안그래도 나도 배고팠던 참이야...얼른 가자"


연주는 아브라함에 들어와 있었다...

'연주씨...오늘 저녁 아브라함에서 기다릴게요..할 이야기가 있습니다..꼭 나와주세요 ..'

낮에 연주는 영모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자신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해버리고 연주 가 대꾸하기도전 전화를 끊어버렸다..

좀 일찍왔는지 영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연주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거리엔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채 봄을 느끼기도전 금방 여름이 오리라....카페안에는 '레몬트리'란 곡이 흘러나왔다..

약간은 부담스러웠던 연주의 마음도 그 맑은 노래를 듣고있노라니 한결 편안해짐을 느 낄 수 있었다..

"일찍 나왔네요.."

연주는 갑작스레 말을 건네며 앉는 영모를 보고서야 잠시 취해있던 음악에서 벗어났다 ..

언제나 그렇듯 그는 깔끔한 모습에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연주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런 그의 티없는 모습이 연주는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아직 저녁 전이죠??"

그는 항상 첫마디는 가벼운 인사와 밥을 해결했느냐 부터 물어온다..연주는 변함없는 그의 인사를 갑자기 조금은 거부하고 싶어졌다..

"아까 간식을 먹어서 지금 밥생각이 없네요..."

"그래요?? 그럼 우리 차를 시키죠..실은 저도 아직 저녁생각이 없네요..."

가벼운 연주의 반항을 그는 아무 꺼리낌없이 넘긴다..

"할 이야기가...."

연주는 조금 사무적인 말투로 그에게 묻는다..왜 그런지 그가 다가올수록 연주는 그에 게 항상 거리를 두려 노력한다...

"차 나오면 천천히 얘길할게요..."

차가 나오고도 영모는 잠시 겉도는 듯한 회사이야기를 하다가 정작 하고싶었던 이야기 를 시작한다...

"저...연주씨...내일 연주씨 생일이죠??"

순간 연주는 놀란다..

"그래서 얘긴데 내일 저에게 연주씨와 함께 즐거움을 나눌 기회를 주시지 않겠어요??"

연주는 항상 자신을 이렇게 놀라게 만드는 그의 말이 부담스러웠다..생각해보면 자신 을 그만큼 생각해 주는 것에 고마워해야했지만 이상하게도 고마움보단 부담감이 먼저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이미 약속이 있어요..."

연주는 연재를 생각하며 말설임없이 영모의 제안을 거절했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하셨나요??"

"아니요..동생하고..."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또 대답을 하고나서도 그냥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고 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럼 잘됐네요...저도 그자리에 같이 동참하면 안될까요??"

그의 말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연주가 무슨 약속이 있다해도 그는 무슨 구실로 라도 지금과 같은 말을 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내일은 그냥 오붓하게 동생과 보내고 싶어요...그리고 아직은 동 생에게 남자친구인양 안대리님을 보여주는것도 싫고요.."

"그건 걱정마세요...그런 문제라면 제가 동생분에게 잘 설명하겠습니다..."

연주는 그의말에 기가막혔다...도대체 그는 물러설줄을 몰랐다..

"죄송해요..안대리님의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그럼..."

무어라 말하려는 영모를 뒤로하고 연주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연주는 돌아오는 길에도 줄곳 영모를 생각했다..

영모는 흠잡을곳이 없었다...

직장..외모...그리고 얼핏 느껴지는 그의 가정환경까지도..

그러나 연주에겐 그의 흠잡을 곳 없는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도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연재로 인해 그를 거부했던것이 이젠 그 자체가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답답한건 그런 연주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더 연주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 다...


재민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나온뒤 재민은 그냥 발이 닿는데로 거닐었다.

머릿속은 온통 영은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영은의 생각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듯 하늘을 보며 긴 숨을 내쉬고 나서야 주위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퇴근시간 이어서인지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다..

어두워진 거리엔 온갖 간판들이 환하게 길을 밝혔다..

문뜩 한 옷가게에 시선을 준 재민은 비로소 내일이 연주누나의 생일이란것을 기억해냈 다...

재민은 그제서야 아직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풀리지 않는 복잡한 수학문제라도 대하는듯한 영은의 상념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듯 재 민은 거리의 가게들에 눈길을 주며 걷기 시작했다...

무엇을 선물해야할까.....

예전 고등학교때 교생선생님이나 어머님의 생일선물이 여자에게 선물을 준 유일한 기 억이 전부인 재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도통 결정을 내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 재민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건 한 음악사였다.

재민은 망설임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요즘 최신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마흔을 넘긴듯한 여자가 신문을 보고 있다 재민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네..."

재민은 특별히 무엇을 사려고 들어온것이 아니었기에 가게의 음악들을 둘러보았다..

"뭐 찾으시는 음반이라도 있으세요??"

"아니요..그냥 좀 둘러볼게요..."

"그러세요..." 재민은 가게의 음악들을 둘러보다 문뜩 한 cd에 눈길이 멈췄다.

그 음악은 재민이 아주 좋아하는 '유재하'의 음반이었다..

재민은 망설임없이 그 cd를 뽑아들었다...

다시 다른음반을 쳐다보다가 재민의 눈은 영화'러브어페어'사운드 트랙을 찾을 수 있 었다..

재민은 그것도 뽑아들었다...

언제고 재민은 '러브어페어'란 영화를 본 후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서로 약혼자가 있던 워렌비티와 아넷베닝이 비행기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삼일간 배에서 사랑 에 빠지고 삼개월후 다시 만날것을 약속한다..서로의 모든걸 정리한후...

그리나 약속당일 워렌비티는 엠파이어 빌딩에서 거센 폭우를 맞으며 기다리지만 그녀 는 나타나지 않는다.약속 당일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사고로 휠체어에 앉은 그녀는 그를 그리워만 하고 그는 그녀를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리며 아 이들에게 럭비를 가르치며 생활해 나간다..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은 예전의 약혼자 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음악회에 갔다가 서로 만나게되지만 그는 그녀의 다리를 의식하 지 못한다..겉잡을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그는 크리스마스에 그녀를 찾게 되고 그 녀와의 대화중에 그녀와 만나기로 한날 그녀에게 주려던 그림을 호텔에 기증한후 나중 에야 한 장애인이 자신의 그림을 가져갔다는 말을 하다 그녀의 안방에 무작정 들어가 고 만다..그녀의 침실벽면 그의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서야 그는 말한다....

'우리에게 이런일이 있을려면 왜 하필 당신에게...'

'괜찮아요..당신이 다시 그림을 그릴수 있다면 전 기적없이 걸을수 있어요...'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그토록 그려왔던 소중한 여자의 입술을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에 뜨겁게 아주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재민 또한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재민은 cd를 집어들곤 긴 상념에서 벗어난다..

재민이 특히 좋아하는곡은 '피아노솔로'곡이었는데 여주인공이 그의 숙모의 피아노에 맞춰 허밍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던 바로 그곡이었다...

재민은 두개의 음반값을 지불하고 거리로 나섰다..

잠시 들른 음악사에서 머리를 어지럽히던 영은도 잊은채 재민은 행복에 젖어 집으로 향했다...


'누나 생일 축하해요..이 음악이 한순간이라도 누나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다면 좋겠 어요...' -재민-

재민은 집으로 돌아온 후 작은 카드를 쓴 후 정성스럽게 포장을 했다...재민은 입속으 로 유재하의 '그대 내품에'란 곡을 흥얼거렸다.....마치 누구에게 고백하듯이...


그대 내품에

-유재하-

별헤는 밤이면 들려오는 그대의 음성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되어 그대 꽃위에 앉고싶어라


밤하늘 보면서 느껴보는 그대의 숨결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끝까지 따르리 내사랑

그대 내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술잔에 비치는 어여쁜 그대의 미소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그대 입술에 닿고 싶어라


내 취한 두눈엔 너무 많은 그대의 모습

살며시 피어나는 아지랑이되어 그대 곁에서 맴돌고 싶어라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어둠이 찾아들어요

마음 가득 기댈곳이 필요할때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그날밤 재민은 몰래 가져온 연주의 사진을 오려 넣은 지갑을 밤늦도록 쳐다보다 잠들 었다....



흔적 10부

 

2 Comments
토도사 2023.01.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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