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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케치 11

학교는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그동안 태혁을 밉게 봐왔던 선생들은 이 기회에 태혁을 학교밖으로 쫓아낼 기세였다.

희수는 입술이 부르트도록 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몇일 내내 태혁의 어머니는 학교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선처를 부탁했지만 너무나 완고한 학교의 결정에 쓸쓸히 돌아서야했다..

그러는 사이 태혁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희수는 철한과 태수의 자취방을 여러번 찾았지만 태혁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결국,태혁은 최악의 선고를 받고 말았다..

퇴학이었다...태혁의 어머니는 결국 실신하고 말았다..

태혁은 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밖은 변함없이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지금 태혁의 얼굴엔 괴로움이 서려있었다..몇일사이 까칠해진 피부와 푹 들어간 두눈이

태혁의 심정을 대변했다. 태혁은 지금 철한을 만나기위해 와있었다.

몇일만에 연락이되자 철한이 약속장소를 정하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던것이다.

태혁의 입에서 어떤말을 듣는것이 두렵기라도 한듯....

'딸랑'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철한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태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철한의 뒤..희수와 민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태혁이..이자식..."

철한은 눈물을 글썽인채 다가왔다..

"태혁아..."

민호와 희수도 자리에 다가와 태혁을 바라봤다.

"이자식 얼굴이 왜그래?? 그동안 어디서 뭘했길래 이런거야??"

태혁의 생기없는 얼굴에 철한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선생님이 널 꼭 보고싶어해서...민호도 그렇고..."

"선생님..죄송합니다.."

"태혁아..."

희수도 태혁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며 안쓰러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미안하구나...선생님이..할말이 없구나..."

"아닙니다...너무 큰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희수는 태혁에게 그 어떤말을 해야할지 몰라 눈시울만 붉힌채 태혁을 바라봤다.

"태혁아..미안해..내가 괜한짓을 해서..네게...정말 미안하다..흐흐흑..."

민호가 울음을 참지못하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민호..울지마라..난 괜찮다.."

"태..태혁아.."

"자식...어짜피 고등학교까지만 다닐 생각이었는데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다..그러니 니가 미안해할 것 없다.."

"태..태혁아..다른방법이 있을거야..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내가 도울께.."

민호가 애절하게 태혁에게 말했다..그의 눈은 눈물로 뒤덮혀 있었다.

"민호야..정말 나한테 미안하냐??"

"그럼...너한테 어떻게 용서받아야 할지...흐흑..."

"그럼 한가지 약속해라.."

"응 말해 ...니가 원하는것이라면 뭐든지 할게..."

태혁은 잠시 민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뜻하는 좋은대학에 합격해라..그 후에 다시 한번 만나자..약속할 수 있냐??"

"흐흑...태..태혁아...미안해..정말..미안해.."

"니가 약속하면 난 웃을 수 있다.."

"그래..약속할게...약속할게.."

"그럼 이제 그만울고 웃자.."

태혁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민호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민호도 애써 웃음짓는다.

"선생님.."

"그래.."

"비록 이렇게 됐지만 절 위해 애써주신것 잊지 않겠습니다..고맙습니다."

"태혁아...힘내...넌 ...뭐든지 잘 해낼거야..."

"네.."

"저..어머닌..."

"그래 몇일 내내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셨지..."

"네..."

"이럴게 아니라 지금 집으로 어머님 찾아뵈렴....슬픔이 크신것 같더구나.."

"네.."

태혁은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른건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아팠다..

지금쯤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실지 안봐도 훤했다..

태혁은 어머니 생각에 왈칵 슬픔이 치솟았다..

무어라 용서를 구해야 할지 머리속이 어지럽기만 했다...

한동안 그들은 서로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태..태혁아...도대체 어떻게 된거야..얼굴은 이게 뭐니??...흐윽.."

집으로 들어서자 유미가 태혁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린다..

"유미누나..어머니는.."

"안방에 누워계셔..들어가자.."

"혼자..들어갈게.."

태혁은 조심스레 안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너..너..너이노무자식....도대체 어쩔려고 그랬어..이놈아.."

태혁이 무릅을 꿇고 앉자 그녀는 몸서리치며 아들의 가슴을 내쳤다..

"어머니...죄송해요..."

태혁의 눈에 어느새 굵은 이슬이 맺혔다..

"이놈아 너 하나 믿고사는 애미는 어쩌라고..어쩌다가...흐윽..."

태혁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태혁을 보며 그녀는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학교에서 내린 너에 대한 결정 알고있지?"

울음은 멎었지만 여전히 두눈엔 이슬이 맺혀있었다.

"네.

"애미가 잘못했다..다 내탓이다...널 그렇게 내버려둔 내가 ..내가 죄인이야.."

"어머니...제발..."

태혁의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다.

"태혁아...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오렴...아버지도 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어머니..당분간 혼자 지내고 싶습니다.."

"이놈아....."

"죄송합니다.."

"휴우...그래 이제 어쩔 생각이니..."

"신중히 제가 하고싶은 일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그래야지...시련이라 생각하고 이겨낼거라 믿는다.."

"네.."

"아버지...뵙고가야지..."

"오늘은 그냥 가볼게요..나중에...다시 찾아뵐게요..."

"그래...네가 제일 괴로울테니...그러렴..."

"아프지마세요.."

"그래...."

대답을 하면서도 또다시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태혁아..이대로 가면 어떻해~~"

태혁이 말없이 집을 나서자 유미가 태석을 뒤따라나오며 태석의 팔을 잡았다..

"누나..오늘은 그냥 이렇게 갈게..."

"태혁아..."

유미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누나..어머니 잘 부탁해..."

"그래..걱정하지마..누나가 잘 보살필게..."

"고마워..."

"그런 소리말고 네 몸 걱정이나해..얼굴이 그게뭐야..."

"난 괜찮아..이만갈게..."

"태혁아..."

유미는 걸어가는 태혁의 뒷모습을 바라본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태혁은 취해있었다..

거리를 걷고있는 그의 다리가 금방이라도 땅바닥에 주저앉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잠이 들기엔 그의 가슴이 너무나 공허했다..

외로웠다..누구에겐가 안기고싶었다..

문뜩 미수가 생각났다..

어느새 그는 미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야.."

"태혁??..태혁이니??"

"응.."

"어디야?? 목소리가 왜그래?? 너 술마셨니??"

"응.."

"많이 마신것 같은데...몇일동안 연락도 안돼고 무슨일 있는거야??"

"보고싶다.."

"태혁아....어디야...지금갈게..."

"여기..."

순간..태혁은 살며시 전화를 끊고 말았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태혁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그길이 집으로 향하는 길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