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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했어야 할 이야기 1 - 소라넷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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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했어야 할 이야기..

묵시적 허락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살아가면서 때론 지우기 어려운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기억이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경험 이였다면 그것도 또한 작은 고통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는 오늘 소라를 통하여 그 작은 고통을 떨쳐버리고자 한다.


내가 무역 2팀의 박팀장을 처음 보게된 것은 지금부터 3년전 여름이였다. 내나이 서른하나에 평사원에서 대리로 지급한 그 해였다. IMF의 고통와중에 상당수의 직원들, 특히 직급이 높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서 무역 2팀의 공석된 팀장이 새로부임하는 날이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시애틀 지사의 지사장이 현지 사무실의 폐쇄로 귀국하여 무역 2팀의 팀장으로 온다는 소식이였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무역 1팀 소속의 나는 가까운 공간을 사용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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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팀장은 그렇게 무역 2팀의 팀장으로 국내본사에 복귀하게 되었다. 출근첫날, 각 팀을 돌며 인사는 나누는 박팀장은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스포츠머리보다는 조금긴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외유내강의 인상을 주었다. 온화한 미소를 가지고 반갑다고 내미는 악수에서 외향보다는 상당한 힘이 느껴졌다.


그날 퇴근후에 박팀장의 환영회를 겸한 무역 2팀의 회식이 있다는 사내 메일을 받고 별다른 약속이 없었던 나는 참석란에 표시하여 회신을 하였다 (타팀원들도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일정 회비를 받고 회식에 참석하는 관례가 있었다).


회식은 여느 때와 같이 각자 일정량의 알콜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일련의 회사이야기, 정치이야기 등등 군데군데 지역방송이 틀어지고 있었고, 나는 박팀장과 가까운 자리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비교적 말수가 적었으며, 적당한 술기운에 예의 그렇듯 남자들끼리 모이면 늘상 하는 음담패설등의 야한 이야기에도 가벼운 웃음으로 받아넘기고 있었다. 회식의 말미 누군가의 주도로 몇 명의 일행이 가까운 단란주점을 가게 되었고, 그날의 주인공 박팀장은 신고식겸하여 3곡의 노래를 불렀으며, 그 중에서 my way란 노래가 기억이 나는데, 꽤 잘부르는 실력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후덕한 맘의 박팀장은 갹출하려는 2차의 비용을 그가 계산하였으며 이렇게 박팀장과의 첫인연이 시작되게 되었다.


IMF의 고통으로부터 경제가 많이 회복되어가고 있었고, 회사도 점차 신규 바이어들이 늘어가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박팀장이 무역 2팀의 팀장으로 부임한지 2개월 여가 지날 무렵 이였다.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온 나는 지각을 염려하여 늘상 타고 다니던 좌석버스를 변수가 많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새롭게 개통된 전철역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길 한켠으로 하약색 소나타 승용차가 접근하며 가볍게 경적을 두어번 울렸고, 나는 길을 멈추어 서서 그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나의 멈춤에 보조석 윈도우가 아래로 내려졌고 나는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박팀장이였다. “박팀장님 왠일이세요” 조금은 갑작스러움에 내가 던진 질문에 박팀장은 “김대리도 일산 살았구나 타” 나는 반가운 마음에 박팀장의 차를 동승하게 되었으며, 박팀장도 내가 사는 마을과는 다르지만 일산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이 내가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의 시작일 줄은 예상치 못하였다.


그날이후 나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한 박팀장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고, 때론, 박팀장이 중요한 술자리가 있는날, 회사에 늦게까지 남았다가 전화연락을 받고서, 박팀장을 집까지 차로 대려다 주곤 하였다 (결코 상,하 관계에 의한 어떠한 압력으로 인한 것은 아니였다). 박팀장과 출퇴근을 같이하면서 박팀장이 나와 띠동갑이며, 피아노를 전공한 5살 연하의 아내와 6살짜리 사내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내에서 박팀장은 능력과 좋은 인품을 인정받고 있었다. 아래 직원들에게도 결코 말을 함부로 하거나 큰소리는 내는 일이 없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나는대로 회사 생활과 과장급이 되어 해외 지사로 나갈 경우 필요한 그곳에서의 경험담 등... 마치 형님처럼 자상하게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박팀장으로부터 사내 메일이 왔다. 그쪽 팀 바이어와 저녁식사 약속이 있으며, 늦지 않을 것 같으니 별일 없으면 기다렸다 같이 가자는 내용이였다. 나는 특별히 급한일이 없으니 저녁이 끝나면 전화하라는 답신을 보내었다.


박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바이어와의 이야기가 아주 잘되었다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술을 많이 마시더라도 별다른 흐트러짐을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박팀장은 그날따라 술기운인지 약간 들떠 있엇다. 박팀장을 태우고 아파트 단지에 차를 파킹한 후 집으로 가려하자, 박팀장이 내일이 토요일이고 하니 술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잡았다. 그전에도 단지내의 맥주집에서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 간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날처럼 전작이 있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자고 한적은 없었다. 아마도 바이어와의 이야기가 잘되어 좋은 기분이여서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내의 맥주집을 자리하고 앉았으며, 그날 따라 박팀장은 나에게 결혼 않하냐느니, 여자는 있느냐느니 하면서 평소에 잘 묻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결혼하면 부부도 서도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존중해주고, 서로가 서로를 옭아매는 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등, 부부는 서로에게 늘 새로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자기 자신의 부부관을 이야기 해주었다.


핸드폰을 꺼내어 박팀장이 집으로 전화를 하는 듯 하였으며, 그의 아내에게 아이가 자면 나와서 같이 한잔하자고 한다. 잠시 후 호프집문을 들어서 우리 자리를 향해 오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한눈에 상당한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박팀장을 통해서 그의 아내와 인사를 하였으며, 그녀는 그 동안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반가워 하였다. 눈가에 작은 주름들이 있긴 하였지면, 단아한 모습에 아주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약간은 통통하였지만 딱 보기 좋은 정도였다.


이상한 것은, 박팀장과 그의 아내가 서로에게 깍듯한 존대말을 쓴 다는 것이였다. 듣는 나로 하여금 두 사람이 정말 부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서로를 존중해주는 대화체를 쓰고 있었다. 회사에서의 박팀장 성품으로 보아서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되었지만, 박팀장은 그의 아내를 자신의 부인이 아닌 한 명의 동반자적인 인격체로서 대하고 있었으며, 그의 아내또한 그러한 대우를 받을 만큼 지적이고 매력 적이였다. 박팀장은 그녀의 아내가 대학시절 촉망받는 피아노아니스트 지망생이였으며, 자신으로 하여금 그 꿈을 접게되어 미안함을 많이 느낀다고 하였으나, 그의 아내는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였으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가면서, 박팀장은 술이 조금 과했던지 평소보다는 약간의 기분이 업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의 아내도 점차 자리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전작이 없었던 관계로 박팀장보다는 괜찮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술자리를 일어서며, 박팀장은 아래층의 노래방을 들렸다 갈 것을 원했고, 우리는 가볍게 한곡씩 하자면 뜻을 맞추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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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3.29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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