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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소라넷 야설

댕댕이 1 639 0

 

DJ....

이 글은 내가 소위 말하는 DJ가 된 과정이므로 약간의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조화시킨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1994년 9월 1병 말호봉때 두번째 정기휴가를 나왔다. 전역을 얼마 앞둔 내 후견인과 같이 나왔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먼저 마무리 해야만 할 일이 있었다.나는 귀대 5일전에 다시 서울에서 권 병장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부랴부랴 대전행 열차를 탔다. 기차가 천안을 지나면서 나는 얼마전에 받은 편지를 꺼냈다. 무척이나 짧은 글이었다. 집안 차이가 너무나서, 부모님 뜻을 거스르기가 싫어서 헤어져야만 된다는 3년을 사귄 여자의 편지였다.나는 깊은 상념에 젖어들었다.그녀와 사귀는 동안에 내 스스로 자격지심을 많이 느끼기는 했다. 그녀의 집안은 대전 근교에 큰 땅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님 또한 시 교육감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데 반해 우리 집은 보통의 생활도 하기 힘들었다. 막노동을 전전하시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플레이트에 맞아 생활 능력을 잃었고 어머니가 식당에 다니시며 누나와 나를 가리켰다.어머니의 노력으로 누나는 사범대를 나와 교편을 잡았고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지금의 매형을 만나 내 입대전에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고 나 역시 크게 모나지 않게 학교 생활을 해서 지방 국립대 회계학과에 적을두고 있다. 항상 내 맘속에는 그녀와 사귀는 중에도 스스로가 너무 가진게 없음을 느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맘이 앞서서 그녀를 먼저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 했는데.......


DJ....- 소라넷 야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전화를 넣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저 재혼데요. 그 동안 별고 없으셨죠}

.......내 전화에 놀랐는지 그녀 어머님은 한참이나 말이 없다.

{재호 학생.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가연이는 여태껏 남부럽지 않게 키웠어요. 부족하게 키우지도 않았고, 남에게 주눅들게 키우지도 않았어요.그런데 재호학생을 만나면서 애가 기가 많이 죽더군요. 물론 재호학생 사정이 어떤지 저는 알고 싶지도 않고요. }

{요즘 보니까 아마 지 언니가 소개해준 사람과 교재하는 것 같더만 애 상처주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세요.부탁해요}

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머리가 하얀 백지 상태가 돼 버린것 같았다

{예 알겠읍니다. 하시는 말씀은 잘 알아들었으니 가연이 있으면 잠시 바꿔주세요}

한동안 망설이는 것 같더니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나 재호야. 아무 말도 말고 내가 하는 말만 잘 들어. 니가 쓴 편지도 잃었고 너의 어머님 말씀도 잘 들었다. 모두가 사실이겠지.... 조용히 보내줄께, 대신 내가 너를 사랑했던 것만 기억해줘}

어느새 내 목소리는 눈물이 베어 있었고 사지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오빠, 미안해}

첫사랑이 추억속에 묻히는 순간이었다

전화를 끈은 뒤로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아무 기억도 없다. 다만 평생 흘려도 못 담을 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것 뿐.

서울에서 권병장을 만나면서 다시 나는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군대를 갔다온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후견인이란 다른 이름으로 아버지라 불리우며 약 1년 먼저 들어온 고참병으로 다른 고참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써주고 군생활을 제대로 할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특히나 권병장은 나보다 한 살위지만 거의 친형제나 다름없이 나를 보살펴줬기 때문에 그 당시의 내 정신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재호야, 오늘은 우리 집에 인사드리고 저녁 같이 먹자.}

{권 병장님. 조금 어색할 것 같은데요. 그냥 밖에서 식사나 하죠.}

{야, 앞으로 귀대 할려면 5일이나 있어야돼.그럼 돈이 좀 많이 드냐?. 너 집에 소개시키고 용돈 좀 두둑히 받아야지. 니가 인상이 좋챦냐}

솔직히 누구에게 인사같은거 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권유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게 됐다.

택시가 멈춘 집은 그야말로 성에 가까운 아름다운 집이었다. 나는 잠시 어리벙벙했다. 이런 집은 영화에서나 있는 줄 알았는데 직접 와보게 됄 줄이야

{아줌마, 저 세준이에요}

찡 하며 육중한 대문이 열였다. 나는 겁 먹을 필요 없다.다짐하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은은한 클래식이 들렸지만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다.

{내실에 다 있나보다. 엄마 저 왔어요}

거실을 돌아 미닫이 문을 열자 그곳엔 또다른 거실이 있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엄마 나 왔어. 미진이는?}

깊게 패인 쇼파에서 두 분이 일어나신다.

{아 소개할께요. 여기는 문 재호라고 내 아들}

권병장이 가볍게 나를 앞으로 내민다.

{안녕하세요. 문재호 입니다. 군대에서 권병장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그래요. 반가워요. 저 세준이 애비입니다}

손을 뻗어오는 분은 약 50이 안된 혈색 좋고 사람 좋아 보이는 분이다

{안녕하세요. 저희 집에 온걸 환영해요}

화사한 웃음 을 만면에 뛰운 고운 분이 나를 맞아주었다. 어머니라고 하지만 내 어머니와 비교해보니 참으로 우리 어머니가 불쌍하게 느껴졌다.어떻게 저리 곱게 나이를 먹을수 있을까.눈물이 시큰했다. 지금도 어느 식당에서 차가운 물에 설거지를 하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역할이나 하는줄 모르겠네]

{아버지도 참 . 저 군 생활 잘해요.집에 있을 때처럼 속만 썩이는 줄 안다니까. 재호야 니가 말좀 해주라}

못 미더워하는 아버지 말에 권병장이 지원을 요청했다.

{정말입니다. 후임병들한테 신뢰도 깊고 다들 좋아하고 있어요}

{하하 자기 자식 자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당신도 참, 듣기 좋아라고 한말 갔고 그렇게 기분이 좋으세요?}

{물론이지. 아 그리고 군대에서 과외 공부도 시켜준다고?}

{아. 아닙니다 가끔 권병장님이 공부하시다가 모르는거 있으면 좀 거들어 준 것 뿐이에요.}

{알고 있겠지만 요놈이 착하기는 한데 말이야 공부 머리는 나를 닮았나봐. 지 엄마 머리 닮았으면 3수 하다가 끝내 대학 못들어가지는 않았을텐데}

{아버지도 참. 그만해요. 저 제대하면 공부해서 대학 꼭 들어갈께요}

하하하.호호호. 참으로 화목한 가정이다. 이런 집안에도 무슨 문제가 있을까? 물론 우리집도 화목하기야 하지만 경제적인 궁핍이 더 좋은 환경을 가꾸는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부정할수는 없었다.

따뜻한 분위기에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가정부 아줌마가 차려논 음식은 과하지 않게 알맞을 만큼 맛이 있었다

{미진이는?}

{얘는 또 그런다 . 싸울려고}

{임마 너는 누나한테 미진이가 뭐냐? 어렸을때야 티격태격 싸우느라 그랬지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고치도록해}

{그래도 미진이가 편한대}

하하하. 두분은 어저쩔수 없다는 표정이시다.

식사가 끝나고 아버님이 마련해 주신 술자리도 끝내자 10시가 약간 넘었다.

{엄마 . 빈방 청소해 뒀지요?}

{그래. 그런데 그 방 너무 오래 비워둬서 불편하지 않을까 싶네?}

{재호야. 너 그냥 오늘은 나랑 같이 자자?}

{아니에요. 식사 대접 까지 받았는데 더 폐 끼칠수 없죠? 전 가까운데 가서 잘 깨요}

{그러면 안돼요. 잠자리는 함부로 해서 안 돼니까 그냥 여기서 자도록 해요}

{그래 재호야 오늘은 세준이랑 같이 자라}

어느새 내 이름을 부를 만큼 친근해진 아버님까지 나서서야 결국 권병장이랑 자게 됐다.

나를 자기 방으로 안내해준 권 병장은 잠시 나갔다 오더니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담고 싱글거리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 않여 있던 나에게 몸을 던지며 환호성을 쳤다.

{재호야 이게 뭔지 아니?}

권병장 손에는 하얀 봉투가 두개 들어 있었다.

{뭐긴 뭐 겠어요? 용돈 받앗죠?}

{그래그래. 용돈이긴 한데 이것 봐라?}

얼핏 보기에도 권병장이 펼친 돈은 100만원권 수표로 꽤 많이 있었다.

{아버지가 통이 좀 크지.그리고 개방적인 분이시다. 내가 니 얘기 했거든 . 여자한테 채인거. 그랬드만 너 위로해 주라고 이렇게나 주셨다}

나는 기분이 좀 상했다. 용돈 받아낼려고 내 얘기를 끄냈나 싶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사람이 좀 덤벙대서 그렇치 나쁜 의도 가진 사람은 아닌줄 알기에 그만 풀어버렸다.

{그리고 이건 우리 엄마가 너 주라고 한 거야}

봉투를 하나 건넨다

{뭐야? 돈이냐? 엄마가 과외비라고 주신건데?}

봉투 안에는 10만원권으로 다섯장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권 병장님 저 이것 받을수 없어요.}

{야 왜 그래? 너를 잘 봐서 주신건데 그냥 갖고 있어라?}

{제가 땀 흘려서 번 돈도 아닌데 가질수 없죠. 마음만 받겠다고 해 주세요.}

권병장의 몇번에 거친 설득도 나를 돌리지는 못했다.

권병장은 1층으로 내려 갔다 오더만 더 입이 찢어진 채 왔다. 얘기인 즉슨 내 말을 그대로 전했더니 그 마음 씀씀이가 가상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가게 하나 소개해 줬다. 가끔 접대 때에만 간다는 곳인데 내일 너랑 같이 가보래. 전화 넣어 주신다고. 우리 아버지 디게 멋지시지? 그치?}

{예예 그렇내요}

진심이었다.권병장이 누리고 있는 삶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경제적인 기반을 다 가진채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고 한의대에서 교편을 잡으며 우아하게 늙어가고 있는 어머니가 있고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우애가 남다른 것 같은 누나가 있으니, 잠 속으로 빠져 들면서 그의 행 복이 부러웠다.

_1부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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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4.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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