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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1부 -

통수왕피구 1 550 0

첫사랑 


- 1부 -

"야! 민기야 놀라지 마라! 나 오늘 지수 봤다. 백화점에서 우연히....여전히 이쁘더라. 내 전화번호 알아놨는 데 알려줄 께.... 참, 그리구 니 전화번호도 알려줬다. 나보더니 니 안부를 먼저 묻더라구 아직도....."

친구 성혁의 전화를 받고 있는 나의 손에 땀이 촉촉이 배어났다.


첫사랑 - 1부 - 


한지수!! 그녀는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 시절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고 같은 반을 한 적도 없어 먼발치서 몇 번 본 기억이 전부였다.

그때 그녀는 주로 덩치 큰 축구부 애들과 밤늦게 까지 어울려 다니는 한마디로 날라리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우등생이었던 내가 성적이 떨어진 것을 걱정하신 부모님이 나를 학원에 보내면서 그 곳에 다니고 있던 지수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본 그녀는 예전에 알고 있었던 기억대로 학원내의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애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그런 남자애들을 휘어 잡고있었다.

그녀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성격도 활달하며 공부도 꽤나 잘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당시 매우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지수는 나에게 많은 관심을 주었고 나랑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였다.

나는 모든 남학생의 동경의 대상이 되던 그녀가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그리 싫지는 않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그녀가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 누가 보아도 지수는 나의 여자인 듯 보였다.

힘깨나 쓴다는 친구들이 나를 으슥한 곳으로 불러 그녀를 만나지 말라고 압력도 가했지만 나는 그러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지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그녀를 특히 좋아한 것은 그녀의 솔직하고 밝은 성격 때문이었다.

지수와 함께 있으면 주로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고 나는 듣는 편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나 빨리 갔다.

한번은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고 집에 이야기하고 밤새도록 그녀와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하면서 어째서 이런 애를 그동안 날라리로 보았을 까 하고 내 자신에 대해 심히 반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또래의 만남이 늘 그러하듯이 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각자의 생활이 달라 만남이 뜸해지며 자연스레 멀어지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말 부터는 거의 만나지를 못했지만 막 보고 싶어 한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남자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지 여자를 사귀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지수와도 친하게는 지냈지만 그냥 편한 친구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도 늘 자기는 나를 만나면 남자같지 않고 여자친구같이 편안하다고 얘기해 왔고 나도 그런 줄 알고 지내 왔었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 안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멀어졌기 때문에 안 만나는 동안 가슴앓이를 한다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후반기쯤인가 그녀가 내가 다니는 교회에 등록을 하게 되면서우리는 다시 만났고 다시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기를 몇 달...

우리는 졸업시즌을 맞이했고 졸업기념으로 그녀 학교 애들과 우리 학교 애들의 미팅을 주선하기로 했다.

그녀와 미팅계획을 짜기로 한 날 나는 내 친구놈 규호를 데리고 나갔었다.

규호도 미팅에 끼워 주기로 했는데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규호가 나에게 그녀가 내 애인이냐고 넌지시 물어왔다.

나는 그냥 친구다 교회친구다라고 대답했고 그러자 그놈은 그러면 자기가 좀 사귀어 봐도 되는지 그래도 내가 기분 안나쁘겠는 지를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상관없으니 한번 잘해보라고 이야기 했고 미팅 때 그녀가 파트너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지수와 나는 주선자로서 같이 파트너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는데도 나는 우리도 같이 미팅에 참여하자고 주장하며 소지품을 꺼내놓았고 그녀에게 만년필을 집으라고 하였다.

졸지에 생각에도 없던 내 친구놈 규호와 파트너가 되어버린 그녀는 다소 기분이 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분위기를 깰 만큼 속이 좁은 여자는 아니었다.

좌우지간 우리는 각자 다른 파트너를 꾀어 차고 함께 한 다섯 쌍의 친구들과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다섯 쌍 중에 우리 두 쌍만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그 날 이후 내 파트너가 된 그녀의 친구 진혜가 나를 계속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그녀를 졸랐고 규호놈도 그녀를 계속 만나고 싶다며 나를 귀찮게 했기에 우리는 미팅이후에도 넷이서 두세번의 만남을 가졌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따로 만나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규호가 지수를 따로 만나려고 하자 그녀는 완강히 거부를 하였고 규호는 지수를 한번 보기 위해 집앞에서 죽치고 기다기도 하며 끈질기게 구애를 하였다.

그럴 때면 지수는 나에게 달려와 귀찮아 죽겠다며 하소연도 하고 그런 친구를 소개해준 나를 원망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그런 지수를 달래며 좋은 놈이니 한번 사귀어보라고 권유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이러한 규호의 끈질긴 노력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는 지 지들끼리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규호는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고박꼬박 보고를 하여 알게 되었다.

아마 규호에게는 내가 지수를 만나게 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해서 자기 노력의 성과를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는 지 모른다.

그러던 중 규호와 진혜는 대학을 떨어졌고 나와 지수는 대학을 들어갔다.

나는 재수를 하는 진혜와 서너달 만남을 계속하다가 우선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들어가면 다시 만나자고 달래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와의 만남이 처음부터 별로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었으며 지수 얼굴을 보고 만나왔던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성격상 그녀에게 매몰차게 절교를 선언할 입장도 못돼 일단 그녀를 멀리할 핑계거리를 찾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수는 그렇지 못했다.

지수가 규호를 만나줄 때는 공부도 열심히 하며 착실히 생활하였는데 차츰 멀리할 기색을 보이자 규호는 밤잠을 못 이루며 끙끙 앓다가 술을 마시고 외박을 일삼으며 방황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지수는 이런 규호를 위해 만남을 계속유지하는 배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규호와 지수와의 관계는 만남은 규호의 입을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나에게 보고되었고 심지어 남자 친구끼리의 만남에도 버젓이 지수를 데리고 나타나기까지 하였다.

규호는 자랑스러운 듯 지수를 친구들에게 소개했고 내가 중매를 섰다며 떠벌이고 다녔지만 나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지수의 눈은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런 지수의 어깨를 툭 치며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양복 한 벌 해줘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규호에게 지수를 버리면 내가 가만 안 둔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규호는 걱정 붙들어 매라고 큰소리치며 호탕하게 웃었지만 이런 규호와는 달리 지수는 씁쓸한 미소만을 짔고 잇었다.

사실 규호놈도 괜찮은 놈임에는 틀림없었다.

의리도 있고 잘 놀며 얼굴도 잘생겨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으며 나한테는 특히 잘해 나도 평생 함께 할 든든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해 가을쯤 규호는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야!! 민기야 기뻐해라! 드디어 내가 지수와 키스를 했쟎냐!"

전화를 끊은 나는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왠지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왜일까? 왜 내가 같이 기뻐해 주지 못하고 이런 마음이 들을까 하고 곰곰 생각해보았지만 부모님도 자기 딸을 시집보낼 때는 허전해 진다는 식의 기분쯤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렇게 지내기를 일년....

이젠 지수가 나와의 만남보다 규호와의 만남이 더 잦아진다는 사실에 약간은 상대적인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이제 그들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들의 행복을 빌어 줄 정도의 여유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규호는 그 해의 대학시험에서도 낙방을 하고 말았고 아예 집에서 가출도 하며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는 이러한 규호를 위로하고 달래며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규호는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규호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규호와 지수를 만난지도 두달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늘 그래왔듯이 나는 당연히 지수와 함께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는 데 그날 그는 왠지 카페 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고 들어서는 나를 연신 싱글거리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민기야!! 나 이제 마음잡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어! 그동안 내가 너무 쓸데없이 좌절하고 방황했던 거 같아! 앞으로 인생은 무궁무진한데 말야"

"그래 잘 생각했다! 아무렴 그래야지! 근데 니놈이 무슨 계기로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냐? 신기한데?"

나는 정말로 잘된 일이다 싶어 축하를 해주었고 이젠 지수가 고생을 좀 덜하겠구나 하는 마음도 한 켠에서 일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규호의 다음 이야기를 들은 나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며 팔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내곁에는 니가 엮어준 예쁜 지수가 있쟎아! 내가 걔를 실망시켜선 안되지! 너를 봐서라도 행복하게 잘 살거야. 근데 민기야 나말이다....사실... 어제 지수랑 첨으로 같이 잤어. 그동안 그렇게 안 넘어가더니 어젠 무슨 마음이 들었는 지 순순히 따라 오더라구. 내가 안됐다구 생각했는 지......그래서 밤새 많은 이야기를 했지 나의... 아니 우리들의 장래에 대해서 말이야....근데... 지수...벗겨놓고 보니 더 죽이드라.. 피부도 끝내주구 말야.... 암튼 고맙다. 민기야 그런 보물을 소개시켜줘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며 규호에게 소리쳤다.

"제발 좀 그만해!! 너희들 얘기 듣는 것 이젠 지긋지긋해! 니들끼리 어떻게 하든 난 상관없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니가 알아서 해 나에게 보고할 필요 없어!!

뭐? 벗겨보니 좋더라고? 너는 너의 소중한 사람을 남 앞에 그렇게 함부로 얘기해도 돼? 그게 지수를 위하는 거냐? 그렇게 지수가 얘기해도 삐뚜로만 나가던 놈이 그러고 나니까 이제 맘이 잡혀? 멍청한 놈!!"

순간적인 나의 고함에 당황하며 왜 그러는 지 의아해하는 규호를 뒤로 하고 나는 밖으로 뛰쳐 나왔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몇일간 나는 거의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었고 거의 나아질 무렵부터는 술로 시간을 때웠다.

그 후에도 규호의 전화가 계속 왔지만 나는 아예 받지를 않았고 더 이상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지수도 규호도 나에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아무리 결혼할 사이라도 사위될 놈이 결혼전에 자기 딸과 육체관계를 가졌다고 장인에게 말한다면 딸을 둔 아버지가 허허 웃을 수 있을 까?

그래 그런 마음인게지 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당시의 나의 상태는 도를 지나친 것임에 틀림없었다.

좌우지간 규호를 용서할 수 없었고 지수고 규호고 다신 쳐다보기도 싫었다.

이러는 내가 정말 정상적인지 하는 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은 규호의 얘기를 들었는 지 나의 집으로 찾아온 친구놈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내 니들 이럴 줄 알았다. 넌 지수를 사랑하고 있었던거야! 말로는 친구사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이쁘고 착한 여잘 왜 남한테 소개시켜주나 했다. 더군다나 널 그렇게 따르는데....너한테는 얘기는 안 했지만 그동안 우리들은 니가 참 바보같은 놈이라고 말해왔어. 이제 그게...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감정이 폭발한거야! 하지만 이제 어쩌겠냐. 니가 마음을 정리해야지. 힘내라 민기야. 이제 그만 툴툴 털고 일어나. 세상에 여잔 많다. 지수보다 더 좋은...."

나는 화를 내며 그놈들을 쫓아냈지만 그것이 분명 정답인 거 같았다.

이러한 열병은 서너달 동안 지속됐고 나는 몸무게가 십킬로그램은 빠진 것 같았다.

그래! 이젠 그들의 행복만을 빌어 주는 거야!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된 나는 전에 생각해 본적이 있던 장인과 사위의 경우를 핑계로 삼으며 규호와 화해를 하였고 내가 지수를 아끼는 만큼 지수를 위해 잘 해줄 것을 신신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러한 그동안의 사건을 지수는 아는 지 모르는 지 오래간만에 다시 지수를 본 날 그 반가워하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자기의 남자친구가 애인과의 육체관계를 남들에게 떠벌이고 다녔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때 비록 화해는 하였지만 그 사건 이후 거의 걔들을 만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지지리 복도 없게도 세번째 대학시험마저도 낙방한 규호는 실의에 빠져 버리고 말았고 이젠 그들이 매일같이 싸우는 일만 반복된다는 소식이 나에게 전해졌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나 들리는 소식들은 나의 가슴을 아프게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군대를 가기로 결심하고 해병대에 지원을 하였다.

군대가기 하루 전날....

학교앞 카페에서 친구들과 진탕 술을 마시던 자리에서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민기야 너 오늘 군대가는 기념으로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주고 싶은 데..."

"군대가는 놈이 좋은 것 받아 뭐하냐 정 주고 싶으면 제대하거든 줘라"

"아냐! 조금만 기다려봐라!! 내 꼭 해줄께"

"미친 놈..."

나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데 조금 있더니 친구놈들이 슬슬 자리를 떴다.

"야!! 어디가냐 임마! 나 혼자 술 마시라고?"

마지막으로 일어나는 놈의 등짝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대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기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지수!!

육개월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그녀를 본지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자리로 앉더니 차분하지만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군대간다며? 민기야 왜 그동안 연락 안했니? 하마터면 영영 못 볼 뻔했네?"

나는 아무 말 없이 술잔을 채우곤 한숨에 들이키자 지수가 옆에 친구놈들이 마시다가 가버린 빈잔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두...한잔.줘.."

내가 따라준 잔을 받아 든 지수는 내 빈잔에 술을 채워주고는 날보고 살짝 웃으며 건배를 제의했다.

잔을 부딪히자마자 단숨에 들이킨 잔을 내려놓은 나의 손을 지수가 가만히 잡아왔다.

"해병대 간다며? 잘 갔다와. 몸 조심하고..... 그리고....휴가 나오면 연락해.."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은 두 눈에 이슬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주루룩 떨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잡혀있던 손을 빼내었다. 그리곤 내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어느새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바보!! 넌 바보야! 자기가 제일 아끼는 것을 미련없이 줘 버릴 만큼 넌 친구가 좋니?나도 바보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내 나는 와락 지수를 껴안아 버렸다.

그러곤 서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상대방의 어깨를 흥건히 젖게 할 정도로 원 없이 울어댔다.

왜 우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출 줄 몰랐고 붙어버린 몸도 떨어질 줄 몰랐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친구들이 와서 내일 아침 일찍 떠나려면 이제 그만 가야한다고 말할 때까지...

집앞까지 따라 온 지수는 친구들과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나를 아쉬운 듯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꼬~~옥 연락해야 돼....?'

마지막 악수를 청하는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무언가 땅으로 툭 떨어졌다.

내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드는 순간 그녀는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애절함을 뒤로 한 지수와의 마지막 헤어짐은 군 생활 내내 나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가며 군대생활을 열심히 했다.

지수를 향한 나의 마음은 분명 사랑이었다.

나는 보초를 서거나 하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는 늘 지수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며 그 동안의 나의 마음에 대해 확실히 이렇게 결론지었다.

그녀도 날 사랑하고 있었다 라는 확신도 어느새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차지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은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이제 그녀는 규호의 애인이 아니냐? 사랑하는 지수가 그 놈이랑 몸도 섞었다지 않느냐? 규호를 버릴 수 있냐? 그도 나의 절친한 친구 아니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 뿐이다!'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적절한 때라고 하지 않더냐? 그 동안은 미처 깨닫지 못한 거지만 이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이상 그녀는 나의 것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된다. 규호보다 지수를 훨씬 먼저 알았고 정도 더 깊지 않냐?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는 것이 결코 친구에 대한 배신이나 죄악이 아니며 오히려 모르는 척하는 것이 그녀에 대한 배신이며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이러한 내면의 다툼속에서 마지막으로 전해준 그녀의 주소가 적힌 쪽지를 만지작거리며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결국 마음을 어느 쪽으로도 정하지 못하였고 편지 한 통 쓰지 못한 채 첫 휴가를 맞이했다.

나를 축하해주기 위해 만든 술자리에 나온 친구 놈들 사이에는 물론 규호도 끼어 있었다.

나는 일부러 지수의 근황을 묻지 않았다. 아니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깔깔거리며 한창 재미있게 놀던 때쯤 그놈이 던진 한마디는 나의 머리를 확 돌게 만들었고 나이트로 옮겨가자며 한층 무르익어 가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근데 민기야!! 미안하다! 나 지수랑 헤어졌어. 하긴 지수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거야. 내가 뭐 해 준게 있어야지? 받기만 했지....니가 그렇게 애 썼는 데 지수 몸만 망쳐놓고 이렇게 돼서....하여간 널 볼 면목이 없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미친 듯이 그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며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 헤어져? 내가 가만 안둔다고 그렇게 너에게 경고했는 데.... 그동안 단물 다 빨아먹고 이제와서 걔를 버려? 그러고도 내앞에 나와 이 뻔뻔한 놈!!"

"민기야!! 그만....내가 버린게 아니고 지수가 안만난다고....."

"집어 치워!! 니가 잘하면 걔가 그러냐? 걔가 어떤 앤지 니가 몰라? 너 하나 사람 만들어 보려고 학교도 잘 안가고 온갖 정성 다해 니 뒷바라지 했는 데? 개자식!!"

"미안하다! 민기야 하지만 나도 괴로워!!"

"뭐? 괴롭다고? 괴로운 놈이 이 많은 사람앞에서 몸 망쳐 놓았다고 떠들어 대? 넌 니가 사랑하던 여자가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알려지는 게 좋아? 헤어지는 마당에서도?

나!! 너 이제 다신 안봐 알겠냐? 이 개자식아!!"

난 휴가 첫날 다음부터 두문불출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휴가 나와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방에만 틀어 박혀 있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끔 친구들이 찾아 왔지만 그들이 위로한답시고 쏟아 붓고 가는 말들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고 나를 더욱 괴롭게만 했다.

"민기야! 규호가 채인거야! 규호도 애걸복걸했데... 헤어지지 말자고.....아마 딴 남자가 생긴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몇 년간 사귄 남잘 그렇게 헌신짝처럼 버릴 수가 있겠냐? 니가 지수를 좋아하는 줄은 알지만 이제 그만 규호랑 화해해라. 니가 규호를 버린다고 우리들까지 모두 그렇게 할 수는 없쟎아. 그러면 어차피 앞으로 얼굴을 계속 봐야 할텐데. 죽을 때까지.... 그깟 여자 하나땜에 사나이 우정에 금이 가서야 되겠냐?"

대부분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었고 그중 가장 친하던 상혁이놈만 유독 나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듯 했다.

"민기야! 지수가 널 잊지 못하는 지도 몰라! 너 군대가고 얼마 안 있어 절교했다드라.

니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은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수한테 연락이나 한번 해봐라. 그리고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니가 가야할 길이 무언지 잘 생각해봐. 니가 사랑을 택한다 하더라도 널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어. 아마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난 그의 말을 듣고 휴가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전화 한 통 하지 못하고 귀대하고 말았고 군에서 졸병의 고달픈 생활은 이러한 나의 고민을 어느 정도는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젠 제법 고참이 되어 군에서의 생활도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던 즈음 그녀에 대한 생각은 다시금 나의 기억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난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고백하고 다시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밝힌 장장 십여장 분량의 편지를 띄우게 되었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던가?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토록 많은 남학생들로부터 한번 사귀어 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그런 만큼 자신의 뜻대로 상대들을 다루어 나갔지만 나의 말에 대해서는 거역해 본적이 없었으며 우린 만나는 동안 단 한번의 말다툼도 없었다.

그 때까지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도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여인이었다.

나는 학창시절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여자를 상대로 자위행위를 해보았지만 유독 그녀만은 그래서는 안 되는 성스러운 상대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토록 아름답고 늘씬한 몸매를 지닌 그녀였지만 그녀를 그리며 성적상상을 해본 적이 없고 규호놈이 그녀와 함께 잤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그들의 섹스장면을 머리에 떠올려 본 적 조차도 없었다.

그만큼 그녀가 몸을 어떻게 굴렸던 간에 그녀는 나에게 있어 수녀처럼 고결하고 순수한 여인이었다

나는 당시 친구들이 비난한다고 하면 친구들 모두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와 단둘이 멀리 떨어져서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한 결심을 하기까지는 실로 오랜 기간이 흘렀다.

그런데.....

그토록 오랜 고심 끝에 보낸 나의 편지는 야속하게도 그녀가 이사를 갔는 지 수취인 불명이란 도장이 찍혀 나에게 돌아오고 말았다.

이렇듯 우유부단함 때문에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의 정리와 결단의 시기를 맞추지 못한 나는 그녀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다시 놓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런 것이 벌써 십년.....

나는 한동안 방황했지만 군생활이 이런 나를 붙잡아 주었고 마음잡고 복학한 이후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하자마자 괜찮은 직장에 취직을 하였다.

첫부임지를 창원으로 발령받은 나는 다소 늦은 나이에 중매를 통해 그곳 사람인 현재의 집사람과 결혼하여 그런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 칠년째 되던 해인 일년 전 본사로 인사 이동되어 거주지를 서울로 옮기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수에 대한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하였다.

교통이 하도 복잡하여 지하철로 출퇴근하던 나는 그 복잡한 인파 가운데서 혹시 지수의 얼굴을 우연이라도 볼 수나 있지나 않을 까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버릇까지도 생겼다.

집에 누워 그리운 사람을 찾아주는 'TV는 사랑을 싣고' 인가 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유명인사가 되어 저 프로그램에 섭외되서 나간다면 지수를 찾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며 혼자 웃음짓기도 했다.


그런 그녀였다. 한지수는.......

나는 책상 앞에 적어놓은 지수의 전화번호를 쳐다보면서 전활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녀를 다시 볼 기회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만난들 뭐하랴. 이미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지금....

몇 번을 망설이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어 전화기 수화기를 들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네. 정민기입니다."

"어마!! 민기야! 나야 지수! 아까 길에서 상혁이 만났는 데 니 얘기들었어! 우리집이랑 이렇게 가까이 있는 데....정말 반갑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명랑했다.

"응...정말....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나는 떠듬거리는 어투로 대답하곤 너무나 평범한 안부를 물었다.

순간 '이런 상황에 좀 더 멋진 말은 없었을 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 한번 봐야지? 나 지금 르네상스 호텔 1010호실인데 이리 올래?"

그녀는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고 대뜸 날 오라 하였다. 그것도 호텔 룸으로....

"어....뭐라고....? 거기로...? 어떻게...."

가뜩이나 긴장된 터에 한 지수의 말에 당황한 나는 더 더듬거리고 있었다.

"호호호....여전히 순진하구나....장난이야! 커피숍에서 봐 오늘 저녁 일곱시 괜찮아?"

"여전히 까부는 구나! 좋아 그리 갈께. 있다 봐"

이 나이에 지수의 장난에 놀림을 당한 것 같아 창피한 생각이 들다가 지금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그려보기 시작했다.

한지수!! 그녀를 다시 만나다니 정확히...십년만에


안녕하세요

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이곳에 문을 두드려 봅니다.

첫 작품.... 야설이 아닌 듯 하지요?

지수를 만난 배경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렇게 장문이 됐어요.

단편으로 쓰려고 했는 데 최소한 2편은 되어야 할 것 같군요.

쓰다보니 옛 기억이 되살아나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나이든 놈이 칠칠맞게...

이러다 야설이 아닌 상태로 끝날지도 모르겠어요.

과연 내가 그녀를 상대로 야한 표현을 올릴 수 있을런지?

좌우지간 다음 편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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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6.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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