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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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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 4


류지오는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레이꼬와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레이꼬가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같이 먹고는
도장에서 후센 사부의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수
학 공부를 했다.

카인의 후예 4


그렇게 이틀을 보냈는데 리에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며칠 전에 류
지오에게 전화를 해서 도꾸미가 아프다는 것을 알려 주었지만 류지
오는 그만 잊어버리고 문병을 가지 못했다. 리에는 류지오가 문병을
가지 않은 것을 탓하기 시작한다.
"도꾸미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정말 그럴 수가 있니?"
"미안해... 요즘 바빠서..."
"지금이라도 도꾸미 집에 한번 가 봐. 알겠지?"
류지오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고로히찌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전
화 벨만 울렸다. 아마 당구장이나 갔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호유도
에게 전화를 건다.
"호유도. 너 도꾸미네 집 전화번호 아냐?"
"모르는데... 왜?"
"아냐."
류지오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난감하다. 오늘은 바로 나루꾸가 오
는 날이다. 수요일도 그냥 넘겼는데 오늘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그녀가 올 시간은 두 시간도 안 남았다. 그 동안 도꾸미를 만나기란
힘들 것이다.
류지오는 다시 호유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왜?"
"그냥! 알아 몰라?"
"알아. 731에 8162."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딴 생각은 품지마, 임마!"
류지오는 리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리로 전화를 했다. 리에가
직접 전화를 받는다. 류지오는 혹시 리에 어머니가 아닐까 싶어 더
문더문거리다가 말한다.
"저... 여보세요... 나 류지오인데, 도꾸미의 전화번호를 모르겠
어."
"전화번호는 왜? 직접 찾아가야지 문병이지! 전화 한 통화로 아픈
사람이 낫겠니?"
류지오는 갈수록 이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자기가 뭔데
성화를 부리는 걸까. 게다가 자신이 찾아간다고 아픈 도꾸미가 낫는
법이 어디 있는가.
"내가 집을 아니까 함께 가자! 학교 앞에 금방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안되겠어..."
"무슨 소리니! 도꾸미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아니?"
"그렇게 심해?"
류지오는 그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리에가 지금까지 한 소리
를 종합해 본 결과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심
하게 아프지 않다면야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을 것이다. 류지
오는 당장에 학교 앞으로 달려갔다.
리에는 조금 뒤에 나왔다. 언제나 예뻐 보이는 리에다. 호유도 같
은 녀석도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정도로, 남자라면 한번쯤 관심
을 가질 만한 대상이었다. 자신 역시 리에를 볼 때면 마음이 설렌
다. 그러면서도 친숙히 지내보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한
다. 하지만 도꾸미가 아프다는데 그런 감정이나 품을 때가 못 되었
다.
도꾸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여자 친구의 집에는 처음으로 와 보
는 류지오는 조금 머쓱해져 있었다. 여자의 방은 과연 달라 보였
다. 냄새부터가 다르다.
류지오는 도꾸미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니?"
"류지오. 이렇게 와 줘서 고마 와."
억지로 미소지으려고 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인다. 도꾸미는 자꾸만
땀을 흘린다. 류지오도 땀이 조금 났다.
"괜찮아?"
"응. 많이 나았어."
목소리에 전혀 힘이 없어 보인다. 잠옷을 걸치고 있는데 그런 모습
이 무척 야위어 보였다.
리에가 나가려 하자 류지오도 밖으로 뛰쳐나온다.
"리에!"
류지오가 리에의 손을 꼭 잡아 쥔다. 리에는 류지오가 자신의 손을
덥석 잡자 약간 흠칫거리며 당황한다.
"도꾸미를 간호해 줘야지.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데..."
류지오의 눈빛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도꾸미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류지오, 네가 좀 간호해 줘. 난 집에 가 봐야 해."
"저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병원에 입원시켜야지. 부모님은 무
얼 하시는 거야?"
"도꾸미의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셨어. 돈을 벌지 않으면 어떻게 먹
고살겠니?"
리에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쩌지... 나도 금방 들어가 봐야 되는데..."
"도꾸미를 혼자 둬서는 안돼!"
리에는 꾸짖듯이 말한다.
"응! 알겠어! 그럼 병원에라도 데리고 가자!"
류지오는 자기가 업고서라도 도꾸미를 병원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
다. 물론 택시나 응급차를 불러도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다급해진 것이다.
"소용없어! 도꾸미는 백혈병이야."
류지오는 무척이나 놀랐다.
'도꾸미가 백혈병!'
리에가 돌아간 뒤에 류지오는 한동안 도꾸미를 간호했다.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위로도 해 주었다. 하지만 백혈병에 걸린 소녀에게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는가.
도꾸미는 오히려 류지오가 안쓰러웠다. 사실은 도꾸미는 아픈 것이
아니다. 류지오와 친해지려고 리에와 짜고 한 짓이었다. 하지만 리
에가 일을 더욱 크게 벌리고 만 것이다.
도꾸미는 부모님이 곧 오신다면서 류지오를 집으로 돌아가게 했
다. 류지오 역시 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나루꾸가 한참이나 기다리
고 있을 것이다.
도꾸미는 리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혈병이라고 그러면 어떡하니?"
"류지오, 그 애...! 겨우 그런 소릴 하니까 널 조금이라도 걱정하
는 것 같더라!"
"하지만 난 눈물까지 날 정도였어. 류지오에게 너무 나쁜 짓을 하
는 것 같아!"
"그렇게 해서라도 류지오와 친해질 수 있다면 잘된 일이잖아?"
이 일은 리에가 꾸몄다. 시트 밑에 전기 장판을 깔고 누웠으니 이
여름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 않으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그렇게 땀
을 흘리니 류지오로서는 정말 무척이나 아픈 줄로만 여길 도리밖에
없었다.

나루꾸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류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미
리 전화를 했는데 류지오가 없었다. 나루꾸는 도시에에게 열쇠를 건
네 받고 왔다. 미리 가 있으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시
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에가 열쇠를 주면서 한 말이 또 생각났다.
"처음엔 말썽을 많이 피울 거야. 그 전에 몇몇 과외 선생들도 처음
에 혼 줄이 나고는 안 오더군... 하지만 얼마간 지나면 고분고분해
질 거야. 부탁해!"
나루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옷가게에서 겨우 아르바이트하는 돈
으로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 수가 없었다. 류지오의 가정교사를 맞게
되면 그 두 배의 돈이 들어온다.
류지오가 헐떡이며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루꾸는 류지오의 책상
의자에 앉아 있다. 류지오의 허락 없이 방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조
금 미안했다. 오히려 화를 내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나루꾸는 그렇게
마음이 여렸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류지오가 미안하다고 그러자 나루꾸는 금방 마음이 누그러져 버린
다.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면 되잖아요!"
나루꾸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레이요는 그런 차림으로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언제나 정장을 하고 말투까지 완전히 아이 다루
듯하는 레이요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나루꾸는 류지오에게 신선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류지오도 나루꾸에게 상당히 호감
이 갔다.

일주일 전에 같이 살게 된 사도미는 학원에 있다가 저녁에야 돌아
왔다. 사도미는 류지오를 만나면 서먹서먹해 한다. 어릴 때는 그렇
지 않았다. 아홉 살 때까지만 해도 아빠엄마놀이를 할 정도로 친했
다.
성이란 것에 대해서 먼저 호기심을 느낀 사도미는 류지오를 통해서
그 모험 욕구를 해소하곤 했다. 함께 다락에 올라가서는 그런 놀이
를 하든지 가위바위보로 옷벗기기를 하면서 서로의 성기를 관찰하곤
했다. 그 때는 호기심만 있을 뿐 부끄러움 같은 것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류지오는 무척이나 불만스럽다. 한살이라도 나이
가 좀 더 많은 사도미가 언제나 자기 멋대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한 집에서 지내다가 따로따로 살게 되면서 어느새 사도미는
숙녀가 되어 버렸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도미는 어쩔 수 없이
류지오와 얼굴을 맞대기가 거북했다.

류지오는 침착하게 문제를 풀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문제는 너무
어려워 포기를 했다. 다 풀었다고 내 놓았지만 한 문제도 맞추지 못
했다. 레이요는 실망스러웠다.
"이래서 내 옷을 벗기겠니?"
레이요도 이젠 드러내 놓고 말한다. 하지만 류지오가 이번에 한 문
제도 못 맞춘 것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문제가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데..."
레이요는 한 문제도 못 맞춘 류지오를 탓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
은 없었다. 솔직히 류지오 앞에서 옷을 벗을 자신이 없다. 장난은
장난에서 그치고 게임은 게임에서 그쳐야 한다. 위험한 한계를 넘어
서는 안되는 것이다. 살짝 가슴 정도를 내비치는 것쯤이야 싶은, 여
자로서는 조금 큰 간을 가지고 있지만 간이 배 밖으로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류지오는 그녀 자신이 위험스럽게 느낄 정도로 남
자의 강한 향취를 내뿜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만 골라서 가져 왔다. 류지오 역시 나름대로 공
부했지만 이런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실력파는 아니다. 게다가 요즘
은 수학만 매달릴 수 없었다. 아침에는 종일 훈련을 해야 하고 오후
에 조금 남는 시간에는 도꾸미의 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녁에는 영어와 수학 과외 때문에 따로이 공부할 시간은 자기 전에
두세 시간밖에 없다. 도장에도 가지 않고 도꾸미의 집에도 들리지
않는다면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다.
레이요가 몇 개의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한다. 류지오는 푸는 둥 마
는 둥 하더니 갑자기 이상한 것을 묻는다.
"요즘도 비밀 클럽에 나가요?"
레이요는 류지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문제나 풀라고 소리쳤다. 하
지만 잠시 뒤 말을 해 준다. 이미 밝혀진 것, 숨길 것이 없다고 생
각한 모양이다.
"그래 정기적으로..."
"그 클럽에 남자 회원은 없나요?"
류지오는 계속 묻는다. 레이요는 책상 위에 요염하게 앉더니 자신
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말한다. 다분히 유혹적인 행동이
다.
"궁금하니?"
레이요는 한층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네."
류지오는 레이요의 허벅지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요
는 다리를 꼬아서는 더욱 허벅지 살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비밀 클
럽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일기장을 봐서 알겠지만 난 요시꼬에게 소개받고 그 곳에 갔어.
처음엔 내가 정말 동성 연애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
지만... 그 긴 일종의 계모임과도 같애. 매달 모여서 얼마간의 돈을
모아 여름이나 겨울 휴가철에 여행을 하곤 하지. 비밀 클럽 회원 중
에는 정말 동성 연애자도 있어. 하지만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충
동, 그 호기심! 나는 후자에 포함된다고 할까?"
류지오는 레이요의 허벅지에서 시선을 옮겨 그녀의 눈을 바라본
다. 레이요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갑작스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자신의 코끝으로 시선을 떨구고 만다.
"너의 어머니는 나한테 무척 감사해 하고 있어. 그 긴... 남자 없
이도 성욕을 마음대로 풀 수 있지... 어떤 식이냐면... 여자의 가장
예민한 곳을 입으로 애무해 주는 거야. 그리고... 때로는... 남자의
페니스를 대신해서 인조 성기라는 걸 이용하기도 하지. 사이즈에 따
라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길거나 짧은 것도 있지. 모양도 가
지가지... 둥근 것 뾰족한 것 울퉁불퉁한 것... 자기 기호에 맞게
고르면 돼. 그리고... "
레이요는 스스로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반면 류지오는 붉으스레
상기되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요꼬도 좋지만 너의 어머니와 할 때가 훨씬 더 좋았어. 정말 이러
다 시집도 못 가고 레즈비언이 되면 어떡하지?"
레이요가 한참이나 도취되어 있는 동안 류지오는 무슨 결심을 했는
지 과감히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려 했다. 레이요는
류지오의 손을 탁 치며 일어서더니 평상시의 눈빛으로 흘겨본다.
"자 됐니?"
"...!"
류지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셔 보인다.

류지오는 도꾸미의 집 앞 근처에서 우동을 사 먹었다. 아주머니는
심심한지 류지오를 붙들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겨우 세살 된
아들이 언제 너만큼 크겠냐부터 청소년의 비행 문제까지 토로하기
시작한다. 류지오는 겨우 그 집을 벗어나 도꾸미에게 갔다.
벌써 5일째 꼬박꼬박 찾아오는 류지오였다. 미안한 감도 들었지만
도꾸미는 류지오가 찾아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이제는 꾀병이라
고 솔직히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어제는 리에를 만나 류지오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다시 고백했다.
"만약에 우리가 속인 걸 알게 되면 류지오는 다시는 날 만나 주지
않을 거야... 그 땐 정말 어떡하지?"
도꾸미는 정말 걱정이었다. 며칠 동안 류지오와 함께 있었던 시간
만 생각해도 꿈만 같았다. 자신을 위해 그림까지 그려 주면서 예쁘
다는 말까지 해 줄 때는 정말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
다. 하지만 늘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요즘은 전기 장판을 시
트 밑에 깔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류지오는 자신이 죽을병
에 걸렸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으니까 말이다.
도꾸미는 부끄러운 눈빛으로 자꾸만 고개를 떨구며 뭔가를 말하려
고 했다.
"왜 그러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도꾸미는 얼굴을 붉히고는 입술을 자근자근 깨문다. 류지오는 어떻
게 할까 생각하다가 도꾸미를 부축해서 일으켜 화장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도꾸미는 여름 잠옷을 걸치고 있어서 마치 속살이 닿기라도
하듯 부끄러움이 일었다. 류지오 역시 마찬가지다. 류지오는 다시
도꾸미를 부축해서 침대까지 데려가 주었다.
도꾸미는 류지오의 목을 끌어안고는 침대에 다시 눕는다. 그리고는
류지오의 목을 풀어 주지 않는다.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로 변해 버
린다. 류지오는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도꾸미를 내려다본다. 도꾸
미는 눈을 감고 그대로 있다. 류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도꾸미의 팔
힘에 이끌려 입술을 맞추고 말았다.
"난 정말 죽을 지도 몰라... 류지오... 죽기 전에 너에게..."
류지오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가슴이 쿵덕거리기 시작한다. 열
아홉 살 소녀치고는 상당히 놀라운 말이다. 류지오는 멍한 석상처럼
도꾸미의 얼굴만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내가 싫으면 안 해도 좋아..."
도꾸미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도 반짝인다. 도꾸미는 다시 류지오의
목을 끌어당기며 입맞춤을 한다. 짧고 얕은 입맞춤이었지만 애정 표
현으로는 충분하다. 류지오도 무슨 결심이 섰는지 대담하게 도꾸미
를 목을 끌어안으며 자신도 나름대로 애정 깊은 입맞춤을 해 준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옷을 벗을 차례였다. 류지오가 먼
저 자신의 티셔츠와 바지를 벗고는 팬티만 남겨 두고 도꾸미 옆에
앉는다.
도꾸미는 류지오가 옷을 벗겨 주길 원했다. 류지오는 가만히 앉아
있는 도꾸미의 잠옷을 추스려서 머리 위로 벗겨 낸다. 그리고 조그
만 브래지어와 아무런 무늬 없는 하얀 팬티만을 남겨 놓은 채 얼굴
을 붉히고 있는 도꾸미를 바라본다.
류지오가 가만히 있자 도꾸미는 스스로 손을 움직여 브래지어를 벗
는다. 앙징맞은 가슴이 드러난다. 이제 솟아나기 시작하는 두개의
언덕 위에 옅은 자주 빛의 유두가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인지
투명스럽게 비친다.
도꾸미는 두 손으로 부끄러운 가슴을 가리고는 눕는다. 그리고 누
워서 류지오의 불쑥 솟은 팬티를 바라본다. 팬티가 내려가자 발기한
물건이 튀어나온다. 물건은 우람했고 그 주위에 나 있는 체모는 무
성했다. 도꾸미는 처음 보는 남자의 물건에 충격스러웠다.
류지오는 도꾸미의 팬티에 손을 가져간다. 도꾸미는 살짝 엉덩이를
들어준다. 조그만 팬티가 말려서 내려온다. 류지오는 뿌듯한 자부심
이 느껴졌다.
류지오는 도꾸미의 팬티를 벗겨 내어 침대 밑에 던져두고는 다시
한번 도꾸미의 소중한 부분을 살펴본다. 아직 완벽하게 벌어지지 않
은 꽃잎이다. 아직은 아기 때의 꽃봉우리 모습을 간직한 채다. 그리
고 그 위에 잔잔하게 솜털이 돋아나 있다. 류지오가 그 곳을 계속
바라보자 도꾸미는 다리를 오므리며 손으로 가린다.
"부끄러워..."
남녀의 성행위에 관해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처음으로 당하는 일
인지라 류지오 역시 뭐가 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
정 물건을 삽입하고 보자는 생각만 들 뿐이다.
류지오가 몸 위로 올라오자 도꾸미는 다리를 벌려 준다. 조금 열린
문 사이로 물건을 밀어 넣는다. 도꾸미는 고통과 두려움을 참으려고
어금니를 꽉 물고 있었지만 짤막한 비명 소리를 지른다.
류지오는 한 손으로 자기 물건을 받쳐 잡고 다른 손으로 시트 위를
짚어 몸을 의지했다. 물건의 귀두가 이미 조그만 구멍 속으로 들어
가 있었다. 조금 더 깊숙이 밀어 넣는다. 무엇인가 뚫리는 느낌을
받고는 삽입을 멈춘다. 도꾸미는 따끔한 통증에 아미를 찌푸린다.
도꾸미는 두 눈을 감고 있다. 아직도 찌푸린 채로 두 가슴을 가리
고 있다. 류지오는 도꾸미가 진정 지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겨우 도꾸미의 벽을 허물어 놓았을 뿐, 움직임 역시
서툴기만 했다.
류지오는 게다가 그 곳에서 사정을 해 버린다. 어찌나 많이 흘러나
오는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둘의 결합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류지오에게 몸을 받쳤
다고 생각한 도꾸미는 하체에서 전해 오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류지
오를 더욱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류지오는 도꾸미의 자그마한 젖가슴을 어루만지려 손을 뻗는다. 그
제야 류지오는 자신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꾸미 역시 류지
오의 손길을 허락한 채 약간 숨을 몰아쉬고 있다. 류지오가 봉숭아
빛 젖꼭지를 자꾸만 건드리자 부끄러운 듯 자신의 잠옷으로 앞을 가
려 버린다. 류지오는 한번 더 결합하고 싶었지만 화장실로 도망가
버린 도꾸미는 말끔한 차림으로 나왔다.
류지오에게는 이것이 첫 관계였다. 짧은 시간이었다.
도꾸미는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죽을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실토했다. 조금 아파서 누워 있는데 리에가 그렇게 꾸민
거라고 둘러댄다. 류지오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언제 죽
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는 몸을 받쳤으니 얼마나 황당스런 일인가.
류지오는 짐짓 화난 표정을 짓는다.
"난 도꾸미가 이런 앤지 몰랐는걸!"
류지오는 이 일을 도꾸미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하지만 어차피 너의 순결을 빼앗았으니 책임지겠어..."
류지오는 두 눈을 지그시 내리 감으며 말한다. 자신은 최대한 어른
스럽게 말한다고 한 것이었지만 도꾸미에겐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적어도 류지오보단 이런 면에선 도꾸미가 훨씬 성숙한 모양이다.
류지오를 이렇게까지 끌어들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소녀가 이렇게 대담한 것은 조금 이상한 듯
하지만 사춘기를 겪고 난 후 사랑할 사람을 찾는 즉흥적인 소녀에겐
5일간의 병간호에 어떡하던지 보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막강한 적들이 너무 많았다. 류지오는 리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리에는 류지오를 좋아하고 있
다. 여자의 직감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할 때가 있다. 그런 위기 의
식 때문에 이렇게까지 일을 벌린 것일까.
류지오는 도꾸미가 웃는 것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도꾸미는 지
금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결혼할 나이가 되면 날 책임져라든가 다른
아이를 만나지 말고 나만 만나달라는 등과 같은 속좁아 터진 요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류지오가 짐짓 정중한 어투로 그렇
게 말하자 웃음이 나온 것이다.

류지오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첫 2주 동안은
정말 바쁘고 바빠 엉덩이짝 사이에 불이 날 정도였다. 우슈대회가
끝나고 나자 그런 대로 여유가 생겼다.
류지오는 청소년 부에서 우승을 했다. 도장에서의 축하식은 대단했
다. 하지만 겐도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부터는 청소년 부에 출전
할 수 없어서 청소년 부의 챔피언 트로피는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
이다.
류지오는 열아홉 살의 나이로 두세 살 많은 도전자들을 잘 물리쳤
다. 그래서 류지오의 우승은 더욱 빛났다. 그 동안 레이요와의 수업
은 한 주 동안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루꾸와의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도꾸미는 경기마다 따라와 응원을 해 주었다.
류지오는 이번에 청소년 부에 우승을 하고는 내년에는 일반 부에
참가할 생각을 굳혔다. 하지만 동경우슈대회는 그렇게 대단한 무술
경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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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07.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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