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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루전 6화 상단 호위 (2)

TODOSA 1 142 0

 

아하루전 6화 상단 호위 (2)

상인대가 성을 출발한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제 군소 상인대들도 많이 익숙해 졌는지 처음보다는 탈락된 상인대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길은 점점더 험해지고 있었다. 영주들의 도시는 농노들이 함부로 이탈하지 못하고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일부로 도로등을 잘관리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귀띰해 주었다.
으슥한 밤에 서는 인근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안색은 한눈에 보기에도 초췌하고 삶에 찌든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대개 그들이 가져온 물품들에서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음식이나 수공예품, 밀주등은 나중에 공도에 가면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팔수 있게 된다.
물론 이들에게서 마법 물품이나 도구등을 발견하리란 이번 보다 아주 힘든일이었다.
이들이 죽은 나그네나 상인대의 물건을 수습하면 먼저 영지에서 사람이 나와 그중 제일 좋아보이는 물건을 먼저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아하루는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다녔다. 보통 이런 농노들이 잠시의 짬을 들여 만든 물건들중 질좋은 물건을 사서 나중에 도착할 루운야에서 팔 작정인 것이다.

아하루전 6화 상단 호위 (2)


다른 용병들이나 상인들도 마찬가지 마음인지 여기저기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는 더욱 높아갔다.
때로는 영주가 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물건을 풀기보다는 도시의 상품을 사들이고자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사는 영주들은 도시의 물건이라면 거금을 들여서 자신의 사치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아하루는 장이서자 마자 카미야에게 짐의 수습을 부탁하곤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하루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들을 구할수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아하루는 약간 흥미가 생기는 물건을 발견했다.
"이런곳에서 저런것을 발견하다니"
아하루는 내심 중얼거리며 약간은 구석진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초라한 40대 농노로 보이는 사내가 쪼그려 앉아 책을 팔고 있었다.
책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대략 20여권은 됨직했다.
아하루가 자리에 앉아 책을 뒤적이자 권태와 창피함에 젖어잇던 사내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내의 앞을 지나쳤지만 용병들은 대개 글을 읽을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기껏 마법사나 신관들도 자신의 관련분야 아니면 잘 읽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내가 늘어놓은 책들의 제목을 힐끗 보고는 그냥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책들을 살피던 아하루의 얼굴에도 실망감이 어리긴 마찬가지였다.
'차리나와 캄포챠경의 달콤한 사랑이야기'
'쵸판의 기사 용과의 대적'
'빛나는 갑옷의 시사와 레이디 마르오'
등 주로 연애 소설이나 3류 소설등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아하루의 실망한 얼굴을 눈치챈 사내는 다급하게 손을 비볐다.
"헤헤 나으리,"
아하루는 흥미가 사라져 그냥 일어서려다 사내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왠 책들이요?"
사내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예, 일전에 한무리 상인들이 봉변을 당했습죠. 그들의 물건을 모아놓고 보니 그들중에 책을 운반하는 상인들이 있었던지 책들도 이렇게 나오게 됏습죠. 그래서 물품들을 모아놓고 제비를 뽑는데 이놈의 손이 워낙 운이없어 이렇게 책들을 뽑게 됐습니다요"
대충 사정을 알 것 같아 아하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내심 곰곰이 염두를 굴리며 다시 한번 책들을 살폈다.
최근 귀족가의 여자들이 이런 삼류 소설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실 이런책들은 그냥 쓰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귀족들을 겨냥했는지 비교적 양피지도 두껍고 질 좋은 것으로 만들었다.
"글세 이런 3류 소설 나부랭이 책들은 부피만 무겁고 쓸데없는데.. 휴~ 어차피 분해해서 물에 다시 빨아야겠구만, 얼마요?"
아하루의 말에 사내가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댔다. 아하루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책이 별 가지가 없음을 알게된 사내는 그제서야 지나가던 마법사들이나 신관들이 힐끗 쳐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린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심 자신의 박복한 운을 탓하며 연신 머리를 굴렸다. 이곳에 오기전 이건 아주 귀중한 책이라고 큰소리를 땅땅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졌다.
"1실버면 어떻겠습니까?"
"뭐요? 1실버?"
아하루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사내가 아하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닙니다요 나으리, 500아문만 주십시오."
사내는 아하루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듯 아하루를 붙잡고 늘어지자 아하루의 얼굴에 다시금 한숨이 어렸다.
"휴! 할수 없지"
아하루는 주머니에서 100아문짜리 5개를 꺼내 사내에게 건넸다.
그러자 사내는 책들을 주섬 주섬 싸기 시작하더니 가져온 천에 책을 쌓았다.
"응? 뭐하는 거요?"
"예, 책을 싸드릴려구요"
그제서야 아하루는 사내와 자신이 생각한 바가 틀렸음을 깨닳았다. 자신은 1권에 500아문이라 불렀던건데 사내는 전체를 1실버라 불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거래가 된 것을 가지고 뭐라할수 없어 사내에게 약간의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
"좋소, 그럼 그걸 들고 나를 따라오시오"
사내는 짐을 싼것도 모자라 일까지 부려먹자 내심 뚱한 마음이었으나 어쩔수 없었다.
짐을 아하루의 짐있는 곳까지 옮기자 얼른 카미야가 의아한 얼굴로 사내에게서 짐을 받아들였다.
아하루는 주머니에서 다시금 1실버를 꺼냈다.
"이건 수고한 값이요"
그러자 사내는 뜻밖의 횡재에 코가 땅에 닿도록 굽신거린후 돌아갔다.
그런 아하루를 보던 카미야가 대충 짐을 풀러보고는 약간은 황당하면서도 짖꿎게 아하루를 보며 말했다.
"이게 뭡니까?"
카미야의 말에 첫날 쓸데없는 물건을 사왓다며 약간은 비난의 눈초리를 보냇던 아하루는 겸언쩍었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응? 으..응 나중에 세탁해서 팔려구"
"호? 그래요?"
카미야가 능글 맞은 웃음을 보이며 말할 때 르네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짐들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어머 이게 왠 책들이야? 근데 풋, 제목이 너무 웃기네요 '드래곤과 백발의 기사?' 이게 뭐예요?"
르네의 말에 카미야의 입에선 급기야 웃음이 터져 나왓고 아하루의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르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장이 마치자 이미 한밤중이었다. 달은 더욱 교교히 그 광채를 더해갔다.
"자 일렬로 섯!"
채찍소리가 요란히 울리자 용병들이 일제히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독관이 쇠사슬에 묶인 노에들을 이끌고 마차들의 정중앙 쪽으로 노예들을 이끌고 나왔다.
노예들은 모두 하나같이 발가벗겨진 상태였다.
노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주춤 주춤 거리며 넓은 공터 한쪽을 꽉 매웠다.
그들의 주위로는 용병들이 무슨일인가 호기심으로 구경했다.
노예들은 그런 용병들의 눈초리를 보면서 더욱 떨어댔다. 특히 이미 어엿한 성인 여자 노예들은 자신들의 치부가 낱낱이 비춰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자꾸 움츠러 들었고 그럴 때 마다 감독관들의 채찍은 사정없이 그런 그녀을 내리쳤다.
"똑바로서랏!"
그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다른 용병 둘이 나와 공터 한가운데 말뚝을 박았다. 그 말뚝에는 고리가 달려있었다.
말뚝을 다 박고 나자 한쪽이 어수선 해지더니 한 사내가 말뒤로 질질 끌려나왔다.
이미 사내의 얼굴과 몸은 이리저리 긇혔는지 흉터로 가득했고 또한 온몸이 맞은 상처로 가득했다.
사내는 공터 한가운데 말뚝 옆에 내팽겨쳐졌다.
감독관들중 한명이 나오더니 노예들을 보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잘들 봐둬라. 도망가다 걸리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똑똑히 봐두란 말이닷!"
감독관이 신호하자 두명이 달려들어 땅에 엎어진 사내를 이끌어 말뚝에 고정된 고리에 쇠사슬로 묶어 몸을 고정 시켰다.
그리고 다른 두명의 사내가 기다란 채찍을 가지고 나와선 사정없이 교대로 사내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연신 채찍이 내려쳐질때마다 낮은 비명이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왓다.
자리에선 노예들중 어린이들은 겁에질려 울먹이고 잇었고 여자노예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주위에 있던 다른 감독관들이 그런 그녀들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남자노예들은 분한지 주먹을 꾹쥐며 채찍에 얻어맞는 사내를 바라보고 잇었다.
어느새 사내의 등판은 허물이 벗겨지고 하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채찍을 얻어맞았다. 채찍이 휘둘러질때마다 피가 연신 사방으로 튀었다.
사내가 기절할때마다 물을 가져다 부어 사내를 깨웠다. 그리곤 다시 채찍질이 계속되었다.
르네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나서려 했지만 카미야가 그런 르네를 재빨리 막아세우곤 다른곳으로 데리고 갔다.
어느새 등판에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 사내를 보고야 채찍질이 멈춰졌다.
"그동안 비교적 너희를 잘 대우해줬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틀려질 것이다. 내일부터 당장 너희들을 따가운 햇볕에서 가려주던 차양은 거두어 질것이고 너희들에게 지급되던 식사도 반으로 줄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잠도 마차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너희들은 도착때까지 옷도 입지 못하게 될 것이다.만일 앞으로 또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그땐 너희 모두가 말뒤에 묶여서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감독관은 크게 채찍을 휘둘러 땅을 내리치고는 노예들을 해산시켰다. 노예들은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이리저리 마차에 분산되어 수용되었다.
아하루가 자리로 돌아갔다. 둘은 무슨 말을 나누다가 아하루가 돌아오자 말을 멈추었다. 르네의 얼굴은 좀전의 일때문인지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다.
아하루 역시 좀전의 일로 기분이 않좋아 졌는지 그런 그들을 신경쓰지않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한참후 카미야와 르네는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너무해요.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할수 있죠?"
르네는 분개하면서도 울먹이며 말했다.
"몰랐나? 저들은 노예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들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사람? 저들은 사람이 아닌 노예야?"
"예? 어떻게 그런..."
"노예란 뭔지아나? 노예란 사람이 아냐 그저 거래되는 말하는 물건일 뿐이야."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나? 넌 지금 노예가 뭔지 모르고 잇어. 만일 아하루님이 널 다른 사람에게 넘기운다고 하자 네가 진실된 노예라면 그걸 거부할수 잇을 것 같아? 아니 널 아까 본 것처럼 널 채찍질하고 네가 원하지 않을 때 널 강간하고 널 희롱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게 모욕주고 널 발가벗기우고 다녀도 넌 그 명령에 따라야되 만일 네가 조금만 불순종 한다면 그땐 아까 네가 본것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하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넌 누구에게도 하소연 하지 못해 왜? 넌 노예니까. 만일 주인이 너에게 실증이 나서 널 데리고 다니는 개나 말이랑 재미로 교접을 시킨다 할지라도 넌 그것에 따라야돼, 만일 길가다 돈이 떨어져서 네게 창녀짓을 시키더라도 넌 그 명령에 따라야되, 아니 다른 사람에게 널 팔아버릴지라도 넌 그 명령에 따라야되 왜냐고? 넌 노예일 뿐이니깐. 지금의 넌 옛날 부자집에서 잘먹고 잘살던 그 르네가 아니야 네 스스로 노예이길 자처한 노예 르네라구. 만일 내가 한말을 용납할수 없겠다면 스스로 다시한번 생각해 지금이라도 네가 노예이길 거부한다면 널 다시 네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보내줄수 있어. 네 노예의 맹세를 포기하다면 넌 예날의 너로 되돌아갈 수 잇어 하지만 그것은 루운야에 도착하기 까지만이야 그 다음부터는 나도 정식으로 널 노예 취급하겠어 그땐 네가 지금처럼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 어떠한 말대답도 어떠한 불순종도 용납하지 않을거야 그러니 가는동안 만이라도 잘생각해 보도록해"
카미야는 매섭게 르네를 다시한번 쏘아보더니 모포를 뒤집어 쓰고는 돌아 누워버렸다.
르네는 그런 카미야를 보고는 입술을 찔끈 깨물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타오르는 작으마한 모닥불을 바라보며 한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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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2023.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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