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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상인 21 --- 행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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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상인 21 --- 행성의 비밀


연이어 비명소리와 살타는 냄새가 장내를 진동했다. 경비서버들은 노동서버들의 엉덩이에 T자를 새기고 팔뚝에 번호를 새겼다. 전에 보니 아프지 않은 레이저 총도 있던데 왜 꼭 이렇게 잔인하게 해야하는지 한스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에슈코프의 안내로 다음 장소로 갔다. 몇 명의 서버가 나체로 두 손을 쇠사슬에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로 채찍질을 당하고 있었다. 또 그 옆에는 두 다리를 쇠사슬에 묶인 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나체의 서버들이 채찍에 맞고 있었다. 역시 비명과 채찍질 소리가 가득한 음침한 곳이었다. 서버들은 등과 엉덩이에 수도 없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어떤 서버는 살갗이 찢어져 피가 낭자하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
“죄수 출신들은 이 곳에 들어와 이틀 동안, 전쟁 포로 서버들은 닷새 동안 무조건 채찍질을 당하지요. 이곳에서 부리려면 일단 기를 꺾어 놓을 필요가 있어요. 기본적인 매질을 당하고도 기가 살아있는 년들은 날짜를 연장해서 체념할 때까지 계속 채찍질하지요. 그래도 안되면 고문실로 보내지고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천 마리에 하나도 없는 편이지요. 대개는 기본만 해도 끝나니까.”

 

혹성상인 21 --- 행성의 비밀


특별히 반항하거나 그런 서버 뿐만 아니라 이유없이 모두 채찍질을 한다? 한스는 이시스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에슈코프는 한참을 가더니 다른 장소를 소개했다. 그곳을 들여다 본 링링이 이마를 찌푸렸다.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는 수십 명의 서버가 음란한 자세로 몸을 비비꼬며 서로 엉켜있거나 갈증나는 표정으로 바닥을 긁거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건 뭐지요?”
“매질이 끝나면 BTP 과잉투여를 합니다. 하루정도 이렇게 놔두지요. 이것도 일종의 기강 세우기에요. 다음날에 단조실로 보내져요. 그곳에서 임무서버나 특수기계가 이들의 몸을 풀어주지요. 뭐 자원하는 남자 직원이나 손님도 그곳에 갈 수 있습니다. 아까의 채찍질이 말 그대로 채찍이라면 단조실은 당근이지요. 이 것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모두 맛보여줘서 절대 순종하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BTP를 얼마나 쓰는 데요?”
“보통 투여량의 10배를 써요.”
두 여자의 대화를 들으며 한스의 머리는 어지러웠다. 사람이 사람을 조작하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완벽한 노예나 가축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회사와 이 여자들은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설령 가능하다해도 이런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은 얼마나 될까…
“도련님, 한번 단조실에 가서 은혜를 베풀지 않을래요?”
링링이 장난스럽게 한스에게 말을 던져왔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인상을 쓰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스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링링,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솔직히 겁나죠? 그렇죠?”
“…나, 나는…”
“거봐요. 겁쟁이! 알고 보면 남자들은 다 겁쟁이라니까.”
링링과 에슈코프는 한스를 놀리며 깔깔대며 웃었다. 재수 없는 년들…
에슈코프와 헤어진 한스와 링링은 이제 말단 작업장으로 가보았다. 거대한 굴삭기가 땅을 헤치고 파들어가면 뒤에서 작은 굴삭기들이 큰 덩어리를 부수고 지나갔다. 그 뒤에는 로봇 차량이 부서진 흙과 돌들을 주어 담아 부지런히 뒤로 날랐다. 노동서버들은 그 뒤에 남은 부수러기 사이를 갈퀴로 뒤져 다이아몬드를 찾았다.
뒤로 보내진 흙더미는 컨테이너 벨트에 실려 분해되면서 자그만 다이아몬드들을 토해냈고 자동 채가 그걸 걸러내어 박스에 실었다. 거의 자동화된 과정이고 한스가 신규 서버 교육장의 잔혹함을 보고 예상한 엄청나게 비인간적인 작업장과는 많이 차이가 났다. 먼지가 많이나고 온도가 높다는 것 말고는 그리 가혹한 노동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스는 그럼 왜 신규서버를 그렇게 가혹하게 다루는지 의아했다. 현장을 나오다가 마주치는 한 남자직원을 보고 그 점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남자 직원은 무척 성실하게 생긴 젊은이였다. 이름은 호세, 이 지역 작업반장이었다. 한스의 질문에 호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터가 아닙니다. 저를 따라와 보십시오.”
호세는 다른 쪽으로 데려가더니 천막으로 가려진 한쪽 벽에서 천막을 걷어냈다. 큰 굴 입구가 나타났다. 호세를 따라 굴로 들어간 한스와 링링은 조금 지나자 여기 저기 구멍이 뻥뚫린 다른 굴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씩 무참하게 천장이 무너져 내린 장소들을 기어서 지나야했다.
맨 앞에 호세가 무릎을 끓고 기어가고 그 뒤를 링링이, 다음에 한스가 따랐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한스는 눈 앞에서 움찔거리며 움직이는 링링의 엉덩이를 보며 갑자기 작은 엉덩이도 무척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엎드리니 링링의 엉덩이도 톡불거지며 팽팽한 것이 제법 자극적이었다. 한스는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올라왔다 내려왔다하는 링링의 두 엉덩이를 보며 이 여자의 치마가 타이트한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좁은 굴을 빠져 나오니 큰 광장이 나오는데 정말 처참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여기저기 천장에서 떨어진 큰 돌들과 흙더미, 받침목 등이 널부러져 있고 천장과 벽, 바닥에 큰 구멍들이 여기저기 뻥 뚫려 있었다. 한스와 링링이 그 모습을 의혹스럽게 쳐다보자 호세가 설명을 했다.
“이곳 작업 현장은 보시는 것처럼 무척 위험합니다. 갑자기 천장이나 바닥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난데없는 굴이 새로 뚫린 채 나타나기도 합니다. 첨단장비로도 그걸 예측할 수 없어요. 이중성의 행성내부는 일반 행성에서 발달한 지질학으로는 예측이 안되지요. 이런 환경에서 작업을 시키고 또 도주하거나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면 강한 기강이 있어야 합니다. 신규 서버 교육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이렇게 굴이 새로 생기면 도주하는 서버는 없나요?”
“거의 없는 편이죠. 그리로 도망가봐야 다른 세계로 나갈 수도 없고 먹고 살기도 어려우니까요. 간혹 도주 서버가 생기지만 나중에 도로 되돌아 오거나 아니면 변시체로 발견되기도 하죠. 그런데 말이죠. 이런 말을 두 분께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한스와 링링은 의아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고 말을 재촉했다.
“제가 보기에는 이 행성에 무엇인가 있습니다. 제 짐작에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걸 제가 몇 번이나 상부에 보고했지만 서너 번 조사를 해보고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자 깡그리 무시 당했죠. 나중에는 저를 문책했어요. 이제는 저도 지쳐서 말을 안합니다. 하지만 전 확신을 해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회사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가끔 작업도구가 없어지거나 엉뚱한 데로 가있기도 하고 이유없이 노동서버가 타격을 입어 죽은 형태로 발견되기도 해요. 다이아몬드가 비는 것도 그 때문일 거에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상부에서는 듣지 않고 애매한 서버들만 의심해서 처벌을 하죠.”
“으흠…”
한스는 호세의 이야기를 듣고 무너진 광장을 바라보자 어쩐지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중성 행성의 지하 터널에 사는 사람이라. 생각만해도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이만 나가….”
한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광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셋은 각기 자신의 머리를 감싸면서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한동안 바닥이 흔들리고 천정에서 흙더미가 쏟아지는 충격이 계속되다가 이윽고 멈추었다. 한스가 먼지를 털고 일어나 보니 다행히 다른 두 사람도 다친 데가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뒤를 돌아 본 한스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들이 지나온 작은 터널이 완전히 무너져 없어져 버린 것이다. 호세가 갑자기 그 쪽에 달려들어 미친 듯이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링링과 한스는 두려운 눈으로 주위를 주시했다. 한동안 땅을 파던 호세가 돌아섰다. 온 손가락이 피투성이였다. 호세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틀렸어요. 길이 안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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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01.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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