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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7

TODOSA 1 243 0

 

비밀의 방 7


그날 이후 은혜의 일상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보통때에는 예전과 별 다름이 없었는 데 집안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방안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는 이내 컴퓨터의 전원을 켜곤 하는 것이었다.
동생과의 접촉이 있은 다음날 차마 동생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할 것 같아 일어나자 마자 세수도 않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 온 은혜는 미친 듯이 온 집안을 뒤져서 빨래감을 모은 뒤 베랜다에다 내놓고 빨래판에 대고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세탁기만을 사용했지 손빨래라곤 거의 해본적이 없는 은혜였지만 그날만은 무슨 욕구불만을 해소하기라도 하는 양 미친 듯이 빨래를 해대고는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위에 널부러져 버렸다.

 

비밀의 방 7


은혜는 지금 자신이 처한 신세를 생각해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며 눈가에 이슬이 그렁그렁 맺혔다.
학창시절 뭇 남학생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던 은혜는 그야말로 킹카 여대생이었다.
결혼해서 애를 낫고 나서 임신중 쪗던 살이 조금 덜 빠져 지금은 약간 통통한 모습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그녀의 몸에서 배어나오는 고고한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학창시절과 결혼전 까지의 사회생활 동안 그녀를 한번 사귀어 볼려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늘상 남자에 대해 도도한 자세로 일관하던 그녀에게는 사실 변변한 애인 한번 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동생 은지가 기철이와의 삼년여의 연애기간을 가지면서 집에 드나들기 시작하자 언니인 자신이 싱글로 있는 것이 혹시 그들의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 까 하는 생각에 몇 번의 선을 거쳐 현재의 남편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언니와 동생이 순서대로 한해에 결혼을 했으니 은혜의 이런 생각은 그리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은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동생의 애인 기철은 자연스레 집안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은혜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그들은 솔로인 언니를 위로한다는 농담을 해가며 곧잘 은혜와 함께 어울렸다.
영화도 보고 놀이동산 같은데도 함께 갔으며 식사와 술자리에도 셋이서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글서글한 외모에 항상 유모와 재치가 넘치는 언변, 게다가 남을 따스하게 배려할줄 아는 매너를 지닌 기철은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 거듭될 수록 은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한켠에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혼자있는 시간이면 기철의 밝은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그들과의 만남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그토록 도도함을 유지해 오던 은혜로서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동생 몰래 혼자 속을 끓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가벼운 스킨쉽까지 해가며 사랑을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질투심까지 느끼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며 괜스리 동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도 빨리 더좋은 사람 만나서 정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결혼 전문회사를 통해 여러번 맞선을 보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났고 약 두달여의 데이트 기간을 가진 뒤 막바로 결혼에 골인 했다.
은혜는 지금의 남편에 대해 손톱만큼의 불만도 없다.
일순간의 외도가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는 벌써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잊은 지 오래다
외모나 학벌, 재력, 그리고 성격까지도 자신이 과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것이었고 주변에 그녀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그녀를 부러워하곤 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걱정없이 순탄하고 행복하게만 살아 온 천사표 송은혜
그녀는 항상 동생보다 모든면에서 앞서고 있었고 겉으로 나타난 것만을 볼때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가.... 그토록 자존심이 강하던 그녀가.... 부부간의 금술을 자랑하는 동생앞에서 그만 꼬리를 내리고 만 기분이었다.
은혜는 은지에게 자신과 남편과의 속사정을 괜히 얘기했다 싶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어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은혜는 계속 행복한 척 살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마치 자신이 동생이고 은지가 언니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 왜 자신은 남편과 원만한 부부관계를 가질 수 없는 것일 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속궁합이 맞지 않는 걸까? 왜?? 왜??
남편손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처음 본 사람에게서 흥분을 느끼며 하물며 동생의 손길에서도 반응하던 몸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은혜는 벌떡 일어나 화장대의 서랍을 열고는 그속에 누가볼까 무서워 서류봉투에 쌓아두었던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그러나 씩씩거리며 화장대앞에 앉은 은혜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마치 실없는 사람처럼 빙그시 웃어보았다.
자신이 보아도 아직도 아름다운 얼굴, 이제 겨우 31살 나이에 뭐 세상 다산 사람처럼 자학을 하나 싶었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잘해보면 되지 뭐'
순간 화장대 서랍에 테이프와 함께 동생이 건네준 인터넷 싸이트가 적힌 쪽지가 눈에 들어왔고 이를 만지작거리던 은혜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컴퓨터를 켜고 접속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은혜는 혼자있는 시간이 있으면 어김없이 컴퓨터를 열고 거기에 링크된 수많은 비슷한 류의 사이트들을 들락거리곤 하였고 그 속에 펼쳐진 수많은 야설과 사진, 동영상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혼자있는 적막한 시간에 함께한 컴퓨터안에 펼쳐진 온갖 종류의 섹스와 관련된 세계는 그녀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은혜는 그중 특히 야설 읽는 것을 많이 좋아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그녀에게 그다지 흥미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컴퓨터 다루는 것이 미숙한 그녀로서 동영상을 다운받거나 하는 일은 정말이지 지루한 일이었다.
야설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의 경험담이나 근친상간, SM을 다룬 류의 야설은 쳐다보기도 싫었으며 그다지 흔치는 않지만 비교적 스토리가 있는 야설은 빠짐없이 골라가며 읽었다.
그중 유부녀를 다룬 야설에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특이한 것은 스와핑이나 스리섬을 다룬 내용을 읽을 때에는 견디기 힘든 흥분의 순간들이 찾아오곤 했다는 것이다.
'아! 나에게 음란한 기질이 있나?' 하고 반문할 정도로 정말이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하여간 이제 은혜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는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었으며 괜찮은 야설을 접할 때면 으례히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자위를 시도해 보곤 하였다.
그러나 왠지 하고 나면 육체적 쾌락보다는 괜한 일을 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죄책감에 뒷맛이 개운치 않았고 왠지 늘상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남편의 잠자리에서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고 간혹 잠자는 남편의 아랫도리를 모르는 척 하고 슬쩍슬쩍 건디려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 지금쯤 남편이 자신에게 덮쳐 온다면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남편에게 한번 하자는 말은 입밖에도 꺼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다고 했던가?
벌써 이년여 동안 섹스는 남의 일인양 지나온 그들 부부이고 보니 마치 고기를 먹어서는 절대 안되는 수도승이 되버린 듯 그런대화는 서로에게 금기시 되버렸고 TV에서 야한 장면이라도 비치는 듯하면 슬며시 채널을 돌려 버리는 것이 습관화된 터였다.
이상하게 그날 이후 동생에게서도 전혀 연락이 없었고, 그러니까 자신이 전화하기도 겁이 났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전보다 더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이 들었으며 혼자있는 시간이면 늘 컴퓨터를 킬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어김없이 전원을 눌러대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에도 몇 번인가 들어가 본적이 있는 채팅사이트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31살 유부녀와 진솔한 대화를...'
은혜는 그동안 동생이 건내준 이 사이트에서 몇 번의 채팅상대를 찾아 대화를 나누곤 했지만 일반 채팅싸이트가 아니라 포르노싸이트에 개설된 채팅방이라 그런지 그 방제목 부터가 하나같이 선정적이었다
섹스상대를 찾거나 스와핑 상대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냥 대화를 요구하는 비교적 점잖은 제목이라도 들어가 몇마디 나누다 보면 전화번호를 묻거나 컴섹을 하자, 폰섹을 하자, 한번 만나자, 한번 하자로 진행되는 것이 전부였으며 그러면 즉시 방을 빠져나오곤 했었다.
근데 이방은 어저께도 개설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 데 오늘도 똑같은 제목의 방이 있는 것이었다. 개설자는 남자인 듯한데 닉네임은 비밀의방이었다
은혜의 나이 31살이므로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한 방제에 호기심을 느끼며 속는 셈치고 한번 들어가 보았다. 석녀라는 이름으로
<안녕하세요>
<안녕 반가와요 첨이에요 제방에 와주신분이>
<방제목이 특이해서 한번.... 남자분이신가요?>
<네 유부남에요 결혼한지 삼년된.. 님은? 물론 여자분이시겠죠?>
<네. 저두 그정도된 ...>
<근데 왜 석녀죠?>
<전 남잘 잘 몰라요... 그래서 남편이 불만이죠>
어라? 그러고보니 내가 먼저 남자이야기를 꺼냈네? 은혜는 괜히 석녀라고 해서 이러다가 또 이야기가 섹스로 가고 또 한번하자 하겠구나 하고 후회했다.
'뭐 어때? 이상한 얘기로 진행되면 나가 버리면 되지 뭐'
은혜는 몇 번의 채팅을 경험했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할줄은 몰랐다.
지난번에는 하두 만나자는 상대방의 요구에 '그래 골탕 좀 먹어봐라' 하는 마음으로 만날 장소를 약속하곤 바람을 맞힌적이 있다.
그래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전혀 없었으니 채팅이 그리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요? 저랑 비슷하네요>
<뭐가요?>
<사실 저희 집사람도 저와의 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기술이나 노력이 부족해선지 아님 능력이 부족해서 인지 여자분들의 조언을 들어 볼 수 있을 까 하고 이방을 개설해봤어요. 집사람이 31살이거든요.>
<그럼 전 자격이 없는 거 같네요.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아는게 없어서... 나갈께요>
<아니 잠깐만 .. 제발 나가지 말아요. 저 실은 어제부터 이방 개설해 놓곤 아무도 들어오질 않아서 실망했었거든요. 오히려 님께서 저한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발!!!>
은혜는 나갈 마음이 없이 그저 적어본 것인 데 무슨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애처롭게 매달리는 상대방이 측은하게 까지 느껴졌고 한편으론 '순진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후.. 저 어제도 봤어요 이방....>
<그런가요 여긴 자주 들르시나 봐요?>
<아니 가끔... 저두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호기심에 그냥.... >
<그래서 많이 배우셨나요?>
<저 실은 이런 사이트 접해본지가 일주일 정도밖에 안돼요. 안믿으셔도 상관 없지만...>
<아닙니다. 왠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채팅은 어제 첨인데 정말....>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고 무려 두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처음에 남녀간의 문제로 시작된 대화다 보니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레 섹스에 관한 쪽으로 전개될 듯하였으나 상대방 남자는 조금 지나자 점잖은 신사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의 소개와 자신의 아내를 만난 이야기 자신의 가정사등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첫날을 마감했다.
오히려 은혜가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자신의 이야기들을 열심히 지껄여댄 그 남자.
그의 이름은 김인식이었으며 33살로서 형님과 함께 건축 인테리어일을 하고 있으며 요즈음 일거리가 뜸해서 어제 낮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첨으로 채팅을 했다고 하였다.
그는 자신의 신상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은 자신이 여자나 꼬셔서 어떻게 해볼려는 놈이 아니란 걸 알리기 위해서 란다.
그의 채팅언어로 볼 때 은혜는 그의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안되는 기간이지만 그간 은혜가 접해 본 상대방들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쏟아내었고 그 의미를 몰라 상대방에게 되 물어본 경우도 허다하였으며 어떤때는 도저히 은혜가 대화상대가 되지 않는 다고 판단하였는지 답답함을 표하며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해 인식이라는 이남자는 글도 느리고 상대방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였다.
은혜는 주로 듣는 편이었으며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야기 도중 인식이 묻는 몇마디에 대답한거만 빼고.
결혼은 몇월에 했냐? 생일은 몇월이냐? 형제는 어떻게 되냐? 하는 정도의 간단한 물음에 대해 이정도는 답변해도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아 솔직히 응했다.
대화 마지막에 인식은 자신은 내일도 이방을 열어놓을 테니 괜찮으시면 또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고 은혜는 글쎄요? 라는 애매한 대답을 남기고 방을 빠져나왔다.
은혜는 장장 두시간의 채팅이었지만 나눈 대화가 별로 흥미롭지 못했으며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꼈고 사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어김없이 컴퓨터를 연 은혜는 그가 과연 있을 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고 비밀의 방을 확인하자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양 반가움이 들었으나 이내 그와의 지루한 대화가 연상되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방을 확인한 은혜는 갑자기 '오늘은 자신이 이 순진한 사람을 살살유혹해 볼까?' 하는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면서 그방을 열었다.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지 않는 채팅의 세계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은혜의 성격을 과감하게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다소 야한 말이라도 할라치면 글판을 두드리는 손에 땀이 배어나며 괜스리 몸이 쭈볏거려지던 것이 점차 익숙해지자 한층 농도짓은 대화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날의 채팅을 만족하게 끝낸 은혜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어김없이 열려있는 그방을 노크하며 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계속해갔다.
이제는 그와의 채팅을 위해 컴퓨터를 켠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하였지만 남편과의 관계 또 최근에 일어났던 일 즉, 나이트클럽에서의 일과 동생과의 일들까지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곁들이며 표현하는 사이가 되버렸다.
이제는 채팅으로도 부족해서 서로 메일을 주고 받기까지 하였고 그것은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김인식!! 그는 정말로 순수한 사람인 듯 했다.
메일을 통해 보내온 그의 사진은 여자처럼 고운 얼굴에 퐁당 빠져버릴 것만 같은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을 지닌 누가 보아도 선해보이는 그런 인상이었다.
동정을 간직한 채 결혼을 했다는 그 남자...
그는 지금도 여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성과 관련된 서적을 열심히 읽으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근데도 아직까지 아내와의 만족할만한 섹스를 나누어 본적이 없단다.
술집여자를 사서 한번 해보라는 내 충고(?)에도 자기는 정녕 그렇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 남자.
그도 역시 은혜 자신 못지않게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의 채팅이 한 이주일정도 계속되던 어느날 은혜는 그에게서 장문의 메일을 받았다.
너무나 황당한 내용의 이 메일은 은혜를 삼일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였다.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삼일 후에.....
서로 남자와 여자를 모르는 사람끼리 이성에 대한 모든 것을 시험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메일을 받아 본 은혜는 처음 너무나 기가막혀 분을 삭일 수 가 없었으나 쏘아붙일 상대가 없어져 버렸다.
자신에게 거절의 답신이 올것이 두려워 채팅방과 메일을 없애버렸노라고 했다.
삼일동안 깊게 생각해 보고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라고 했다.
단 하루뿐이며 자신은 혜진씨에 대해서 더이상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안오시더라도 무조건 기다리겠노라며.....
은혜는 자신의 이름을 오혜진이라고 했다. 저번 나이트에서의 일이 기억 나....
ooo 호텔 ****호실
오혜진의 이름으로 예약해 놓았으니 혜진씨가 먼저 들어가 있으란다.
자신은 오후 8시 정각에 들어갈테니 그시간 전에 들어가 8시 1분까지만 방문을 잠그지 말라고 했다.
남자만 있는 방에 여자혼자 들어가는 것보다는 혜진씨가 있는 방에 자기가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나?
가고 싶더라도 도대체 가정주부가 저녁 8시에 어떻게 호텔방을 들어간단 말인가?
너무나 황당한 제의에 열받던 은혜는 '그래 안나가면 그만이지 열받을 게 뭐있나' 하는 마음에 평심으로 돌아 갔으나 그가 보낸 메일의 내용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간 은혜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감정의 변화, 이렇게 황당한 제의를 하기까지 수없이 갈등했던 자신의 심경, 단한번만이라도 만나보지 않고는 못배기겠노라는 고백, 서로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회유등 구구절절이 써내려간 근 5쪽분량의 내용중 다른 내용은 제쳐 두고라도 은혜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도 안되는 한구절은..
혹 무의식의 저편에 자리잡고 있을 지도 모르는 남편의 외도를 진정으로 용서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그러한 경험을 한번 해보는 것이 진정한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저녁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 강혁은 저녁식사하는 자리에서
"여보 나 내일 새벽에 일주일간 중국에 출장을 가야하니까 준비좀 해줘"하는 것이었다.
때를 맞춘듯한 남편의 출장은 또 한번 은혜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새벽의 출발 때문에 어제저녁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 은혜는 도무지 잠을 이룰수 없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 시피 했다.
출장가는 강혁을 공항까지 마중나갔다 온 은혜는 눈을 좀 붙여 볼려고 침대에 누워 보았으나 몸은 천근같이 무거운데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을 너무 우습게 보는 듯한 인식의 제의에 한없이 불쾌한 기분만 들었던 은혜는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메일속의 내용이 자신의 가슴속을 휘저어 놓고 있는 것이었다.
가정주부의 몸으로서 인식이 말한 그시간에 그장소로 가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하다는 것도 그의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묵살해 버릴 수 있는 한 이유로 작용하였었으나 이제는 그시간이면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는 몸이 되버린 지금.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은혜의 마음 저구석에서 '그래!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제 은혜는 한순간의 불쾌했던 감정에서 벗어나 그러한 요구를 해온 인식의 심경을 이해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인식이 그런 제의를 했을까? 그도 나도 불상한 인생인데 서로를 위해 한번 만나 봐? 그렇게라도 해서 여자로 다시 태어날수만 있다면 까짓것 뭐? 남편도 다른여자랑 몇 달간 살을 섞었는 데 뭐 한번쯤은 어때? 절대비밀로 하면 아무일도 없을 거야 딱한번만이라면....'
은혜는 자신이 외도를 한번하고 하면 남편과 대등한 입장이 되어 진정으로 남편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왠지 모르게 맞을 수도 있다는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그와의 만남을 위해 의도적으로 그의 말을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이틀 밤낮을 온통 그생각으로 보낸 은혜는 그와의 약속시간 세시간전...
너무나 야해 평소에는 입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였던 속옷을 골라들고 거울앞에 서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PS: 이번회는 군말이 넘 많죠? 하지만 스토리상.....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야한 대화 이 또한 흥분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아 한참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길래 기냥 지워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야설다운 내용이 없네요...미안...
아참 딱 한분이 격려 메일 주셨네요. 쓴지 한참되는 데....
전 여기 글쓰면 막 메일이 날라오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약간 실망....
글에 대한 평가와 픽션같은지 논픽션같은지 의견 주심 좋겠는 데....
다음회에 알켜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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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01.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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