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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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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 3부


"때르르...릉"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은혜는 급한 마음에 문을 따고 신발을 신은 채로
거실로가 전화를 들었다. 남편이었다.
"어...나야...하루종일 어딜 갔었어? 계속 전화했는데..."
"그냥...일자리 알아보느라고 친구 좀 만났어...."
"거...웬만하면 그냥 있지!..."
남편은 싫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은혜는 무시했다.
"나, 오늘 당직이야...아침에 나올 때 말 못한거 같아서..."
"응, 알았어..."
은혜의 목소리가 이상했는지 남편이 말을 이었다.
"당신, 무슨 일 있어?..."
"아냐...일은 무슨...그냥 좀 피곤해서..."

 

산다는 건.. --- 3부


남편과는 직장동료였다. 기실 IMF가 왔을 때 한 직장에 둘이 있다는 이유로
은혜는 명예퇴직 일순위였다. 인사고과니 그건 건 애초에 상관이 없었다.
단지 둘이 다닌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명예퇴직을 권고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만간 또 명예퇴직이 있다며 요즘 남편은 집에 일을 가져 들어오기도
하고 고객을 만난다며 늦어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당직이라니...
은혜가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1206호! 나 709호야..."
"아, 언니..."
은혜는 가슴이 철렁했다. 2002호 아줌마에게만 일수를 끊고 709호는 무시했던
것이다. 혹시 듣고 전화한 것일까?
"남편은...아직 퇴근전....?"
"네...오늘 당직이래요..."
은혜가 아파트로 이사오던 날 부터 안면을 틔운 사이였다. 이사할 때 경비실에
있다가 은혜네 짐이 오자 나와서 구경하기도 했고, 그 후로 자주 동네 할인점에서
마주치게 되어 눈인사를 나누다가 부녀회 선거 때문에 알고 친해지게 되었다.
그 때 아는 체를 하며 은혜를 자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 후론 은혜도 일이
있을 때엔 찾아가서 수다도 떨고 서로의 얘기도 들어주는 사이로 발전했던 것이다.  
아파트에서 두어 블록 떨어진 상가에서 조그만 카페를 경영하고 있었다. 나이가
은혜 보다 대 여섯 살 많은 듯해 편하게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혼을 했는 지,
사별을 했는 지 남편은 없는 듯했다. 먼저 돈을 빌려주고 17동 2002호 아줌마도
소개시켜 주었던 것이다. 술집을 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싫어했기 때문에 좀 체
집으로는 전화를 않는 편이었고, 그동안은 은혜도 직장생활에 바빠 서로 만나는
편이 드물었다.
"잘 됐네..."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직장은 구했어? 오늘 2002호 언니에게 일수 끊어주었다며..."
역시 그 일이구나...
"아뇨..아직...언니 죄송해요...언니 꺼도 조만간..."
"그래 알았어...그건 그렇고 잠시 나올래...가게로..."
"이 시간엔 손님도 없고 심심해서...그렇다고 문 닿았다가 밤늦게 열 수도 없고..."
"알았어요...내 금방 갈께요..."
은혜는 일수를 끊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순순히 대답을 하고 집을 나섰다.
아직 7시도 안된 이른 시간이었다. 평소 같으면 한창 퇴근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카페 안은 다소 어두웠다. 가게는 처음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선 지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 그때 주방에서 709호 언니가 나오며 아는 체를 했다.
"왔어...저기 잠깐만 앉아 기다려..."
은혜는 창가 자리로 가 앉았다. 그녀가 큰소리로 주방에다 외쳤다.
"미스 리, 커피 한 잔만...."
그녀의 모습은 낮에 아파트 단지에서 볼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위에는 얇은
나시티를 입고 있었고 치마는 무릎에서도 약간을 더 올라가는 길이로 꽤 야해보였다.
30대 중반의 나이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녀가 커피를 들고 와 앉았다.
"마셔...오래 기다렸지...!"
"아뇨...괜챦아요..."
"우리 가게...처음이지..."
"네..."
"그래 어떻게 되었어? 아직도 못 구했다고? 2002호 언니는 아까 6호가 돈을 들고
왔다며 전화했던데..."
"저...그게..."
은혜는 할 말이 없었다. 돈이 생기면 나부터 먼저 갚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으로도 여겨졌다.
"요즘 직장 구하기가 어디 쉬워야지...참 2호 언니 말로는 다른 데도 빚진 게
있는 것 같다던 데...사채업자에게..."    
"언니, 나 맥주 한잔만 줘요..."
"맥주...미스 리 여기 맥주 두 병만 갖다 줘..."
그녀는 종업원 아가씨가 가져온 맥주를 따더니 은혜 잔에 따라 주고는 자신도
한 잔 따랐다.
"자, 마셔...그런데 괜챦겠어..6호 술 안 하쟎아..."
"어때요...뭐 한 잔 인데..."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맥주가 상쾌한 것이 가슴이 답답하던 게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은혜는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저...언니 돈도 조만간..."
"내 돈도 돈이지만, 그래 이제 어떡할래..."
"벌어야죠...어쩌면 일하게 될 것 같아요..."
"그거 잘되었네...그래 어디야...나도 아는 직장이야..."
"그게...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그녀는 축하한다며 또 한잔의 술을 따라주었다. 은혜는 낮에 들렀던 이발소와
사채사무실과 오늘 하루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힘들고 괴로운 생각에
주는 대로 술을 받아 마셨다. 테이블에 술병이 쌓여갔다. 그리고 약간의 술기운이
오르자 몇 번이나 비밀을 지키겠다는 확약을 받고서야 말을 꺼냈다.
"언니...저..."
"그래...뭐야...뭔데 말을 해야 알지..."
"그런데도 정말 돈이 될까요? 본인 하기에 따라선 월 300이상도 번다 던 데..."
"300이상, 어디?"
"남자들 머리 깎는데..."
"남자들...머리...너...    .설마!"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언성이 높아졌다.
"너, 오늘 이발소에 나간 거야?"
"아뇨...내일부터 가볼까 해서..."
"얘가 지금 제 정신이야...거기가 어떤 데라고..."
"저도 알아요...남자들 면도해주고 안마해주고 머리감기고....머...그런     거죠"
"..."
"......"
"정말 모르는 거야...?"
"뭘요...?"
"나...원...참...."
곧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얘기를 들은 은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문에서 퇴폐이발소 얘기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지만, 그것은 단속했다는
얘기였고, 또 요즘은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어서 퇴폐이발소는 짐작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때서야 '서비스'라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들이 들르는 그런 종류의 곳을 말해주었다. 은혜는
충격이었다. 은혜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느라 다시 술을 마셨다.
그때 손님이 들어와서 둘의 얘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은혜는 집에 가도
남편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앉아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는 바람에 그녀와 미스리라 불린 아가씨는 서빙하랴, 앉아서 말상대하랴
정신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은혜가 막 일어서려는 데, 그녀가 다가왔다.
"6호야...미안하다...손님    이 많아서...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모르는데 절대 함부로 가지말고...정 필요하면 2호 언니에게 가봐..."
그녀는 말을 마치자 말자 또 다시 손님 테이블로 갔다. 은혜가 막 일어서는데
구석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던 사내가 은혜에게 다가왔다. 맨 먼저 온 손님이었다.
말상대를 해주던 그녀가 다른 테이블로 가자 혼자서 술을 마시더니 은혜가
있는 자리로 온 것이다.
"저, 혼자 계시길래...실례가 안 된다면.."
그리곤 은혜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은혜의 앞에 앉았다. 은혜는 거절하려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다.
"어머, 박사장님...여기 계셨네....전 또 가신 줄 알고...그래, 6호야 점쟎은
신사 분이니까 술 한잔해도 되겠다..."
그리곤 주방으로 가버렸다. 은혜는 일어서려다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사내의
술을 받았다. 사내는 근처에서 전자 대리점을 한다고 했다.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고 억지로 권하지도 않았다. 단지 잔이 비면 채워주고, 어떨 때는 혼잣
소리처럼 때로는 은혜에게 들으라는 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러 이야기를
했다. 경제이야기며 주식이야기를 하는 동안 은혜가 가끔 맞장구를 치자
여자가 경제를 잘 안다며 말이 통한다는 등의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며칠 후 은혜는 새로 생긴 오피스텔로 갔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였다.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돌아서곤 했다.
카페에 들른 이후 은혜는 이발소를 생각에서 지웠다. 그리고 남편의 퇴근이
늦어질 때 한 두 번 더 카페에 나가서 낯모르는 사내들과 술을 마셨다.
어쩌면 첫날 709호가 집에 올 때 미안했다며 한사코 뿌리치는데도 억지로
손에 쥐어주던 돈생각이 간절했는 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매번 염치없이 가서 공짜 술을 먹고 돈을 받기도
민망했다. 할 수 없이 은혜는 2002호 아줌마에게 은밀히 일자리를 부탁했다.
몇 번을 주저하던 아줌마가 알려준 곳이 바로 지금 가려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자기가 알기에는 한 곳 밖에 없는 곳이라 했다.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만 드나드는 곳이기에 소문나지 않고 일을 하기에는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 벌써 10여분...마침내 용기를 내어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그리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마흔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실내는 복층으로 꾸며져 매우 화려했고 평수도 넓었다.
"저...고정숙씨 소개로..."
은혜는 처음 알게 된 2002의 이름을 댔다.
"아...한은혜씨...기다리고     있었어요...이리로 오세요..."
여자는 은혜를 거실로 안내했다.
"어떤 일인 지는 알고 오셨죠?"
"네..." 은혜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긴 말 생략하고 오늘부터 일하시겠어요?"
"네..."
"그럼 여기선 '보라' 라고 부르기로 하죠...! 보라씨 따라오세요"
그녀는 앞장서서 이층으로 오르더니 방문을 열었다. 방의 내부는 아늑했다.
앞장서서 들어간 그녀가 옷장을 열더니 옷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그리고 이 방이 앞으로 보라씨 방이고 나오시면
여기로 와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하시면 되요. 물론 자유롭게 거실이나
부엌 등에 나오셔도 되고요...다른 방만 여시지 않으면 되요...욕실도 안에
있으니까...옷을 갈아입으시고 아래층에 잠시 내려오세요..."
그리곤 몇 가지의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방에서 나갔다. 은혜는 자신의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장롱에 침대에 화장대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욕실도 꽤 넓었고 욕탕, 변기 모두가 최고급이었다. 아울러 욕탕 맞은 편에
간이 침대도 하나 있었다. 은혜는 그녀가 주는 옷을 갈아입었다. 허벅지가
드러나서 신경이 쓰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입고 온 옷을 장롱에 넣고
아래층에 내려가서 거실로 가자 그녀이외에도 3명의 여성이 더 있었다.
"이리로 오세요. 자세한 건 없어도 서로 인사나 하고 얼굴이라도 알아야죠...
이쪽은 정희, 유리, 이 끝은 하나예요...그리고 오늘 새로 온 보라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반가와요..."    
은혜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모두가 미인이었고 하나라고 불린 아가씨는
아주 어리게 보였다. 정희라는 아가씬 핫팬티에 브라만 걸치고 있어 은혜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그럼 각자들 방으로 가세요...준비들 해야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녀는 정언니로 불리며 그 집의 주인이었다. 한 때
배우로 꽤나 얼굴이 알려진 축에 속했다고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문에서 노크소리가 나더니 정언니가 들어왔다.
"보라씨...준비됐죠...마음 편하게 가지세요...그리고 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면 되요...알았죠...!"
은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강사장님...들어오시죠..."
웬 사내가 정언니의 안내를 받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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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토도사 01.1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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